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248
248회. 이기어검에 입문을 못 했다니까
하남성.
정주.
칠리하촌.
천지맹으로 복귀한 주작대는 많은 화제를 낳았다.
제마단이 유명무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천문산의 마물을 퇴치해서다.
주작대와 함께 움직인 술사들 중 태반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천지맹을 떠났다.
그중에는 선녀암의 청류신과 무애도관의 관주 복재자도 있었다.
술사들의 분위기가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문제와 부족함을 알게 된 몇몇은 이전보다 더 열심히 술법에 매진했다.
특히나 천뢰신검을 가진 양관출은 강아지처럼 곤륜삼선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곤륜삼선은 귀찮아하면서도 그를 내치지 않았다.
그가 엉터리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법보는 진품인 까닭이다.
처음에 곤륜삼선은 양관출에게 천뢰신검을 팔라고 했다.
하지만 양관출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매각 제의를 거절하고 도리어 술법을 가르쳐 달라 매달렸다.
곤륜삼선은 문외불출을 이유로 정중히 거절했지만, 양관출을 적극적으로 밀어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양관출이 뭔가 질문하면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들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양관출을 곤륜삼선의 속가제자로 알 정도였다.
정오 무렵.
하릴없이 거리를 오가던 양관출은 다관에 있는 태무 선인을 발견하고 쪼르르 달려갔다.
“헤헤, 어쩐 일로 오늘은 혼자 계십니까?”
“사형과 사제가 총사를 만나러 가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이오.”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지난번에 가르쳐 주신 그 항마주문 있지 않습니까?”
태무 선인이 말해 보라는 듯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드디어 꿈속에서도 그걸 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헤헤.”
“오호! 잘됐구려. 술사들에게 믿음이란 무림인들로 치면 내공의 깊이와 같소. 보거나 듣지 않고서야 어찌 믿음이 생기겠소? 항마주문이 몸에 새겨지면, 천뢰신검의 영력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될 게요.”
“정말입니까?”
양관출의 눈이 기대로 반짝였다.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항마주문을 외울 수 있게 되면, 천뢰신검은 반드시 응답할 것이오. 양 처사에게 다른 것을 가르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요.”
“예, 예.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연 공자님은 어떻게 법보도 없이 마물을 퇴치할 수 있습니까?”
양관출의 질문에 태무 선인은 잠시 침묵했다.
천지맹에 있는 술사들이 자신을 볼 때마다 묻는 질문 중 하나였다.
“그의 검공에는 진언과 같은 힘이 실려 있소. 어쩌면 그의 검공은…….”
태무 선인은 말끝을 흐렸다.
연적하는 구천현녀에게 검술을 배웠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농담으로 치부했지만 정말 그것이 빈말이었을까?
도문에도 그와 비슷한 검법이 하나 전해져 내려 온다.
여동빈의 천둔검이 그것이다.
애석하게도 지금은 기록으로만 전해지지 그것을 익힌 사람이 없다.
검은 도사들의 삼대법기(동경, 보검, 영패) 중의 하나이다.
그런 만큼 천둔검에 대한 도사들의 갈망은 상상 이상이지만 모두가 실패했다.
오죽하면 천둔검이라는 이름대로 ‘여동빈이 하늘에 숨겨 두었다’고 할까.
“……여동빈의 천둔검과 맥을 같이 하는지도 모르오.”
“예?”
양관출은 태무 선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러나 한번 닫힌 태무 선인의 입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태무 선인은 마치 양관출이 눈앞에 없는 것처럼 홀로 차를 마셨다.
***
주작대가 복귀하고 칠 일이 지나 청룡대도 칠리하촌으로 돌아왔다.
청룡대 술사들의 활약이 알려지자 천지맹은 또 한 번 요동쳤다.
총사인 신기수사 제갈승운은 일곱 개 대에 열 명씩 술사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술사들의 대대적인 모집이 시작됐다.
그러나 칠십 명의 술사를 모은다는 건 쉽지 않았다.
마물과 싸울 정도로 능력이 있는 술사가 많지 않은 탓이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술사들이 천지맹을 찾아왔지만 대부분 입구에서 걸러졌다.
서편 외곽의 허름한 집.
봄의 초입이라 이제 낮에는 제법 따스했다.
유명교는 백마사에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았고, 천지맹은 술사들을 모집한다고 바빴다.
그 바람에 천지맹과 유명교의 전쟁은 소강상태였다.
점심 무렵, 연무백은 밖으로 나와 화덕에 불을 피웠다.
그리고 약탕기를 화덕에 얹고 세심하게 불을 조절했다.
잠시 후 씁쓰름한 약 냄새가 솔솔 올라왔다.
연무백은 문득 고개를 들어 흘러가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십 년 수련을 마치고 와룡장으로 돌아갔을 때는 천하를 굽어볼 줄 알았다.
실제로 처음 몇 년은 생각처럼 일이 잘 풀렸다.
그러나 그 뒤로는 급전직하.
와룡장은 물론 처가까지 망하고, 자신은 처와 떨어져 천지맹에 나와 있다.
물론 강호에 이름을 떨쳐 다시 무가를 재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천지맹에 자신과 동생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낡고 허름한 집을 보아도 오늘날 천지맹에서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든든한 오른팔이던 동생은 팔까지 잘렸다.
와룡검으로 웅비하려던 동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기만 하다.
잠시 후 연무백은 약사발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던 연승백이 의기소침한 얼굴로 말했다.
“미안해. 나 때문에 형이 고생하네.”
“괜찮으니까 약이나 먹어라. 피를 많이 흘려 어지러울 거라고 하던데, 좀 어떠냐?”
“그냥저냥. 다친 날은 놀라고 긴장해서 아픈 줄도 몰랐는데, 날이 갈수록 아프네.”
“그래도 날이 추워 덧나지 않은 게 천운이라고 하더라.”
“깔끔하게 잘린 것도 한몫했지. 뭐.”
연승백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약을 마셨다.
연무백과 연승백이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때, 외출했던 연설주가 돌아왔다.
“오라버니, 팔은 좀 어때?”
“조금 아프지만 참을 만해. 너는 어딜 그렇게 쏘다니냐?”
“나도 오늘 천지맹에 이름을 올렸어. 무백 오라버니가 있는 청룡대야.”
“왜? 상방으로 돌아갈 것처럼 그러더니?”
“와룡검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잖아. 큰 오라버니는 양보했고, 둘째 오라버니는 칼을 쓸 수 없게 됐으니, 나라도 나서야지.”
순간 연승백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뭐? 내 와룡검을 가져가겠다고? 누구 마음대로?”
“그게 왜 오라버니 거야? 우리 모두의 것이지. 그런데 큰 오라버니가 싫다니, 당연히 내 차례잖아. 운신조차 힘든 오라버니가 욕심낼 만한 물건이 아니야.”
“너 돌았구나! 내가 다쳤다고 나를 무시하는 거냐?”
“무시가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라는 거야. 오라버니는 지금 정상적인 생활도 힘든 상황이잖아. 더구나 와룡검은 오라버니의 것도 아니고.”
“와룡검은 내 거야! 내 물건에 눈독 들이지 마!”
“그게 왜 오라버니 거야?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가만있지 않아!”
연설주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 갔다.
두 남매가 한 치의 양보 없이 싸우자 연무백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연설주 성격에 와룡검을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다.
연승백과 연설주는 서로의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악다구니를 썼다.
보다 못한 연무백이 연설주를 나무랐다.
“설주야, 아픈 사람에게 무슨 짓이냐? 승백가 낫거든 그때 다시 얘기하도록 해라.”
“큰 오라버니. 의원 말이 못해도 석 달은 정양해야 한다는데,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요? 이제 봄이라 언제 싸움이 터질지 모른다고요.”
“그래도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다. 승백이가 내어 줄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
듣고 있던 연승백이 바로 끼어들었다.
“누가 내준다고 그런 소리를 해! 그리고 설주 너도 꿈 깨. 적하가 비법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이건 그냥 잘 만든 검에 불과해. 나에게 와룡검을 빼앗아 가기 전에 비법부터 배워 오지 그래?”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오라버니는 욕심부터 버려. 다시 좌수검을 익힌다 해도 십 년은 걸릴 거야. 좌수검을 익히기 전까지 오라버니는 와룡검의 ‘와’ 자도 꺼내지 마.”
“흥! 좌수검 십 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네가 못 봐서 그러는데, 법보는 힘이 아니라 술(術)이야. 팔 하나 없다고 사용하지 못할 것 같으냐?”
“오라버니, 왜 그렇게 와룡검에 집착해? 오라버니 말대로 술이라고 쳐. 오라버니는 그거 모르잖아. 좌수검이건, 술이건, 오라버니가 배울 때쯤이면 전쟁은 끝나 있을 거야. 그러니까 그냥 나에게 양보해. 내가 연씨 이름을 천하에 떨쳐 줄 테니까.”
“…….”
정곡을 찌르는 연설주의 말에 연승백은 침묵했다.
그 말대로 술법이건 좌수검이건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연설주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떠오를 때다.
연승백이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지금 나에게는 아무런 방법이 없어. 하지만 사용할 수 없는 건 너도 마찬가지야. 네가 만약 적하에게 비법을 배워 온다면 나도 포기하지.”
“또 그 소리야? 지긋지긋하다 정말.”
“같은 소리라고? 천만에. 비법을 먼저 알아내는 사람이 와룡검의 주인이 되는 것으로 하자. 어때? 그게 공평하지 않겠어?”
“좋아. 그때 가서 다른 소리 하지 마. 큰 오라버니도 들었죠? 비법을 알아 오는 사람이 와룡검의 주인이라고 한 말.”
“그래. 내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다. 그러니 그전까지 와룡검을 두고 다투지들 말거라.”
그렇게 연승백과 연설주의 언쟁은 끝났다.
연무백은 한시름 놓았지만 뒷일을 생각하니 또 마음이 복잡했다.
연씨와 상종도 하지 않는 연적하를 두고 무슨 호언장담들인지 모르겠다.
***
동편 산기슭의 작은 집.
대충 점심을 먹고 일어나는 연적하에게 구천노도 심통이 물었다.
“어딜 가시려고요?”
“산에.”
“산에는 왜요?”
“놀면 뭐해? 하루라도 빨리 이기어검을 익혀야지.”
“이미 충분히 터득한 것 같던데, 뭘 더 얻을 게 있다고 그러십니까?”
“쯧쯧! 그러니까 심 노인이 하수 소리를 듣는 거야. 청룡대 얘기 못 들었어?”
“청룡대요?”
“의천검존이 이기어검으로 마물과 싸웠는데, 정작 마물을 죽인 건 술사들이라잖아.”
“그게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천둔검의 설명에 보면 말야. ‘기로 만물에 응하여 점차 검을 다스리게 되는 것이다[眞氣應物 漸入御劍]’라고 되어 있거든. 그게 어검의 시작이라는 거지.”
“그런데요?”
“의천검존의 기는 아직 만물에 응하지 않은 것 같아. 그러니까 마물에게 안 통하지. 마물도 만물에 속해 있으니까 응해야 하잖아.”
“마물이 왜 만물입니까? 마물은 지옥에서 왔으니 예외적인 겁니다.”
“어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하고 있네. 음양이 어둠과 햇볕만 뜻하는 건 줄 알아? 마귀와 신선도 음양이나 마찬가지라고.”
“공자님, 음양은 조화를 이루지 않습니까? 마귀와 신선도 조화를 이룹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천지만물이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니까. 신선과 마귀도 그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가…….”
심통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밝고 추한 것으로 비유해 보니 연적하의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정말 의천검존의 이기어검이 불완전해서 마물을 죽이지 못한 걸까?
“그럼 공자님의 이기어검은 마물을 죽일 수 있습니까?”
“치매야? 몇 번을 말해? 나는 아직 이기어검에 입문을 못 했다니까.”
답답해진 심통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기어검으로 황하에서 물고기까지 잡아 올리는 사람이 이기어검에 입문도 못 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