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308
308회. 일점무량(一點無量)
연적하와 구천노도 심통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할 때다.
십전무후 남궁연이 외치며 달려 나갔다.
“지문(地門)의 중심은 석인이야! 석인을 없애야 해!”
대연검법 ‘중천건’의 검기가 석인의 다리로 뻗어 나갔다.
세 마리 용이 석인의 한쪽 다리를 휘감았다.
불꽃과 함께 돌가루가 사방으로 튀었다.
퍼퍼퍼퍽-.
“크르르륵!”
석인은 휘청거렸지만 이내 신형을 바르게 세웠다.
그녀가 연이어 ‘건위천’을 펼치자 다시 세 마리 용이 석인의 다리를 휘감았다.
모두 여섯 마리의 용이 석인의 다리를 휘감자 석인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쿠웅-.
십 장(약 30미터)이나 되는 석인의 몸체에 전갈들이 짓뭉개졌다.
뒤늦게 연적하가 단검을 던졌다.
‘쐐애액’ 하는 섬뜩한 파공성과 함께 날아간 단검이 석인의 얼굴에 박혔다.
콰직!
단검을 중심으로 삼 척(약 90센티) 크기의 균열이 갔다.
“크아아아!”
쾅쾅!
석인은 마치 사람처럼 사방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발버둥쳤다.
석인의 주먹에 애꿎은 전갈들만 곤죽이 되었다.
남궁연과 심통은 경공술로 석인의 주먹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검기와 도기를 날렸다.
퍼! 퍼퍽!
석인의 집채만 한 머리에서 쉬지 않고 돌가루가 날렸다.
연적하가 검결지를 뒤로 빼자 단검이 석인의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석인이 연적하에게 고개를 돌렸다.
순간 연적하의 검결지가 석인의 눈을 가리켰다.
그러자 허공을 선회하고 있던 단검이 쏜살같이 석인의 눈으로 날아갔다.
쐐액-.
하지만 석인은 그냥 당하지 않았다.
마치 사람이 날파리를 잡듯 오 척(1.5미터)에 달하는 양 손바닥을 마주쳤다.
콰앙!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단검이 모습을 감추었다.
연적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석인의 저 거대한 손바닥에 단검이 뭉개졌다고 생각했다.
석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슬며시 손을 벌렸다.
하지만 단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자리에 둥둥 떠 있었다.
“그렇지!”
연적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가 다시 검결지를 움직이자 단검이 석인의 눈으로 날아갔다.
퍽!
“쿠아아아!”
비명을 지르던 석인의 고개가 연적하를 향해 홱 돌아갔다.
그때부터 석인은 연적하만 물고 늘어졌다.
주먹과 손바닥을 이용해 찍어 눌렀고, 거대한 두 발로 짓밟았다.
쾅! 쾅! 쿵! 쿵!
연적하는 미꾸라지처럼 손바닥과 발바닥을 피해 다녔다.
하지만 피해 다니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면에 독전갈이 너무 많아서다.
전갈의 독으로부터 자유로운 석인은 마음대로 움직였지만 연적하는 그러지 못했다.
일각(15분)쯤 지나자 연적하는 슬슬 지쳐 갔다.
그건 남궁연과 심통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전갈의 체액에 포함된 독을 고려해 꼬리를 자르지 못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처음 연적하가 그랬던 것처럼 도검으로 쳐 내는 수밖에 없었다.
격전의 와중에 남궁연과 심통은 서로를 힐끔 바라보았다.
전갈을 피해 석인에게 검기를 날리는 것은 보통의 공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상대의 심후한 공력에 내심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궁연은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몇 년 전까지 절정고수이던 심통이 초절정의 끝에 있다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다 늙은 마두가 절정의 경지를 넘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초절정의 끝에서 화신지경을 바라보고 있다?
상식적으로 그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당장 심통이 눈앞에서 펄펄 날뛰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다.
구천현녀의 무공이라던가.
‘절정에 불과하던 마두를 화신지경으로 이끌어 주다니…….’
당금 무림에서 그와 비슷한 공능을 가진 건 유명교 십두마병뿐이었다.
‘천외천의 무공이 분명해.’
유명교 십두마병이 인신공양으로 그렇게 되었다면 심통은 산공(散功)을 거쳐 그렇게 되었다.
과정은 극과 극이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현세의 지식으로 헤아릴 수 없는 공부 앞에서 남궁연은 문득 갈증을 느꼈다.
한편 심통도 나이에 비해 뛰어난 남궁연의 검공에 혀를 내둘렀다.
‘허어! 아직 새파랗게 어린 나이에 어찌 저런.’
연적하야-물론 지금도 완전히 믿지는 못하지만-구천현녀에게 직접 무공을 배웠다니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그런 기연도 없는 남궁연이 칠파일문의 장문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저런 애송이에게 질 수야 없지.’
그는 점점 내력이 고갈되어 갔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어린 남궁연보다 먼저 나가떨어질 수 없다는 노인 특유의 고집이었다.
남궁연은 대연검법으로 집요하게 석인의 한쪽 다리만 노렸다.
대연검법의 ‘중천건’과 ‘건위천’은 각각 세 마리의 용을 부르는 검법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여섯 마리의 용이 쉬지 않고 석인의 다리를 갉아 댔다.
싸움은 여섯 마리 용의 승리로 끝났다.
석인의 한쪽 종아리가 완전히 파괴되고 만 것이다.
콰르르-.
한쪽 다리가 부서지자 석인은 무릎 꿇듯 모래 위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남궁연은 더 이상 공격을 이어 가지 못했다.
석인의 다리를 끊는 데 공력을 다 써 버린 그녀는 모래 언덕 위로 달아났다.
전갈들은 그녀를 따라가지 않고 남아 있는 심통과 연적하에게 몰려갔다.
심통의 얼굴에 득의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필사적인 남궁연과 달리 요령껏 석인을 때려 왔기에 내력이 남아 있었다.
심통은 그때부터 전력으로 석인에게 도를 휘둘렀다.
콰직!
성한 한쪽 다리를 도기가 때리자 돌 조각이 튀었다.
순간 지금까지 줄곧 연적하만 노리던 석인이 돌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마치 하품이라도 하듯 입을 쩍 벌렸다.
화르르륵!
붉은 화염이 석인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예상치 못한 석인의 화염 공격에 심통은 한쪽으로 몸을 날렸다.
콰아아-.
빈자리로 떨어진 불길에 모래가 검게 탔다.
그러나 심통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없었다.
하필 전갈들 한가운데 떨어진 탓이다.
차르륵. 차륵-.
전갈들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꼬리를 치켜들었다.
“으아악! 사람 살려!”
심통은 미친 사람처럼 날뛰며 사방에서 밀려드는 십여 개의 꼬리를 쳐 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수백 마리의 전갈이 파도처럼 그를 향해 몰려갔다.
심통이 궁지에 몰리자 연적하가 뒤로 훌쩍 물러나며 그에게 단검을 날렸다.
단검은 심통의 위에 이르러 멈춰 섰다.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단검을 발견한 심통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가 허공에서 한차례 몸을 회전시켜 단검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의 발이 단검에 닿자 연적하가 검결지를 움직였다.
단검이 한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스윽-.
순간 갑작스러운 이동에 균형을 잃은 심통이 ‘어어?’ 소리와 함께 특 떨어졌다.
하지만 심통은 예견이라도 한 듯 손을 뻗어 손잡이를 움겨잡았다.
심통을 매단 단검은 모래 언덕 위로 날아갔다.
비켜 있으라고 빼낸 것이다.
심통은 쓴웃음을 지으며 남궁연의 옆으로 가볍게 뛰어내렸다.
사실 전갈 밭에서 나오지 못한 것은 경신술을 펼칠 내력도 없어서다.
설사 남궁연이 다시 전장에 뛰어든다 해도 자신은 쉬어야 했다.
콰아앙-.
석인의 주먹이 모래 위로 떨어져 내렸다.
연적하는 검결지로 돌아오는 단검을 조종하면서 여유 있게 피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석인의 공격은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래 봐야 제자리에서 상체만 돌려 가며 주먹을 휘두르는 탓이다.
연적하의 손아귀로 단검이 잡혔다.
“아쉽군, 아쉬워. 이게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
크기가 십 장이나 되는 석인에게 단검은 이쑤시개보다 못할 터였다.
순간 단검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흠칫 놀란 연적하가 단검을 이리저리 살폈다.
도검을 그렇게 진동시키려면 어지간한 공력으로는 턱도 없다.
그런데 자신은 공력을 싣지도 않았다.
“아쉽다니까 화를 낸 거야?”
단검은 반응하지 않았다.
연적하는 민망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단검에게 말을 걸다니 내가 미친 거지.”
지이잉-.
다시 한번 단검이 몸을 떨었다.
이번에는 소리까지 날 정도로 강렬했다.
대경실색한 연적하는 ‘악’ 하는 비명과 함께 단검을 패대기쳤다.
“뭐야 저거!”
붉은 모래 위에 떨어진 단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 놀래라. 내가 원래 이렇게 소심한 사람이 아닌데. 요즘 왜 이러지?”
머쓱한 표정으로 변명하던 연적하가 손을 뻗자 단검이 찰싹 달라붙었다.
그때 석인이 연적하를 향해 입을 벌렸다.
화르르륵-.
화염이 연적하를 향해 일직선으로 밀려왔다.
단검에 빠져 있던 연적하는 뇌려타곤의 수법으로 화염을 피했다.
데굴데굴 굴러 간발의 차이로 화염에서 벗어난 연적하가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단검이 길었다면!
그랬다면 단숨에 처리할 수 있을 텐데!
순간 단검에서 일어난 기이한 기운이 연적하의 손을 타고 단전으로 파고들었다.
‘헉!’
외부의 기운이 침입하자 연적하는 흠칫 놀랐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단전에 있던 구천기는 단검의 기운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단검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단전에서 구천기와 단검의 기운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맹렬하게 돌아갔다.
이윽고 두 개의 기운은 태극(太極)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단검의 기운이 구천기에 스르륵 녹아드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졌다.
‘구천기가 다 잡아먹은 건가?’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지 못하는 낯선 기운이 몸 안을 떠돌아다닌다고 생각해 보라!
연적하는 단검을 단단히 쥐고 구천기를 일으켰다.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
이제는 어떻게든 저 석인과 끝장을 보아야 했다.
단전에서 일어난 구천기가 수양명대장경의 혈도를 따라 엄지손가락 끝의 소상혈(少商穴)로 치달을 때다.
문득 ‘일점무량(一點無量)’에 생각이 미쳤다.
‘천둔검’이야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렇다 쳐도, 짧은 단검에 그 이치를 적용할 수 없을까?
크기만 커지면 석인을 때려잡기가 쉬울 것 같았다.
‘그래, 일점무량이야. 천둔검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조금만 크기를 키워 보자. 일점에 불과한 단검을 무량으로 바꿔 보는 거야!’
본래 보이는 것에 정신을 집중하기가 쉽다.
그는 부지불식중에 천둔검의 검결 한 자락을 떠올렸다.
-선천의 기는 하늘과 땅이 구별되기 이전부터 있어 왔다. 그것은 한 알의 알갱이에 불과하지만, 능히 하늘과 땅을 포용할 수 있다[包羅天地].
구천기가 소상혈을 통해 단검에 닿았다.
그러자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단검이 진동했다.
찌이이잉-.
동시에 칠색 서기가 줄기줄기 뻗어 났다.
만약 조금 전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놀라서 멀리 집어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연적하는 담담하게 단검을 바라보았다.
아니 바라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손에 잡힌 단검이 마치 물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펄떡거렸다.
일반적인 검의 진동과는 달랐다.
너무도 강한 힘에 연적하는 어쩔 수 없이 단검에서 손을 떼야 했다.
기다렸다는 듯 단검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연적하는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일점무량’의 이치로 단검에 구천기를 밀어 넣자마자 저 혼자 저러고 있다.
내력은 이어졌지만 자신의 뜻과 무관한 움직임이니 이기어검이라 할 수도 없다.
‘저런 뭐지?’
칠색 서기가 짙어지면서 단검은 이제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곧이어 칠색 서기 속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가 울려 나왔다.
“꾸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