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72
371. 왕좌의 부름 9
아자딘은 활을 당긴 채 손을 틀어서 궤도를 조정한 뒤 아우렐리아 던을 발사했다.
투창처럼 매끄럽게 날아간 아우렐리아 던이 공중에서 폭발하며 미세한 불의 칼날이 되어 드워프 근위대원들을 덮친다.
-퍼엉!
근위대원들이 지니고 있던 화약 병기가 일제히 폭발했다.
“악!”
“마, 말도 안 돼!”
본래 화약 무기를 사용하는 드워프 근위대원들은 예비 탄약들이 발화하는 일이 없도록 방염부적이 붙은 탄띠를 두르고 있었다.
그런데 아자딘은 그들의 방염부적을 뚫고 화약을 발화시킨 것이다.
아자딘이 처음에 쏘았던 번개 화살과 마석의 폭발은 단순한 전기에너지 공격이 아니라, 방염부적을 파괴하기 위한 마법 공격이었다.
이렇게 화약이 유폭되어 폭발하자 근위대원들 사이에 만들어져 있던 심장 형상의 피분수도 폭발에 휩쓸려 부서졌다.
“지금이다!”
폭발과 함께 복도의 혈관이 벗겨지더니, 그 안에서 피의 거미와 니셀다, 지벡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샤지트의 눈을 가지고 있는 버나드가 혈마법을 이용해 자신들을 혈관으로 위장해서 숨어있던 것이다.
니셀다와 지벡은 아우렐리아 던의 불길에 혼비백산한 근위대를 습격하고, 버나드는 피의 거미들을 계속 만들어 내 그들을 지원했다.
근위대원들은 이들의 활약 때문에 완전히 차단되어 옥좌로 다가올 수 없었다.
“그렇군. 그래서 신왕살해자라 불리는 겐가!”
그러나 놀랍게도 목이 잘린 마나위단의 몸이 일어났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자기 머리를 찾아 집어 들었다.
아우렐리아 던의 불길로 죽을 때까지 불타야 할 텐데, 어찌 된 일인지 아샤지트의 피가 불을 꺼뜨렸다.
그뿐만 아니다. 다른 드워프 뱀파이어들 역시 아우렐리아 던의 불길에서도 다 죽지 않고 일부는 살아서 불을 꺼뜨리고 회복했다.
화약의 유폭이 피분수를 훼손하긴 했지만, 완전히 파괴하지는 못한 것이다.
뱀파이어들은 아샤지트의 피로 상처를 씻어 그들의 몸에 붙은 불을 꺼뜨렸다.
“재미있는 재주였다. 전령일족. 하지만 너희는 본래 진정한 왕에게 봉사하기 위한 노예 종족이다. 나야말로 진정한 왕이니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면 지금의 무례는 용서해 주겠다.”
마나위단은 자신의 워해머를 아자딘을 향해 휘둘렀다.
이미 어지간한 거한 이상으로 자라난 마나위단은 오크도 손으로 두 동강 낼 수 있을 만큼 다부진 근육 덩어리의 괴물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의 워해머는 전부 아주어스틸로 만들어진 것, 그 어떤 병장기도 말린 수숫대처럼 부러뜨릴 것이다.
-쿠웅!
아자딘이 마나위단의 망치를 피해 옆으로 빠져나갔다. 마나위단의 망치가 바닥을 치자 아샤지트의 혈관이 터지며 사방에서 피가 튀었다.
“설마 이 얄팍한 칼 한 자루만 믿고 여기까지 들어온 건 아닐 테지? 자, 지금이라도 아샤지트의 눈을 내놓고 투항해라! 그리하면 산도카르와 콕스할의 영토를 네게 주마.”
“줄었네? 처음에는 비센도 준다고 하지 않았었나?
“지금 네놈의 솜씨를 보니 비센까지는 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내 안에서 네놈의 평가가 떨어진 것이다.”
“내 칼에 목이 떨어져 놓고선 평가가 올라야지. 오히려 떨어져? 정말 쪼잔한 왕이군.”
아자딘은 월각궁을 허리에 차고 대신 청의 처형인과 그림스로운의 곤봉을 합쳐 전투도끼창을 만들어 냈다.
“호오. 또 다른 네더의 신물을 가지고 있나? 게다가 그건, 청의 처형인이로군.”
마나위단은 아자딘의 무기를 알아보고 미소를 지었다.
“좋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있구나. 네놈을 내 수하로 부린다면 꽤 즐겁겠어.”
“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아니 됐다. 그냥 죽어라.”
아자딘은 청의 처형인을 잡고 연속으로 찌르기를 날렸다.
푸른 불빛이 번뜩이면서 마나위단을 연거푸 덮친다.
마나위단은 워해머로 창을 걷어내려했지만, 실패하자 생긴 빈틈을 향해 아자딘의 청의 처형인이 파이크로 푹 찌르고 말았다.
마나위단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아주어스틸 판금갑옷을 입고 있어서 갑옷이 관통되진 않았다.
다만, 안으로 움푹 찌그러져 들어가면서 이제 갑옷이 살을 깨무는 형태가 되었다.
“커윽?!”
피가 흐른다.
“몸에 성 한 채 값을 바르고 다니는군? 하긴 실력이 없으면 그래야지.”
아자딘은 빙글 몸을 돌려 청의 처형인을 휘둘러 베었다.
마나위단의 손목에 맞으며 팔이 골절되고 갑옷이 찌그러졌다.
분노한 마나위단이 워해머를 휘두르고 아자딘에게 뛰어들어 그를 잡았다.
-화조풍월 청일송!
하지만 아자딘의 주문이 발동하자 마나위단의 몸이 천장으로 떠올라 천장에 격돌했다.
그리고 이번엔 아자딘이 뛰어올라 천장에 충돌했다 떨어지는 마나위단의 갑옷 위 겉옷을 붙잡았다.
-카자스 해서 청일송!
아자딘과 마나위단의 몸이 공중에서 회전하더니 무서운 기세로 땅에 곤두박질쳤다.
아자딘은 마나위단의 머리로 지면을 찍어버리면서 머리통을 터뜨리고 목뼈와 척추를 산산조각 냈다.
아무리 아주어스틸 갑옷을 입고 있다 해도 살아날 수가 없는 부상이었다.
그러나….
“아, 알겠다. 비센도 주마. 그뿐인가. 내 너를 공작으로 삼겠다. 놀랍지 않느냐? 전령일족처럼 천한 것에게 공작의 작위를 약속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관대한 제안이로군.”
두개골이 깨져 뇌수가 흘러나오고 척추가 부러져 몸도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나위단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였다.
“…….”
아자딘은 말문이 막혔다. 마나위단의 헛소리에 화가 나거나 황당하다기보다는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원래부터 고귀한 태생이라 안하무인인 것도 있겠지만, 이 기괴한 변이가 그에게 정상적인 사유력을 빼앗았음에 분명했다.
“네놈을 닥치게 하려면 이것밖에 없나 보군.”
아자딘은 한숨을 내쉬고 반릉의 옥좌로 향했다.
“어?!”
드워프 근위대를 막아서고 있던 지벡은 순간 놀랐다.
아자딘이 반릉의 옥좌로 가서 그 위에 앉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눈 부신 빛이 반릉 왕국 전역을 뒤덮었다.
*********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은 전멸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후방에서 갑자기 몰려든 아샤지트의 권속들 때문에 예비대를 운영할 수가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돌파 전술 또한 막히고 말았다.
앞뒤로 몰려드는 적들에게 에워싸이고 돌파 전술도 막히게 되자 셀레스티얼 기사들 개개인의 뛰어난 무력이 빛을 잃었다.
“안 되겠군. 셀레스티얼들만이라도 살려서 탈출시켜야 해!”
셀레스철 파이어의 고문인 트리오다나는 계속되는 적들의 파상공세로 셀레스철 파이어가 전멸당할 위기에 처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다.
“토네이도 블라스터의 마법을 쓰겠다! 셀레스티얼! 갑옷을 벗고 날개를 펼쳐서 날아서 탈출해라!”
“네?!”
“…진심이십니까?”
셀레스티얼 기사들은 트리오다나의 명령에 당황했다.
트리오다나의 명령은 셀레스철 파이어의 종사들, 병사들을 다 죽게 내버려 두고 기사들만 도망치라는 소리였다.
셀레스철 파이어의 인간 종사들, 인간 병사들이 정예병들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셀레스티얼들에 비하면 보충하기 쉬운 편이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부하들을 그렇게 내다 버리고 어떻게 기사라고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당당히 백주 대낮에 날개를 펼치고 돌아다닐 수 있을까?
“카르나 단장!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
카르나는 그런 부하들의 발언에 침묵했다.
애초에 트리오다나와 카르나는 쌍둥이로 트리오다나는 지혜 교단의 소속으로, 카르나는 셀레스철 파이어의 단장으로 선택되었다.
카르나가 하지 못할 더러운 짓, 불명예스러운 일을 트리오다나가 대신하게 되어있었지만, 이들 둘은 결국 북제의 아이들. 북제가 원하는 대로 구난기사단을 경영하기 위한 첨병인 것이다.
“트리오다나. 나를 위해서 그런 불명예스러운 짓을….”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님을 위해서, 더 나아가 이 휘브리스의 통일을 위해서다. 안심해라. 너희들을 날려 보내고 나는 남아서 병사들과 함께 싸우다 죽는다!”
“……”
카르나는 자신의 목숨까지 내거는 트리오다나의 결의를 알고 있었기에 그의 선택을 함부로 반대할 수 없었다.
“모두… 트리오다나 경의 뜻에 따르도록.”
“네?”
“다만 나도 여기 남는다.”
카르나는 갑옷을 벗지 않고 트리오다나의 곁에 섰다.
“바보 같은 짓을 할 셈이냐?”
“아니. 트리오다나. 이런 짓을 한다면 단장도 목숨을 걸어야 해. 트리오다나만 희생해선 셀레스철 파이어의 이름이 더러워지지!”
“…….”
트리오다나는 카르나가 진심으로 결심한 것을 알고 말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비장한 각오를 다진 바로 그때였다.
-우우웅!
갑자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따스한 백색의 빛이 지면으로부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반릉 왕국 상공에 뜬 검은 그림자가 흔들리더니 그 빛에 지워지는 게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다.
“끄아아악!”
뱀파이어화한 드워프들의 몸이 불타오른다.
아샤지트의 권속과 웬디고의 권속들은 놀랍게도 반투명한 모습이 되더니 마치 빛이 그림자를 지우듯, 그들의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어?”
“……….”
“뭐, 뭐야?”
아샤지트의 권속과 웬디고의 권속이 사라지고 뱀파이어들이 불탔다.
남은 것은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과 순혈 드워프, 그리고 그들의 노예 고블린들이었다.
“이, 이게 무슨?!”
“와, 왕화의 빛?!”
트리오다나와 카르나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왕화의 빛이다.
휘브리스를 네더 신족들의 힘에서 수호하는 왕의 힘이 갑자기 뿜어져 나온 것이다.
“왕화의 빛이라고요?”
“왕화의 빛!”
구난기사단은 왕의 교회의 가르침에 의지하지 않는 이들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전멸 직전에 있던 구난기사단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만세를 불렀다.
“만세!”
“왕화의 빛이다!”
“오 맙소사! 실재하는 거였어? 이거!?”
모두들 기뻐하는 와중, 카르나와 트리오다나는 난감해했다.
‘말도 안 돼. 누구지?’
‘우리 아버님 말고도 또, 왕좌에 선택받은 진짜 왕이 있단 말인가? 그러면 안 되는데?’
그들로서는 차라리 셀레스철 파이어가 전멸하는 쪽이 나았다.
북제가 아닌 다른 자가 이렇게나 강력한 왕이라니!
“자. 셀레스철 파이어! 돌격! 누가 왕좌를 차지했는지 확인해 봅시다!”
부상 당한 이즈밀라를 대신해 돌격대장 자리를 맡은 셀레스철 기사, 아라미스 경이 대뜸 돌격 신호를 냈다.
카르나는 무단으로 돌격 신호를 내는 아라미스에게 화가 났지만, 돌격대장은 야전의 상황에 따라서 단장의 허가 없이 돌격을 명할 수 있었다.
아라미스의 신호와 함께 용기백배한 셀레스철 기사단이 뱀파이어와 아샤지트의 권속을 잃고 구멍이 뻥 뚫린 드워프의 방벽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목숨이 아까우면 투항해라! 죽이지 않는다!”
아라미스가 선언하자 드워프들과 노예 고블린들은 저항도 하지 못하고 와해하기 시작했다.
드워프들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고 있는 것이었다.
“와, 왕화의 빛이!”
“오 맙소사. 우리들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드워프들은 자신들이 왕화의 빛에 의해 구축되는 존재들이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 셀레스철 파이어에게 투항했다.
그리하여 셀레스철 파이어는 별다른 저항도 없이 마침내 왕의 회랑에 당도했다.
이 앞에 진정한 왕화의 빛을 발휘한 존재, 왕좌가 선택한 진실로 정당한 왕이 있을 것이다!
핌불베르트가 다가온 가혹한 시대, 하지만 이제 희망이 있다.
야에가스의 왕좌가 선택한 진실한 왕이 나타났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