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59
58. 살라스마의 어둠 6
아자딘이 살려주겠다고 했지만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당연한 반응이다. 웨어 랫을 살려줄 리가 있나. 이대로 풀어줘 봤자 어디 가서 또 인간을 잡아먹고 번식을 계속하며 민폐만 끼칠 뿐이다.
이미 그들의 영혼이 메제리에게 바쳐졌으니 본인이 의지가 어지간히 강하지 않고서는 금수로서의 삶을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도망가라고만 했지 잡지 않겠다고는 안 했거든?”
아자딘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집어 들어 도망치고 있는 커벤을 향해 던졌다.
-퍼억!
아자딘이 던진 검이 회전하며 날아가 커벤의 종아리를 베어 버렸다.
“크악!”
살점이 뭉텅이로 베이고 엄청난 양의 피가 콸콸 쏟아졌다. 커벤이 자신의 피에 미끄러지며 쓰러졌다.
“이, 이 자식! 살려주겠다면서!”
“도망가라고 했지 살려주겠다는 말은 아니었는데?”
“도망가라고 하고 뒤에서 공격하다니, 전령으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라! 역시 네놈은 저주받았어!”
“그거 미안하게 됐군. 하지만 거짓말은 안 했잖아?”
아자딘은 그에게 다가가며 바닥에 떨어진 검을 집어 들었다.
“아, 지금 거짓말을 하나 했는데… 사실 전혀 미안하지 않아.”
그는 커벤의 목에 칼을 찔러넣어 그의 숨통을 끊었다.
*********
본래 아자딘은 적들을 불러내어 각개격파하려고 했다. 하지만 웨어 랫 사이에 변절한 전령일족, 커벤이 있어서 일이 꼬였다. 이미 적을 들쑤셔 놨는데 이제 와서 손을 뺄 수도 없다.
아자딘이 미디암이나 이스마일 등을 부르기 위해 매복 지역으로 돌아가면 그사이에 웨어 랫들이 도망칠 수도 있다. 아직 이 안쪽 지하창고 안에 많은 수의 인기척이 남아 있다. 이들을 전부 제압하지 않으면 메제리의 사도들이 또 눈덩이처럼 불어나리라.
“어쩔 수 없군. 황제의 목소리가 있었으면… 불러 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아자딘이 전령에서 파직되어 황제의 목소리와 연락할 수 없게 되었으니…. 상대를 각개격파하려다 오히려 이쪽이 쓸데없이 병력 분산을 겪게 되었다.
아자딘은 술 저장고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 안은 그야말로 끔찍한 도축장이었다. 인간들을 분해해 도축해 먹어치우고 어떤 이들은 ‘메제리의 축복’, 즉 웨어 랫으로 바꾸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거대한 수술실에서 수술용 메스와 톱을 들고 있는 웨어 랫들이 수술대에 묶인 사람을 난자하다가 입구에 들어선 아자딘을 발견했다.
“다들 괜찮습니까?”
아자딘이 그리 외치자 웨어 랫들이 그의 정체를 눈치챘다.
“침입자구나!”
희생양이라면 그저 비명만을 내뱉을 뿐, 절대로 아자딘처럼 침착하게 사람들의 상태를 물어보지 않는다.
“죽인다!”
수술용 뼈 톱을 든 웨어 랫이 아자딘에게 달려들었다.
“그 실력으로?”
아자딘은 몸을 숙이며 땅을 손에 짚고 발차기를 날렸다.
-투콱!
단 일격에 웨어 랫의 몸이 붕 떠서 뒤로 날아가 수술대에 충돌했다.
“이 자식!”
또 다른 웨어 랫이 양손에 수술용 메스를 들고 아자딘에게 달려들었다.
-투확!
아자딘은 보지도 않고 검을 휘둘러 상대의 턱을 아래에서 위로 쪼개 버렸다. 하지만….
-빠각!
아자딘 손에서 칼이 부서졌다.
‘젠장. 너무 긴 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휘둘렀더니만.’
주위에 널려 있는 수술대에 칼끝이 걸리면서 부서져 버린 것이다.
“찬스다!”
그걸 본 웨어 랫이 뛰어들었지만 아자딘은 손에 할버드 머리를 들고 웨어 랫의 공격을 받아쳤다.
-으적!
웨어 랫의 팔뚝이 팔꿈치 아래로 사라져 버렸다. 아자딘이 할버드 머리를 쥐고 스트레이트를 날렸는데 거기에 걸리면서 절단된 것이다. 그대로 웨어 랫의 머리를 처박았는데 길고 흉측하게 돋아 있던 웨어 랫의 이빨이 오히려 상대에게 화근이 되었다.
아자딘의 공격에 웨어 랫의 이빨이 부러지며 안으로 말려 들어가 입천장을 뚫고 뇌수까지 관통한 것이다. 흉측한 몰골로 부서진 웨어 랫이 쓰러진다.
“큭!”
수술대들 때문에 아자딘이 검을 쓸 수 없게 되어 버리긴 했지만 역으로 웨어 랫들도 아자딘을 포위 공격하기 힘들다.
“젠장, 위에 놈들이 시끄럽길래 또 자기들끼리 노나 했는데 침입자였다니.”
“뛰, 뛰어올라서 포위하자.”
“그걸 누가 해?”
“너부터?”
웨어 랫 하나가 급한 대로 수술대를 뛰어넘어 공격하려 했지만 아자딘은 수술대에 오른 웨어 랫에게 시원한 돌려차기를 날렸다.
웨어 랫이 다리를 맞고 수술대 위로 나자빠지자마자 아자딘의 할버드 머리가 수직으로 떨어졌다. 마치 차력사가 벽돌을 격파하듯 손날로, 정확히는 할버드 머리를 쥔 채로 웨어 랫의 목을 내리쳐 깔끔하게 참수해 버렸다.
“키익?!”
“크으….”
웨어 랫들은 그제야 아자딘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 자신들이 사냥하는 입장이 아니라 사냥당하는 입장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
수술실에 있던 웨어 랫들을 전부 정리해 버리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아자딘은 벽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체력을 너무 많이 썼다.
아자딘도 완전 무적은 아니다. 화조풍월 카자스 해서는 무예의 힘으로 마법을 흉내 내는 것. 조각조각 찢어진 불완전한 마도서의 날뛰는 마력과 단련된 근육의 힘으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그 대가는 엄청난 체력 소모다.
적들 앞에서 태연한 척하면서 버텼지만 적들이 다 몰살당한 지금은 굳이 허세를 떨 필요가 없다. 아자딘은 숨을 헐떡이며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사, 살려주세요!”
“히익!”
아자딘이 헐떡이는 동안 수술대에 묶여 바둥거리는 난민들이 구원을 요청한다.
“아, 네. 알겠습니다.”
아자딘은 그 수술대의 밧줄을 끊어 그들을 풀어주고 방금까지 웨어 랫들이 쓰던 뼈톱과 절개용 메스를 찾아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일단 이거로 몸을 지키세요. 혹시 붉은 새틴 드레스의 귀족 여성을 못 봤습니까?”
“여, 여성 말이오?”
“잘은 모르겠지만 여성들이라면 더 안쪽에 있습니다만….”
구조받은 사람들은 말꼬리를 흐렸다. 아마도 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흠. 잠시!”
아자딘은 수술대의 목재를 비틀어 뜯어내 각목들을 뽑아냈다.
“여기에 메스나 톱을 밧줄로 연결해서 장병으로 만들어 쓰세요. 짧은 무기로 웨어 랫을 상대하긴 힘들 겁니다. 이 근처의 놈들은 죽였지만 또 어디서 나올지 모르니까.”
“아 네….”
“이쪽에 대기하고 있으세요! 전 안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조, 조심하십시오. 안에는 더 끔찍한 괴물들이 있어요!”
“그, 그런데 실례지만 당신은 누굽니까?”
“황제의 전령입니다.”
“헉?!”
“저, 전령?”
방금까지 도움받았던 이들은 아자딘이 전령일족이라는 걸 알자 당황했다. 영혼 없는 불경자, 손에 신의 피를 묻힌 신왕살해자는 제아무리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더라도 불길한 징조로 여겨지는 것이다.
“괜찮습니다. 당신들에게 해코지하려는 게 아니니까.”
아자딘은 그들의 냉담한 반응을 무시하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지하실 더 안쪽에는 고기 저장고와 함께 거대한 쥐들이 있었다. 송아지만 한 크기의 쥐들 등 위에는 안장이 있고 기형적인 웨어 랫들이 그것들을 타고 있었다. 메제리의 축복을 받아 태아 때부터 변형되어 태어난 권속들이다.
“키익!”
“죽인다.”
벽에는 이 권속들을 출산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아자딘은 그 끔찍한 모습을 보며 성호를 그었다.
“삼위의 대천사여… 가여운 영혼들을 인도하소서.”
영혼 없는 불경자로 불리는 그가 이들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메제리의 권속이 거대 쥐를 타고 아자딘에게 돌진해 온다.
송아지만 한 크기의 쥐, 그 위에서 권속은 커다란 정육점용 갈고리를 들고 아자딘을 노려보다가 도약했다. 체구가 작아서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도약력이 나온다.
그러나….
-쉬익!
아자딘이 뭔가를 투척했다. 수술실에서 가져온 메스다. 공중에서 덤벼드는 권속의 눈과 얼굴을 메스가 관통하자 아자딘은 할버드 머리를 잡고 앞으로 달리며 화조풍월 카자스 해서를 펼쳤다.
-어스름!
아자딘의 몸이 권속들과 쥐들의 돌격 사이를 빠져나갔다.
-가을바람!
강력한 횡축. 아자딘은 손으로 땅을 짚으며 전신을 던지듯 휘두르며 발차기를 날려 작은 권속들과 쥐들을 강타하고는 휘두르는 발을 거두며 회전 각을 줄이고 회전속도를 올렸다.
아자딘의 공격반경에 있던 권속들이 튕겨 나가 벽에 충돌했다. 아자딘이 펼친 가을바람에 말 그대로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진 것이다.
“끼…에엑!”
권속들은 놀라운 생명력으로 다시 일어났지만 그 순간 푸슉 하고 피가 튀었다. 그들에게 투척했던 메스가 조금 전 가을바람에 튕겨 나가면서 놈들이 나뒹굴었을 때 깊이 찔려버린 것이다.
“크웩!”
권속들이 쓰러진다. 쥐들이 아자딘에게 달려들지만 그놈들 역시 몸통에 메스가 박혀 있어서 아자딘이 가벼운 발차기로 그 부분을 걷어차자 상처가 너무 깊어져 버티지 못했다.
아자딘은 그렇게 권속들을 쓰러뜨리고 벽에 묶여 있는 여성들에게 다가갔다.
“괜찮습니까?”
“으윽….”
“아….”
절반 정도는 이미 기력이 다해 죽었고 살아남은 이들 또한 멀쩡한 이들이 별로 없었다. 새틴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없다.
‘어젯밤에 납치되었으니 여기에 있진 않겠지. 세상에. 정말 끔찍하군.’
아자딘은 살아남은 이들의 밧줄을 끊어서 그들이 물러날 수 있게 도와주고 바깥의 사람들을 불렀다. 수술대에 묶여 있던 이들은 아자딘이 권한대로 수술용 메스를 각목에 묶어 창으로 만들다가 그가 부르자 당황했다.
“무, 무슨 일이오 전령?”
“여기 여자들 중 살아 있는 이를 데려가 보호하십시오.”
“다, 당신은 어쩌고요?”
“전 더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사람들은 아자딘이 하는 짓에 당혹감을 느꼈다.
‘전령일족들은 신왕살해자, 영혼 없는 불경자라고 하는데.’
‘쿠르트 신족의 마물들과 이렇게 싸운다고?’
‘사람을 구하고?’
‘우리를 현혹하려는 건가?’
그러나 그들 모두 아자딘이 진심으로 사람들을 걱정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자딘의 행동에는 가식이 없고 오직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일관된 열의만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연기로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연기면 어떤가?
그 덕분에 구원받았는데 말이다.
*********
술 저장고 가장 깊은 곳에는 아직도 거대한 술통들이 있었다. 그 술통들 밑에는 무수한 쥐 떼들이 시체를 갉아먹고 있는데, 술통 위에 밧줄에 묶인 사람들이 있었다.
어두운 저장고였지만 정중앙의 허공에 한 개의 광원이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한 장의 종이였다. 신왕진서 사본이 허공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으음.”
구난기사단의 판금 갑옷을 입고 구난기사단의 서코트를 걸친 기사 한 명이 식은땀을 흘리며 신왕진서 사본을 향해 복잡한 수결을 맺으며 접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