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277
1277회. 아니! 저런 게 왜 하늘에 있냐고!
율리아나 레올라 후작은 레이드 코스탁 후작의 강력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남은 한 달 동안 열 기를 제작하는 건 불가능했다.
‘소울 스톤’의 제작 성공률은 고작 5퍼센트 남짓.
열 개의 소울 스톤을 제작하려면 엄청난 숫자의 수인이 필요하다.
아무리 은밀하게 추진한다 해도 치안대나 정보국에 꼬리를 밟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타불라 마탑은 끝장이다.
막상 일이 터지면 황태자가 아니라 황제라도 보호해 주지 못할 터였다.
“프로토타입 3기를 제작해 드릴게요. 그 이상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불가능해요.”
“황태자 전하께서는 10기라고 하셨소.”
“말씀드렸죠? 그 이상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불가능하다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황태자의 이름으로 압박해도 통하지 않자 레이드 코스탁 후작은 잠시 머뭇거렸다.
“남은 7기를 언제까지 만들 수 있소?”
“우리 마탑의 제작 능력으로는 한달에 3기가 최대예요. 그리고 미리 말해 두는데 다른 마탑과 제작 기술을 공유할 생각은 없어요.”
“끙! 그렇다면 한 달에 3기씩 전선으로 보내 주시오. 이걸 거절하면 나는 제작 기술을 마탑들과 공유하게 해 달라고 황태자 전하께 건의할 거요.”
“하아! 좋아요. 한 달에 3기의 3세대 골리앗을 보내도록 하죠. 그 대신 3세대 골리앗의 대금은 그때그때 확실하게 정산해 주셔야 해요. 대금 지급이 미루어지면 제작도 그만큼 늦어질 거예요.”
“대금 문제는 내가 아니라 군무대신과 조율하도록 하시오. 제국군 재정 집행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늦어지는 일은 없을 거요.”
참모장이 슬쩍 발을 빼자 율리아나 레올라 후작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상관없어요. 우리는 돈 받은 만큼만 제작할 테니까. 물건을 제때 받기 원한다면 군무대신에게 확실히 말해 두어야 할 거예요.”
마탑의 마법사들은 황제의 신하가 아니며, 마탑에게 제국 황실은 좋은 거래처일 뿐이다.
그걸 아는 레이드 코스탁 후작은 탑주를 응시하다가 그냥 자리를 떠났다.
원정군 참모장이 사라진 직후, 율리아나 레올라 후작은 마공학 연구소로 향했다.
탑주가 예고 없이 방문하자 마공학 연구소장 카비 크레이저 백작은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탑주님.”
“소울 스톤의 제작 성공율은?”
“여전히 5퍼센트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원정군 참모장을 만났네. 출정식까지 3세대 골리앗 10기를 납품하라고 하더군.”
“그건 불가능합니다.”
“나도 그렇게 말했네. 일단 출정식까지 3기를 제작하고, 이후 한 달에 3기를 납품하기로 했네.”
“한 달에 3기는 가능하지만…… 그럼 엑시티움의 생산에 차질이 생깁니다.”
“엑시티움은 삼대마탑에서 공동 생산하기로 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아!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탑주님. 정말 엑시티움을 이렇게 풀어도 괜찮은 겁니까? 바탈리온이라는 특수 부대를 창설한다면서요?”
엑시티움은 소드마스터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지만 마법사들에게도 치명적이었다.
고위 마법사들의 실드도 엑시티움 앞에서는 종잇장처럼 찢기기 때문이다.
“기사가 백 명이라면 마법사는 한 명이네. 고위 마법사는 더 드물지. 마법사들보다 기사들이 더 불안할 테니 알아서 잘 관리할 걸세.”
“그렇기는 하지만 엑시티움 제작에 삼대마탑이 동원된다니 찜찜해서요. 그렇게 많은 물량이 풀리는데 관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신경 쓰지 말게. 우리에게는 잘된 일이 아닌가. 3세대 골리앗의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으니.”
잠시 침묵하던 카비 크레이저 백작이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메기스투스 말입니다. 2세대 골리앗을 만든 지 두 달여 만에 3세대 골리앗이라니. 이게 가능한 개발 속도입니까?”
“아크 메이지의 칭호를 받은 마공학자잖나. 천재를 둔 것에 감사하게.”
궁극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를 마그눔 오프스, 마공학자는 아크 메이지라 불렸다.
메기스투스는 마탑에서도 희귀한 아크 메이지의 칭호를 받은 마공학자였다.
“반년도 안 되어 골리앗 개발의 두 세대를 뛰어넘다니…… 옆에서 보고 있지만 믿어지지 않는 속도입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조금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 것 같아서 드려 본 말씀입니다.”
“질투는 아니고?”
“그럴 리가요.”
“소울 스톤의 연구가 마공학에서 그렇게 어려운 분야는 아니지 않나. 남들이 금기시하는 일에 매진해서 결과를 얻어 낸 것을 두고 의심하는 것은 옳지 않네.”
마공학은 소재에 따라 연구의 난이도가 나뉜다.
희귀 금속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어려운 반면, 생명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은 쉽다.
공급의 문제 때문이다.
야수나 마수는 넘치지만 희귀 금속은 채굴되는 양이 정해져 있다.
그건 소울 스톤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소울 스톤은 특수한 수정구에 지성체의 영혼을 담는 것이다.
수정구와 지성체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으니 연구의 난도는 낮은 편에 속했다.
3세대 골리앗 제작에도 소울 스톤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게 초경량 아머의 확보다. 제국에서 전폭적으로 밀어 주지 않는다면 한 달에 3기는 꿈도 꾸지 못한다.
“그걸 감안해도 3세대는 너무 빠릅니다.”
“경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나도 아네. 메기스투스의 마나가 오염되었다면 경이 먼저 알았을 걸세. 내 말이 틀렸나?”
“그건 그렇습니다.”
“그럼 됐네. 그런데 나는 3세대 골리앗을 한 달에 3기 이상 제작할 수만 있다면 메기스투스가 흑마법사라 해도 용서할 걸세.”
“요즘 같아서는 저도 그렇습니다.”
율리아나 레올라 후작과 카비 크레이저 백작은 서로를 보며 피식 웃었다.
***
어비스 개척 지역.
태풍이라도 오려는지 아침부터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해안가를 따라 걷는 엘리오 일행의 걸음도 빨라졌다.
선두에서 걷던 메르데프가 뒤쪽을 향해 소리쳤다.
“바람이 셉니다!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바다 위 하늘을 살피던 파비안이 물었다.
“태풍은 아니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 정도의 바람은 처음입니다!”
일행의 집사 역할을 하는 파비안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적당한 곳을 찾아봐라! 이대로 무작정 가는 건 아닌 것 같다!”
“예!”
안전한 장소를 찾기 위한 메르데프와 타인록은 내륙 쪽으로 꺾어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너럭바위를 발견한 두 사람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너럭바위 아래는 열 명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엘리오 일행이 막 너럭바위에 도달할 즈음 강풍은 극에 달했다.
숲의 나무가 부러질 듯 휘어지고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졌다.
휘우우우―!
엘리오 일행은 너럭바위 아래 옹기종기 모여 놀란 얼굴로 정면을 응시했다.
고사한 나무가 뿌리째 뽑혀 바람을 따라 날아가고 있었다.
거센 바람은 바다로부터 쉬지 않고 몰려왔다.
파도도 수십 미터 높이로 솟구쳐 너럭바위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엘리오가 메르데프에게 물었다.
“메르 씨, 어비스에도 태풍이 불어?”
“예, 지상에 있는 건 거의 다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짜 넓은가 보네.”
“넓은 정도가 아닙니다. 바다로는 나가 본 사람도 없습니다.”
“바다 건너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네?”
“예, 바다 자체가 미개척 지대입니다.”
“그럼 그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뭘 개발했다는 거야?”
“개척 지역만 해도 어지간한 왕국만 합니다. 거기서 광물을 채굴하거나, 약초를 채집한 거죠.”
“돈 되는 일만 했다는 거네?”
“용병들이 발견하고 개발한 곳이니까요.”
“아하!”
엘리오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돈 안 되고 위험한 일은 하지 않으니 어비스의 대부분이 미개척 지역일 수밖에.
“그런데 광물이나 약초는 지상에도 있잖아. 굳이 목숨 걸고 어비스까지 내려올 이유가 있나?”
“어비스에서 나오는 게 훨씬 좋으니까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고가에 거래가 되고요.”
“그렇군.”
그때 크레아가 손가락으로 바다 위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고래예요!”
그녀의 외침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바다 위 하늘로 향했다.
잿빛 구름 사이로 거대한 고래의 동체가 드러났다.
그걸 본 엘리오가 깜짝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고래가 어떻게 하늘을 날아!”
그러나 하늘에 떠 있는 건 고래뿐이 아니었다.
곧이어 거대한 해파리를 닮은 생명체들이 바람에 떠밀려 해안가로 날아왔다.
그런데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듯 누구도 엘리오만큼 놀라지는 않았다.
“아니! 저런 게 왜 하늘에 있냐고!”
엘리오의 계속된 외침에 하워드 솔론 남작이 답했다.
“어비스의 바다는 지상과 조금 다릅니다. 저렇게 떠다니는 고래를 ‘하늘고래’라고 합니다. 해파리같이 생긴 건 ‘부유 해파리’라고 하고요.”
“저건 바다 밑에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어비스의 바다는 조금 다릅니다.”
“카오스라 이건가.”
엘리오의 혼잣말에 하워드 솔론 남작이 고개를 갸웃했다.
“카오스요?”
“아니, 그냥 해 본 말이야. 저것들은 어디까지 날아가지? 사막에서는 못 봤는데?”
“주로 바다 위에서 살아갑니다. 강풍이 불면 해안가까지 날아오기도 한다고 배웠습니다. 메르데프 씨, 내 말에 틀린 점이 있나?”
어비스가 처음인 하워드 솔론 남작은 자신이 없는지 메르데프를 끌어들였다.
“예, 맞습니다. 주로 바닷가에서만 목격됩니다. 육지로 들어갔다가도 금방 바다로 돌아갑니다.”
엘리오가 하늘고래와 부유 해파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메르 씨, 저게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아?”
“온순해서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땅으로 내려오지도 않습니다.”
“저것들은 마수야? 마물이야?”
“마물로 분류됩니다.”
“용병들이 하늘고래를 사냥하기도 하나?”
“평범한 용병단은 꿈도 못 꿉니다. 마력총으로 무장한 정규군이 종종 사냥에 나서곤 합니다. 하늘고래의 가죽과 뼈가 최고급 아머의 제작 재료라서요.”
“전투력은 어느 정도야?”
그때 하늘 저편에서 은은한 고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마물이지만 고래 울음소리는 왠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울음소리만 들어도 하늘고래는 싸움과 거리가 먼 생명체였다.
“덩치에 비해 전투력은 강하지 않습니다. ‘헤비 워터’라고 엄청난 양의 물로 공격하는 것만 조심하면 큰 희생 없이 잡을 수 있습니다.”
“잡는 걸 본 적 있어? 아니면 어디서 주워들은 거야?”
“헤헤, 엑소도에서 소문만 들었습니다. 백작님의 마법이라면 단숨에 처치가 가능할 겁니다.”
메르데프는 얼마 전에 보았던 밤하늘이 무너지는 마법을 떠올렸다.
그거 한 방이면 하늘고래의 두꺼운 가죽이라도 벌집이 되고 말 터였다.
“아무리 마물이래도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걸 왜 죽여? 울음소리를 들으니까 마물 같지도 않구만.”
“돈이 되잖습니까.”
“내가 돈이나 벌려고 어비스에 온 줄 알아? 쓸데없는 소리 말고 신상이나 잘 찾아봐.”
“예.”
메르데프는 뭘 찾는 척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천박한 그의 행동에 비록 야인이지만 명예를 아는 기사 타인록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엘리오가 어깨를 붙이고 있는 루나 마일러스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누님. 하늘고래 타 보고 싶지 않아요?”
“왜? 그러고 싶어?”
“여기서가 아니면 언제 저런 걸 타고 하늘을 날아다녀 보겠어요?”
루나 마일러스는 배시시 웃었다.
그의 말처럼 그건 온 우주에서 어비스에서만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하늘고래와 부유 해파리들은 육지 깊숙이 흘러 들어갔다.
태풍처럼 휘몰아치던 바람이 한순간 잠잠해졌다.
새파란 하늘에 솜뭉치처럼 떠 있는 하얀 구름을 보던 루나 마일러스가 나직이 말했다.
“그래, 우샤스 운드라(금사)를 찾기 전에 꼭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