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84
83. 놋쇠의 기사 3
“흥. 아직 솜털도 덜 빠진 애송이가 둘이나 있는데 뭔 도움이 되겠소?”
미디암과 이스마일을 보고 하는 말이리라.
“상인들은 우리에게 돈을 내지만 당신들은 돈도 없이 거저먹으려고 따라오는 거 아니요? 우린 절대로 공짜로 일할 수 없소.”
“원 인심 사납군. 알겠습니다. 떨어지지요.”
아자딘은 무장상인단과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그때 무장상인단을 가로질렀던 일단의 무리가 그 눈치를 보더니 아자딘 일행 주변에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보아하니 저들은 상인단이랑 한패가 아닌 것 같은데….”
“야! 거기!”
“가진 거 다 내놓고 사라져라! 그러면 목숨은 살려주지!”
“크크크크.”
“…….”
무장상인단은 그 광경을 보고 아자딘 일행을 비웃으며 길을 재촉했다. 도적 무리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목격해도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자신들이 가야 할 길만 재촉했다.
“진짜 야박하네.”
아자딘은 무장상인단의 뒷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여자아이가 꽤 예쁘장한데?”
“사내아이도 괜찮구만. 비싸게 팔리겠는데?”
도적들은 아자딘 일행을 얕잡아보는지 벌써부터 잡은 먹이 취급했다.
“나랑 같이 다닐 때도 이런데 너희끼리 여행할 때는 어쨌냐?”
“저희는 보부상 조합이랑 함께 이동했지요.”
이스마일은 태연하게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음. 적당히 정보도 얻게 죽이지 말고 해결 볼까?”
아자딘의 말에 도적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도적 떼는 여섯, 그에 비해서 아자딘 일행은 십 대인 미디암과 이스마일이 있다.
우습게 보는 것도 당연하지만….
-퍼퍽!
아자딘이 지면의 돌을 가볍게 차올려 잡은 뒤 양손으로 휘두르자 두 명의 도적이 비명을 지르며 사타구니를 붙잡고 쓰러졌다.
“억?!”
“크악!”
“이, 이 자식이!”
놀란 도적들이 무기를 빼 들었지만 미디암과 이스마일이 벨트에서 단도를 꺼내 투검을 펼쳤다.
-퍼퍽!
단도가 도적의 머리와 목에 꽂혔다.
“컥?!”
“크악!”
두 명의 도적이 쓰러졌다. 순식간에 네 명이 전투 불능이 되었다.
“죽이지 말랬잖아.”
“여섯이나 있는데 둘 정도는 죽여도 되잖아요.”
“생명이란 비가역적인 것이다. 일단 죽이면 되살릴 수가 없어.”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미소를 지었다.
“불구로 만들어서 저들이 새사람이 될 기회를 줘야 할 것 아니냐.”
“그, 글쎄요. 그런 기회를 과연 저들도 원할지는 의문이네요.”
미디암은 아자딘의 특이한 생명존중방식에 의문을 품었다.
“자, 잠깐만.”
“사, 살려줘.”
도적들은 아자딘의 말에 질겁을 하고 투항했다.
“아니 죽이지 않는다니까.”
“그, 그러니까… 우리는 원래 양민이었다고.”
“가뭄 때문에 살 수 없어서 서쪽으로 피난 왔는데 일자리도 없고 구걸도 한계가 있고 해서 강도가 되었을 뿐이야. 그런데 너무 하잖아. 굶어 죽으라는 거야?”
“그런 것치고는 얘들을 놓고 가라고 하지 않았나? 아이들을 갖다 팔려고 한 걸 보면 노예상인들과 거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팔왕국 어디서나 노예 거래는 불법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예 거래는 무척 활발하다.
노예상인들과 거래망을 틀 정도면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서 도적이 되었다는 변명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강도 짓을 상당히 오래, 체계적으로 해야 노예상인과 거래망을 틀 수 있는 법 아닌가.
“그, 그걸 해주는 사람이 있어.”
“소문에 의하면 그는 란타릭 백작의 첩자라고 하더라고. 살라스마를 약화시키기 위해서….”
“그, 그래!”
도적들이 정보를 흘렸지만 미디암은 귀찮다는 듯 칼을 빼 들었다.
“아자딘, 어떻게 할까요? 손가락 정도 자르면 될까요?”
“잠깐만.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니 뭐 들을 것도 없는 이야기잖아요.”
“그게 아니라… 도적들이 살기 위해서 주워섬기는 말이지만 아예 빈말 같지는 않아. 이봐, 그래서 그 란타릭 백작의 하수인일지도 모른다는 놈의 위치는 어디지?”
“그게… 저기야.”
“분지로 내려가면 옛 벌목공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에서 지내고 있어. 여기서 도보로 하루 거리야.”
“삼거리가 나오는데 거기서 북쪽으로 갔다가 그다음 사거리에서 서쪽으로 가면 돼.”
“흠, 어떻게 생각하지 이스마일?”
“대충 방향과 거리가 맞습니다.”
이스마일은 아자딘의 시선만 보고 그가 무엇을 묻는지 알아채고 확인해주었다.
“좋아. 그럼 너희들은 노예상인에게 안내해주실까?”
“네?”
“노예를 잡아가서 거래하는 대상이 있다며? 그놈들에게 안내해줘.”
“뭐? 길은 말해줬잖아?”
“손님으로 가고 싶다. 나가 여자를 사고 싶다고 말하면 그쪽도 알 거다.”
“하, 하지만.”
도적들은 당황했다. 도적 소굴로 데려가면 당연히 도적들이 많으니까 이 건방진 놈에게 쓴맛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들의 실패를 만인에게 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녀석에게 당했냐고 욕먹고 조롱당할 것 같은데.’
‘하지만 데려가지 않으면….’
그들은 아자딘에게 당한 녀석들의 상태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사타구니에 돌을 맞은 놈들의 바지가 피로 물들었다. 거세당한 것이다.
“아, 안내하지.”
*********
도적들의 소굴은 분지 지역 숲속에 있었다. 코라 강 지류 중 하나가 숲 사이로 흐르면서 분지에 수분을 공급해서인지 나무 표면에는 이끼까지 끼어 있었다.
동쪽 내륙 지방이 가뭄으로 고통받는데 이끼가 촉촉한 곳에 당도한 것이다. 하지만 숲은 그늘지고 울창해서 어디서 습격이 있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암습하기 좋은 위치네요. 안내 없이 그냥 왔으면 피곤했겠군요.”
“하지만 노예를 구매하겠다는 억지를 쓰시다니.”
미디암과 이스마일은 아자딘이 도적들을 안내역으로 데려온 이유를 이해하고 혀를 내둘렀다.
“음, 조용히 해. 온다.”
과연 숲에서 도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활로 이쪽을 겨누고 있지만 저들의 솜씨로는 아자딘이 데려온 도적들을 맞추지 않고 아자딘 일행만 노릴 수 없다.
“뭐야 이 자식들은?”
“나가 여자가 잡혀 왔지? 그녀를 사고 싶다.”
“…….”
도적들은 아자딘의 요구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들 중 계급이 높아 보이는 놈이 모두를 제지하고 아자딘 일행에게 잡힌 도적들을 노려보았다.
“야, 이게 무슨 일이야?”
“그, 그게… 말하는 대롭니다.”
“나가 여자를 사겠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나가 여자를 붙잡아 왔다는 걸 어떻게 안 거야? 저것들도 혹시 나가냐?”
도적들은 의도적으로 아자딘 일행을 거부하고 자신들끼리 대화를 나누었다.
“흠. 지금 팔 건지 말 건지 결정해줬으면 하는데. 너희들은 아무래도 손님을 맞이하는 기본이 안 되어 있구나.”
“웃기지 마라 이 자식!”
활을 들고 있던 도적이 활시위를 당겼다.
“쏘면 죽인다.”
“웃기고 있네!”
도적이 활을 쏘았다. 그 순간 아자딘이 몸을 낮췄다. 그의 몸이 폭발적으로 지면을 박차며 상대와 간격이 순식간에 좁혀졌다. 아자딘은 활을 쏜 도적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죽인다고 했지? 그 말은 번복하지. 넌 안 죽여.”
“어?!”
-투콱!
아자딘이 도적의 얼굴을 낮추고 주먹으로 얼굴 앞을 스치듯 후려갈겼다. 수풀 위로 핏물과 살덩이가 떨어져 나갔다.
“헉?!”
“어!”
아자딘의 주먹은 마치 창날처럼 날아가며 도적의 얼굴을 쥐어뜯어 버렸다. 눈알이 뽑히고 코가 날아간 도적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고통받으며 여생을 보내면 너희들도 속죄할 수 있을지 모르지.”
“…….”
“허….”
아자딘은 활을 들고 있던 도적의 전통을 빼앗아서 휘둘렀다. 안에 담겨 있던 화살이 미디암과 이스마일의 발 앞에 쏟아졌다.
“기를 꺾기 위해 절반은 죽여라.”
“네.”
“알겠어요.”
미디암과 이스마일이 허리에서 월각궁을 뽑아 활줄을 채웠다.
“이 자식들이!”
도적들이 공격하려고 했지만 아자딘은 피투성이가 된 도적을 그들에게 밀어 버리고 접근해 손을 뻗었다.
-빠각!
-우득!
마치 말 뒷발에 차인 것처럼 얼굴이 함몰되고 가슴 흉곽이 으스러지며 두 명의 도적이 나가떨어졌다. 게다가….
-쉬쉭!
미디암과 이스마일의 궁시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수적으로 우세를 점하고 있던 도적들이지만 순식간에 수세에 몰렸다.
“컥?!”
“이, 이 자식들!”
“아, 안 돼! 이놈들은 전령일족이다!”
미디암과 이스마일이 활을 쏘기 시작하자 그들도 아자딘 일행의 정체를 알아챘다.
“저, 전령일족이라고?”
“맙소사.”
“늦었어!”
이스마일이 교섭을 주도하던 놈의 얼굴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때 아자딘이 날아드는 화살을 도중에 잡아채 도적의 얼굴로 날아드는 걸 막았다.
“어?!”
“절반 넘었다.”
도적들 죽는 수를 세보고 있던 아자딘은 도적들이 순식간에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살생을 말렸다.
“하지만 죽이지 않는 선에선 괜찮겠지.”
아자딘은 쥐고 있던 화살을 그대로 도적의 눈에 찔렀다 뽑았다.
“으아아악!”
도적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나뒹굴었다.
“마, 맙소사.”
“이게 전령일족!”
아자딘 일행을 여기까지 안내했던 도적들은 혀를 내둘렀다. 도적 소굴에서 마중 나온 이들은 열둘. 엄청난 인원으로 상대를 압도해 반드시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앗 하는 순간 열두 명 중 여섯이 죽고 나머지 둘도 얼굴이 쥐어뜯겨 아예 실명당하거나 애꾸가 되었다.
“자, 이걸로 교육은 끝. 나가 여자를 사러 왔다고 너희 두목에게 알려라.”
“…….”
도적들은 그 잔인한 광경에 전율했다.
훨씬 다수의 적을 상대로 기습을 걸어 단숨에 압도하는 건 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대부분의 도적들은 본래 농민이고, 대다수가 가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적이 된 난민들이니 본격적인 전투 훈련을 받은 전사들에 비하면 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압도한 뒤에 이걸 ‘교육’이라고 말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다니. 얼마나 자신감이 넘치는 건가?
*********
도적왕 도네어는 눈앞의 참극을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눈으로는 보이는데 뇌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저, 전령일족입니다.”
완전히 겁에 질려 압도당한 도적들은 비 맞은 개처럼 수그린 채 도네어에게 다가왔다.
“전령일족? 전령일족이 무슨 용무지?”
도네어가 질문하자, 아자딘이 한 걸음 내딛었다.
“나가 여자가 있을 거다. 그걸 사러 왔다.”
“사러 왔다고?”
“원래는 노예상인 따위와 거래하지 않지만 난민이던 당신들을 전부 죽여 버리면 너무 잔혹한 것 같으니까. 값은 적당히 쳐주지.”
“…….”
너무나 오만한 발언이다. 도적들의 목숨 전부를 손바닥에 놓고 갖고 놀 자신이 있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발언이다.
그런데….
‘완전히 기가 꺾였군.’
도적들의 표정을 보면 다들 전령일족 일행과는 천금을 주더라도 싸우고 싶지 않다는 게 빤히 보였다.
‘나는 너희들 농민과 다르게 전사란 말이다. 그리고 내 부하들도 물론 있지.’
도네어의 부하 중에는 란타릭 백작이 배치한 공작원들이 있었다. 이들은 전사계급. 일반적인 농민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술 실력을 갖추고 있다.
‘농민들은 감히 꿈도 못 꿀 능력을 보여줘서 기세를 꺾은 모양이지만 진짜 전사들을 상대로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도네어가 그런 의문을 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