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494
1494회. 삼합회와 장락방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진과월이 죽상을 하자 연적하가 물었다.
“아는 사람입니까?”
“암살자의 리더일세.”
“리더라…….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군요.”
“우두머리라는 뜻이네.”
“암살자에게 과분한 이름이네요.”
진과월은 연적하의 말에 핀트가 어긋난 느낌이 들어 슬쩍 떠봤다.
“드라마에 중독된 것 같은데 영어는 전혀 모르나?”
“드라마라는 게 독이었습니까? 영어는 또 뭔가요? 그것도 독입니까?”
“이런 제길. 내가 말을 말아야지. 밖에서 떠드는 놈이 암살자들의 두목이네. 마장청(馬長靑)이라고 잔인하기로 유명한 놈이지. 나야 그렇다 쳐도 목격자를 남겨 두지 않는 놈인데…… 자네가 걱정이군.”
“살인멸구(殺人滅口) 뭐 그런 건가요?”
“잘 아는군. 내가 놈들의 시선을 끄는 동안 힘껏 달아나게. 어두우니 운이 좋으면 살 수 있을 걸세.”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못 참겠던지 누군가 살그머니 문을 열었다.
순간 진과월이 열린 문으로 뭔가를 뿌렸다.
쉬이잇―!
연적하는 그것이 동전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놀랍게도 동전 두 개가 나무문에 ‘퍽! 퍽!’ 소리와 함께 깊숙이 박혔다.
나머지 두 개는 문 틈새로 빠져나갔다.
문 틈새로 염탐하던 사람이 ‘악!’ 소리와 함께 우당탕 나가떨어졌다.
깜짝 놀란 연적하가 눈을 끔뻑이자 진과월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뭘 놀라나. 돌연변이 처음 보는 사람처럼.”
“요즘은 무공을 돌연변이라고 합니까?”
“무공? 하하핫!”
기상천외한 발언에 진과월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당면한 위기를 잠시 망각하게 만들 정도로 웃긴 말이었다.
무공과 돌연변이는 상극이라 할 수 있다.
무공이 노력을 바탕으로 한다면 돌연변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이었으니까.
“아닙니까?”
“돌연변이는 말일세. 자네 진화론에 대해 아나?”
“모르는데요?”
“진화란 생명체가 필요에 의해 조금씩 변해 가는 걸 말한다네. 원숭이가 오랜 세월에 걸쳐 마침내 인간으로 변한 게 진화의 대표적인 예지.”
“헉! 사람이 원숭이였습니까?”
“그 정도는 소학교만 졸업해도 알 수 있는데……. 기억력에도 문제가 있는 건가?”
“와아! 사람이 원숭이였다니. 그래서 손오공이 사람처럼 행동한 건가.”
“그건 소설이고. 여하튼 진화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나는 변화라고 알아 두게. 그리고 그 규칙에서 벗어난 변화를 돌연변이라고 한다네.”
“아하!”
연적하는 머리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 금방 진과월의 말을 알아들었다.
“부사장님이 돌연변이라서 그런 무공을 쓸 수 있다는 건가요?”
“무공 아니래두. 그냥 내 디피(Dimension Power)가 높아서 무공처럼 보일 뿐이네.”
“디피는 뭔가요?”
“디멘션 파워라고 차원력(次元力)을 뜻하는 영어일세.”
“오! 차원력!”
연적하의 눈이 빛났다.
차원을 넘나들어서 그런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뭘 알고 저러나 싶은 눈으로 연적하를 보던 진과월이 말 나온 김에 몇 마디 덧붙였다.
“지난해 나사(NASA)에서 유전 변이 측정기(MDM)라는 것을 개발했지. 돌연변이인지 아닌지를 검사하는 기계라고 생각하면 되네. 본래 만 위안(한화 약 185만 원)쯤 하는 고가의 물건이었는데…… 중국이 역설계해서 제작해 천 위안(한화 약 18만 5천 원)에 팔고 있다네. 덕분에 발견된 돌연변이 숫자도 늘고, 디피 수치도 일상화됐지.”
말을 마친 진과월은 품 안에서 지갑만 한 크기의 검은색 패드를 꺼내 보였다.
연적하가 무심코 패드로 손을 뻗었지만, 진과월은 못 본 척 패드를 다시 품 안에 넣었다.
연적하가 뻘쭘한 얼굴로 말을 돌렸다.
“아까 밖에서 디피가 천이 넘는다고 하던데…… 부사장님의 디피가 그렇다는 거죠?”
“맞네.”
디피가 무려 1,500인 진과월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게 높은 수치인가 봅니다?”
“디피 측정값은 성인 남자의 힘을 기준으로 하네. 성인 남자의 평균 값이 디피 10이지.”
“그럼 천이면 100명의 힘을 가졌다는 뜻인가요?”
“그렇네.”
“와아!”
연적하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진과월을 보았다.
일반 성인 남자 100명의 힘이라면 강호에서 고수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걸 노력도 하지 않고 얻었다니 놀라운 뿐이다.
그때 또다시 밖에서 마장청의 우러우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 나오고 그 안에서 버티겠다? 시간 끌어 봐야 어차피 여기까지 도우러 와 줄 사람도 없잖나! 나오라고! 안 나와? 정 안 나오겠다면 나오게 만들어 주지.”
곧이어 토지신묘 주위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안에 숨어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아예 불을 질러 버린 것이다.
불길이 일렁이며 메케한 연기가 밀려 들어왔다.
더 시간을 끌기 어렵다고 생각한 진과월이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주의를 끌 동안 어떻게든 멀리 달아나게. 이곳에서 벗어나면 인가를 피해 숲으로만 이동해야 하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십언시에 있는 홍련상회를 찾아가서 오늘의 일을 알려 주면 고맙겠네.”
연적하는 진과월의 의리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암살자들의 목표는 진과월이지만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진과월은 자신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말로 시간을 끌어 봐야 좋을 게 없기에 연적하는 일단 알았다고 했다.
진과월이 연적하에게 눈짓을 보낸 후 밖으로 튀어나갔다.
“진과월이 여기 있다! 마장청은 어디 있느냐!”
도발적인 외침과 달리 진과월은 빈 공간으로 치달렸다.
마장청과 암살자들이 그의 뒤를 쫓았다.
그렇다고 모두가 진과월을 따라간 것은 아니다.
이미 안쪽에 한 사람이 더 있음을 알고 있던 마장청은 수하 둘을 남겼다.
암살자 둘이 불타는 토지신묘의 입구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두 사람의 손에는 군용 단검이 들려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불붙은 토지신묘 지붕이 풀썩 내려앉을 때까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할 때다.
아무도 없어야 할 그들의 등 뒤쪽에서 낭랑한 음성이 들려왔다.
“암살자들이 왜 이렇게 허술해?”
깜짝 놀란 두 사람은 벼락처럼 뒤로 돌며 단검을 휘둘렀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본래부터 그러려고 준비한 사람들 같았다.
쉭! 쉬익―!
연적하는 범인의 속도를 훌쩍 뛰어넘은 그들의 움직임에 내심 감탄했다.
일류 고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삼류라고 하면 섭섭할 위력이다.
감탄은 감탄이고, 연적하는 번개처럼 두 사람의 마혈을 찍었다.
‘탁! 탁!’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 남자가 나무닭[木鷄]처럼 굳었다.
당황한 얼굴로 눈만 끔뻑이는 사내들에게 연적하가 물었다.
“너희는 차원력이 몇이냐?”
차원력 수치 자체는 대단한 비밀이 아닌 듯 사내들은 순순히 답했다.
“300이오.”
“350이오.”
“낮네?”
연적하가 무심코 말했다.
진과월의 차원력이 천을 넘어가기에 해 본 소리다.
차원력이 350이라던 사내, 왕자건이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
평균이 150이니 300대면 돌연변이들 중에서도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대놓고 낮다니 싸움의 승패를 떠나 자존심이 확 상해 버린 것이다.
“뭘 노려봐? 그럼 그게 낮은 거지 높은 거냐?”
“씨펄! 어차피 죽일 거면 조롱하지 말고 빨리 죽여라! 차원력은 상대적이다. 너보다 높은 사람을 만나면 너라고 다를 것 같으냐?”
왕자건은 청년의 차원력이 자신들보다 높아서 당한 것으로 착각했다.
연적하는 굳이 그의 오해를 풀어 주지 않았다.
“내가 언제 너희를 죽인다고 했냐? 너희가 나를 죽이려고 했지.”
연적하의 말에 사내들의 표정이 금방 풀어졌다.
심지어 왕자건은 곧바로 존대를 했다.
“노형, 우리가 노형을 공격한 것은 오해 때문에 그렇게 된 겁니다. 알아보지도 않고 먼저 손을 쓴 것에 대해 사죄드립니다. 진과월과는 불구대천의 원수라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노형과는 그런 일이 없으니…… 저희를 보내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장락방에서 은혜를 잊지 않을 겁니다.”
연적하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사내를 보았다.
이 긴급한 상황 속에서 말하는 게 청산유수다. 살다 살다 이런 달변가는 처음이었다.
깨끗한 사과에 이어 장락방을 앞세운 압박까지.
분명 가소로운데 살의는 생기지 않았다.
‘말 한마디로 천냥의 빚을 갚는다[一言償千两債]’더니 과연 그랬다.
그냥 돌아서려던 연적하는 문득 사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차원력이라는 게 뭔지 궁금해서다.
그런데 영기로 사내의 내부를 샅샅이 훑었지만 딱히 느껴지는 게 없었다.
‘심장에도 없고, 단전에도 없고…… 차원력이 어디 있다는 거야?’
기이한 눈으로 사내를 훑어보던 연적하는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돌연변이의 신체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두 사내는 연적하가 혈도를 풀어 주지 않았는데 이내 움찔움찔 몸을 움직였다.
“크윽!”
마장청의 주먹에 얼굴을 맞은 진과월이 나지막한 비명과 함께 지면 위로 나뒹굴었다.
진과월은 비칠거리며 일어났지만 상태는 좋지 않았다.
양복 어깨와 등 부위가 갈라진 걸 보면 그사이 칼에 맞은 것 같았다.
“크크, 비겁한 새끼! 남자답게 싸워 보자면서? 이게 남자다운 거냐?”
진과월의 시선이 좌우편에 선 남녀를 지나 다시 마장청에 이르렀다.
두 명의 남녀는 단검을 든 반면, 마장청은 맨손이었다.
마장청이 실실 웃으며 답했다.
“먼저 달아난 게 누군데? 누구더러 비겁하대? 그럼 지금이라도 1:1로 붙어 볼까?”
“개자식.”
진과월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칼에 너무 많이 맞아 서 있기도 힘든데 1:1을 하자니 기가 막혔다.
“어이,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십언시에 눈독을 들이나? 그냥 하던 대로 홍콩, 마카오, 태국, 미국…… 그런 데서 놀지 그랬어? 삼합회가 대단하지만…… 호랑이도 산을 내려가면 개에게 업신여심을 받는다잖아. 십언시는 삼합회가 아니라 우리 장락방의 구역이라고.”
“흥! 덤벼라. 나의 복수는 형제들이 해 줄 것이다.”
“형제들? 꿈 깨게. 공안이 삼합회를 잡으려고 혈안인데 몇 명이나 올 수 있을 것 같나? 열 명? 스무 명? 그 정도로는 장락방을 이길 수 없어.”
“…….”
진과월은 반박하지 않았다.
말을 하면 할수록 자신만 초라해지니 이럴 때는 침묵이 금이다.
‘마장청, 내가 혼자 죽을 것 같으냐!’
기회를 엿보던 진과월이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마장청을 덮쳤다.
그러나 마장청도 차원력이 1,000에 달하는 인물이다.
가볍게 상체를 틀어 피한 마장청이 주먹을 진과월의 옆구리에 꽂아 넣었다.
쩍―!
떡메 치는 소리와 함께 진과월이 풀썩 쓰러졌다.
진과월이 돌연변이였기에 멀쩡했지 일반인이었다면 허리가 터져 나갔을 것이다.
마장청이 기절한 진과월의 머리 위에 발을 올렸다.
그가 막 힘주어 밟으려는 순간,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동전이 날아왔다.
피잉―!
마장청은 ‘헉!’ 소리와 함께 뒤로 훌쩍 몸을 날렸다.
아슬아슬하게 그를 스쳐 지나간 동전은 ‘뻑!’ 소리와 함께 나무에 박혔다.
마장청과 남녀가 빠르게 시선을 주고받았다.
아무리 밤이라지만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 동전을 저렇게 사용하다니!
그건 상대의 디피가 최소한 1,000은 넘어간다는 소리였다.
마장청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소리쳤다.
“누구냐!”
그러나 연적하는 대답 대신 이형환위의 신법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이윽고 마장청과 두 남녀의 뒤로 사람의 형상이 스쳐 지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마혈이 제압당한 마장청과 두 남녀는 미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만 끔뻑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적하는 쓰러진 진과월을 어깨에 둘러메고 유유히 자리를 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마장청이 고래고래 소리를 내질렀다.
“누구냐! 너 누구냐고!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