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245
245회. 아줌마는 마물을 도와준 거야
연적하가 양관출의 눈을 빤히 보았다.
“아저씨, 솔직히 말해 봐요. 퇴마의 주문이나 진언 같은 거 정식으로 배운 적 없죠?”
“배웠는데요?”
“정식으로?”
집요한 질문에 양관출은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어깨너머로 대충…….”
“쯧! 법보는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들었어요. 내가 말해 둘 테니까, 시간 되면 곤륜삼선 할아버지들에게 가르쳐 달라고 해 봐요. 배울 자신 없으면 그분들에게 천뢰신검을 팔거나 빌려줘도 되고.”
말과 함께 연적하는 천뢰신검을 양관출에게 돌려주었다.
“이게 정말 법보 맞습니까?”
“예, 천뢰신검이 아니라 아저씨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
양관출은 복잡한 얼굴로 천뢰신검을 매만졌다.
멀리서 구경하던 무애도관의 관주 복재자가 슬금슬금 다가갔다.
“저어, 연 공자님. 저의 법보도 좀 봐 주실 수 있습니까?”
“줘 봐요.”
연적하는 거절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천뢰신검을 보고 나니 다른 술사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복재자가 냉큼 불진을 내밀었다.
“종리권이 사용하던 불진이라고 했죠?”
“예, 예.”
연적하는 찬찬히 불진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천뢰신검과 같은 잠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구천기를 살짝 밀어 넣었더니 바로 ‘쩌적’ 하고 나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불진이 터지기 전에 얼른 내력을 회수했다.
오봉산에서 처음 목검을 만들어 수련할 때도 이렇게 약하지는 않았다.
불진은 조금만 힘을 주면 바스러질 것 같았다.
연적하는 불진을 돌려주며 말했다.
“종리권이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평범한 먼지떨이네요. 아끼지 말고 청소할 때 잘 사용하세요.”
“…….”
복재자는 시무룩한 얼굴로 불진을 갈무리했다.
종리권이 사용하던 불진이라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냥 먼지떨이라니.
보고 있던 술사 하나가 복재자에게 넌지시 말했다.
“복 관주, 신선이 사용하던 물건이라고 해서 모두 법보는 아니오. 신선이 그 물건에 영기를 불어 넣어야 법보가 되는 거외다.”
그 말을 들은 복재자가 씁쓰름하게 웃었다.
알고 있다.
다만 자신에게 영기가 담겨 있는지 아닌지 판별할 능력이 없어 여기까지 왔을 뿐이다.
술사들의 시선이 이번에는 선녀암의 청류신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소천무령 역시 별 효과가 없었기에 원인을 알고 싶다는 얼굴들이다.
머뭇거리던 청류신이 연적하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지금까지 소천무령으로 점을 치며 살았기에 법보라고 확신했다.
양관출처럼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면 고칠 건 고치고 배울 건 배울 생각이다.
“공자님, 제 소천무령도 좀 봐 주실래요?”
연적하는 묵묵히 손을 내밀었다.
청류신이 소천무령을 꺼내 연적하에게 건넸다.
짤그랑. 짤그랑.
소천무령의 손잡이를 잡자마자 연적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천뢰신검처럼 소천무령에서도 기이한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신령스러운 천뢰신검과 달리 소천무령은 소름이 돋았다.
그의 심령이 흔들리자 자연스럽게 구천기가 일어났다.
구천기는 연적하의 내부를 소주천한 뒤에 소천무령으로 건너갔다.
구천기에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기운이 담겨 있다.
연적하의 손에 잡힌 소천무령이 저 혼자 미친 듯 몸을 흔들었다.
딸랑. 딸랑. 딸랑…….
마치 대가리를 잡힌 뱀처럼 소천무령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귀곡성처럼 섬뜩한 방울 소리에 주변의 술사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곧이어 열 개의 방울에서 뭔가 터져 나가는 파열음이 들렸다.
콰직. 콰직. 콰직-.
열 번의 파열음이 나온 뒤에야 방울은 잠잠해졌다.
잠시 후 연적하가 소천무령을 장난처럼 가볍게 흔들었다.
짤랑. 짤랑. 짤랑…….
처음과 달리 종소리는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급하게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소란스러울 뿐, 불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 이거지.’
잠시 소리를 감상하던 연적하는 청류신에게 소천무령을 불쑥 내밀었다.
“아줌마.”
“예?”
청류신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연적하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말해 주지 않아도 소천무령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도 소천무령으로 잡귀를 쫓아 봐서 안다.
그것은 축귀가 분명했다.
“아줌마는 우리를 도와준 게 아니라 마물을 도와준 거야. 마물을 응원한 거라고. 아줌마도 이게 마령(魔鈴)이라는 거 알았어?”
“헉! 마령이라고요? 그럴 리가 없어요. 신통해서 사용했던 거예요. 정말이에요.”
“그렇게 놀랄 거 없어. 방울에 담겨 있던 사기는 없앴으니까. 소리가 맑고 깨끗하게 변했잖아.”
“그, 그럼 보통의 방울이 됐다는 건가요?”
청류신이 실망한 얼굴을 했다.
최고의 돈벌이 수단이 사라졌으니 그런 것이다.
그녀의 뻔뻔한 반응에 연적하는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줌마. 그 방울 누가 만들었어?”
그는 조금 전에 똑똑히 보았다.
마물이 죽을 때처럼, 파열음과 함께 방울에서 파란빛이 흘러나왔다.
소천무령도 십두마병처럼 사람을 제물로 만든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자신을 소개할 때 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소천무령에는 물에 빠져 죽은 아이의 영혼이 담겨 있지요. 물론 제가 빠트려 죽인 건 아니고요. 호호홋!
차가운 그의 눈빛에 놀란 청류신은 황급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저, 저도 신모(神母)에게 받은 거예요.”
신모란 ‘신을 내려 준 어머니’를 뜻하니 청류신의 스승인 셈이다.
“신모?”
“네, 선녀암의 전 주인이 제 신모거든요. 그분에게 물려받은 거예요.”
연적하가 청류신을 지그시 보았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그 여자가 ‘물에 빠져 죽은 아이 영혼이 담겨 있다’고 한 거야?”
“네…….”
“그 방울은 사람을 제물로 만든 거야. 신모가 쓰레기였네. 아줌마, 운 좋은 줄 알아.”
한기를 풀풀 날리던 연적하가 청류신을 지나쳐 갔다.
술사들이 청류신을 힐끔거렸다.
그들도 조금 전에 본 게 축귀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마하니 청류신의 방울에 그런 내력이 있을 줄이야!
예부터 사람을 제물로 하여 만드는 사악한 귀물이 종종 있었다.
이른바 염매(魘魅)다.
몇 날 며칠 동안 어린아이를 굶긴 뒤 통 안에 음식을 넣고 그 속으로 유인하여 죽인다. 그렇게 하면 어린아이의 혼이 깃든 통을 만들 수 있다.
청류신의 소천무령 역시 어린아이를 죽여 만든 염매였던 모양이다.
술사들은 뒤늦게 그녀가 예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고 흠칫 놀랐다.
청류신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자 양관출에게 슬그머니 다가갔다.
“양 거사(居士). 아무래도 나는 여기서 빠져야 할 것 같아요.”
“제마단을 떠나시게?”
양관출이 씁쓰름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자신이야 운 좋게 일이 잘 풀렸지만, 그녀는 그런 악재도 없었다.
염매를 사용한 게 밝혀졌으니 술사들 사이에서 배척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알면서 뭘 물어요. 천지맹에 잘 말해 줘요.”
“그럼, 다시 선녀암으로 가시나?”
“달리 갈 데가 있나요. 그리 가야지.”
“그런데 신모는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그런 귀물을 만든 거요?”
보통 사람의 성정으로는 염매를 만들 수 없다.
멀쩡한 어린아이를 죽인다는 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인가 말이다.
“무서운 분이에요.”
신모를 떠올리던 청류신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비록 지난 이십여 년간 스승이자 어머니처럼 모셨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웠다.
신모가 선녀암에 남아 있었다면 돌아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나 무섭길래 그렇게 몸을 떠시우?”
“그분은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에요. 귀신.”
“귀신은 개뿔. 염매 따위나 만드는 늙은이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쉿! 급살(急終)맞을 소리 하지 마세요. 우리 신모님은 천리안을 가진 분이라 큰일 나요.”
청류신이 겁을 주자 양관출은 찜찜한지 더 이상 신모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눈치를 살피던 청류신이 속삭이듯 말했다.
“그럼, 잘 부탁해요. 난 갈게요.”
그녀는 양관출의 인사를 받지도 않고 제마단에서 떨어져 나갔다.
***
하남성.
상구.
이른 아침.
삼백여 명쯤 되는 무인들이 도시 외곽의 관도를 가득 메웠다.
객잔에 흩어져 하룻밤 머물고 길을 나선 청룡대 사람들이다.
천문산의 마물을 해치우고 돌아가는 길이지만 승리자들치고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려 오십여 명의 희생자가 나와서다.
부상자는 없었다.
불씨 하나만 몸에 닿아도 재가 될 때까지 타 버리니 부상이 있을 리 없다.
말로만 듣다가 막상 속수무책으로 당하니 이기고도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청룡대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단 한 사람, 연승백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생각지도 않게 와룡검이라는 희대의 법보를 손에 넣어서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와룡검을 휘둘러 보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와룡검객 연무백은 그런 동생에게 한마디 하려다 말았다.
지금은 무슨 소리를 해도 그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었다.
‘쯧!’
속으로 혀를 차던 연무백은 무료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와룡검을 동생에게 넘겨주어서 그런지 중심에서 비켜난 느낌이다.
‘후후! 우리 위치가 청룡대의 꼬리니 이래저래 뒤처진 인생인가.’
청룡대의 진열은 이렇다.
척후조 삼십 명이 최전방에서 길을 열고 있다.
그 뒤로 본진이 따르는데, 본진은 다시 세 무리로 나눌 수 있다.
선두가 의천검존 이의정과 청성파, 전진파, 팽가다.
중심부에는 후기지수들과 의천문, 술사들이 있다.
나머지 군소방파는 후미에 몰려 있었다.
자신과 연승백의 자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뒤다.
물론 의천검존이 군소방파들에게 위치를 지정해 준 것은 아니다.
그저 끼리끼리 무리 지어 움직이다 보니 자연히 그런 구분이 생긴 것뿐이다.
동생이 원하는 자리가 바로 저 중심부다.
그는 후기지수들, 정확히는 이소민 옆으로 가고 싶어 했다.
그런 사람이 어디 동생뿐이랴!
후미에 있는 군소방파 젊은이들의 목표가 그것이었다.
오십여 명의 청춘 중에 몇이나 그 꿈을 이루게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반 시진(1시간)쯤 걸었을까?
갑자기 고요하던 선두가 부산을 떨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목을 빼고 살피는데, 앞쪽에서 은은한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의천검존과 청성파, 전진파가 부리나케 달려갔다.
아무래도 최전방 척후조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본진의 선두가 빠르게 이동하면서부터 중심과 후미가 길게 늘어졌다.
후기지수들과 의천문도, 그리고 술사들이 팽가가 있는 앞쪽으로 전진했다.
그렇다 해도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팽가와 중심부, 후미의 무사들만 이백오십이 넘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앞쪽을 살피던 연승백이 들뜬 얼굴로 물었다.
“형, 일이 터진 것 같지?”
“그런 것 같다만, 침착해라. 상대는 유명교다.”
“뭘 그렇게 긴장해. 형도 술사들 활약을 봤잖아. 하물며 나는 법보에 무공까지 겸비한 사람이라고. 나라고 적하처럼 못 할 것 같아?”
‘인마! 우리와 달리 적하는 연씨의 비전 무공을 모두 익혔단 말이다!’
그러나 연무백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억지로 삼켰다.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해 봐야 동생의 호승심만 자극할 뿐이었다.
선두에 있던 팽가 고수들이 돌아다니며 ‘적의 기습에 대비하라’고 외쳤다.
문득 연무백은 ‘성동격서’라는 말을 떠올렸다.
의천검존이 척후조를 지원하러 간 틈에 약해진 본진을 노리겠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