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61
60. 살라스마의 어둠 8
“젠장!”
아자딘은 몸으로 검은 돌풍을 받아냈다.
“하… 기사 나셨군. 레이디를 위해서 몸으로 버티나? 음?”
아자딘은 큰 영향 없이 버텨냈다. 보통 사람이라면 순식간에 쇠약해졌을 텐데 아자딘은 멀쩡해 보인다.
“아, 그렇지. 미안하군. 난 흑색 마력에 저항이 좀 강해서.”
“뭐?!”
“그보다 다들! 지쳤겠지만 잠깐 힘을 내요! 저 녀석을 끝장내겠습니다!”
아자딘은 묶여 있는 이들에게 그리 경고하고 우선 뒤로 몸을 날려 남작 부인이 매달린 밧줄을 붙잡았다.
“이놈!”
성기사가 아자딘을 추격하려 했지만 아자딘은 그네처럼 크게 밧줄을 흔들며 옆으로 튕겼다. 그리고 다음 밧줄로 건너뛴다.
“얍삽한….”
성기사가 추격하기 위해 옆으로 돌아섰지만 이미 아자딘은 다른 밧줄로 건너뛴 뒤였다.
‘너, 너무 빨라! 이놈!’
성기사가 몸을 돌리는 속도보다 아자딘의 이동이 더 빠르다. 게다가 밧줄에 매달린 사람의 뒤로 돌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윽!”
아자딘은 성기사를 중심으로 제물들을 매단 밧줄을 옮겨 타며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 안에 성기사가 갇힌 형국이었다.
“이, 이게?”
성기사가 당황할 때 아자딘은 어느새 그의 뒤로 날아들어 등에 붙었다.
“이 자식!”
성기사가 경악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자딘이 속도를 붙여서 도약한 덕분에 그 속도에 밀려 쥐의 파도가 무너졌다.
“오래 기다리게 했나? 이제 끝이다.”
아자딘은 성기사에게 그리 말하고 그의 몸을 잡은 채 뒤로 몸을 날렸다.
무서운 힘과 속도!
아자딘이 지금까지 밧줄 위를 돌며 가속한 힘이 그대로 성기사에게 실렸다.
-‘청일송 독야청정! 카자스 해서!’
본래 화조풍월의 마도서는 시구로 연결되어 있어서 뛰어난 마도사들은 새와 꽃, 풍광과 달의 구문들의 이미지를 가진 마법을 연결해 더 강력한 마법을 끌어낼 수 있다.
‘청일송 독야청정’은 본래 청일송 마법의 강화판이지만 아자딘이 펼친 것은 어마어마한 운동에너지를 그대로 상대에게 전달하는 호쾌한 수직강하 떨구기였다.
-콰앙!
성기사가 호쾌하게 바닥에 꽂혔다. 아자딘이 성기사를 끌어안고 몸을 날려 한 바퀴 돈 후 그를 머리부터 일직선으로 지상에 꽂아 버린 것이다.
거대한 술통 높이에서 떨어져 수직으로 정수리를 땅에 꽂았으니 이렇게 떨어지면 곰도 오우거도 즉사하리라.
과연 성기사는 척추가 완전히 박살 나 버렸다. 척추가 부러지면서 흉곽이 무너져 내리고 그 뼈들이 고스란히 내장을 찢어발기면서 아주 끔찍한 꼴이 되어 버렸다.
“크억! 나, 나는 아직… 메제리의 사도의 힘을 다… 변신도 못 했는데!”
타락한 성기사는 메제리의 사도로서 아직 숨겨둔 힘이 많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어떤 힘도 부서진 척추와 갈기갈기 찢어진 내장을 보상해 주진 못했다.
성기사는 결국 별다른 수도 쓰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그런 거 있으면 진작 했어야지. 변신할 때까지 기다려 줄까?”
아자딘은 한숨을 내쉬고 일어났다.
“아이고 삭신이야. 힘들어 죽겠네.”
혼자서 너무 많은 적을 상대했다.
“아 젠장. 그러고 보니 쥐 떼들….”
아직도 아자딘 주위엔 쥐들이 많다. 이미 인육 맛을 본 쥐들은 메제리의 사도인 성기사가 죽어도 사나웠다.
쥐 떼가 아자딘을 향해 덤벼든다. 지상에 있어서 피할 수도 없는 상황. 그때 하늘에 떠 있던 신왕진서 사본이 내려오며 강렬한 빛을 발했다.
-찍!
-찌지직!
쥐들의 몸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신왕진서 사본에 가까운 쥐들이 죽고 멀리 있는 쥐들도 눈이 멀어 버리자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쥐가 있었는데 다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뭐지 대체?”
아자딘은 자신 앞에 떠 있는 신왕진서 사본에 손을 내밀었다. 신왕진서 사본이 마치 빨려들듯 아자딘에게 날아와 그 손에 잡혔다.
“날 운반자로 선택한 건가. 뭐가 되었건 고맙군.”
아자딘은 알디스가 준 팔찌에 신왕진서 사본을 수납하고 밧줄에 묶인 사람들을 풀어주었다.
“후. 이걸로 세 장째인가? 지쳤다. 지쳤어.”
아자딘은 노르트 남작 부인을 부축한 채로 왔던 길을 되돌아나갔다.
“아… 저 은인.”
노르트 남작 부인이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타르키의 어머니 되는 여성이지만 나이는 이제 겨우 3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금발의 미녀였다.
“앗, 죄송합니다. 남녀가 유별한데 제가 멋대로 접촉을….”
“아닙니다. 부디 부축해 주십시오. 저도 몸을 가누지 못해서…. 다만 은인께서도 몸이 좋지 않으신 것 같아 염려되옵니다.”
“아니 뭐, 전 괜찮습니다. 요새 잠이 부족한데 그냥 혼자 여기 놈들을 다 쓰러뜨렸더니만….”
“호, 혼자서 말입니까?”
“멍청한 짓이었습니다.”
아자딘이 그렇게 말할 때였다.
“어머님!”
타르키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화가 잔뜩 난 미디암도 함께였다.
“아자딘!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이게 무슨 짓이에요!”
“왜?”
“어째서 혼자 들어간 거죠?! 적들을 각개격파하기로 하지 않았어요? 혼자서 돌입하다니….”
“적 중에 일족이 있었어. 내 얼굴을 알아봤다.”
“네? 일족이 있었다고요?”
“그래. 본의 아니게 나는 일족에서 유명인이라서 말이지. 내가 못 알아보는 녀석들도 나를 알아보니까.”
“하여튼. 무리하지 마세요. 이제 홀몸도 아니면서.”
미디암이 그리 말하며 아자딘을 부축했다.
“호, 홀몸이 아니라니요. 설마…?”
노르트 남작 부인은 아자딘과 미디암을 보며 당황했다.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아 그게 말이지요. 으, 해명하기 너무 이상한 상황인데?”
아자딘은 쓸데없는 농담으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 미디암을 원망했다.
“아니 뭐, 그보다 여기 잡혀 온 다른 사람들은?”
아자딘은 웨어 랫 소굴에 잡혀 왔던 다른 사람들을 걱정했다.
“일단 괜찮습니다. 죽은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산 사람들은 알아서 다 도망갔습니다.”
“도망?”
“뭐 그럴 리는 없겠지만 왕의 교회가 조사를 나오면 관련자 전원을 심문할 테니까요. 웨어 랫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왕의 교회의 성기사나 이단심문관들은 100명의 무고한 시민을 처형하더라도 단 하나의 사교도도 용납할 수 없다는 쪽이었다.
즉, 의심만 있으면 처형한다. 처형을 남발하면 할수록 처형당한 이들의 재산을 쉽게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질들은 웨어 랫들에게 잡혀 몸이 상했으면서도 왕의 교회가 이 사건을 처리하기 전에 다 도망간 것이다.
“하지만 안에 다친 사람들이 많이 있어. 그들을 구하려면.”
“구난기사단에게 뒤처리를 맡기도록 하죠. 원래 그들 책임이니까.”
“그래, 그게 낫겠군.”
아자딘은 미디암의 의견에 동의하고 숨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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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로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걸어서 떠나갔지만 아직도 이 웨어 랫 소굴에는 많은 사람이 남아 있다.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몸을 손상한 사람들은 함부로 옮길 수도 없어서 아자딘 일행은 구난기사단에 구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아자딘은 바로 조금 전 비스킷 한 덩이로 포섭했던 종말론자를 찾아서 그에게 구난기사단에 연락해 달라고 요청하고 사태가 수습되는 걸 지켜본 후에야 노르트 남작 부인의 저택으로 철수했다.
“저희 집에 손님을 모시게 되어서 영광이군요.”
노르트 남작 부인은 아자딘 일행을 자신의 저택으로 안내했다.
“아 저기….”
노르트 남작 부인 저택에 들어서자 아자딘은 황제의 금화를 떠올렸다.
‘금화를 달라고 하긴 해야겠는데 남들은 뭐 받는 거 없이 멋지게 풀어줘 놓고 그녀에게만 대가를 요구하자니 좀 그렇네.’
아자딘이 그렇게 난처해할 때였다.
“저희가 구해 줄 때 당신 아들이 당신의 목숨을 대가로 황제의 금화를 약속했는데요.”
미디암이 대뜸 황제의 금화를 달라고 요구했다. 아자딘은 미디암의 그런 거침없음에 감탄했다.
‘이런 점에선 편하단 말야. 아니 내가 너무 숫기가 없는 건가?’
아자딘이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다 문득 노르트 남작 부인과 눈이 마주쳤다.
“은인의 성함이… 아자딘이라고 하셨지요?”
“네.”
“옛 이름으론 아사흐딘이군요. 무안의 사룡. 옛 아누키아의 신화 아닙니까? 아사흐딘과 아라엘.”
“아, 아십니까?”
“야, 약간은요. 마법을 배우겠다고 하면서 좀 배웠습니다. 부끄럽군요.”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다시 다소곳하게 자세를 바로 했다.
그녀도 묶여 있느라 지쳤을 텐데 참으로 몸가짐이 아름답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되는 미녀여서 타르키의 모친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외모를 보면 장성한 자식이 있는 여자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동안이다.
“그런데 그 황제의 금화는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저희 집안에 가보로 물려져오던 것입니다. ”
“그렇습니까? 그럼 그 용병단은 어떻게 고용하셨습니까?”
이 노르트 남작 부인은 거미 여왕 아트라의 마법 물품들을 가지고 있었다. 거미 여왕 아트라는 이성을 유혹하고 경쟁자를 주살하는 궁정 암투에 특화된 능력을 여성 추종자들에게 부여한다.
그래서 여성 귀족들 사이에서 거미 여왕을 섬기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고 책에서 보았다. 그 용병단 역시 거미 여왕 아트라의 권속들이었다. 단순히 길 가는 용병들 아무나 고용해서 그렇게 되진 않았으리라.
“그들은 제가 원하는 마법 물품들을 구해 주는 모험가들이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었나요?”
“네. 그들은 말이죠.”
아자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었다.
“어머! 그런 일이 있었군요. 괜찮았니 타르키?”
“아, 네. 다행히 어머님께서 주신 금화 덕분에… 이들이 절 살려주었습니다.”
“다행이구나. 이거 참, 은인분께 제 목숨만이 아니라 자식의 목숨까지 구원받았군요. 그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노르트 남작 부인은 그렇게 말하며 웃는데 화사한 미모가 돋보인다.
‘이상한데?’
아자딘은 그런 그녀에게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정말 몰라서 아트라 권속으로 타락한 놈들을 고용했단 말인가? 하지만 아들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한 용병들을 굳이 쿠르트 신족 사교도로 채워 넣을 리는 없겠지. 모순되는데?’
여러모로 수상하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아름답고 고혹적인 기품은, 거미 여왕 아트라의 선물인가?
하지만 그녀 자신이 아트라의 권속처럼 마물인 것 같지는 않다. 마물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웨어 랫들에게 잡혀가진 않았겠지.
아자딘의 생각이 복잡해지자 미디암이 나섰다.
“황제의 금화 다섯 닢이면 될 것 같군요.”
아자딘으로서는 자신과 남작 부인의 말에 끼어드는 미디암의 무례함을 탓해야 했지만… 사실 황제의 금화는 아자딘도 탐이 났다.
“미디암, 이건 내가 할 일이다. 나서지 마라.”
“하지만 아자딘도 피곤해 보이는걸요. 남작 부인도 피곤해 보이니 얼른 줄 거 받을 거 정산하고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미디암이 그리 말하자 노르트 남작 부인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