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243
1243회. 꿈과 환상의 신을 만나겠다고?
엘리오는 이 세계의 일에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이 세계와 무관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족들 곁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시간이야 간절히 바라는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지만 가족들이 너무 그리웠기 때문이다.
가족들을 생각하고 있던 그의 귓가로 킬리언 헤일 공작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런데 남부는 어쩐 일인가? 설마 라고아 백작도 어비스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겠지?”
킬리언 헤일 공작이 떠보듯 물었다.
엘리오 라고아 백작이 천공성을 찾았다니 그다음은 어비스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예, 맞습니다. 어비스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굳이 감출 이유가 없던 엘리오는 부인하지 않았다.
어차피 제국 정보부에서도 자신의 목적지가 대수림이라는 걸 알고 있을 터였다.
“백작도 유물에 관심이 있나?”
“전혀요. 저는 유물보다는 어비스의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어비스의 주인? 설마 우샤스 운드라를 말하는 건가? 꿈과 환상의 신을 만나겠다고?”
“그렇습니다.”
“허허헛! 백작에게 그런 낭만이 있는 줄은 몰랐네. 우샤스 운드라라니, 세상에!”
“그게 낭만이 있는 겁니까?”
“귀족가의 자제들 소원이 바로 우샤스 운드라를 만나는 걸세. 우샤스 운드라가 사람들의 꿈과 환상을 이루어 준다고 알려져 있거든. 젊은 사람들이 혹할 만도 하지. 그런데 궁극의 경지에 오른 라고아 백작에게도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남아 있나?”
“제 목표는 우샤스 운드라와의 만남 그 자체입니다.”
“우샤스 운드라에게 소원을 비는 게 아니라, 단지 만나 보기 위해서 간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이왕 라고아 백작이 어비스로 간다니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나?”
“뭔데요?”
“남부 왕국에 마도 시대 유물이 몇 개나 있는지 알아봐 주면 고맙겠네. 다섯 기가 넘는다면 왜 그들이 전선에 다섯 기의 유물만 투입하는지도. 어떤가?”
“간단한 부탁이 아닌데요?”
그러자 킬리언 헤일 공작이 웃으며 말했다.
“그야 평범한 사람들에게나 그렇지. 라고아 백작의 능력이라면 어렵지 않다고 보는데.”
“죄송합니다.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우샤스 운드라를 찾는 일이 더 급해서요. 다른 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러는 건 어떤가? 그 일을 알아내기 위해 특별히 뭔가를 할 필요는 없네. 백작 일행이 남부를 지나는 길에 우연히라도 알게 되면, 그때 알려 주는 것으로. 어떤가?”
킬리언 헤일 공작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전쟁을 수행하는 입장에서 강철 골렘은 너무도 큰 변수라 꼭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
엘리오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다른 무엇보다 제국과 왕국의 전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다.
“라고아 백작이 이번 전쟁에 끼어들지 않으려고 하는 건 잘 알고 있네. 나는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네. 어쩌면 남부 왕국은 마도 시대 유물로 전쟁을 끌고 가다 제국이 포기하기를 바라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제국은 결코 남부 왕국의 뜻에 따르지 않을 걸세. 제국이 마도 시대 유물에 대항할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나?”
“그런 게 있습니까?”
“있네. 오십 년 전 제국전쟁 당시 마탑에서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파괴적인 무기를 구상한 적이 있네. 엑시티움이라고 남부 왕국의 소드마스터를 죽이기 위해 개발된 끔찍한 마력탄이지.”
“엑시티움요?”
“그렇네. 황태자가 ‘마도 시대 유물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폐기했던 엑시티움에 눈을 돌리고 있다더군.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아나?”
“남부 왕국과의 전쟁에서 결국 제국이 승리하게 될 거라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당연하고, 그다음이 문제일세.”
“문제가 있습니까?”
“한 사람의 기사를 소드마스터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년의 시간과 수백 골드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네. 명문가에서만 소드마스터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지.”
“그런데요?”
“엑시티움 하나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백 골드가 안 된다네. 백 골드도 안 되는 돈으로 수백, 어쩌면 그 이상 투자해 키운 소드마스터를 죽일 수 있게 된 거네. 마력총만 쏠 줄 알면 일반인도 소드마스터를 죽일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다고 상상해 보게.”
“허!”
엘리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고슬링 크나우프 후작과의 결투 중에 자신을 쏜 마력탄도 그 엑시티움이었을까?
그날의 일을 떠올리니 등짝이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피해를 입는 건 소드마스터뿐이 아니네. 우리 마법사들도 엑시티움 앞에서는 손을 쓸 수가 없다네. 실드 마법으로 지금의 마력탄도 막기 어려운데 엑시티움은 말할 것도 없지.”
“그 엑시티움이라는 마력탄 말입니다. 벌써 세상에 나왔습니까?”
“그건 이미 오십 년 전에 만들어진 물건이라네. 그 뒤 연구와 생산이 중지됐지만, 어느 마탑에서 은밀히 제작했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지. 마탑에서 팔아 치운 물건 중에 가격 대비 효과가 그보다 좋은 것도 없으니까.”
“공작님은 엑시티움으로 마도 시대 유물을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엑시티움의 관통력과 폭발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네.”
“아니, 마탑의 마법사들은 자기들에게도 위험한 물건을 왜 만든답니까?”
“연구와 발명이 인생의 전부인 마법사들에게 그런 건 고려의 대상도 아니라네. 여하튼 지금처럼 마도 시대 유물이 활개를 치면 제국은 결국 엑시티움의 양산에 들어갈 걸세. 나는 가급적 그 전에 이 전쟁을 끝내고 싶은 거고. 그래야 황실에서 엑시티움을 포기할 테니까.”
“그러니 정보를 얻으면 제공해 달라는 겁니까?”
“정확하네. 제국 곳곳에 엑시티움이 깔리면……. 마음 놓고 대로를 활보하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말 걸세. 적이 많은 사람들은 특히나 더.”
킬리언 헤일 공작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엘리오 라고아 백작을 보았다.
푸토코아 백작가부터 시작해 최근의 크나우프 대공가까지 그와 충돌한 대귀족의 숫자는 한 손에 꼽기도 어려웠다.
그러자 엘리오가 앓는 소리를 했다.
“어이쿠! 벌써부터 뒤통수가 뜨끔뜨끔하네요. 알겠습니다. 제가 정보를 찾아 돌아다니지는 못하겠지만, 뭔가 알게 되면 공작님과 정보를 공유하겠습니다. 대신 공작님도 한 가지 약속해 주십쇼.”
“뭔가?”
“엑시티움으로 저를 노리는 대귀족이 있으면 저에게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를 노리는 대귀족들이 워낙 많아서요.”
“알겠네. 그렇게 하지. 말이 나온 김에 정보를 주겠네. 혹시 타불라 마탑과 안 좋은 일이 있었나?”
“제도에 있을 때 의견이 충돌해서 제가 마탑을 조금 부수었습니다. 왜요? 타불라 마탑이 저를 노리고 있기라도 한답니까?”
“조심하게. 제도의 삼대마탑은 엑시티움의 개발과 개량에 참가한 전력이 있네. 당연히 자체적으로 엑시티움의 제조가 가능하지. 결투 당시 타불라 마탑이 고슬링 크나우프 후작 측을 지원했다는 이야기가 있네.”
“아! 그럼 역시 그게 엑시티움이었나 보군요.”
“엑시티움?”
킬리언 헤일 공작이 황당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건 아직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써 세상에 나왔을까?
“크나우프 후작과 결투 중에 등에 마력탄을 한 방 맞았습니다. 등에 거의 구멍이 날 뻔했습니다.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엘리오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호신강기가 뚫릴 정도로 그 마력탄의 파괴력은 뛰어났다.
“백작의 몸에 상처를 낼 정도의 파괴력이라면 엑시티움이 틀림없을 걸세. 타불라 마탑에서 결국 엑시티움에 손을 댄 모양이군.”
“그럼 엑시티움이 제국군에 보급되는 겁니까?”
“아직은 아닐세. 대귀족들 중에서 엑시티움의 양산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거든. 엑시티움이 언제 자신을 향할지 모르니까. 우선은 마도 시대 유물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겠지. 제국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엑시티움의 생산이 필요하다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파비안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엑시티움이 제국군에 보급되면 전쟁은 한층 더 격화되겠군요.”
킬리언 헤일 공작이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남부 왕국이 유물을 얼마나 가졌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겠지. 사용할 수 있는 유물이 다섯 기라면, 전쟁은 오래지 않아 끝날 걸세.”
“외람된 질문인데 전쟁이 끝나면 엑시티움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부대별로 회수 절차에 들어갈 걸세. 무기의 파괴력을 생각하면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니까.”
“그 과정에서 분실하거나 누락되는 것도 많겠네요?”
“그래서 내가 엑시티움의 양산에 반대하는 거라네. 일단 일선 부대까지 보내고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재고를 파악해 관리하려 해도 마력총 사수가 ‘강철 골렘에게 쐈다’고 보고하면 끝이다.
지금과 같은 전시 상황에서 엑시티움의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묻는 파비안과 달리 베일럼 왕국의 대귀족인 라르바 오마르 백작은 말을 아꼈다.
북부 왕국과 제국의 미래가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국 최고 전력으로 알려진 마법 병단의 수장과 대화를 나누는 게 불편해서다.
킬리언 헤일 공작도 라르바 오마르 백작에게 따로 묻는 일은 없었다.
술자리가 끝나자 엘리오 일행은 역마차 협회 근방의 태번(tavern)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쉬는 엘리오 일행에게 역마차 협회의 사람이 찾아와 1시간 뒤 역마차가 출발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1시간 뒤.
엘리오 일행이 역마차 대기실에 들어가자 하워드 솔론 남작 일행이 다가왔다.
엘리오가 힐끔 쳐다보자 하워드 솔론 남작이 부러져라 허리를 꺾었다.
“백작님! 존경합니다! 함께 여행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를 보는 엘리오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어젯밤 자신과 코르보 마법 병단이 만나는 걸 보았으니 딱히 놀랄 일은 아니었다.
“솔론 남작이라고 했지?”
“예!”
“남작과 달리 나와 내 동료는 남의 주목 받는 걸 싫어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우리를 모험가로 부르도록.”
“예! 모험가님!”
“다른 모험가들 오기 전에 가.”
엘리오가 비키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곧 떠날 듯하던 하워드 솔론 남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어, 그런데 세 분을 똑같이 모험가님이라고 부르면 됩니까?”
대화가 길어지자 옆에 있던 파비안이 나섰다.
“이분은 라고아 경, 그리고 그 옆에 계신 분은 오마르 경, 그리고 나는 클라우드 경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외람된 질문인데 전쟁이 끝나면 엑시티움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부대별로 회수 절차에 들어갈 걸세. 무기의 파괴력을 생각하면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니까.”
“그 과정에서 분실하거나 누락되는 것도 많겠네요?”
“그래서 내가 엑시티움의 양산에 반대하는 거라네. 일단 일선 부대까지 보내고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재고를 파악해 관리하려 해도 마력총 사수가 ‘강철 골렘에게 쐈다’고 보고하면 끝이다.
지금과 같은 전시 상황에서 엑시티움의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묻는 파비안과 달리 베일럼 왕국의 대귀족인 라르바 오마르 백작은 말을 아꼈다.
북부 왕국과 제국의 미래가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국 최고 전력으로 알려진 마법 병단의 수장과 대화를 나누는 게 불편해서다.
킬리언 헤일 공작도 라르바 오마르 백작에게 따로 묻는 일은 없었다.
술자리가 끝나자 엘리오 일행은 역마차 협회 근방의 태번(tavern)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쉬는 엘리오 일행에게 역마차 협회의 사람이 찾아와 1시간 뒤 역마차가 출발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1시간 뒤.
엘리오 일행이 역마차 대기실에 들어가자 하워드 솔론 남작 일행이 다가왔다.
엘리오가 힐끔 쳐다보자 하워드 솔론 남작이 부러져라 허리를 꺾었다.
“백작님! 존경합니다! 함께 여행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를 보는 엘리오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어젯밤 자신과 코르보 마법 병단이 만나는 걸 보았으니 딱히 놀랄 일은 아니었다.
“솔론 남작이라고 했지?”
“예!”
“남작과 달리 나와 내 동료는 남의 주목 받는 걸 싫어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우리를 모험가로 부르도록.”
“예! 모험가님!”
“다른 모험가들 오기 전에 가.”
엘리오가 비키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곧 떠날 듯하던 하워드 솔론 남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어, 그런데 세 분을 똑같이 모험가님이라고 부르면 됩니까?”
대화가 길어지자 옆에 있던 파비안이 나섰다.
“이분은 라고아 경, 그리고 그 옆에 계신 분은 오마르 경, 그리고 나는 클라우드 경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그러자 하워드 솔론 남작이 대뜸 파비안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이미 아시겠지만 나는 하워드 솔론 남작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나는 파비안 클라우드 남작입니다. 나한테 잘 부탁할 게 뭐가 있습니까? 어차피 마차는 역마차 운송 협회의 마부가 잘 몰아 줄 텐데.”
파비안은 짐짓 알아듣지 못한 척 선을 그었다.
상대가 노골적으로 밀어냈지만 하워드 솔론 남작은 물러나지 않았다.
“어비스로 가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머리 두 개가 하나보다 낫다고 하지 않습니까? 부족한 저희들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어비스까지 가는 동안 일행으로 받아 주십시오.”
하워드 솔론 남작 일행의 시선이 일제히 엘리오 라고아 백작을 향했다.
엘리오가 파비안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도움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 받아 줄 필요가 있었다. 남부 왕국 사람들이 대수림을 ‘열대의 타메이온’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함께 여행했다고 정이 들었는지, 처음 만난 영기 수련자와 가문에서 쫓겨난 마검사가 객사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