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73
72. 뱀의 신전 3
이번에도 백작이 나서서 몸으로 나가를 막아선다.
화살이 폭발하는 순간 또 하나의 화살이 바로 똑같은 곳으로 날아든다. 첫 번째 화살 뒤로 거의 꼬리를 물며 똑같이 날아오는 화살이다. 백작의 마력이 화살을 터뜨리는 순간을 노리고 날아든 것이다.
‘좋은 시도다! 그러나!’
백작의 마력이 결집되며 두 번째 화살도 터진다.
“하하! 아!?”
백작이 웃음을 터뜨렸지만 세 번째 화살이 또 똑같은 위치로 날아왔다. 마력의 장벽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에 들어온 화살은 그대로 백작의 입을 명중시켰다.
“좋아!”
아자딘이 환호했지만 백작은 뒤로 몸을 굴리더니 일어났다.
“하하하. 놀랍군. 정말 대단한데, 전령일족. 놀라운 실력이다!”
백작의 입이 찢어졌지만 곧 그의 입안에서 뱀의 혀가 나타났다.
-우드드득!
그의 몸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아프군! 아파! 인간이라면 죽었겠는걸!”
“…….”
백작이 새하얀 비늘의 나가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반면 아자딘은 골치 아파졌다.
‘젠장. 다른 나가나 노릴걸.’
백작이 막아섰을 때 과연 3연사도 다 막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져서 쏴 버린 것이었다. 결국 화살통은 다 비어 버렸는데 백작은 치명상을 피하고 변신하고 있었다. 다른 나가들보다 훨씬 거대한 크기에 네 개의 팔을 가진 괴물이었다.
일어선 상체만 해도 오우거만 한 크기에 입에는 아자딘이 남긴 상처가 있다. 하지만 인간에겐 치명상일지 몰라도 그에게는 그저 깊은 상처에 지나지 않았다.
“내게 상처를 입히다니. 기뻐해도 좋다, 전령!”
백작은 그리 말하고 벽에 세워둔 검을 집어 들었다.
인간이 쓸 수 있는 한계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 거대한 양손 대검을 한 손으로 집어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청동으로 만든 횃대를 든 그는 그것을 창처럼 아자딘에게 찔렀다.
거대한 신상이 있어 보통 사람은 공격할 수 없는 높이지만 거대한 나가로 변한 백작의 공격은 닿는다. 아자딘은 공중제비를 넘어 백작의 공격을 피해내고 공중에서 활줄을 풀어 활을 허리에 끼우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오호 놀랍군!”
백작은 아자딘의 재주에 흥분했다.
‘큰일이군. 화살도 떨어졌고 어쩌지?’
이제 신상 위도 안전하지 않다.
화살도 떨어졌고 나가들이 주문을 시전할 때마다 미이라 병사들이 슬슬 일어나고 있으니 여기서 더 이상 싸우는 건 무의미하고 위험하다.
철수할 때다.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저 벽면을 훈련받지 않은 이들이나 단순한 미이라 병사들은 오르지 못할 테니까 지형을 이용해서 이들을 따돌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난민들이 죽어.’
이 지하도 문을 열고 출병한다면 그 바깥은 난민촌이다. 가뭄 때문에 살라스마로 밀려온 난민들이 살해당할 것이고 그들의 피가 저들의 영양분이 되리라.
피의 욕장에서 떨어진 핏물들이 미이라 병사들의 몸을 적시며 그들의 몸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아 미이라 병사들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피가 필요할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아자딘은 신상에서 뛰어내려 지상에 착지했다.
“하하. 대단하군! 도망치지 않고 싸울 셈인가?”
백작은 아자딘이 안전한 고지대를 포기하고 뛰어내리는 것을 보며 그 용기에 감탄했다.
“어디 실력을 볼까!”
백작이 검을 휘둘러 공격하자 아자딘은 몸을 움직여 피한다.
-‘화조풍월 어스름 카자스 해서!’
전령일족의 대표적인 환술. 하지만 아자딘은 체술로 여러 그림자를 뿌리며 움직여 백작의 검을 피해냈다.
-‘화조풍월 땅거미 카자스 해서!’
그리고 순식간에 접근한다. 하지만 백작은 횃대를 들어 아자딘의 공격을 막아냈다.
-챙!
아자딘이 휘두른 보검이 청동 횃대를 잘라내며 불꽃이 튄다. 아자딘은 그 기세로 백작의 몸통을 갈랐지만 그는 오히려 나가의 꼬리를 휘둘러 아자딘을 받아쳤다. 피가 튀며 아자딘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허!”
백작은 감탄했다. 분명히 자신의 꼬리로 후려갈겼는데 전혀 손맛이 없다. 아자딘이 몸을 날려 충격을 최소화한 것이다.
-척!
아자딘은 뒤로 공중제비를 넘어 공중에서 방향을 잡고 착지했다. 하지만….
-뚝…
아자딘의 코에서도 코피가 흐른다. 백작 입장에선 거의 꼬리에 감각이 없는 정도였지만 아자딘 입장에서는 달려오는 들소와 충돌한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충격을 감쇄했다 해도 타격이 없을 리 없다.
“음.”
아자딘은 손으로 코피를 훔치고 보검을 살펴보았다.
날이 죽어 있었다.
청동 횃대를 자르고 백작의 몸통을 그었지만 비늘이 찢기고 피가 나도 백작 입장에서는 긁힌 상처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치명상일 정도의 크기와 깊이지만 저 거구를 상대로는 큰 의미가 없다.
‘보검이 상당히 쓸 만했군. 하지만 이거 몇 자루 더 가져왔어야 했는데, 아니 잠입할 때는 그렇게 무기를 많이 못 가져오지.’
평소엔 케림 산양에 무기를 잔뜩 짊어지게 하고 다니는 아자딘이지만 잠입 때는 그 숫자가 제한된다. 문제는 이러다 아자딘이 죽으면 쟁여둔 무기들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
아자딘이 백작과 싸우는 동안 나가 술사들은 여덟 명 정도의 미이라 병사들을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했다.
-크으으으!
“백작님을 도와라!”
나가 술사들에 의해 깨어난 미이라 병사가 아자딘에게 달려든다.
병사들은 야만적인 모양새의 철판 같은 검을 휘두르며 아자딘에게 달려드는데 그들의 몸에서 검은 안개 같은 저주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쇠약의 저주를 뿌리며 미이라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큭!”
아자딘은 지면을 미끄러지며 덤벼드는 미이라 병사의 공격을 피하고 그 몸통을 검으로 갈랐다. 하지만 마치 모래 포대를 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날 뿐, 미이라 병사는 옆구리가 잘려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선다.
잘려나간 부위를 흡수한 혈액들이 메우고 있었다. 저들이 피의 욕장을 만들었던 것은 이렇게 미이라 병사들을 위해 쓰기 위함이었다.
‘젠장! 칼이….’
아자딘은 손의 칼을 신경 쓰다가 또 다른 미이라 병사가 달려드는 것을 보았다. 피할 틈이 없다. 급한 대로 발차기로 다가오는 미이라 병사를 걷어찼다.
몸에서 저주를 발하는 놈과 접촉하니 검은 마력이 아자딘의 몸으로 침투한다.
-빡!
미이라 병사의 목뼈가 거의 뽑혀나가는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그러나 아자딘에게도 타격이 있다.
“으윽!”
다행스럽게도 아자딘은 마법 내성이 매우 강력해서 별 타격이 없지만 아무리 그라도 미이라 병사들과의 육탄전을 벌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으음!”
백작은 애써 만든 미이라 병사들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한 발짝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나가가 되었으니 그가 미이라 병사들과 아자딘의 싸움에 끼어들면 미이라 병사들이 그의 몸체에 깔려 버릴 것이 자명하다.
그러는 동안에도 나가들은 계속 미이라 병사들을 깨운다.
‘술자를 제압해야….’
아자딘은 달려드는 미이라 병사들을 피해 나가를 향해 접근했다. 하지만 나가는 뱀의 모습으로 변신해 미이라 병사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고 계속 주문을 시전해 병사들을 깨웠다.
‘더 이상 여기서 싸우는 건 위험해. 하지만 도망치기에도….’
아자딘은 자신이 왔던 벽 위를 바라보았다. 벽을 기어오르는 속도보다 거대화한 백작이 횃대나 대검으로 벽에 붙은 아자딘을 쳐 버리는 게 더 빠를 것이다.
미이라 병사들이 아자딘을 천천히 포위하자 백작이 으스대기 시작했다. 이제 아자딘을 완전히 제압했다고 여기는 것이리라.
“후후. 이제 좀 대화해볼 생각이 드나, 전령? 어때? 날 섬기는 건? 아직도 그 마음에 변함이 없나?”
“으흠. 당신을 섬기란 말이지? 이런 미이라들과 함께 사람을 죽이고? 대신 뭐? 맛있는 걸 먹여주나? 나가 여자들이랑 자고? 그런 건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제안인 것 같은데 그래?”
“그럼 왜 도망치지 않고 여기서 싸웠지?”
“민간인 피해를 막으려고.”
“민간인? 난민들 말인가? 그 쓰레기들을? 왜? 그들에게 그런 가치가 있나?”
“나는 내 세계가 언데드들로만 가득 차길 원하지 않거든.”
“네 것이 아닌데도 말이냐?”
“너희들은, 정복해서 손에 쥐어야만 너희 것이라고 실감하지. 천박하고 좁은 세계관이로군.”
“너희들?”
백작은 아자딘이 자신을 그가 아는 다른 누군가와 겹쳐보고 있음을 알아챘다.
“나는 세계를 정복하지 않아도 이걸 나의 세계라 부르거든.”
“웃기는군. 그런 건 아무것도 정복하지 못한 패배자의 자기 위로에 지나지 않는다. 음?”
백작은 아자딘이 화살도 없는데 활을 다시 들고 활줄을 채우는 것을 보았다.
“뭘 할 셈이냐?”
“잠깐 말 걸어줘서 체력을 약간 회복했거든. 이거 하려고!”
그 순간 아자딘은 들고 있던 보검을 활줄에 걸고 보지도 않고 뒤로 쏘았다.
-투퍽!
방심하고 있던 나가 술자의 가슴을 보검이 꿰뚫었다.
“꺄악!”
“어, 언니!”
나가가 비명을 지르자 다른 나가 술자가 경악했다. 날이 무뎌진 보검이라 해도 무서운 기세로 날아간 검은 나가의 가슴을 꿰뚫고 치명상을 입혔다.
더 놀라운 건 화살에 비하면 훨씬 무거운 검을 무서운 속도로 쏘아내는 아자딘의 활과 부정형의 검을 저런 정확도로 발사하는 아자딘의 기이할 정도의 궁술이었다.
“이놈이 감히!”
백작은 분개했다. 아자딘을 탐내느라 자신의 애인인 나가 여인에게 중상을 입게 만들었다. 분노한 백작이 아자딘을 향해 뛰어들 바로 그때였다.
“여기다!”
위에서 화살이 날아와 백작의 머리통을 갈겼다. 금발의 소녀가 밧줄에 거꾸로 매달린 채 피의 대욕장에서 지하도로 내려와 거꾸로 화살을 쏘고 있는 것이었다.
“살아 있어요, 아자딘?”
“그래! 여기 오지 말라고 했건만….”
“와줘서 고맙죠?”
“고맙구나! 젠장!”
아자딘은 미디암의 지원에 고마움을 느꼈다.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제멋대로 쫓아오다니. 하지만 덕분에 반격의 실마리가 생겼다.
“이런 발칙한!”
미디암의 화살이 백작을 향해 날아가지만 그녀의 활로는 백작의 두꺼운 비늘을 뚫을 수가 없다.
“미디암! 화살되먹임이다!”
“네!”
미디암은 아자딘의 말을 듣고 타깃을 바꿔서 아자딘에게 화살을 날렸다.
“미쳤나?”
분개한 백작도 순간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자딘은 미디암이 발사한 화살을 공중에서 낚아채 자신의 활에 걸더니 뒤로 쏘았다.
미디암이 쏘았을 때보다 훨씬 빠르고 강한 위력으로 날아간 화살이 나가 술사를 덮쳤다.
“꺄악!”
“속사로!”
“정말 받을 수 있어요?!”
미디암이 반문하면서 아자딘에게 연사를 날렸다. 아자딘은 화살 첫 발은 발로 차올리고 둘째 발을 낚아채 다시 나가에게 쏘고 자신이 차올린 화살을 잡아서 다시 쏘았다.
달려드는 미이라 병사의 머리통을 꺾어 버린 화살이 또 나가 술사에게 박혔다. 아자딘은 미이라 병사들을 일으키는 나가 술사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