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512
1512회. 사람의 법, 자연의 법
연적하가 임초연을 결박한 케이블 타이를 잡고 집요하게 물었다.
“법이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뭐, 뭘요?”
“내가 임 경사님 앞에서 인간 쓰레기들을 없앴잖습니까. 그런데 자력 구제는 법으로 안 된다면서요.”
“현대 국가는 국가 구제를 원칙으로 합니다.”
“그런데 내가 자력 구제를 해 버렸네요? 임 경사님이 그걸 봤고. 말해 봐요. 어떻게 할 겁니까? 살인죄로 나를 체포할 겁니까?”
“…….”
단도직입적인 연적하의 질문에 임초연은 선뜻 답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자신은 공안이니 당연히 살인자를 체포해야 한다.
살해당한 마소전 일행이 악질적인 범죄자라 해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크든 작든 불법을 단 한 번도 묵과한 적이 없다.
하물며 자신의 앞에서 사람이 다섯이나 죽었다.
당연히 ‘체포하겠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눈앞의 연적하는 순박한 인상과 달리 사람을 쉽게 죽였다.
일반인인 그가 어떻게 돌연변이 구속용 케이블 타이를 끊고, 마소전 일당을 죽일 수 있었는지는 나중 문제다.
케이블 타이에 양손과 발이 묶인 자신은 그를 감당할 수 없다.
그가 죽이려고 마음먹으면 자신은 죽는다.
사명감, 긍지, 명예, 자존심 등을 지키며 죽느냐?
구차하게 살아남느냐?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갈등하는 그녀의 눈에 뒤통수가 함몰된 마소전이 들어왔다.
순간 그녀는 연적하의 즉흥적인 일 처리에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렇다 칩시다. 이 많은 시체는 어떻게 할 겁니까? 저들이 우리에게 하려던 것처럼 드럼통에 넣고 태우기라도 할 겁니까? 밤새 태워도 다 처리하지 못할 겁니다.”
임초연은 여기저기 널려 있는 시체를 처리할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
그녀의 말에 연적하는 케이블 타이에서 손을 떼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일단 시체부터 치우고 난 뒤에 대화를 나누는 게 나을 것 같아서다.
연적하는 마소전의 시체를 들어 마하담에 집어넣었다.
시체가 눈앞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지자 임초연은 황당한 얼굴로 눈을 끔뻑였다.
‘뭐지?’
그녀는 자신이 헛것을 봤다고 생각했다.
연적하가 시체를 들어 등 뒤로 휙 던지자, 시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눈속임인가?’
임초연은 연적하의 등 뒤쪽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의 뒤쪽에는 아무런 장치도 없었다.
“연적하 씨! 뭡니까? 어떻게 한 겁니까?”
그러나 연적하는 대답하지 않고 창고를 한 바퀴 돌았다.
그가 시체를 등 뒤로 던질 때마다 시체는 허공에서 사라졌다.
시체를 마하담에 수납한 연적하가 다시 임초연에게 돌아왔다.
“이제 대답해 봐요. 당신은 나를 체포할 겁니까?”
“시체를 어떻게 한 겁니까?”
임초연은 연적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그를 응시했다.
“공간 창고에 넣어 뒀습니다. 나중에 처리하려고요.”
“공간 창고요? 내가 어린애인 줄 압니까? 어디에 숨겼습니까?”
“공간 창고라고요. 보여 줘요?”
연적하가 무심한 얼굴로 어깨 위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허공 한 지점에서 마치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사라졌다.
임초연은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의 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적하는 임초연의 앞에 시체를 꺼내 쌓기 시작했다.
다섯 구의 시체가 산처럼 쌓였다.
“봤죠?”
“……어떻게?”
임초연이 넋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지만 연적하는 못 들은 척했다.
이윽고 연적하는 다시 시체를 집어 마하담에 툭툭 던져 넣었다.
다섯 구의 시체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눈앞에서 시체가 나타났다 사라지자, 임초연은 그제야 눈속임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당신은…… 마법사인가요?”
“아니요. 무인입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당신은 나를 체포할 겁니까?”
연적하가 무심한 눈으로 임초연을 보았다.
그 무정한 시선에 흠칫 놀란 임초연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증거가 없잖아요.”
“공문서 위조 혐의는요?”
“위조하셨습니까?”
“예.”
“아니, 그 질문에는 ‘안 했다’고 하셔야죠.”
“나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임초연은 모든 걸 뭉뚱그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려 했지만, 눈치 없게도 연적하가 도와주질 않았다.
“그건 나를 연행해 조사하지 않겠다는 소리죠?”
“네, 그보다 이 케이블 타이 좀 끊어 주면 안 될까요? 팔이 너무 저리네요.”
연적하가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임초연을 결박한 케이블 타이를 매만졌다.
그러자 마치 밀가루 반죽처럼 케이블 타이가 가늘어지더니 툭 끊어졌다.
의자에서 일어난 임초연은 팔다리를 움직여 굳어 있던 몸을 풀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적하를 마주 보고 섰다.
상대를 보는 그녀의 눈빛은 조금 전과 달리 차가웠다.
“잠깐, 눈빛이 왜 그래요?”
연적하의 질문에 임초연이 말했다.
“얼마 전 측정한 당신의 차원력은 0이었습니다. 그런 당신이 신화파 행동 대장 마소전과 그의 수하 네 명을 죽였습니다. 마소전은 차원력이 높은 돌연변이로 공안국의 관리 대상이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유전 변이 측정기(MDM)가 탐지하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돌연변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요?”
“당신이 또 다른 유형의 돌연변이인지 아닌지 알아보려고요.”
“어떻게요?”
“저는 MMA(종합 격투기) 블랙 벨트입니다. 부딪쳐 보면 알 수 있겠죠?”
“혹시 내가 패하면 체포되는 겁니까? 아까는 살인의 증거가 없고, 공문서 위조도 아니라고 하셨는데…….”
“죄명은 돌연변이 등록법 위반이 될 겁니다.”
“내가 이기면요?”
“그때는 제가 유전 변이 측정기 결과를 믿어야죠.”
연적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닌 모양이다.
이윽고 그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MMA인지 뭔지 해 봐요.”
연적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임초연이 튀어나갔다.
그녀의 발이 무방비하게 서 있는 연적하의 무릎으로 향했다.
연적하는 피할 수 있었지만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다.
퍽!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임초연의 발이 연적하의 무릎에 꽂혔다.
그러나 연적하는 거목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임초연의 발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벼락처럼 허리로 날아갔다.
순간 연적하가 한쪽 팔로 막은 뒤 연이어 임초연의 다리를 감아 들었다.
임초연의 상체가 아래로 넘어갔다.
마치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속임수다.
그녀의 자유로운 다른 발이 연적하의 머리를 찍어 갔다.
그러나 발등이 옆머리에 닿기 직전, 연적하가 손으로 그녀의 발을 잡았다.
쉬익―! 텁.
두 발이 모두 잡히자 임초연은 양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임초연은 두 다리를 풀려고 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숨을 헐떡이던 임초연이 연적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계속 잡고 계실 건가요?”
“창문으로 던질 수도 있습니다만.”
“좀 봐주시죠?”
“패배를 자인한다면 놓아주겠습니다. 아니면 던집니다.”
“졌습니다.”
임초연은 선선히 패배를 인정했다.
솔직히 상대와 격차가 너무 나서 다시 덤벼들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제야 연적하가 잡고 있던 임초연의 발을 놓아 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임초연은 흐트러진 복장부터 단정하게 고쳤다.
그런 뒤에 연적하와 마주 보고 섰다.
조금 전과 달리 그녀의 눈에 투기는 실려 있지 않았다.
“약속은 지키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돌연변이가 아니십니까?”
“아닙니다.”
“그럼, 저를 제압한 그 힘은 뭡니까? 자랑은 아닙니다만 제 차원력(dp)은 천팔백입니다. 적어도 호북성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 겁니다.”
“내공입니다.”
“쿵푸가 건강 체조라는 건 이미 십 년 전에 밝혀졌는데요?”
“진짜 무인의 맥이 끊어져서 그런 겁니다.”
“흐음! 그렇다 치죠. 그런데 시체는 어떻게 한 겁니까? 잠시 눈속임은 가능할지 모르나…… 영원히 감출 수는 없을 텐데요.”
“가지고 다니다가 바다 한복판에 버릴 생각입니다.”
“시체를 가지고 다닌다고요?”
“내가 공간 창고에서 꺼내는 거 보여 줬잖아요. 창고에 아직 빈자리 많습니다. 필요하다면 백 명은 더 담을 수 있습니다.”
“그거 결국은 다 눈속임이잖아요. 마술사가 비행기나 빌딩을 사라지게 한 것처럼.”
임초연은 끝까지 믿지 않았다.
그녀의 상식에 공간 창고니 뭐니 하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연적하가 드럼통을 넣었다 꺼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해시키기를 포기한 연적하가 말했다.
“시체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쇼.”
“시체 때문에 덜미가 잡히면 나까지 곤란해져서 하는 말입니다.”
“그럴 일 없다니까요.”
“없긴요. 완전 범죄는 없습니다. 언제고 다 드러난다 이 말입니다.”
“아, 진짜 의심 많으시네. 덜미가 잡혀도 나 혼자 독박 쓸게요. 혹시 내가 물귀신처럼 임 경사님 잡고 늘어질까 봐 그러는 겁니까?”
“사람은 볼일 보기 전후가 다르니까요.”
“와아! 진짜 가슴을 열어서 보여 주고 싶네. 나 그런 사람 아니라고요.”
연적하가 펄쩍 뛰자 임초연도 더는 시체 처리에 대해 묻지 않았다.
잠시 후 두 사람은 폐공장 밖으로 나갔다.
어둠 속에 승합차 한 대가 덩그러니 서 있을 뿐 어디에도 인기척은 없었다.
운전석 문을 열고 내부를 살피던 임초연이 짧게 소리쳤다.
“컵 홀더에 자동차 키가 있네요!”
그녀는 재빨리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연적하를 불렀다.
“타세요.”
연적하가 조수석에 타자 임초연이 주위를 휘휘 둘러보며 말했다.
“출발하면 되나요? 더 챙길 거 없어요?”
“챙길 게 있습니까?”
“시체들을 이곳에 남기고 가도 되나 싶어서요.”
“내가 가지고 다닌다니까요.”
“지금도 가지고 있다는 건가요?”
“보여 줘요?”
“네.”
임초연은 이번에야말로 연적하가 속임수를 쓰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승합차는 신화파의 것이고, 조수석에는 아무 장치도 없었기 때문이다.
연적하가 머리 위로 손을 뻗더니 뭔가를 끄집어냈다.
조수석 대시 보드로 양복을 입은 남자 다리가 툭 떨어졌다.
“악! 그거 뭡니까!”
“아까 그놈들 중 하나요. 다 꺼내 봐야 누군지 알겠네요.”
연적하가 남자의 다리를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밀어붙였다.
그러자 임초연이 소리를 빽 내질렀다.
“치워요!”
“보여 달라면서요?”
“됐으니까 빨리 치우세요!”
“거참, 똥개 훈련시키시나. 보여 달래서 꺼냈더니 치우라고 난리네.”
연적하는 구시렁거리면서도 다시 시체를 마하담에 밀어 넣었다.
허공으로 시체가 사라지자 임초연의 목울대로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그, 그거, 어떻게 한 겁니까?”
“말했잖아요. 공간 창고라고.”
임초연이 쿵쿵 뛰는 심장을 겨우 가라앉힌 후에 물었다.
“그런 게 진짜 가능하다고요?”
“다시 꺼내요?”
“아니, 됐어요. 믿을게요.”
임초연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무리 자신이 특무대라도 시체를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다.
이윽고 승합차는 폐공장을 떠났다.
한동안 승합차를 운전하던 임초연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혹시 배주대곡 마화동 사장과…….”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적하가 답했다.
“그의 부하들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묻는 거라면 알고 있습니다.”
연적하가 손가락으로 등 뒤쪽 허공을 가리켰다.
임초연은 더 묻지 않았다.
이제는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생각에 잠긴 그녀의 귓가로 연적하의 음성이 들려왔다.
“임 경사님은 정수불범하수(井水不犯河水)가 뭔지 압니까?”
“모릅니다.”
“‘우물 물은 강물을 침범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한마디로 ‘강호의 일에 나라가 관여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저기요.”
“내 이름은 연적합니다.”
“연 선생님, 누누이 말씀드립니다만 현대는 자력 구제가 불법입니다. 개인이 곤경에 빠지면 국가가 구제해 주게 되어 있습니다.”
연적하의 능력을 가까이서 본 임초연의 호칭이 살짝 바뀌었다.
“국가가 구제를 해 준다고요? 그거야말로 관리들이 항상 하는 뻔한 거짓말입니다. 만약 나에게 힘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드럼통 속에 들어갔을 겁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겠다는 겁니까?”
“나는 사람의 법보다 자연의 법을 따라 살 겁니다.”
“…….”
핸들을 쥔 임초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도 그렇지.
공안 앞에서 실정법(實定法)을 무시하겠다는 소리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