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510
1510회.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입니까?
임초연 경사를 본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다른 건 간과한다.
그러나 그녀는 중화인민공안대학(中華人民公安大學)을 수석으로 졸업한 재원이며, 짧은 경력에 반해 굵직한 사건을 해결한 능력자다.
그녀가 젊은 나이에 특임과인 공안 5과의 팀장으로 임명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조부가 상무위원을 역임했다지만, 기본적으로 그녀의 능력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공안 5과의 팀장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그녀의 눈에 연적하가 걸려들었다.
임초연은 비록 연적하가 일반인이지만 마화동 사장과 동방경호 직원들 실종 사건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되었다고 확신했다.
다만 허세가 심하다는 게 좀 문제인데 그건 적당히 걸러 내면 될 일이었다.
유능한 공안은 상대가 거짓이나 과장을 말하지 못하게 압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필수다.
연적하에 대한 조사에서 그녀는 문득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것은 연적하와 진과월 간에 아무런 접점이 없다는 것이다.
연적하는 평범한 농민공 출신이고, 진과월은 십언시 홍련상회의 부사장이다.
심지어 두 사람은 이전까지 단 한 차례도 얽힌 적이 없다.
활동 지역도 다르고 혈연관계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합비의 농민공 연적하가 홍련상회의 손님으로 와 있는 것이다.
유능한 공안의 촉에 연적하의 과거사가 영 수상쩍었다.
어쩌면 신분을 세탁한 것일지도 모른다.
삼합회에게 그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흑사회가 경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던가.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찔러 보았다.
“연적하 씨는 고급중학교를 졸업하셨죠? 이름이 뭐더라…… 어디였죠?”
“…….”
그런데 대답이 없다?
순간 임초연은 자신이 추측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뒤늦게 연적하가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
“뭐라고 했습니까?”
“연적하 씨가 졸업한 여강현의 고급중학교 이름이 뭐냐고요.”
“모르겠습니다.”
“모른다고요? 자기가 졸업한 고급중학교를 어떻게 모를 수 있죠?”
“졸업하지 않은 건 아닐까요?”
뻔뻔한 연적하의 말에 임초연은 마시던 커피를 그의 얼굴에 확 붓고 싶었다.
“이보세요, 연적하 씨. 좋은 말로 하니까 장난하는 것 같습니까?”
“아뇨.”
“그런데 왜 그따위 소리를 하는 거죠? 졸업한 고급중학교 이름을 말해 보세요.”
“내가 모른다고 해도 안 믿을 거죠?”
“계속 그런 소리를 하면 나와 함께 공안국으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단호한 임초연의 태도에 연적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지난번에는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적극적인지 모르겠다.
그런 연적하를 보던 임초연이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솔직히 연적하 씨에 대해서 관심 없어요. 신분 조작 정도는 그냥 봐줄 수도 있다 이 말입니다.”
물론 상대를 구슬리기 위해 하는 말이다.
여기서 연적하가 신분을 조작했다고 자백하면 구속 수사로 돌릴 생각이었다.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알고 싶은 건 배주대곡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는 겁니다. 배주대곡의 마화동 사장이 실종됐어요. 마화동 사장의 실종에 비하면 연적하 씨의 신분 조작은 먼지만도 못해요.”
“하아…… 어렵네요.”
“말해 봐요. 여강현에서 학교 다닌 거 아니죠? 아니, 여강현 출신이 맞긴 합니까?”
“…….”
연적하가 망설이자 임초연은 슬며시 그의 손등에 자신의 손바닥을 얹었다.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혹할 수밖에 없는 미인계를 함께 쓴 것이다.
“나는 당신을 잡으러 온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당신을 돕고 싶어요. 당신은 눈동자가 선해요. 절대로 나쁜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게 해 줘요. 당신, 여강현 출신 아니죠?”
***
띠― 띠―.
고막을 울리는 소리에 마소전은 오른손으로 왼팔의 나오미 워치(시계형 모바일 장치)를 툭 건드렸다.
“무슨 일이야?”
그러자 시계를 귀에 대지도 않았는데 생생한 말소리가 들렸다.
―형님, 어제 찾으라고 하신 그놈 있잖습니까? 지금 신천지 옆의 판다커피[熊猫咖啡]에 여자와 함께 있습니다.
“여자?”
―예, 분위기를 보니 둘이 사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멀리서 감시만 해. 눈치채면 튈 수도 있으니까 너무 가까이 붙지 말고.”
―알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마소전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나오미 워치를 조작했다.
귓속에서 신호음이 울리더니 이내 다른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예, 형님! 전화 받았습니다.
“일전에 마취총 들어온 거 있지?”
―예. 두 정 있습니다.
“마취탄은?”
―열 발 정도 있습니다.
“싹 긁어서 신천지 앞으로 와.”
―사람은 안 필요하십니까?
“세 명 데리고 와. 두 사람을 작업해야 하니까 승합차 끌고 와서 대기해.”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마소전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적하를 찾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릴 줄 알았는데 하루 만에 성공할 줄이야.
“내 동생 아랫도리는 씹창을 내고, 지는 여자를 만나? 씨발 새끼가!”
신화파 행동 대장 마소전의 분노에 찬 음성이 신화파 사무실을 뒤흔들었다.
***
판다커피[熊猫咖啡].
연적하가 슬며시 손을 빼며 말했다.
“저 여강현 사람 맞습니다.”
“그럼 졸업한 학교 이름 말해 봐요.”
“학교는 다니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고급중학교까지 의무 교육입니다. 다니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저 때는 그런 거 없었습니다.”
“그때가 어느 때인데요? 청나라 때라도 돼요?”
“명나라 말기요.”
“이봐요, 연적하 씨.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당신이 명나라 때 사람이라는 거예요?”
“예.”
“신분증 나이는 스물다섯이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제 호패에는 다르게 적혀 있습니다.”
“호패? 어디 봐요, 그 호패라는 거.”
“지금 없습니다. 부사장님이 그런 거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해서, 숙소에 두고 다닙니다.”
임초연이 맥 빠진 얼굴로 상체를 뒤로 젖혔다.
잘 나간다 싶더니 상대는 결정적인 순간에 장르를 코미디로 바꾸었다.
신분을 위조했다는 자백이 없어 체포하기도 껄끄럽다.
그랬다가는 당장 공안국장이 난리를 칠 게 뻔했다.
결국 어떻게든 구슬러서 협조를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연적하 씨.”
“예.”
“한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고.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라는 게 있습니다. 연적하 씨에게는 지금이 그때예요. 내가 잡으려는 사람은 연적하 씨가 아니라, 마화동 사장의 실종과 관계된 사람입니다. 그 부분에서 협조만 해 준다면 신분 조작쯤은 못 본 척 넘어가 줄 수 있다니까요.”
“몇 번을 물어봐도 내 대답은 같습니다. 나 여강현 사람 맞습니다.”
“그럼 졸업한 고급중학교 이름 대 봐요.”
“나 때는 그런 거 없었다고요.”
“명말(明末)?”
“예.”
“이 사람이 지금 장난하나!”
참다못한 임초연이 탁자를 강하게 후려쳤다.
커피숍 안에 있던 손님들이 힐끔거렸지만 임초연은 신경 쓰지 않았다.
답답하기는 연적하도 마찬가지다.
일생일대의 비밀을 말해 줘도 믿지 않으니 뭘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아! 그러니까 명말에 여강현에서 살았다는 거죠?”
“정확합니다.”
“전생의 기억이라도 난 거예요?”
“나에게는 현생입니다만.”
“아, 뭐, 그렇다 칩시다. 그럼 신분증의 나이는 어떻게 된 거예요? 스물다섯이라고 되어 있던데.”
“경사님 눈에는 내가 몇 살로 보입니까?”
“스물다섯요.”
“그래서 스물다섯이 된 겁니다.”
“본래는 나이가 훨씬 많다 이 말인가요?”
“백삼십 이후로는 세지를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왜 안 세었는데요?”
“의미가 없으니까요.”
“혹시 지금 정신병자인 척해서 빠져나가려는 건가요? 미리 말해 둘게요. 그런 거 나한테 안 통합니다.”
“내 정신은 말짱합니다.”
임초연은 연적하의 눈을 직시했다.
흑백이 분명하고, 범죄자 특유의 혼탁함이 느껴지지 않는 맑은 눈이다.
눈을 보면 멀쩡해 보이는데 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출신 학교를 모른다니 수상하기 그지없지만 그것만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
기억상실이거나, 혹은 머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화에 진전이 없자 임초연은 화제를 전환하기로 했다.
“좋아요. 그럼 질문을 바꾸죠. 전에 본인 입으로 배주대곡에 방문해서 사장과 고문을 만났다고 했는데, 그건 기억납니까?”
“예.”
“그날 배주대곡 사장이 실종됐습니다. 그것에 대해 아는 게 있습니까? 배주대곡 내부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거나, 경호원들과 다툼이 있었다거나……. 뭐라도 기억나는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그런데 현대는 관이 흑사회의 일에 관여를 하나 봅니다?”
“중화 인민 공화국이 수립된 이후로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은 없습니다.”
“중화 인민 공화국이 언제 수립됐는데요?”
“1949년 10월 1일요.”
“아, 그렇구나.”
“연적하 씨는 아직 제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배주대곡 사장의 실종에 대해 아는 게 있습니까?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것만 말씀해 주시면 더 이상 번거롭게 하지 않겠습니다.”
소 뒷걸음질에 쥐가 잡혔다.
그녀의 끈질긴 질문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연적하를 막다른 곳에 밀어 넣은 것이다.
연적하는 침묵할 수도 있었지만 사실을 말했다.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그보다 아직 현대화가 덜된 탓이다.
“……마 사장과 경호원들이 나를 죽이려고 하지만 않았으면 죽을 일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고, 결국 내 손에 죽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연적하의 고백은 임초연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의 말이 끝나자 임초연이 같잖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보세요, 연적하 씨. 내가 공부대왕(功夫大王)에서 당신의 차원력을 측정했다는 걸 깜빡한 모양인데, 당신의 차원력은 0입니다. 당신이 죽였다는 동방경호에서 파견한 경호원들은 모두 돌연변이였어요. 심지어 마장청은 차원력이 천이나 되는 사람이고요. 그런 사람들을 일반인인 당신이 죽였다고요? 허풍도 상대를 봐 가면서 치셔야지요. 좋은 말로 했더니 안 되겠네요.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입니까?”
마지막 말을 할 때 임초연의 음성은 파르르 떨리기까지 했다.
“아, 나 거짓말 안 하는 사람입니다.”
“착하게 생겨서 가급적 대화로 풀어 보려 했는데 안 되겠군요. 연적하 씨, 공문서 위조 혐의로 나와 함께 공안국에 가셔야겠습니다.”
“무슨 공문서 위조요?”
“연적하 씨는 자기가 졸업한 고급중학교 이름도 대지 못하잖습니까! 수갑 채우기 전에 순순히 따라오시죠. 아니면 수갑 채울까요?”
임초연의 눈에서 한기가 풀풀 흘러나왔다.
연적하는 적당한 때에 달아날 생각으로 저항하지 않고 그녀의 지시를 따랐다.
잠시 후 임초연과 연적하는 나란히 판다커피 건물을 나섰다.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인도를 걷던 임초연이 휘청하더니 픽 쓰러졌다.
깜짝 놀란 연적하가 임초연을 부축하려 할 때 그의 등에도 마취탄이 박혔다.
“어?”
갑자기 등이 따끔하자 연적하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그러다 이내 연적하도 두 팔로 임초연을 붙잡은 채 천천히 주저앉았다.
곧이어 시커먼 승합차 한 대가 빠르게 나타나 두 사람을 싣고 바람처럼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