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79
179회. 왜 손님이 없는데?
점심 무렵.
연적하와 구천노도 심통은 식당에서 일할 숙수를 구하기 위해 개봉성으로 들어갔다.
딱히 아는 사람이 없던 둘은 다시 처음에 갔던 주루를 방문했다.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소삼에게 거간꾼을 소개받기 위해서다.
‘숙수를 구한다’는 심통의 말에 소삼은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객잔을 인수하신 모양입니다?”
“그렇다. 그건 그렇고 당장 숙수가 필요한데, 거간꾼을 불러 줄 수 있겠느냐?”
“마침 주루의 손님들 중에 알고 지내는 숙수가 몇 있습니다. 제가 바로 연락을 해 보겠습니다.”
황소와 석인을 따라다니면서 어깨 너머로 배웠는지 소삼은 거간꾼 흉내를 냈다.
“그래. 이왕이면 솜씨 좋은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한다.”
“염려 마십시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헤실헤실 웃으며 굽실거리던 소삼은 급히 돌아서 바쁘게 달려갔다.
심통이 그런 소삼을 보며 기특하다는 듯 말했다.
“그놈 참 열심이네요. 점소이로 대성할 놈 같습니다.”
“그러게. 개봉 인심이 참 좋은 것 같아. 사람들이 다 착하고 친절해.”
소삼이 늦어지자 다른 점소이가 술과 요리를 내왔다.
소홍주를 두 병 비울 즈음, 소삼은 초로의 노인과 함께 돌아왔다.
“이분은 옛날에 개봉성에서 일하시던 분입니다. 요리 솜씨가 좋기로 소문난 분이시지요.”
소삼의 소개에 노인이 머리를 조아렸다.
“공유라 합니다. 숙수를 구하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때 개봉 제일이라는 칭송을 듣기도 했습니다. 실망하시지 않을 겁니다.”
공유를 지그시 보던 심통이 소삼에게 물러가라는 손짓을 했다.
소삼은 군말 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홀로 남은 공유가 눈치를 살피고 있을 때 심통이 기습적으로 물었다.
“월봉 얼마를 원하느냐?”
“개봉에서 십 년 이상 된 전문 숙수들은 보통 은자 네 냥을 받습니다만……. 저는 손을 놓은 지 몇 해 되니 세 냥 정도면 만족합니다.”
심통이 연적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주인이 그인지라 그의 의향을 묻는 것이다.
연적하는 딱히 반대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심통이 번득이는 눈으로 공유를 바라보았다.
“공유라 했느냐?”
“예.”
“지금 즉시 객잔으로 가서 네 요리를 시식해 보도록 하겠다. 요리가 마음에 든다면 네 말대로 은자 세 냥을 지급하도록 하마. 허나 만약 요리가 형편없으면, 공자님을 기만 한 죄로 사지 중 하나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
심통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공유는 감히 가타부타 말하지 못했다.
대충 이야기가 정리되자 연적하와 심통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유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그들의 뒤를 꾸물꾸물 따라갔다.
심통은 주루를 떠나기 전에 배웅 나온 소삼에게 은자 한 냥을 던져 주었다.
주루 입구에 우두커니 서 있던 소삼은 숙소로 달려가 부랴부랴 짐을 꾸렸다.
황소와 석인이 자신을 배신한 걸 모르고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이다.
***
금방 들통날 일이라 그랬던지 소삼은 사기를 치지 않았다.
공유의 요리 실력은 제법 쓸 만해서 연적하와 심통 모두를 만족시켰다.
내친김에 심통은 화상촌에서 셈에 밝다는 늙은이 하나를 데리고 왔다.
물론 계산대를 맡기기 위해서다.
늙은이는 빠릿빠릿한 소년을 점소이로 추천했고, 소년은 객잔을 청소할 여자를 소개했다.
고작 반나절 만에 영업 준비를 끝낸 연적하와 심통은 식당에서 느긋하게 술을 마셨다.
“그래. 내가 바란 게 이거야. 이제부터는 알아서 굴러가겠지? 신선놀음이 따로 없겠네.”
연적하의 말에 심통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흐흐흐. 그렇습니다. 졸리면 빈방 가서 주무시고, 출출할 때 내려와서 식사하시면 되는 겁니다. 평생을 말입니다.”
“그나저나 심 노인은 주루를 못 하게 돼서 어떡하나. 돈 모이면 바로 하나 사든지 짓든지 해.”
“예, 천천히 할 테니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순진하게도 두 사람은 객잔만 열면 돈이 알아서 굴러 들어올 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
텅 빈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연적하가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심 노인, 이거 손님이 너무 없는 거 아냐?”
“그, 그러게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심통이 한쪽에 오도카니 앉아 있는 점소이, 상도를 불렀다.
“너, 왜 이렇게 손님이 없는지 아느냐?”
별 기대 없이 던진 질문이었는데 상도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예.”
“안다고?”
“예.”
“왜 손님이 없는데?”
“그건 이쪽에 있던 나루터가 십 리(약 4킬로미터) 아래로 옮겨 가서 그래요.”
“나루터가 옮겨 가서 그런다고?”
“예, 전에는 황하를 건너다니느라 사람들이 이쪽으로 좀 다녔거든요. 그런데 나루터가 옮겨 간 뒤로 이 길은 다니질 않아요. 모르셨어요?”
듣고 있던 연적하가 끼어들었다.
“나루터는 왜 옮겨 갔는데?”
“이 근방은 물살이 좀 세잖아요. 좀 더 완만한 곳으로 옮겨 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전 주인이 게을러서 장사가 잘 안 된 게 아니라는 거네?”
“그건 모르겠어요. 제가 아는 건 나루터 때문에 사람들이 다른 길로 다닌다고…….”
“와아! 속았네, 속았어. 열심히 하면 금방 돈을 벌 거라고 하더니. 망한 자리를 판 거네.”
연적하의 말에 심통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이 거간꾼 놈을 당장…….”
“앉아. 이 밤에 어딜 간다는 거야. 그 사람을 잡는다고 손님이 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우리를 속였으니 죽어 마땅합니다.”
“성질난다고 사람을 죽이면, 객잔은 그냥 닫으려고?”
“…….”
심통은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연적하의 전 재산을 쏟아부은 일인지라 차마 그러자는 말은 하지 못했다.
한참 바닥만 보고 있던 심통이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왜?”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뭔데?”
“나루터를 다시 이쪽으로 옮기면 사람들도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만 무슨 수로?”
“흐흐. 지켜만 보십시오. 제가 반드시 나루터를 이리로 옮기겠습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다치게 하지 마.”
“예, 사람이 다칠 일은 없습니다.”
심통의 눈빛이 사악하게 빛났다.
그는 새로 만들어진 나루터를 죄다 부숴 버릴 생각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 근처의 나루터를 쓰도록 말이다.
물론 그 바람에 일이 더 꼬이게 되지만 그것까지는 내다보지 못했다.
***
무당산.
무당파.
객청.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폐관 수련을 마치고 나온 검왕 남궁벽과 그를 만나기 위해 달려온 청운검 남궁천, 화용독심 남궁연, 그리고 창천대주 척사검 남궁진이다.
“숙부님, 허면 저희 창천대는 정의맹으로 가야 합니까?”
남궁진의 물음에 남궁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머지 식솔들은 모두 창천대의 이름으로 정의맹에 들어가면 된다.”
상방이 아니라 정의맹으로 가라는 말에 남궁진의 얼굴이 상기됐다.
그것이야말로 남궁세가의 부활을 의미하는 까닭이다.
“아버지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남궁천이 궁금하다는 눈으로 부친을 보았다.
왠지 그가 창천대와 따로 움직일 것처럼 말을 해서다.
“나는 칠파이문의 공격대 전체를 이끌어 나갈 생각이다.”
“공격대요?”
“그래. 무당파 장문인과 말을 맞추어 놓았다. 유명교와의 싸움에서 선봉에 서는 부대를 만들 것이다. 물론 창천대도 공격대에 속하게 될 게다.”
“드디어 칠파이문이 뜻을 모은 건가요?”
“칠파이문은 내가 폐관에서 나오면 움직이기로 약조를 했다. 파천마군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도 그래서지. 파천마군은 적하를 내세워 그 일을 했다고 하더구나. 너희도 예정에 없이 적하를 따라갔다지?”
“예. 언제고 유명교와 싸우게 될 것 같아서요.”
“잘했다. 너희가 보기에 십두마병의 무위는 어느 정도나 되더냐?”
“아버지, 놀라지 마세요. 그들은 목숨이 두 개입니다.”
“목숨이 두 개라고?”
남궁벽은 뭔가 다른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예, 그들이 사용한 사악한 대법으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십두마병을 죽이면 그의 시체에서 마물이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두 개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허! 그게 사실이냐?”
남궁벽은 저도 모르게 남궁연을 보았다.
그녀는 말 많은 남궁천과 달리 허튼소리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서다.
“네. 오라버니 말 그대로예요.”
남궁연의 말에 남궁벽은 다시 한번 놀랐다.
이번에도 그저 고갯짓으로 대답하려니 했는데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목숨이 두 개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구나. 너희가 보았다니 사실이겠지. 허면 그들의 무위는?”
남궁천이 계속해서 답했다.
“십두마병들의 무위는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칠파이문의 장로급이지만, 또 다른 이는 장문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실로 대단한 놈들이로구나.”
“그런데 문제는 십두마병이 죽고 난 다음에 튀어나오는 마물입니다. 그것들은 칠파이문의 장문인들이라도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럼 적하는? 그 아이는 놈들을 어떻게 상대했느냐?”
“적하는 믿어지지 않게도 이미 천외천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천외천이라는 말에 남궁벽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그건 지금까지 십대고수들에게나 따라 다니던 표현인 까닭이다.
“그 아이가 벌써 십대고수의 반열에 들었다고?”
“예, 파천마군이 그에게 십두마병 건을 맡긴 걸 보면, 진즉부터 그의 무위를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십 년이나 창고에 갇혀 있었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런 아이가 어디서 무공을 배웠다고?”
“창고에서 연씨 선조가 남긴 구천검 진본을 발견했다고 말하더라고요.”
“아! 그야말로 기연을 얻은 게로구나!”
의제인 참월검객 연무룡은 유실되고 남은 구천검만으로도 뛰어난 고수였다.
하물며 연적하가 그 모든 것을 익혔다면?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천외천의 경지는 당연한 것이었다.
“적하는 마물로 변한 십두마병을 두 마리까지 감당했습니다. 하지만 세 마리는 힘들다고 하더군요.”
“마물을 ‘마리’라고 세는 걸 보니 인간이 아니었던 모양이로구나?”
“예, 어떤 건 마룡, 뇌신이라 불릴 정도로 괴수에 가까웠습니다. 다른 것들도 키가 일 장(약 3미터)에 달해 인간으로 보기 어려웠고요.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니고, 입에서 불까지 뿜더라고요.”
계속된 남궁천의 묘사에 남궁벽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일에 농담을 할 아들이 아님에도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정의맹에서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이다. 당장 나도 이렇게 반신반의한 상태인데.”
“정의맹의 진 소저도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자기들이 보고서를 쓰고 있지만 윗분들이 믿지 않을 것 같다고. 하지만 저희들이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남궁연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싸움이 벌어지면 누구나 경험하게 될 일이에요. 다만 초반에 정의맹이 입는 피해가 커지지 않게 주의하셔야 할 거예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어요. 이 년 전 은하장에서의 혈겁이 재연되어서는 안 돼요.”
남궁벽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은하장을 쳐들어갔던 정의맹 문파들은 몰살당하다시피 했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면, 정의맹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파천마군이 적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지금이야 발톱을 숨기고 있지만 그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