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313
313회. 그래서? 법력 있어?
충격에서 벗어난 환영신마 웅재귀가 물었다.
“천두마왕의 진언은 교주님밖에 모르는데 당신들이 그걸 어떻게 안다는 거요?”
“아니까 안다고 하지 모르는 것을 안다고 했겠소? 왜? 귀하도 관심이 있소?”
악불 방천각이 적월 공취산을 대신해 나섰다.
공취산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웅재귀가 황망한 얼굴로 방천각을 보았다.
“설마 교주님을 시해하기라도 한 것이오? 천지맹과의 전쟁 중에?”
“흥! 착각하지 마시오. 어차피 교주는 천지맹과의 전쟁에 관심이 없소. 그러니 전쟁과 교주는 아무 관계도 없음을 알아 두시오.”
방천각은 교주 시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말 교주님을 시해했소?”
거듭된 웅재귀의 물음에 공취산이 대신 답했다.
“교주가 죽었다면 천하가 이처럼 조용하겠소? 아니, 우리가 천두마왕의 현신을 감당할 수 있었겠소? 교주는 아직 살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웅재귀가 기막힌 얼굴로 배교자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말속에는 더 이상 교주에 대한 경외감이 담겨 있지 않았다.
“대체 교주님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오?”
“당신은 혹 ‘음양고’라는 염매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소?”
술사인 웅재귀는 고개를 끄덕였다.
술사들은 대체로 잡학 다식하니 아는 게 당연했다.
“우리는 교주에게 음양고를 풀어 놓았소. 이제 교주와 우리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요. 교주가 우리를 적대시하지 않는다면, 피차간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게요.”
“헉!”
웅재귀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저들이 음양고로 교주를 제압하고 천두마왕의 진언을 알아냈구나!’
이번에는 방천각이 한마디 했다.
“우리에게는 천두마왕의 진언이 있소. 우리와 함께한다면 당신들에게도 알려드리리다. 교주가 죽기 전까지는 누구도 천두마왕이 되지 못할 게요. 평생 백두마군으로 교주의 시중이나 들다가 죽을 생각이시오?”
그러나 무산낭랑 이매화나 월하선자, 웅재귀는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교주에 대한 충성심도 있지만, 아직 진위 여부를 파악하지 못해서다.
네 사람의 백두마군들 말만 믿고 배교자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매화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분의 이야기는 잘 들었어요. 우리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건 그렇고 이제는 천지맹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은데, 아닌가요?”
이매화가 네 사람의 배교자들을 둘러보았다.
사 대 삼으로 교주 쪽이 열세이니 그들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당장 그들이 유명교에서 떨어져 나가면 천지맹과의 전쟁은 힘들어진다.
배교자들에게도 천지맹이 문제일 것이다.
혼세검마 척진경이 가장 먼저 이매화의 말을 알아들었다.
“낭랑의 말씀이 맞소. 천지맹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분열하면 죽 쒀서 개를 주는 격이 될 터.”
그 말에 혼천혈귀 강상피가 툴툴거렸다.
“모두가 교주 때문에 벌어진 일이오. 교주가 없이는 천지맹을 무너뜨릴 수 없소. 그런데 풍지산에 처박혀 나올 생각이 없으니, 자업자득이지.”
이매화가 슬쩍 그를 떠보았다.
“당신은 풍지산에서 교주님을 만나 보았나요?”
“만나 봤소. 천지맹과의 전쟁에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보이지 않더이다. 적월께서 괜히 음양고를 쓴 줄 아시오? 우리가 모두 죽어 나가도 교주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것이오.”
“하아! 결국 천지맹의 일은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소.”
“그렇다면 이쯤에서 전쟁을 끝내는 건 어떨까요? 천지맹에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 같은데.”
이매화의 파격적인 제안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침묵 속에서 배교자들과 교주의 신봉자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전쟁이 끝나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배교자들은 새로운 곳에 그들만의 성지를 만들고 싶어 했다.
교주의 신봉자들도 교주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천지맹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했다.
공취산이 배교자들을 슬쩍 보았다.
그는 교주에게 양고를 쓴 이후로 은연중에 무리를 대표하고 있었다.
방천각과 척진경, 강상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제안이구려. 우리가 대책없이 갈라서면 공멸할 뿐이니, 먼저 전쟁부터 끝내도록 하십시다. 낭랑께서는 천지맹이 다시 뭉치지 못하게 하실 수 있겠소?”
“그 부분은 종전(終戰)의 조건으로 조절하면 돼요. 정파의 고인들은 체면을 중시하니 일단 약속하면 쉽게 다시 뭉치지 못할 거예요.”
“그럼 종전 협상은 낭랑께서 추진해 주시오. 종전이 마무리될 때까지 누구도 백마사를 벗어나면 안 될 것이오. 이 시간 이후로 백마사를 떠나는 사람은 반도이니 추살하도록 합시다. 동의하시오?”
공취산은 이매화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교주를 신봉하는 자들이 풍지산으로 몰려가는 걸 막아야 했다.
지금 교주의 적은 천지맹이 아니라 자신들이니까.
이매화는 그런 공취산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지만 선선히 받아들였다.
지금은 전쟁을 끝내는 게 우선이었다.
배교자들의 문제는 교주를 만나고 나서 논의해도 늦지 않았다.
“동의해요.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었어요. 네분 당주님들이 백마사를 떠나면 천지맹도 종전 제안을 거부할 거예요. 전쟁을 끝낼 때까지 외부에 본교의 일이 퍼져 나가지 않도록 유의해 주세요.”
이매화는 배교자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정중했다.
그건 교주의 추종자인 월하선자와 웅재귀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배교자들을 자극하지 말라는.
“천지맹과의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외다. 이후로는 낭랑께 맡기겠소. 아무쪼록 종전 협상을 잘 매듭지어 주시오.”
공취산이 이매화에게 읍을 해 보였다.
이제는 같은 식구가 아니라는 생각에 나름 예를 차린 것이다.
***
유월 초.
하남성.
정주.
칠리하촌.
마침내 염탐조가 복귀했다.
그러나 천지맹의 분위기는 이전과 달랐다.
유명교와 천지맹 사이에 종전 협상이 거론되고 있어서 풍지산은 관심 밖이었다.
덕분에 염탐조의 보고도 간략하게 끝났다.
딱히 보고할 내용이 없던 염탐조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 와중에도 총사 제갈승운은 꼬투리를 잡고 늘어졌다.
“그러니까 교주가 왜 풍지산에 머무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는 겁니까?”
무상도제 장무덕은 창밖만 바라보았다.
그가 조장이니 답해야 마땅하지만 천하십대고수의 자존심에 총사의 질문을 회피한 것이다.
나이도 어린 십전무후 남궁연이나, 녹림 총순찰인 연적하가 나설 자리도 아니었다.
결국 태을 선인이 대신 답했다.
“풍지산 초입에 팔문팔상진이라는 고대의 절진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태을 선인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듯 한차례 몸을 떨었다.
“구사일생으로 진법에서 빠져나가 교주를 만났지요. 교주는 진법을 통해 우리가 찾아왔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장 대협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굳이 덧붙이자면 교주가 장생에 지극한 관심을 보였다는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선인의 말씀은 교주가 고작 장생 따위를 위해 풍지산에 머무른다는 것입니까?”
“…….”
제갈승운이 비꼬듯 되묻자 태을 선인은 입을 다물었다.
전무후무한 무림의 대전쟁과 장생은 자신이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았다.
제갈승운의 시선이 이번에는 남궁연에게로 향했다.
남궁연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일단 제갈승운은 남궁연을 끌어들였다.
“교주에 대한 십전무후의 고견을 듣고 싶은데, 한마디 해 주시게나.”
“정확히 어떤 부분이 알고 싶으신 거죠?”
“자네도 팔황신모가 장생의 수련을 위해 풍지산에 남아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이미 곤륜삼선께서 설명한 것으로 압니다만.”
“아, 나는 자네의 의견을 듣고 싶은 걸세.”
“술법에 관해서라면 무인인 저보다 술사인 곤륜삼선께 묻는 게 나을 거예요.”
“그렇게 답을 미룬다면 굳이 자네를 염탐조에 넣은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자네의 예리한 분석을 기대했는데 조금 실망이군.”
제갈승운의 비꼬는 말에 회의실이 한차례 술렁거렸다.
절반은 총사가 지나치다고 비난했지만, 절반은 총사의 말에 동조했다.
남궁연은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
제갈승운과 말싸움을 해 봐야 상처만 남는다는 걸 알아서다.
그녀가 받아 주지 않자 제갈승운도 별수 없이 화제를 돌려야 했다.
무림의 선배가 까마득한 후배를 물고 늘어지는 것도 꼴불견이니까.
“그럼, 염탐조의 보고는 이만 끝내도록 하지요. 다음으로…….”
“어이, 총사 나리. 나도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연적하가 제갈승운의 말을 끊었다.
제갈승운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시정잡배들처럼 건들거리는 말투가 영 귀에 거슬렸지만 녹림의 총순찰이라 꾹 참았다.
“연 공자께서는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총사 나리는 태을 선인의 말을 ‘고작 장생 따위’라고 무시했잖아?”
“무시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게 느껴졌다면 저의 실수입니다. 그런데요?”
“총사 나리는 술법을 잘 아나 봐? 고작 장생 따위라고 하는 걸 보면.”
“잘은 모르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병가의 공부 중에는 잡학도 포함되니까요.”
“총사 나리는 법력이 있어?”
“이론적으로만 알 뿐 수련을 하지 않아 법력은 없습니다.”
“개뿔, 법력도 없으면서 뭘 아는 척을 해? 팔문팔상진은 법력이 없으면 누구라도 눈뜬장님이야. 알아? 상대는 내공뿐 아니라 법력까지도 지고의 경지에 이른 교주라고. 쥐뿔도 모르면서 고작 장생 따위라고 말하면 돼? 안 돼?”
“내가 고작 장생 따위라고 한 것은 교주 정도 되는 인물이…….”
“법력 없지?”
“없습니다만. 그래도 술법에 대한 지식은…….”
“법력이 없으면 애들 장난이라니까. 총사 나리는 애들 장난 수준인 거야. 곤륜삼선 님들에게 물어봐. 내 말이 맞나 틀리나? 곤륜삼선 님들, 내 말 맞죠?”
곤륜삼선은 연적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총사를 모욕하고 싶지 않아서다.
연적하의 조롱에 제갈승운이 발끈했다.
“연 공자, 천지맹의 총사에게 애들 장난이라니요? 말씀이 지나치셨습니다.”
“그래서? 법력 있어?”
“법력은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해도 나는 충분히…….”
“총사 나리, 칼 잘 만드는 대장장이가 검법의 고수야?”
“그럴 리가 있습니까? 대장장이는 단지…….”
“그래 단지 칼에 대해서 알 뿐이지. 총사 나리도 마찬가지야. 술법에 대해 조금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지 마. 장생이 쉬운 줄 알아? 그걸 위해서 교주가 무슨 사악한 짓을 벌일지 아무도 모른다고.”
사실 연적하는 제갈승운이 싫어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진 것 뿐이다.
하지만 열심히 떠벌리다 보니 장생과 교주 사이에 뭔가 대단한 비밀이 있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어찌나 전달력이 강했던지 곤륜삼선들조차 고개를 주억거릴 정도였다.
끝내는 참고 있던 태령 선인이 슬쩍 한마디 얹었다.
“확실히 교주의 ‘장생 비결’에 대한 집착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근 반 시진 동안 같은 이야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으니까요.”
“오오!”
“그런!”
“허!”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장생은 도가 수련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무시했는데 ‘비결’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사람들은 이제 연적하가 제갈승운에게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는 고스란히 제갈승운에게 전해졌다.
계속해서 연적하를 공격했다가는 자신만 앞뒤 꽉 막힌 사람이 되는 분위기다.
‘개만도 못한 놈 같으니. 감히 나를 욕보이다니. 내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