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77
376. 모독의 성왕 5
“말한 대로 내가 반릉의 왕 마나위단을 물리치고 그에게 오염당한 반릉의 왕좌에 앉아 왕화의 빛을 손에 넣었다.”
“아.”
“만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성을 터뜨렸다. 다만 지벡은 내막을 알고 있으니 표정이 어두웠다.
“그래서 말인데 반릉 왕국을 점거한다. 칼란. 병사들은 얼마나 훈련되어 있지?”
“난민들 사이에서 병사를 뽑아서 조병 중입니다. 음, 쓸만한 이들이라면 빠른 발 보병이 500명, 종사급은 100명 정도인데 부족하면 용병을 살 수도 있고요. 덩치만 불리자면 2천 정도는 끌어다 쓸만합니다.”
“정예병은 필요 없지만 훈련을 느슨하게 하고 싶지는 않군. 훈련에 지장 없는 선에서 병력을 차출하도록 하지.”
“반릉을 손에 넣으실 생각입니까? 아, 아니 당연히 손에 넣으셔야지요. 반릉은 당연히 전하의 것입니다.”
“그래. 반릉 왕국 전역은 물론 무너진 콕스할도 손에 넣을 거다.”
아자딘이 말하자 그 부하들이 모두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차드라 고원과 나이산도카르, 산도카르 일대만으로도 이미 대군벌이라 할 만했지만 이제 아예 왕국을 통째로 차지한다.
뭐 그 왕국이라는 게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어쨌건 정당한 왕좌의 주인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는 메리트였다.
다만 산도카르 백작이 망설이며 조언했다.
“아랑기 왕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만. 물론 왕화의 빛을 발현한 것을 보여준다면 설득될 겁니다만 아랑기 국왕도 소인배라서요. 아마도 나이산도카르를 돌려달라던가 뭐 그런 개소리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아 그런데 그게 말이지.”
“물론 무시하면 됩니다. 진짜 왕화의 빛을 발현한 분 앞에서 아랑기 국왕 따위. 아, 그러고 보니 그 자식 아케나르 주교도 소박 먹인 못된 놈 아닙니까. 이 기회에 버릇을 고쳐주지요.”
“그런데 내 왕화의 빛에는 좀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서.”
“치명적인 문제라니 그런 게 있을 리 있습니까? 왕화의 빛입니다. 왕화의 빛! 진짜 야에가스 혈통이라고 주장하는 왕들도 전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니 그런데 치명적인 문제도 확실히 치명적이거든.”
“하하하. 겸손이 지나치십니다. 아무리 전령일족 출신이라 하셔도 지금 왕화의 빛을 몸소 발현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척후들이 반릉에서 갑자기 훈풍이 불어온다 했을 때 설마 했었지만, 이런 신화적인 영광에 제가 한자리 낄 수 있다니 대대손손 자랑으로 삼을…….”
“옥좌가 깨졌어.”
“…네?”
신나게 떠들던 산도카르 백작이 순간 얼어붙었다.
“잘 못 들었습니다만.”
“반릉의 옥좌가 깨졌다고.”
“그게 무슨?”
산도카르 백작이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자 지벡이 대답했다.
“말씀 그대로입니다. 아자딘 백작께서 왕좌에 앉는 순간 분명히 왕화의 빛이 발현되어 반릉을 집어삼키던 마물을 전부 불태웠습니다. 하지만 그분께서 일어나자 왕좌가 금이 가더니….”
“……….”
아자딘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실은 야에가스의 신령들이 나와 새로운 약속을 맺었거든. 그동안 정당하고 올바른 이가 앉아 그 영혼백육, 모든 것을 바쳐 왕국을 수호하고 사람들을 지키길 원했는데 어느샌가 왕좌는 그 자체로 권위를 가지고 숭배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왕의 사명과 의지보다 혈통을 숭배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실제로 야에가스의 혈족들은 폭군이 되었다. 작금의 왕들은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 금준미주에 취하고 향락에 절어있지 않나?”
“…….”
“여기 새로운 경전을 썼어. 이제 이것이 진짜 야에가스 신앙의 지침이 될 새로운 약속, 신약 경전이다. 이제부터 새로운 약속이 왕좌를 대신해 왕화의 빛을 뿌릴 것이다.”
듣고 있던 지벡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부터 그럴 거라곤 알고 있었지만 아자딘은 왕좌가 부서진 것을 교묘하게도 새로운 약속의 증거로 삼았다.
분명히 아자딘에게 왕화의 빛이 발현하고 있으니 가신들은 아자딘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믿음이 앞서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다. 아자딘의 군벌에 속한 이상 아자딘의 약속을, 저 신약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와, 왕좌가 부서지고 신약이라니! 왕의 교회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이단심문관들이, 아니 모든 옛 교리의 신앙인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하지만 왕화의 빛이 주군께 발현된 것도 사실. 이것이 진실입니다. 동지들.”
니셀다가 동요하는 이들에게 선언했다.
“으어. 그게. 그러니까.”
“어쨌거나 그리된 이상 나는 반릉의 정당한 왕으로서 반릉왕국과 그 휘하 봉토를 접수할 것이다. 내 사리사욕을 위한 게 아니라 핌불베르트를 이겨내고 인류를 수호하기 위한 재산이 되겠지. 사실 이미 반릉의 백성들 상당수가 난민으로서 지금도 계속 우리에게 몰려오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나아가서 그들을 맞이하고, 질서와 보호를 제공하는 게 왕국의 계승자인 나의 사명이겠지. 아울러 신약 경전을 사람들에게 배포하는 계기도 될 테고.”
“………….”
모두들 이게 절대로 쉽지 않은 길임을 알았다.
아니 핌불베르트가 다가왔을 때부터 그들에게 쉬운 길이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건 그들의 상상을 뛰어넘은 더욱더 큰 시련이었다.
“그럼 그 신약을 모두에게 선포하실 겁니까?”
지벡이 물어보았다.
“그래. 우선 구난기사단에 연락해서 협조를 구해야겠군.”
“오 맙소사. 아니 이게 그,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만약 왕좌만 멀쩡했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위대한 성왕의 탄생,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왕좌가 깨졌다니.
그리고 이제 와서 과거의 왕의 교회의 경전은 무효가 되었고 신약의 경전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다니.
기존 왕의 교회, 호시탐탐 반릉을 노리던 아랑기의 왕, 그리고 보수적인 백성들 모두 반기지 않을 무시무시할 정도로 혁명적인 발언이었다.
“이거 참, 사실 저는 당신께 충성을 맹세하면서 나 스스로 파격적인 선택을 했구나 하고 내심 자부했습니다만, 이렇게까지 파격적인 행보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산도카르 백작 이브첵은 감히 이 파격적인 선택을 감당하기엔 담력이 부족했지만 인제 와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았다.
다른 이들도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제 그들은 휘브리스 대륙 사상 최악의 모독자, 아니면 가장 위대한 성왕과 운명을 같이 해야 했다.
*********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은 반릉 왕국의 수도, 산의 심장을 완전히 점거하는 데 성공했다.
본래부터 부유함으로 유명하던 반릉의 드워프들의 재산이 고스란히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의 손에 들어왔으나, 실망스럽게도 식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흡혈귀화, 그리고 아샤지트의 권속화가 진행되면서 대부분 뱀파이어가 된 이들은 그저 피만으로 욕구를 충족시켰고, 그런 그들의 안일함 때문인지 식량창고 상당수가 오염되어 있었다.
드워프들이 영혼을 바쳐 빚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드워븐에일조차 피가 섞여 오염되어 있었다.
“실망스럽군요. 기껏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얻어낸 게 고작 이런 쇳조각들뿐이라니.”
카르나는 막대한 금은이 쌓여있는 반릉의 창고를 열어보고 적잖이 실망했다.
현재 식량 시장은 엄청난 인플레가 일어나는 중이었다. 핌불베르트가 예고된 지금, 누구도 금은을 받고 식량을 팔지 않는다.
먹지도 못할 귀금속보다 먹을 수 있는 식량이 훨씬 더 소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과 은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핌불베르트를 이겨낼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 싼값에 금은을 거두어들이기 위해서 거는 거래일 것이다.
“선우의 태양이라는 기물이 여기에 있을 텐데.”
카르나의 형제, 트리오다나는 창고를 뒤적이며 혀를 찼다.
각종 보석과 공예품들은 바로 올봄만 해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고였을 테지만, 지금은 보기 좋은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무기고가 훨씬 의미 있었다.
“선우의 태양이 없습니다. 최근에 짐을 운송한 흔적이 있습니다만.”
“…선객이 있었나?”
“확실하지 않습니까? 옥좌가 깨진 것과 왕화의 빛.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을 겁니다.”
“흠. 아자딘 백작 말인가.”
트리오다나와 카르나는 아자딘을 의심했다.
그들이 산의 심장 요새에 고전할 때 와서 도움을 주었던 인물, 그들 외에 먼저 움직인 세력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가 바로 왕좌를 파괴한 장본인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대체 어떻게 왕좌를 파괴할 수 있는 거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 왕화의 빛은 또 뭐고?”
왕좌가 깨졌음에도 반릉에는 오히려 왕화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
왕좌가 깨졌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걸 망설일 정도로 강력한 왕화의 빛은 실제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었다.
“저, 트리오다나 경. 슬슬 보고하실 시간입니다.”
드워프들의 보물 창고에 있을 때 종사 한 명이 그들에게 다가오다가 흠칫 놀랐다.
카르나와 트리오다나가 예쁜 쓰레기라고 평한 금은보화의 산을 보고 놀란 모양이었다.
이런 판국에도 금에는 사람을 홀리는 마력이 있는지 종사의 눈에 탐욕이 떠오르고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트리오다나가 빤히 보고 있는 와중에도 입술에 침을 바르느라 혀를 날름거린다.
“가져가고 싶나?”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조금 챙겨. 몸만 무거워지겠지만.”
트리오다나는 옆에서 금괴 하나를 집어 들어서 종사에게 던져주었다.
종사가 그 금괴를 받는 순간 몸이 푹 꺼진다. 보기보다 훨씬 무거워서 금괴를 많이 다루어 보지 않은 종사는 예상치 못한 무게에 헉하고 폐 속의 공기를 토해냈다.
“보고하러 가볼까.”
트리오다나와 카르나는 보물고를 열어둔 채로, 닫지도 않고 보고를 위해 이동했다.
홀로 남은 종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트리오다나가 던져준 금괴를 어떻게든 자신의 배낭에 넣어보려고 애를 썼다.
*********
트리오다나와 카르나는 마법의 거울을 사용해 구난기사단의 총본산 세인트 말로리의 요새에 이 상황을 보고했다.
[왕좌가 부서졌다고!?] [오 맙소사!]셀레스철 파이어의 보고를 받은 구난기사단 고위 성직자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반릉 왕국을 수복했지만, 왕좌가 부서졌다니?!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우리들의 책임을 물을 걸세.]휘브리스의 백성들은 다들 야에가스 신족에게 공경의 마음을 지니고 있으니 야에가스 신왕들의 신물인 왕좌가 부서졌다는 건 감히 상상도 못 할 불경.
구난기사단이 왕좌를 파괴했다고 하면 지금 구난기사단 신앙을 가지고 있는 신도들도 즉시 배교자로 돌아설 것이다.
물론 구난기사단이 부순 것은 아니지만 구난기사단이 반릉을 장악했더니 부숴져 있더라. 그렇게는 말할 수 없다.
[누가 부순 건가?! 어떻게 부쉈지?] [반릉에 왕화의 빛이 나타났다고 했는데 어찌 된 건가?] [그게….]트리오다나는 말을 아꼈다.
[확증은 없습니다만 심증으로는 아자딘 백작인 것 같습니다.] [심증으로는? 무슨 뜻인가?] [이 근방에서 아자딘 백작을 만났습니다. 그는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 뱀파이어에 의해서 납치당한 아케나르 주교를 찾기 위해 이탈했습니다만, 그 후에 갑자기 왕화의 빛이 발동했고 저희가 당도했을 때는 이미 반릉의 뱀파이어들이 불타버리고 부서진 왕좌만이 남았습니다.]트리오다나가 상황을 정리하자 과연 모두가 다 아자딘이 왕좌를 부순 게 아닌가 하는 심증을 느끼게 되었다.
[문제는 왕화의 빛이 발현되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왕좌가 부서진 지금도 이곳은 눈이 그치고 기온이 오르고 있습니다.]핌불베르트로 세계 전체가 급격히 차가워지는 지금 반릉 왕국 일대에 온후한 기운이 감돌며 네더의 권속들이 추방당하고 있다.
왕좌가 부서졌지만, 오히려 왕화의 빛은 반릉 왕국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 말인즉, 아자딘 백작이, 그 영혼 없는 불경자 놈이 왕좌에 무슨 수작을 부려서 왕화의 빛이 발동했다?] [네. 그래서 저희도 이 해석을 믿어야 할지 의문입니다. 다른 조사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으음….]구난기사단에서는 이 상황을 난처해했다.
아자딘이 왕좌를 부쉈다.
그렇게 공표한다 해도 아자딘이 구난기사단의 일원인 상태였으니 이는 고스란히 구난기사단의 책임이 된다.
[지금 분명히 왕화의 빛이 반릉을 감돌고 있는데 이건 어찌 된 건가?] [그건 잘….] [자네의 아버님께서는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지혜 교단의 성직자가 노골적인 질문을 던졌다.
북제 코헨 라이오네어는 뭔가 알고 있지 않느냐? 그런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은 곧 그들이 코헨 라이오네어에게 들은 말이 없으며 그만큼 코헨 라이오네어는 이들과 정보를 나눌 생각이 없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아버님이 말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입을 열 수 있을 리 없잖아. 게다가 오늘 바로 벌어진 일을 무슨….’
트리오다나는 자신에게 떠보는 말을 하는 성직자의 어수룩함을 내심 비웃으며 표정을 관리했다.
‘마법 거울은 표정이 보여서 문제라니까.’
트리오다나는 성직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수해 올렸다.
[우선 아자딘 경을 호출하심이 어떻습니까? 그는 에란트리 퀘스트를 받았으니 그에 대해 보고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때 물어보심이….] [으음. 그렇군.] [만약 그가 왕좌를 부쉈다고 해도 그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밝혀서는 안 되네. 결정권의 칼자루는 우리가 쥐고 있어야지.] [그러나 일단은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군. 이거 참, 난감하군.]성직자들도 난처해했다.
[혹시 지금이라도 추격해서 그를 찾을 수는 없나? 트리오다나 경?] [수색은 하고 있습니다만, 만약 그를 만나면 어찌해야 합니까? 애석하게도 셀레스철 파이어의 상당수가 그를 숭상하고 있습니다.] [숭상한다고?] [네. 용모가 아름답고 달성한 위업도 많고. 이제는 에란트리 퀘스트 마저 수행 중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가 에란트리 퀘스트를 실패한다면….] [실패한다면 파문하시겠습니까? 안 좋은 전례를 남길 텐데요. 지금까지 에란트리 퀘스트를 제대로 수행하고 나이트 에란트 신세를 벗어난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지나치게 편파적이지 않습니까?] [그까짓 영혼 없는 불경자 놈! 기사단에 받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차별 좀 하면 어때서!? 녀석들은 야에가스 신족들의 피로 손을 더럽힌 불길한 것들이다!]왕의 교회도 아니라 구난기사단의 성직자가 대놓고 차별 발언을 퍼부었다.
트리오다나가 쓴웃음을 지었다.
[말했다시피 셀레스철 파이어의 단원들 상당수는 그를 흠모하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그들은 진실로 천사의 피를 이어받은 존재들이니까요. 고위사제님처럼 그런 세속적인 지혜를 갖추지 못한 어린 친구들입니다. 틀림없이 그를 위해 탄원하는 이들이 나타날 겁니다. 그리되면 화제가 될 수밖에 없고, 아무리 상대가 전령일족 출신이라고 해도 이렇게 노골적인 차별을 굳이 기록으로 남겨서 구난기사단의 기록에 오점을 남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곤란하군. 그가 옥좌를 파괴한 장본인임을 자백하면 좋게 될 텐데.] [일단 그가 에란트리 퀘스트에 대해서 보고하도록 재촉이나 합세.]결국 성직자 회의는 아자딘과 접촉해 보고 추이를 봐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보수적인 성직자들이니 어쩔 수 없는 결론이었다.
*********
그리고 1주일 후. 아자딘의 편지가 세인트 말로리에 당도했다.
아자딘에겐 마법의 거울 같은 편리한 것이 없다. 아니, 마법의 거울은 차드라 고원, 파이어글리프에도 설치되어 있었지만, 그 거울의 관리인은 어디까지나 파이어 글리프의 챕터 마스터인 칼린츠 왕자. 아자딘은 고풍스러운 편지와 전령을 사용해서 시간을 벌었다.
왜냐면 편지의 내용은 종이 위에 써진 글씨가 가질 수 있는 파괴력, 그 한계를 시험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반릉의 왕좌에 앉을 때 야에가스의 신령들을 만나 새로운 약속을 나누었습니다. 기존 왕의 교회의 가르침이 낡아 세상을 올바로 인도하지 못하니 새로운 약속, 새로운 맹세로 구난기사단과 왕의 교회가 함께 수양하며 스스로 구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나가려 하니 앞으로도 많은 지도 편달바랍니다.’
아자딘은 편지에 아케나르 주교의 가면을 동봉하는 것과 동시에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자딘이 왕좌를 부순 게 아닌가 의심하던 구난기사단은 그 의문의 해답을 찾아냈지만….
이미 늦었다.
“크아아악! 이 미친놈이! 넌 파문이다! 파문!”
세흐나트 주교를 대리해 세인트 말로리 남부 교구 주교를 맡은 이는 역시 북제 코헨 라이오네어의 입김이 닿은 인물인 프라웨시 라는 야에가스 신족이었다.
그는 거울회의에서 아자딘에게 대놓고 차별 발언을 했던 인물로 북제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구난기사단의 신앙인이라기보다는 왕의 교회의 가르침을 맹렬히 따르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아자딘이 옥좌를 부순 장본인임을 실토하는 것은 물론, 기존 왕의 교회가 틀렸다고 신약이라는 이단의 가르침을 들고나왔으니 격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비 교단 놈들은 대체 왜 이놈을 이 상황에서도 싸고돌지? 즉시 회의를 열어서 이놈을 파문시켜야….”
프라웨시 주교 대리는 분노하면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크, 큰일입니다! 주교 대리!”
“아니 젠장! 지금보다 더 뭐가 큰일인데? 엉?”
“아자딘 백작이! 그와 그의 군대가 산도카르를 떠나 반릉으로 원정군을 보냈습니다!”
“…뭐?”
더 놀랄 일도 없다고 생각했던 프라웨시는 입을 떡 벌렸다.
“이 미친놈이. 정말 할 셈인가?”
아자딘이 반릉의 왕위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