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74
73. 뱀의 신전 4
백작 입장에선 나가 술사들은 곧 그의 애인들인데 그들이 공격받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그가 참지 못하고 아자딘을 향해 접근하자 방금 미디암이 쏘았던 화살들이 그의 몸에서 떨어진다.
“고맙군!”
아자딘은 그 화살을 바닥에서 주워들었다.
“샤아아아!”
“캬악!”
미이라 병사들이 몸으로 나가 술사들을 가로막아 아자딘의 화살로부터 그녀들을 지킨다. 하지만 아자딘은 가까운 미이라에게 돌진해 그의 어깨를 박차고 뛰어올라 공중에서 다시금 화살을 갈겼다.
“캬아….”
술사의 상태가 좋지 않다.
“이놈!”
분노한 백작이 참지 못하고 무기를 들고 덤벼들자 아자딘은 미이라 병사들 사이로 피했다. 그들이 걸리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백작이 무기를 휘둘렀다.
-투확!
미이라 병사들이 산산조각 나 날아간다. 그러나 아자딘은 이미 다른 쪽으로 피신한 뒤였다. 흥분한 백작이 움직이지만 지하수로에서 큰 나가가 움직이니 아무래도 미이라 병사들이 계속 걸린다.
“기껏 만든 미이라 병사들을 당신이 부수고 있군!”
“네놈이 감히!”
백작이 분노해서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자딘은 미이라 병사들을 이용해 그의 돌진을 피하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만 했다.
아자딘을 구석에 몰기 위해 백작이 애를 쓰지만 아자딘은 그것을 피하고 미디암에게 외쳤다.
“미디암! 밧줄 많이 내릴 수 있어?”
“네!”
“좋아, 간다!”
아자딘은 활을 몸에 끼고 신상 쪽으로 달려갔다. 분노한 백작이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나가 신상 때문에 멈칫했다. 이대로 공격하다간 신상을 부술 판이다.
“역시!”
아자딘은 나가 신상을 밟고 도약했다.
-부웅!
그 순간 공중에 백작이 들고 있던 청동 횃대가 날아들었다. 아자딘이 도약하는 순간을 노리고 백작이 손에 들고 있던 횃대를 집어던진 것이었다. 그러나 아자딘은 힘껏 도약하는 시늉을 하다 몸을 납죽 숙여 횃대를 피했다.
“첫 도약 때 공격할 줄 알고 있었지!”
아자딘은 백작을 약 올리며 뛰어올라 미디암이 내리는 밧줄을 잡았다.
“으아! 괘, 괜찮아요?”
“밧줄 올릴 수 있어?”
“위에서 이스마일이… 근데 힘들다네요!”
이스마일이 악을 쓰며 우물용 도르래를 붙잡고 있는데 올리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야! 이스마일! 밧줄 고정만 시켜!”
“네?!”
미디암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때 백작이 아자딘을 잡기 위해 주문을 시전했다. 핏물이 창이 되어 아자딘에게 날아든다.
“흡!”
아자딘은 공중에서 밧줄을 잡고 몸을 흔들어 커다란 진자처럼 흔들거리며 그 공격을 피해냈다.
“어림없다!”
-파악!
핏물의 창 하나가 아자딘에게 명중했다!
“아! 아자딘!”
아자딘보다 조금 더 위쪽에 밧줄을 잡고 있던 미디암이 경악했지만… 아자딘은 멀쩡히 밧줄을 잡고 오른손에 뭔가를 들어 보였다.
“이거 아주 튼튼하네. 마음에 들어!”
그것은 할버드의 머리였다. 동쪽 끝 역참 마을의 경비대장이 쓰던 할버드 머리를 톤파처럼 쥐고 날아든 핏물의 창을 받아쳐 낸 것이다.
“이놈!”
백작이 대노해서 대검을 휘두르며 도약했다. 그 순간 아자딘은 진자운동을 이용해 벽으로 접근하고 밧줄을 쥔 채로 벽을 달리기 시작했다.
벽을 타면서 나선으로 달려 올라가는 것으로 백작의 돌진 공격을 피해 버린 것이다.
“크악!”
백작의 공격이 빗나가는 것과 동시에 백작의 거대한 몸이 신상과 벽 사이에 들어와 버리고 말았다.
-콰드득!
백작의 몸에 밀려 신상이 부서졌다.
“역시 야에가스 신족의 후예라니까. 나가가 되어도 쿠르트 신족 따위엔 굴할 수 없다는 그 마음가짐! 대단하군! 코브라 여왕의 신상을 부수다니!”
아자딘이 빈정거리며 밧줄을 타고 달리며 위로 올라 마침내 피의 대욕장까지 탈출했다.
*********
“으아!”
미디암이 허겁지겁 밧줄을 기어오르고 한숨을 내쉬었다.
“헉헉… 괘, 괜찮아요, 아자딘?”
“그래. 덕분에. 고맙다. 네가 오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
“큰일은 이미 난 것 같은데요.”
이스마일은 밑에서 기어오르기 시작하는 백작을 가리켰다.
“어서 도망치죠!”
“그, 그래!”
백작이 그 거구를 끌고 억지로 벽면을 기어오르기 시작하자 피의 대욕장 바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아자딘은 미디암과 함께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며 미이라 제조용 해부실을 지나 후원 별관 1층에 당도했다. 그곳에는 손발에 칼날을 부착한 시체들이 마치 줄에 달린 인형처럼 움직이며 아자딘 일행을 막아서고 있었다.
“이건?”
손발의 칼날을 움직이기 위한 동력원으로 시체의 근육을 쓴다는 발상에서 만들어진 언데드 마리오네트들이 아자딘 일행을 위협한다.
“뭐야, 이건 또?”
“저희가 들어올 때는 없었는데… 백작의 궁성에 마물들 천지였군요.”
미디암은 자신들이 들어올 때 없었던 적이 퇴로를 차단한 것에 불안감을 느꼈다. 어둠 속에 시체들을 조종하는 술자가 있다.
그는 아자딘 일행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력을 조종해 시체들의 마리오네트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리오네트들이 마치 춤을 추듯 회전하며 다가오는데 그 기세가 흉흉하다. 하지만 아자딘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화살 남는 거 있어?”
“여기.”
이스마일이 자신의 전통에서 화살을 꺼내 아자딘에게 주었다. 아자딘이 미디암과 이스마일에게 화살 잔뜩 들고 오라고 했는데 그 말을 충실히 지켰기 때문이었다.
전통 외에도 배낭에도 화살을 묶음으로 가져와서 덕분에 화살이 많다. 아자딘은 화살을 받아들고 그의 시력이 인도하는 대로, 검은 마력을 풍기는 술자를 찾아 쏘았다.
-쐐액!
판자로 된 가벼운 장애물들을 뚫고 날아간 화살이 마리오네트를 움직이는 술자를 강타했다.
“끄악! 어, 어떻게 나를! 기척은 완전히 지웠는데?”
상대가 비명을 지르며 인간에서 둔갑을 풀고 나가로 변신하지만….
-쉬쉬쉭!
아자딘은 추가로 화살을 더 날려 변신하고 있는 나가의 머리통을 아예 날려 버렸다. 술자가 죽자 시체로 만든 마리오네트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나가는 튼튼하군. 화살을 이만큼 꽂아야 하다니. 그럼 그 나가 술사들 안 죽었을 수도 있겠는데?”
아자딘은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그 술자들을 죽여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그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아자딘이 도중에 돌아가는 건 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대의가 있다고 해도, 자신을 구하러 와준 미디암과 이스마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 아이들 덕분에 살아난 목숨을 또 함부로 굴릴 수는 없지.’
미이라 병사들을 깨우는 마법을 익힌 나가가 그녀들만은 아닐 테니 여기서는 물러나는 게 맞다.
“가자!”
“아, 뭔가 지금 저에게 엄청 고마워하는 듯했는데. 후, 어쩔 수 없군요. 당신도 제 동기처럼 제게 반해 버리다니 말이에요.”
“…뭐래니?”
아자딘은 헛소리하는 미디암과 함께 후원 별관을 나섰다.
*********
아자딘이 밖으로 나오니 밖을 배회하던 미이라 병사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온다. 그리고….
-쿠르르릉!
후원 별관 지붕이 무너지며 안에서 상체만 해도 오우거만 한 크기의 나가, 백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령일족!”
분개한 백작은 대검을 휘두르며 아자딘에게 돌진해왔다. 아자딘은 후원 정원 분수대를 뛰어넘어 백작의 공격을 피했지만….
-콰직!
테라코타 도기에 타일을 붙여 만든 분수대는 매우 약해서 백작의 일검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쉭!
아자딘이 구르면서 화살을 날렸지만 백작은 또다시 마력의 방패를 펼쳐 화살을 폭파시켰다.
“소용없다! 내 야망을 방해하다니!”
“그럼 소용없는 게 아니네.”
“뭐?”
“야망을 방해받은 시점에서 소용없는 게 아니지.”
“아니 내 말은 네놈의 화살 공격이… 아 됐다! 네놈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죽이겠다!”
분개한 백작이 다시 달려든다. 아자딘은 이스마일과 미디암에게 왼손을 들고 외쳤다.
“오른쪽 눈을 노려!”
그리고 자신도 화살을 하늘로 몇 발 던지고 속사를 준비한다.
미디암과 이스마일은 아자딘의 뜻을 알아채고 화살을 꺼내 백작의 왼쪽 눈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특정 사인을 주고 신호하면 말하는 것과 반대쪽 표적을 노린다. 전령일족들 사이에서의 수신호로 이미 어린 시절부터 훈련받는 내용이었다.
아자딘과 미디암, 이스마일은 아직 그런 사인을 협의한 적이 없었지만 임기응변만으로 그들은 백작의 왼쪽 눈을 노렸다. 아자딘도 왼쪽 눈을 향해 속사를 퍼부었다.
“이….”
어두운 밤, 아무리 오우거만 한 거구의 나가의 눈이라 해도 거리를 감안하면 콩알만 한 크기의 표적이다. 하지만 미디암과 이스마일의 화살은 매우 정확하게 날아갔고, 거기에 아자딘의 속사 또한 정밀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백작이 입을 벌리니 그 송곳니에서 독액이 뿜어져 나와 분수처럼 쏟아지며 화살들을 밀어냈다.
“아!”
“피해라!”
아자딘은 독액들을 피하며 다시금 물러났다.
미이라 병사들이 몰려왔지만 아자딘은 그들을 붙잡아 검을 빼앗고 그 몸통을 백작이 뿜어내는 독액을 향해 집어 던졌다.
“아윽! 젠장!”
아자딘의 손으로 검은 마력이 파고든다. 미이라와 접촉하는 것만으로 약화의 저주가 몸 안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백작의 독액은 다 피하고 막을 수 있었다. 게다가 거의 도끼에 가깝긴 해도 아자딘 역시 야만스러운 철편검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크르르르르!”
독액을 분사해 화살을 막아낸 백작이 혀를 찼다. 미디암과 이스마일의 화살은 그의 독액 분사에 밀려 속절없이 빗나갔지만 아자딘의 화살은 힘을 잃지 않고 날아가 그의 눈 주위에 맞았다.
원체 정밀하게 쏘았기 때문에 독액 분사로 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눈두덩이 주위에 맞아서 비늘을 뚫어 버렸다. 독액에 젖은 화살이 눈 주위에 맞아서 몸에 박혔으니 독액이 체내 안으로 들어온다.
뱀은 자신의 독에 면역이 없다. 혈청독을 사용하는 생물들 대부분은 자신의 독이 혈관에 침투하면 스스로도 손상을 받기 마련이다. 물론 백작의 몸체는 거대해서 화살에 묻은 독액 정도로 죽을 리는 없지만….
눈이 침침해지고 있었다. 독화살을 맞은 쪽 눈 주위 혈관으로 혈독이 퍼지며 눈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있었다. 아마도 독이 완전히 퍼지면 왼쪽 시력은 확실히 잃게 되리라.
“젠장! 약삭빠른 놈 같으니! 재주도 많군!”
백작은 솔직히 아자딘에게 감탄했다. 여기까지 잠입해오고 전투를 벌이는 걸 보아 체력 소모도 장난이 아닐 텐데 매번 그의 공격을 피해내고 위력적이진 않더라도 짜증 나는 공격을 효과적으로 퍼부어 괴롭힌다.
이런 놈이 정말, 난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도망갈 기회를 스스로 마다하고 자기 목숨을 걸고 싸운단 말인가?
‘우습군. 영혼 없는 불경자, 신왕살해자라는 놈이 아주 기사도의 귀감이야!’
무력한 백성들을 위해서, 설령 그게 자신의 민족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죽음의 위험을 감수하는 전령이라니!
백작이 꺾었던 다른 전령들, 하라드와 케브나는 그렇지 않았다. 즉, 백작은 지금 재수 없게도 전령일족들에게도 드문 신실한 전령을 만나 자신의 야망을 훼방받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