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69
68. 잠입 1
하지만 아자딘 일행은 이미 사라져 있으니 허탕을 칠 수밖에 없었다.
“노르트 남작 부인, 실례가 많았습니다. 백작님 명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무례를 범했습니다.”
병사들을 이끌고 온 기사가 노르트 백작 부인에게 사죄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기왕이면 제가 사교도들에게 납치되었을 때 와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요.”
노르트 남작 부인은 자신의 저택을 수색하는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그렇게 말하며 분을 삭이는 수밖에 없었다.
“남작 부인, 혹시 이곳에 수상한 사람을 들이지 않았습니까?”
“수상한 사람이라면?”
“당신을 구출하고 메제리의 사도들을 격퇴한 사람 말입니다.”
“흠. 쿠르트 신족 사교도를 격퇴한 사람을 수상한 사람이라고 부르는군요. 고마운 사람이라든가 영웅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바퀴벌레가 바퀴벌레를 뜯어먹었다고 영웅적인 바퀴벌레가 되는 것은 아니지요.”
기사가 그렇게 말할 때였다.
“어!?”
“크, 큰일 났습니다!”
“뭐? 무슨 일이냐?”
“성에 불길이!”
“뭣?!”
깜짝 놀란 그들이 정원으로 나와서 보니 과연, 백작 성 곳곳에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
아자딘은 노르트 남작 부인을 구하기 위해 남작 부인의 저택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가 그쪽으로 가면 일은 오히려 데릭이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 그래서 그는 오히려 백작 성 쪽으로 향했다.
“잠입하실 건가요?”
“그래.”
아자딘은 성을 보아뒀던 걸 활용해서 우선 주위를 감시하는 병사들의 초소에 잠입했다. 병사 둘을 가뿐히 기절시키고 성벽에 올랐다. 초병들을 기절시키지 않았다면 성벽을 기어오르는 동안 그들에게 발각되었으리라.
“좋아. 그럼 어디 집중을 해볼까?”
아자딘은 매의 가면을 쓴 채로 심호흡을 했다. 시력을 집중시켜 이 성안에 감돌고 있는 흑색 마력의 흐름을 찾고자 한 것이었다.
“…저기로군. 백작 부인에게 받은 정보와 일치해.”
아자딘은 온실이 설치된 후원을 가리켰다. 백작이 후원 별관에서 이상한 마녀를 애인으로 삼아 함께 지내고 있으며 다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소식은 사실인 듯하다.
“설마 오늘 바로 접근하시게요? 아직 선금도 못 받았잖아요?”
미디암은 아자딘이 백작 부인과 협상하던 걸 떠올렸다.
“뭐 돈을 받을 수 있으면 좋지만 우리의 임무는 돈이 목적이 아니잖아?”
“노르트 남작 부인을 구하기 위해 애쓰시는 거군요?”
“그것도 있고. 뭐 상황에 따라서 항상 임기응변을 할 필요가 있으니까. 미디암! 이스마일!”
“예!”
“예.”
“불화살을. 장미를 쓸 줄 알지?”
아자딘도 먼 거리에서 화살로 불을 붙일 수 있지만 그건 아자딘 스스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기예였다. 반면 제대로 마법을 쓸 줄 아는 미디암과 이스마일에게 불화살로 착화시키는 건 매우 쉬운 일이었다.
“물론이죠.”
“그럼 저기와 저기, 불을 붙여다오.”
아자딘은 창고와 마구간, 그리고 병기고 지붕을 가리켰다. 이스마일과 미디암이 장미의 화살을 날리자 하늘을 날다 급강하해 떨어지면서 화살 스스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불씨가 마치 꽃잎처럼 흐드러지듯 떨어지며 화살이 지붕에 명중하고 불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건조해서 그런지 불이 순식간에 커지기 시작하고 곧 성내에 소란이 일어났다.
“멋지군. 화조풍월 장미인가.”
아자딘은 자신이 쓰지 못하는 마법을 보며 감탄했다.
“좋아. 너희들은 주위에 숨어서 대기해라. 내가 잠입하지. 아 그리고….”
“네?”
“저쪽 벽에 화살을 박아 주렴.”
“그, 그러지요.”
미디암과 이스마일은 아자딘이 시키는 대로 후원 건물 벽을 향해 화살을 날려 벽에 박았다. 일부는 박히고 일부는 떨어져 주위에 굴렀다.
“그럼 가볼까? 너희는 안전을 위해 철수해도 좋다. 숨어 있을 자신이 있으면 숨어서 대기하고.”
아자딘은 불을 끄기 위해 다들 정신없는 틈을 타서 성으로 잠입을 시작했다.
*********
병사와 하인들은 불을 끄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지붕이 불타며 불씨가 밑으로 떨어질 때는 불을 끄기보다 귀중품들을 빼내서 타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했다.
다들 협심해서 물건을 나르고 화재를 진압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잠입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아자딘은 횃불과 화재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들 사이를 이동해 가볍게 후원으로 접근했다.
후원의 정원 사이에 위치한 저택은 백작이 일상생활을 위해 마련한 곳이다. 정원에 커다란 도기가 깔려 있고 그 위에 각종 정원수가 자라고 있었다.
“…….”
아자딘은 접근하다 멈춰 섰다. 난초의 향내 사이로 진한 피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꽃과 허브들의 냄새로도 감추지 못할 피 냄새. 그 속에서 도마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마뱀들은 본래 백작의 경비견들이었을 개들의 사체를 뜯어먹고 있다가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몸길이만 해도 2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악어 같은 짐승이었다.
-쉭!
아자딘은 도마뱀들을 보자마자 화살들을 날렸다.
“치익?!”
“키엑!”
아자딘이 발사한 화살이 도마뱀들의 머리를 관통했다. 하지만 도마뱀들에게 연결된 마법이 발동되었다.
‘들켰군.’
아자딘은 경계 마법이 발동하는 걸 보며 혀를 찼다. 이 후원에 존재하는 술자는 경비견 대신 도마뱀들을 깔아두고 대신 술법을 걸었다.
아자딘은 재빠르게 지면을 박차고 달려 정원수를 발로 밟고 2층 창문으로 침입했다.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투명한 막 같은 거부감이 아자딘의 피부를 찔렀다.
“윽.”
보통 사람은 침입하는 순간 기절했으리라. 그러나 아자딘은 마력에 워낙 강한 저항을 가지고 있어서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강력한 술자로군. 이런 마법을 저택 전체에 펼치고 있다니. 하지만….’
아자딘은 아라엘의 편지를 떠올렸다. 그 편지에 비하면 이 저택을 둘러싼 마법은 아무것도 아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아라엘은? 세계라도 정복할 건가?’
아자딘은 그런 잡생각을 하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적진에 침투하는 중에 잡생각이라니.
아자딘은 잽싸게 2층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1층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들은 도마뱀을 쏴죽인 아자딘을 요격하기 위해서인지 후원으로 튀어 나갔는데… 끔찍한 냄새가 진동하는 병사들이었다.
‘미이라로군.’
내장을 파내고 특수한 약물로 처리한 미이라 병사들이 바디쉬를 휘두르며 후원을 뒤지고 있었다. 아자딘은 창문으로 그들을 확인하고 건물 안쪽으로 향했다. 피 냄새가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아래로 갈수록 진해지는군.’
피 냄새가 진한 쪽으로 들어가니 지하가 나왔는데 두꺼운 문이 닫혀 있었다.
‘열고 들어가는 순간 들키겠군.’
문틈으로 살펴보니 안쪽은 거대한 수술실로 되어 있고 얼굴 가리개를 덮어쓴 술자들이 구부러진 칼로 시체를 가르고 내장을 파내어 미이라를 만들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야에가스 신족의 후예이면서 이런 짓을 하고 있다고?’
아자딘은 안에서 벌어지는 미이라 수술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빠르게 처리해야지.’
아자딘은 화살을 준비했다. 슬슬 전통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텅!
문을 박차고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아자딘은 속사로 화살들을 날렸다.
-쉬쉭!
두 발의 화살이 제일 멀리 있던 술자의 머리를 관통해 버린다. 깜짝 놀란 다른 술자 둘이 갈고리 칼을 들고 돌아섰지만 활을 한 손에 쥔 채로 돌진한 아자딘이 다른 한 손으로 허리춤의 검을 뽑아 술자의 목을 벴다.
목뼈가 잘리며 뒷부분의 가죽과 살덩이만이 머리를 지탱한다. 단 일격에 술자의 목을 참수한 아자딘은 그대로 몸을 돌려 다른 술자의 가슴을 찔렀다.
-푸슉!
칼날이 몸통을 관통하고 등 뒤로 튀어나온다. 이날을 위해 특별히 아자딘이 가진 칼 중에서 상당한 보검을 가져와서 그런지 목뼈를 자르고 심장을 꿰뚫어도 칼날이 멀쩡했다.
아자딘은 술자의 시체를 발로 걷어차며 칼날을 뽑고 휙휙 휘둘러 피를 떨궈 낸 후 칼집에 꽂아 넣었다. 그런데….
“크르르르르.”
“키키키킥.”
분명히 쓰러뜨렸던 술자들이 천천히 일어난다. 머리에 화살이 박히고 목 절반을 잘려도, 심장을 관통해도 일어난다.
“씁!”
아자딘은 활을 몸에 걸고 바닥에 떨어진 갈고리 칼을 집어 역시 가장 먼 술자에게 던졌다.
-텁!
술자의 몸이 찢어지며 그 안에서 비늘로 뒤덮인 손이 나타나 아자딘이 던진 칼을 잡아냈다.
“제법이구나, 인….”
그러나 술자는 그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아자딘이 양손으로 칼을 잡고 아래에서 위로 그어 술자의 머리를 세로로 쪼개 버렸기 때문이다.
“억?!”
-퍽!
다른 술자들의 가슴에도 그들의 갈고리 칼이 박혔다.
“자, 잠깐!”
인간 모습으로 있던 술자들이 미처 변신을 마치기도 전에 아자딘은 그대로 뛰어들어 그들의 팔을 잘라 버리고 베어 버렸다.
-우드득!
“너희에게도 내세가 있다면 그곳에서는 느긋하게 변신하는 버릇을 고치도록.”
아자딘은 술자들을 베어 버리고 수술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
들어갈수록 진해지던 피 냄새는 이제 지금 코로 들어가는 게 공기인지 피인지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들어섰다.
수술대보다 더 깊은 곳에는 수술 과정에서 흘러나온 피가 모여드는 대욕장 같은 것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상하게도 굳지 않는 핏물들이 무릎 높이로 차 있는 거대한 욕장. 그 피의 목욕탕에는 눈이 기묘한 노란색으로 빛나는 인간 남성과 여성 둘이 뒤엉켜 있었다.
아자딘이 바깥의 술자를 제거하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을 텐데도 그들은 피의 욕조 속에서 뱀처럼 꿈틀거렸다.
-쐐액!
아자딘은 단번에 남자를 제거하기 위해 이선궁으로 두 발의 화살을 날렸다. 아자딘이 들고 있던 남은 화살 전부였다. 그러나 화살은 남자의 근처에서 무형의 힘의 장벽에 걸리더니만….
-펑!
폭발하듯 쪼개졌다.
‘쳇. 역시 대놓고 도발하더니만. 화살 대책은 세워져 있었나. 무색 마법이라서 내 시력으로도 잘 안 보이는군. 흑강전 같은 걸 가져왔어야 했는데.’
아자딘은 회심의 이선궁이 무위로 돌아가자 혀를 찼다.
“캬아!”
“샤아!”
여인들이 흠칫 놀라서 입을 벌리자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난다. 마치 독사가 입을 벌리고 위협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백작은 그 여인들을 안은 채 화살이 날아온 방향, 즉 아자딘에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들의 몸을 탐했다.
“실례.”
그 꼴이 보기 역겨워서 아자딘은 자신이 들어온 문을 두들겨 노크했다.
“혹시 카젤 백작이신지?”
“무례한 놈이군, 전령일족. 그래 내가 카젤 백작이다.”
피의 욕조에 드러누워 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볼품없는 거 드러내지 말고 계속 누워계시지요?”
아자딘이 카젤에게 빈정거렸다.
“볼품없다고? 네놈은 어떻길래?”
“당신 마누라가 내게 청혼할 정도는 되지.”
무례한 도발처럼 들리지만 묘하게도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