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437
1437회. 너희들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
미륵방 방주 독안귀도 서륜과 총관 광호도 진염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 나갔다.
아직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지만, 납인면사가 정말 사파의 고수일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허리가 부러져라 인사를 한 진염이 얼른 납인면사에게 방주를 소개했다.
“이쪽은 미륵방 방주인 독안귀도 서륜……이고, 저는 총관인 광호도 진염이라 합니다.
상대가 너무 젊어 ‘서륜 님’이라고 해야 하나 잠시 망설였지만, 그는 결국 방주에게 ‘님’ 자를 붙이지 못했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납인면사에게 찍히면 자신만 손해인 까닭이다.
서륜이 그런 진염을 힐끔 보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머리를 숙였다.
“서륜입니다.”
연적하는 인사를 받지 않고 두 사람을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서륜이 급히 납인면사를 따라붙으며 말했다.
“백랑촌에서 온 놈들인데…… 하는 짓이 영 수상쩍다고 해서 잡아 왔습니다.”
그 말에 연적하가 멈춰 섰다.
일단 어떤 상황인지부터 들어야 할 것 같아서다.
납인면사가 관심을 보이자 서륜은 서둘러 말을 이었다.
“어젯밤 저놈들이 가인루에서 기녀들과 술판을 벌일 때, 저희 미륵방에서 조사를 나갔습니다. 그런데 자정이 넘어 기녀 하나가 저놈들이 수상쩍다고 알려 왔습니다. 기녀들이 실종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답니다. 그래서 총관을 보내 잡아 오라 했는데……. 그 이야기는 네가 말씀 올려라.”
서륜은 진염을 끌어들였다.
객점에서 저놈들을 잡아 온 게 진염이 까닭이다.
“예, 제가 방주님의 명으로 저놈들을 잡으러 객점에 갔는데……. 출신지며 어젯밤 기루에 갔던 것까지 죄다 거짓말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 싶어 잡아들여 매질을 하던 참입니다. 그런데 자기들이 죽을 짓 했다는 걸 아는지……. 아무리 때려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연적하는 형틀에 묶인 세 남자를 힐끔 본 후 짧게 말했다.
“일단 풀어 줘.”
“예, 예? 풀어 주라고요?”
진염이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납인면사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잘 설명했는데 말을 똥구멍으로 들었는지 풀어 주라니 놀란 것이다.
“때려도 말을 안 한다면서? 그럼 풀어 주고 말로 잘 설득해야지.”
“아…… 예.”
진염은 다소 맥빠진 얼굴로 수하를 시켜 세 놈의 결박을 풀었다.
풀려난 장준걸과 친구들은 납인면사에게 달려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저희는 정말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아침에 끌려와 해 질 때까지 매를 맞았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쇼!”
“병드신 노모가 집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가 돌아가지 않으면 쓰러지실 겁니다. 제발 집에 보내 주십쇼. 노모를 돌보게 해 주십쇼.”
무덤덤한 얼굴로 듣던 연적하가 손을 들어 올렸다.
“조용.”
그제야 청년들은 쏟아 내던 말을 멈추고 납인면사의 눈치를 살폈다.
연적하가 시뻘겋게 충혈된 청년들의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 사실을 말하면 관부에 너희를 넘겨줄게. 그런데 사실을 말하지 않고 지금처럼 버틴다? 그럼 너희는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게 될 거야.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어?”
뒤에서 듣던 서륜과 진염이 황당한 얼굴로 서로를 보았다.
사실을 말하면 관부로 보내고, 버티면 죽인다니?
지금 그걸 협박이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사파 고수라면 뭔가 더 대단할 줄 알았는데 이건 시시한 감마저 든다.
역시나!
세 청년은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같은 소리를 해 댔다.
서륜과 진염이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하며 납인면사의 얼굴을 볼 때다.
납인면사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흐음! 그래. 모른다 이거지? 나는 너희들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 사실이 아니면 나는 너희를 끔찍한 방법으로 죽여야 하거든.”
“모두 사실입니다. 저희가 비록 우둔해 입신양명하지는 못했지만, 한 점 부끄럼 없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친구들, 그렇지 않나!”
장준걸의 비분강개한 말에 친구들도 한마디씩 던졌다.
“맞습니다!”
“믿어 주십쇼!”
고개를 주억거리며 듣던 연적하가 마침내 언법(言法)을 사용했다.
“공야자와 청불노의 제자 연남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진실 되게 답해라. 여가촌 출신의 여소룡이라는 아이를 아느냐?”
이번에도 장준걸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나으리, 몇 번을 말씀드려도 저희의 대답은 같습니다. 압니다. 헉! 제가 지금 뭐라고 말을…… 절대로, 압니다. 아니, 이게 아니라…….”
크게 당황한 장준걸이 손바닥으로 연신 제 입을 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적하는 계속해서 물었다.
“여소룡을 어떻게 했느냐?”
“그걸 저희가 어떻게…… 술을 먹여서 재운 뒤 움막으로 끌고 가서…… 제가 지금 무슨 소리를…… 돈을 빼앗고 기둥에 묶어 두었습니다. 아니, 아닙니다. 몰라요! 모릅니다! 너희들도 뭐라고 말을 해 봐!”
당황한 장준걸은 친구들에게 떠넘겼다.
연적하의 차가운 시선이 이번에는 다른 청년에게로 향했다.
“여소룡을 어떻게 할 계획이었느냐?”
충격에 빠진 듯 멍하니 서 있던 청년의 입이 열렸다.
“준걸이 이상한 소리를…… 움막에서 죽으면 독수리 먹이로 던져 줄 생각이었습니다. 헉!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아닙니다. 우리는 그 애를 모릅니다.”
“움막은 어디에 있느냐?”
청년은 고개를 격하게 저었지만 입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백랑촌 뒷산에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연적하가 재차 물었다.
“움막의 위치는 너희 셋 모두가 잘 알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저희가 늘 모이는 곳입니다. 거, 거짓말입니다! 저희는 그 아이가 누군지 모릅니다! 준걸아! 이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야!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그런데 너희가 그 움막에 늘 모였다고 했는데, 거기서 무슨 일들을 했느냐?”
“혼자 있는 여자를 잡아다 겁간했습니다. 타지인이면 죽여서 묻거나 독수리 먹이로 던져 주기도…… 헙! 아닙니다. 모두 거짓말입니다! 저희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잘 들었다. 이제 약속을 지킬 차례가 됐구나.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는 게 뭔지 아느냐? 나는 그것이 분근착골이라고 확신한다.”
이윽고 연적하가 손가락을 튕겼다.
순간 청년 둘의 몸에서 ‘퍽! 퍽! 퍽!’ 하고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격공점혈로 혈도를 찍은 것이다.
두 청년이 풀썩 무릎을 꿇는가 싶더니, 이내 사지를 뒤틀며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악!”
“사, 살려 주……. 아악!”
‘으드득!’ 하고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몸은 뭉쳤다 늘어났다를 반복했다.
일각(15분)이 지나자 둘은 입만 뻥끗거렸다.
그래도 연적하는 무심한 눈으로 내려다볼 뿐, 분근착골을 멈추지 않았다.
미륵방 방주 서륜과 총관 진염은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고 굳었다.
분근착골은 그 자체가 무림의 절기다.
아무나 혈도를 찍어 사람의 뼈를 나누고, 힘줄을 어긋나게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보고 있는 분근착골은 정말 무섭고 끔찍했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 될 수도 있다니!
꿈에 나올까 두려울 정도다.
오줌과 똥을 싸더니, 나중에는 칠공에서 피를 뿜어내고 있다.
일각이 지나자 놀랍게도 두 사람의 몸은 압축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눈알 하나가 툭 떨어져 나와 납인면사의 발치까지 굴러왔다.
그러자 납인면사는 발로 눈알을 툭 차서 되돌려 보냈다.
꾸물거리던 살덩어리 속으로 눈알이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그걸 본 진염은 토악질을 하고 말았다.
서륜은 진염을 야단치는 척하며 슬그머니 고개를 뒤로 돌렸다.
과연 사파의 고수다운 행동이다.
그는 부르르 떨며 납인면사라는 괴인이 조용히 떠나가기를 바랐다.
일다경이 지나자 두 청년은 사람의 형체를 잃고 덩어리가 되었다.
미륵방도들은 생전 처음 보는 잔혹한 광경에 납인면사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그건 장준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줌까지 지리며 덜덜 떨었다.
분근착골의 끝에 이르자 두 개의 덩어리는 움직임을 멈췄다.
장준걸이 쉰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살려 주십쇼.”
연적하는 대답 대신 그의 뒷덜미를 움켜잡고 어기충소의 신법으로 날아올랐다.
까마득히 날아오른 연적하는 유성처럼 밤하늘을 가로질러 사라졌다.
납인면사가 떠난 뒤에도 서륜과 진염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후 정신을 차린 서륜이 장내를 둘러보았다.
모든 게 꿈 같았다.
허공을 격해 혈도를 찍어 멀쩡한 두 남자를 살덩어리로 만들고, 남은 청년 하나를 데리고 별들만큼이나 높이 날아서 사라졌다.
이게 사람의 몸으로 가능한가?
그때 진염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방주님, 조금 전에 납인면사가 한 말 기억나십니까?”
“무슨 말?”
“여러 사람의 이름을 말했는데…… 그중에 연남천이라는 이름이 있지 않았습니까?”
“연남천? 그게 왜?”
“오래전에 신선이 됐다는 고금제일고수의 별호가 남천 아닙니까?”
“성에 별호를 붙여 쓰는 사람이 있느냐?”
“없겠죠?”
“저 살덩어리나 치워라. 그리고 당분간 애들 단속 좀 해야겠다.”
“단속이라시면?”
“저 살덩어리들을 보고도 느껴지는 바가 없느냐? 살고 싶다면 납인면사가 나설 일을 만들지 말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당분간 쥐 죽은 듯 지내라 하겠습니다.”
“미리 말해 두는데 납인면사가 다시 나타나면 내 책임 아니다. 나는 분명히 너에게 지시했다. 애들 단속 잘하라고.”
“예, 방도들에게 확실히 말해 두겠습니다.”
납인면사와 만나고 싶지 않은 건 진염도 마찬가지였다.
무심코 두 개의 살덩어리를 내려다본 진염은 파르르 몸을 떨었다.
***
연적하는 여소룡이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서둘렀다.
청년 셋이 어린애를 산속의 움막에 묶어 두었다니 기가 막혔다.
그것도 죽으면 내다 버릴 요량이라니 안 봐도 어찌했을지 훤했다.
밤이었지만 다행히 달이 밝아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저, 저 산입니다.”
장준걸이 손가락으로 작은 마을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산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산을 살피던 연적하는 산 중턱에서 작은 움막 하나를 발견했다.
잠시 후 움막 앞에 표표히 떨어져 내린 연적하는 장준걸을 내팽개쳤다.
장준걸은 언 땅에 철퍼덕 내동댕이쳐졌지만 신음 소리도 내지 못했다.
연적하는 장준걸을 점혈한 뒤 움막 안으로 들어갔다.
‘쯧!’
여소룡은 장준걸이 말한 것처럼 움막 안의 기둥에 꽁꽁 묶여 있었다.
서둘러 다가간 연적하는 줄을 풀고, 여소룡의 경동맥에 살짝 손을 올렸다.
‘휴!’
미약하지만 아직 맥이 느껴졌다.
연적하는 여소룡의 몸에 영기를 불어넣고, 진기 요상법에 따라 일 주천시켰다.
차갑게 식어 있던 여소룡의 몸에 미약하게나마 온기가 감돌았다.
그제야 그는 여소룡을 침상에 눕히고 불을 피웠다.
잠시 후 여소룡의 숨소리가 안정되자 연적하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이윽고 연적하와 언 땅에 엎어져 있던 장준걸의 눈이 마주쳤다.
장준걸이 겁에 질린 눈으로 납인면사를 올려다보았다.
연적하는 대뜸 장준걸의 머리채를 잡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때마침 멀리서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장준걸을 들어 올린 연적하가 그의 귓가에 나직이 말했다.
“마지막으로 몸 바쳐 좋은 일 한번 하고 가자. 너도 그러는 게 좋지?”
장준걸은 아니라는 듯 눈동자를 격하게 좌우로 움직였다.
“자식, 좋아하는 거 봐? 그래, 개만도 못한 인생이었지만 갈 때는 성자처럼 가자.”
연적하는 굶주린 늑대들에게 장준걸을 던져 주고 움막으로 돌아갔다.
***
한편 여남은 균현에서 아들을 찾지 못하자 십언시로 향했다.
균현보다는 십언시로 갔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여남은 객점과 기루, 음식점 등을 돌아다니며 아들에 관해 물었다.
그런데 묘하게 만나는 사람들마다 큰 관심을 보였다.
군현에서는 대부분 귀찮아했는데, 십언시의 사람들은 심지어 친절했다.
그래도 아들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객점에 돌아간 여남이 쉬고 있을 때 미륵방의 사람들이 그를 찾아왔다.
“나는 미륵방 총관인 광호도 진염이오. 귀하가 여소룡의 부친이라고 들었는데, 맞소?”
“예, 예. 맞습니다. 혹시…… 제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여남은 불안한 눈으로 진염의 안색을 살폈다.
진염은 여남이 촌부임을 알았지만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정중하게 답했다.
“귀하의 아들은 납인면사 님께서 구하러 갔소. 지금쯤 집에 갔을 거요.”
“예?”
황당해 하는 여남에게 진염은 그간의 일을 요약해 들려주었다.
“……그러니 서둘러 집으로 가 보시오. 그런데 납인면사 님과는 어떤 관계요?”
“납인면사 님요? 저는 그분이 누군지 모습니다.”
“하아, 알았소. 날이 밝는 대로 집으로 가 보시오. 그리고 앞으로 곤란한 일이 생기면 미륵방으로 찾아오시오. 힘 닿는 데까지 성심성의껏 도와드릴 테니.”
“아이쿠! 감사합니다. 미륵방은 이름처럼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시군요.”
미륵방에 대해 알지 못하는 여남은 머리를 굽실거리며 미륵방을 칭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