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227
1227회. 제 말이 거짓이라면 목을 내놓겠습니다
블랙잭은 이그나스 동부 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세 개의 범죄 단체 중에 하나다.
명목상 길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각종 이권에 개입해 살인, 납치, 폭행 등을 행사했다.
저녁 8시경, 블랙잭 길드의 사무장 서튼이 길드장의 집 문을 두드렸다.
쾅! 쾅! 쾅―!
잠시 후 블랙잭 길드장 프라드 테일러가 인상을 찡그리며 나왔다.
“서튼? 내가 가급적 집에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지금 길드 사무실로 나가 보셔야겠습니다.”
“왜? 무슨 일이야?”
“비건 백작의 일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감정사?”
프라드 테일러가 머리를 갸웃했다.
도우널 비건 백작은 레드 벨리 마나석 광산의 소유주다.
얼마 전 레드 벨리 마나석 광산은 코랄 상회를 상대로 마나석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범죄 단체인 블랙잭 길드가 끼어들 공간은 없다.
그러나 도우널 비건 백작은 코랄 상회의 마나석 감정사를 자신의 손에 넣기 바랐고, 그 일을 블랙잭 길드에 맡겼다.
백작의 비호 아래 이그나스 동부의 삼대 세력으로 성장한 블랙잭 길드였기에 프라드 테일러는 거부할 수 없었다.
누군가를 협박해 조종하는 것은 블랙잭 길드가 늘상 해 오던 일이라 어렵지도 않았다.
그래도 청부자가 도우널 비건 백작인지라 특별히 부하들 선발에 신경을 썼다.
살인 중독자 액티브, 인육을 즐기지만 머리가 뛰어난 스테프너, 용병 길드에서 퇴출 당한 로이블에게 그 일을 맡긴 것도 그래서다.
그 세 사람은 길드 내에서도 에이스였다.
에이스를 셋이나 투입한 것은 알고리움에서 한차례 실패한 때문이다.
“예, 지금 동부 주거 지구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치안대에서 이그나스 동부의 삼대 길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그나스 동부를 봉쇄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돌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그런 게 맞나? 다른 일이 있는 거 아닌가?”
“보석 감정사의 딸이 대귀족의 제자라고 합니다.”
“헛소리. 대귀족의 딸이 납치돼도 그 정도로 수선을 떨지는 않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길드 사무실로 나가시죠.”
“치안대는?”
“조사하러 나온다는 연락을 받고 비밀 장부를 다른 장소로 빼돌렸습니다. 형식적으로 조사에 임해 주시면 됩니다.”
“길드장까지 조사를 받아야 하는 분위기인가?”
“그렇습니다. 일이 조금 커진 느낌입니다.”
“그들은 어디에 있나?”
“폐쇄된 벌목장으로 간다고 했으니 그곳에 있을 겁니다.”
프라드 테일러는 잠시 멈칫했다.
보통 납치의 끝은 셋 중 하나다.
상대가 뜻에 따르겠다고 하면 집으로 조용히 돌려보내지만 거부하면 죽이거나, 다른 지역에 노예로 팔아 버린다.
그런데 이번 일은 초장부터 꼬였다.
치안대가 들고일어나 찾아다니면 조용히 돌려보내기는 틀렸다.
이렇게 되면 마나석 감정사 가족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뒤탈 없게 깨끗이 정리를 해야 한다.
“연락해. 물건을 돌려주거나 팔기 어렵게 됐으니 그냥 소각하라고.”
“알겠습니다.”
“옷 갈아입고 나올 테니 먼저 가서 일 처리나 해. 제기랄, 백작이 난리를 치겠군.”
구시렁거리던 프라드 테일러가 들어가자 서튼도 급히 자리를 떴다.
***
동부 지구 치안대장 글레디스 크로노어 남작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크나우프 대공가의 기사들이 전쟁터라도 나가는 얼굴로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저들은 대체 어디까지 개입하려고 저러는 거지?’
크나우프 대공가의 기사단은 국가전에나 볼 수 있는 제국 최고의 전력이다.
그런 기사들이 이그나스 동부 지구의 범죄자들을 잡겠다고 따라다니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지 엘리오 라고아 백작의 제자라서 그런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그녀는 커다란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이곳이 키메라 길드입니다. 길드장인…….”
엘리오는 설명을 듣지도 않고 빠르게 그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 그의 뒤를 크나우프 기사단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크나우프 기사단에게 부딪쳐 옆으로 밀려났던 글레디스 크로노어는 급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의 발소리가 나자 키메라 길드장과 마주 앉아 있던 북부 지구 치안대장 파이슨 해머 남작이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처음 보는 젊은 기사 하나가 일직선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를 저지하려던 북부 지구 치안대원들은 뒤따라오는 기사들을 보고 분분히 뒤로 물러났다.
엘리오 라고아 백작을 뒤따르던 크나우프 대공가의 기사단장 데이먼 아이작 백작이 의자에 마주 앉은 두 남자를 향해 말했다.
“나는 크나우프 기사단장 데이먼 아이작 백작이다! 이곳의 주인이 누구냐?”
북부 지구 치안대장 파이슨 해머 남작이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나 맞은편의 사내를 가리켰다.
“저, 저는 북부 지구 치안대장 파이슨 해머 남작입니다. 이자가 키메라 길드의 길드장 산티아 핀토입니다.”
산티아 핀토가 어정쩡한 자세로 몸을 일으켰다.
순간 이형환위의 신법으로 그에게 다가간 엘리오가 말했다.
“빈 들판의 아들(공야자)과 늙지 않는 푸름(청불노)의 제자, 남쪽 하늘 연못(연남천)의 이름으로 명한다. 내가 묻는 말에 정직하게 답해라. 네가 마나석 감정사 안드리아 지터의 딸을 납치했느냐?”
“아, 아니오.”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지만 엘리오는 바로 돌아서지 않았다.
녹림도의 경우 피차간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알고 있어서다.
이 세상 나쁜 놈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터였다.
“그렇다면 마나석과 관계된 조직이 어디냐?”
“블랙잭 길드요. 블랙잭 길드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 도우널 비건 백작이오. 백작이 레드 벨리 광산의 주인인데, 거기서 마나석을 채굴하고 있소.”
엘리오가 동부 지구 치안대장에게 다가갔다.
“블랙잭 길드로 가죠. 어디에 있습니까?”
“반대편 상가 지구에 있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간 엘리오가 동부 지구 치안대장에게 물었다.
“방향과 거리가 어떻게 됩니까?”
“서쪽으로 2킬로미터쯤 됩니다.”
그러자 엘리오는 대뜸 그녀의 허리를 감아 잡고 하늘로 솟구쳤다.
엘리오 라고아 백작이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가자 데이먼 아이작 백작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마검사인 줄은 알지만 대단하구나.’
설사 마법사라 해도 저렇듯 자연스럽게 플라이 마법을 펼치지 못할 터였다.
곧이어 그는 크나우프 기사단을 이끌고 엘리오 라고아 백작이 날아간 방향으로 달려갔다.
블랙잭 길드.
남부 지구 치안대장 토드 그레엄 남작이 답답한 듯 책상을 후려쳤다.
그러나 블랙잭 길드 부길드장 노턴 헤임즈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오히려 손바닥으로 제 가슴을 ‘퍽퍽!’ 치며 말했다.
“아, 답답하네. 우리는 불법적인 일에서 손 뗀 지 오래됐다고 몇 번을 말씀드립니까? 납치라면 키메라 길드로 가서 물어보십쇼. 그놈들은 진짜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이니까.”
“길드장은 어디 있느냐? 온다고 한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거냐?”
그러자 노턴 헤임즈가 사무장에게 물었다.
“서튼! 길드장님은 어떻게 된 거냐!”
“옷 갈아입고 나오신다고 했으니 금방 오실 겁니다.”
노턴 헤임즈가 남부 지구 치안대장을 돌아보았다.
“오고 있답니다.”
아무리 범죄 집단이라고 해도 세가 커지면 치안대장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평소에 알게 모르게 받아먹은 돈도 많지만, 범죄 집단이 암살자를 고용해 목숨을 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부 지구 치안대장이 두 남자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말했다.
“너 이 새끼들, 이번 일에 연루되었다면 뼈도 못 추릴 줄 알아.”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던 사무장 서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치안대장님. 백작의 장자도 아니고, 고작 제자 하나가 납치된 일로 너무 요란한 거 아닙니까? 오다 들으니 치안대가 도로까지 막을 거라고 하던데.”
“그 백작이 누군지 알면 그런 소리 못 할 거다.”
“누군데요?”
“엘리오 라고아 백작이라고 얼마 전에 황제 폐하께 봉작을 받은 북부의 야인이다.”
“북부의 야인에게도 봉작을 줍니까?”
“보통 야인인 줄 아느냐? 자그마치 크나우프 대공가의…….”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길드장 프라드 테일러가 들어왔다.
토드 그레엄 남작이 프라드 테일러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프라드! 이제야 기어 나오나? 당장 튀어와!”
길드장 프라드 테일러가 사무실 안에 가득한 치안대를 힐끔힐끔 보며 토드 그레엄 남작 앞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 났습니까?”
“잔말 말고 묻는 말에 성실하게 대답이나 해라. 오늘 저녁 식당에서 마나석 감정사의 딸이 납치당했다. 네놈들 짓이냐?”
그러자 프라드 테일러가 황당한 얼굴로 답했다.
“저희가요? 저희는 나쁜 짓 안 한 지 오랩니다. 합법적으로 일해도 돈이 벌리는데 왜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저희가 한 짓 아닙니다.”
“끙! 좋아. 그렇다면 너희가 데리고 있는 놈들 중에 따로 그런 짓을 할 만한 놈은?”
“없습니다. 합법적인 일만 하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언제 사람을 납치합니까? 저희도 이제는 조직이 아니라 길드입니다. 그래서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있잖습니까.”
사무실과 그 인근을 수색하던 치안대원 중에 하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대장님, 깨끗합니다. 청부를 받은 기록도 없고요.”
“미치겠네. 여기도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놈들이 벌인 짓이지?”
납치범들이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탓에 목격자는 많았지만 건질 만한 게 없었다.
프라드 테일러가 조언하듯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아무래도 치안대가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저희 같은 성실한 길드 말고, 잔챙이 조직을 좀 털어 보십쇼. 그놈들은 돈 되는 일이라면 납치, 살인을 마다하지 않으니까요.”
토드 그레엄 남작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확실히 길드보다는 작은 조직에서 앞뒤 없이 달려들었을 확률이 높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아쉬운 얼굴로 치안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철수해!”
치안대원들이 막 입구로 몰려갈 때,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어기충소의 신법으로 날아온 엘리오와 동부 지구 치안대장이다.
곧이어 글레디스 크로노어 남작과 토드 그레엄 남작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토드 그레엄 남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크로노어 남작? 이곳은 내가 조사했지만 납치와 관계된 것이 없소. 아무래도 조사의 방향을 바꿔야 할 것 같소.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이분은 납치된 싱크레어 지터 양의 스승이신 엘리오 라고아 백작 각하십니다. 라고아 백작 각하, 저쪽은 남부 지구 치안대장 토드 그레엄 남작입니다. 그리고 맞은편에 있는 남자가 블랙잭 길드장입니다.”
“헉! 각하! 저는 남부 지구 치안대…….”
그러나 묵묵히 그를 지나친 엘리오는 프라드 테일러의 앞에 우뚝 섰다.
프라드 테일러가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백작 각하, 남부 지구 치안대장님도 확인하셨지만 저희는 건실한 길드로 거듭난 지 오래됐습니다. 지금은 선량한 공국의 납세자들이지요. 가슴을 열어 보여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 말이 거짓이라면 목을 내놓겠습니다.”
그는 큰소리를 팡팡 쳤다.
이곳에 납치된 애도 없고, 범죄와 관계된 어떤 증거 자료도 없으니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