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335
335회. 그래서 얼마라고요?
취일배 금불위의 말에 소지웅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뭐라! 건원표국에서 사기를 쳤다는 거요? 말을 삼가시오! 아무리 강도 짓을 일삼는 방파라 해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못할 말이 있는 법이오!”
그는 해사방의 습격으로 주의를 돌리려 했다.
그러나 금불위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언제 건원표국이 사기를 쳤다고 했나? 연 소협과 같은 고수를 오십 문으로 부려 먹은 사람은 건원표국이 아니라 당신이지. 설마하니 건원표국의 국주가 그러라고 시켰을 리는 없고. 그렇지 않은가?”
금불위는 건원표국이 아니면 소지웅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연 소협이 그 정도 고수인 걸 알았다면 나도…….”
“흥! 몰랐어도 최소한 백 문이지, 오십 문이 뭔가? 거저 부려 먹으려고 한 거지.”
“그때는 연 소협이 그저 청주삼협을 따라다니는 사람으로 알았기에…….”
“무슨 소리! 낭인은 칼 들고 서 있기만 해도 하루 백 문이라니까.”
“끙!”
소지웅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말을 말아야지, 연적하의 일당을 두고 말싸움해 봐야 자신만 손해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연적하의 일당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다.
나루터 뒤쪽의 관도로 일단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도검과 각종 기형 병기로 중무장을 한 그들은 허창에 있는 하오문도들이었다.
하오문은 부잡스러운 뒷일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삼류 무인들의 조직이다.
삼류라 해도 모이면 강한 힘을 발휘하는 건 당연지사.
무려 삼십여 명의 하오문도들이 모이자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허창 하오문의 문주인 일심화취 단수문은 나루터에 도착하자마자 가볍게 주위를 쓸어 보았다.
한눈에 봐도 해사방과 건원표국의 대치 상황이다.
소지웅을 확인한 단수문이 해사방의 방주인 금불위에게 말했다.
“금 방주님, 일이 잘 안 풀리는 것 같은데 저희가 한 손 거들어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금불위가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왕 국주가 보내서 온 것인가?”
“예, 왕 국주님은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건너는 분이시지 않습니까?”
그러자 소지웅이 ‘흥!’ 하고 냉소를 날렸다.
“이제 보니 모두가 금일표국의 왕인국이 꾸민 짓이었군. 앞에서는 군자인 척하더니 뒷구멍으로 해사방에 하오문까지 끌어들여? 쯧쯧!”
“그래도 왕 국주가 낭인을 등쳐먹는 당신보다는 나아. 벼룩의 간을 빼먹지, 낭인의 몸값을 갈취해? 연 소협이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눈 뜨고 당했을 게 아닌가!”
소지웅이 끼어들자 금불위는 다시 몸값 이야기로 그를 찍어 눌렀다.
그리고 적으로 싸운 연적하를 슬며시 중립의 위치로 가져다 놓았다.
마치 연적하가 억울하게 이용당한 낭인인 것처럼 말이다.
연적하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소지웅과 금불위의 말싸움을 지켜보기만 했다.
소지웅의 얼굴 위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사실 제대로 값만 쳐줬어도 이 지경까지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자신의 잘못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이젠 얼마를 준다 해도 연적하의 마음을 살 수 없으리라.
‘정말 살 수 없을까?’
그래 봐야 그는 낭인이다.
낭인은 금불위나 연적하의 말마따나 돈이 우선이다.
‘일단 금불위가 연 소협과 내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게 해야겠지?’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소지웅이 연적하에게 말했다.
“험, 연 소협.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소. 솔직히 연 소협의 무위를 몰라보고 오십 문이라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금불위가 딴지를 걸었다.
“왜? 이제 와서 돈을 더 쳐주겠다고? 부끄러우니까 그런 말은 안 했으면 좋겠구먼. 사기를 쳐 놓고서 발각당하니까 돈을 더 내겠다는 거잖아? 연 소협이 그런 뻔한 소리에 넘어갈 것 같은가?”
“닥치시오! 누가 사기를 쳤다고 아까부터 사기 운운하는 거요?”
소지웅이 파르르 떨며 금불위를 노려보았다.
무슨 말만 하려고 하면 오십 문이니, 사기니 해 대는 통에 판을 벌여 볼 수가 없다.
뒤늦게 싸움판에 합류한 하오문의 문주 일심화취 단수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은 고작 열 명이니 이쪽이 다섯 배나 많다. 압도적인 인원이니 그냥 쓸어버리면 되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금 방주님?”
“왜 그러나.”
“한 손 거들어 드려도 되는지를 여쭤 보았습니다만.”
하오문의 전력은 일반 방파보다 조금 못하다.
그런 이유로 지금도 해사방의 허락 없이는 싸움에 끼어들 수 없었다.
“거들어? 누가 누굴 거든단 말인가? 헛소리하지 말고 뒤로 물러나 있게.”
금불위의 단호한 말에 단수문은 혼란에 빠졌다.
잡배들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상황에서 하오문을 마다하다니?
‘소지웅과 싸우는 걸 보니 왕 국주와 갈라선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의 도움을 거절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의아한 얼굴로 장내를 살피던 단수문의 눈에 연적하가 들어왔다.
금불위와 소지웅의 중간에 위치한 청년.
한쪽 허리에는 검이, 다른 쪽에는 조롱박이 매어져 있었다.
‘뭐하는 놈이지?’
때마침 연적하와 단수문의 눈이 마주쳤다.
금불위에게 무시당해 속이 뒤틀려 있던 단수문은 반사적으로 눈알을 부라렸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감히 누굴 똑바로 쳐다봐? 확 그냥, 눈깔을…….’
그는 소리 없이 입술로 욕을 퍼부었다.
이럴 경우 보통은 상대가 슬그머니 눈을 내리깔거나, 시선을 돌리곤 했다.
그런데 맹하게 생긴 청년은 빤히 자신을 보고 있다.
“이런 씨버럴 놈이…….”
단수문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욕설이 흘러나왔다.
순간 소지웅과 기싸움을 하고 있던 금불위가 확 돌아보았다.
“자네 설마 지금 그 욕 나에게 한 것인가?”
금불위는 자신이 단수문을 무시해서 잠시 그의 꼭지가 돈 줄로 알았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말이다.
이 자리에서 단수문에게 욕먹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다.
순간 단수문이 황급히 습을 하며 변명했다.
“아, 아닙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제가 어찌 금 방주님께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소 행수의 앞에 있는 젊은 놈의 눈깔이 거슬려서 한 말입니다.”
“소 행수의 앞?”
단수문의 손끝으로 고개를 돌리던 금불위가 흠칫 놀란 얼굴을 했다.
연적하가 눈에 힘을 주고 있었다.
“이런 미친, 단수문! 너 이 개 후레자식아!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려도 유분수지! 감히 연 소협에게 욕을 했단 말이냐! 왕 국주가 이 사실을 알면 네놈은 내일 해가 뜨는 걸 보지도 못할 것이다! 냉큼 연 소협께 엎드려 빌지 못하겠느냐!”
“…….”
돌변한 금불위의 태도에 단수문은 어안이 벙벙했다.
‘자네’라며 존중하던 금불위가 자신을 시정잡배처럼 대하고 있었다.
저 연 소협이라는 놈이 누구기에?
“금 방주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나는 해사방의 방도가 아니라 하오문의 문주입니다. 그런데 개 후레자식이라니요? 우리 허창의 하오문을 그렇게 무시해도 됩니까?”
“이 미친 작자야! 사람 보는 눈이 없으니 평생 하오문 소리나 듣지. 저 연 소협으로 말하자면…….”
중재를 위한 금불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연적하가 한발 빨랐다.
“이봐, 거기 중늙은이. 욕을 나한테 했다고?”
“중늙은이?”
그렇지 않아도 평소 ‘늙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살던 단수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나이 서른둘에 중늙은이 소리를 듣고 눈이 돌아간 것이다.
금불위가 미처 말리고 말고 할 틈도 없었다.
화살처럼 쏘아져 나간 단수문은 평생에 가장 빠른 속도로 발도술을 펼쳤다.
치릿-.
그래도 문주라고, 흐릿한 도기(刀氣)가 연적하의 목울대로 뻗어 갔다.
연적하의 청강검이 천천히 검집에서 빠져나왔다.
누가 봐도 단수문의 발도술에 비하면 굼벵이처럼 느린 반응이었다.
챙-.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단수문의 도가 뒤로 튕겼다.
반탄력이 어찌나 강했던지 단수문의 팔까지 뒤로 젖혀졌다.
놀란 단수문이 자세를 갖추려고 허둥거릴 때다.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연적하가 손날로 단수문의 목을 사정없이 내려 찍었다.
퍽-.
‘캑!’ 소리와 함께 단수문이 개구리처럼 땅바닥에 널부러졌다.
목이 부러졌는지 그는 일어서지도 못했다.
땅바닥에 붙어 버둥거리는 그를 하오문도들이 재빨리 들어서 뒤로 빼냈다.
실려 나가는 그를 보며 연적하가 중얼거렸다.
“목에는 목이야. 내가 착해서 이쯤으로 끝난 줄 알아.”
하오문도들은 감히 복수할 생각도 못 하고 금불위의 뒤에 줄지어 섰다.
금불위가 하오문도들에게 설명하듯 말했다.
“연 소협은 최상급의 낭인이니 문주의 목숨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를 해라. 내가 그렇게 설치지 말라고 주의를 줬건만, 쯧쯧!”
연적하가 맨손으로 단수문을 처리하자 더 이상 싸우려 드는 사람이 없었다.
양측이 연적하를 사이에 두고 어정쩡한 대치를 이어 갔다.
단수문의 욕설에 힘을 얻은 건 소지웅이다.
그는 금불위와 단수문이 한편임을 내세워 금불위를 압박했다.
“금 방주, 단수문은 금 방주의 사람이니 금 방주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소. 처음에는 해사방이 연 소협을 공격하더니, 이젠 단수문까지. 만류하는 척하더니 끝내 단수문을 막지는 않더이다?”
“무슨 헛소리냐! 단수문이 미친놈처럼 튀어 나간 것을 보고도…….”
“흥! 그야 당신의 변명일 뿐이고. 입으로 최상급의 낭인이라고 떠받들었지만 연 소협의 무위를 가늠해 보고 싶었겠지? 하는 짓이 왕 국주를 빼닮았구려. 그도 앞에서는 군자인 척하면서 뒤로 당신들을 고용해 나를 죽이려 했으니까.”
“지랄을 해라.”
공수가 뒤바뀌자 금불위는 치를 떨었다.
단수문이 연적하를 공격한 것은 사실인지라 무슨 말을 해도 변명에 불과했다.
“그건 오십 문으로 연 소협과 계약한 나보다 더한 짓이라고 보는데. 아니오?”
“거듭 말하지만 단수문이 저 혼자 미쳐 날뛴 것뿐이다. 연 소협, 소협은 노부의 진심을 알아 주시오. 나는 단수문을 끝까지 막고 싶었소.”
연적하가 슬쩍 손을 들어 올렸다.
“아 됐고. 이제 어떻게 할지나 말해 봐요. 두 사람은 계속 싸울 거예요? 내 일당은 계속 오십 문이고?”
일당 얘기가 나오자 금불위와 단수문이 동시에 말했다.
“오십 문은 조상님들의 이름을 걸고 맹세컨대 나의 실수외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시오!”
“연 소협, 나 금불위가 연 소협의 능력에 맞는 처우를 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얼마라고요?”
연적하가 소지웅과 금불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싸움터가 졸지에 흥정의 장소로 변했다.
소지웅은 금불위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다가 급히 말했다.
“하루에 오백 문을 드리리다.”
하루에 오백 문이면 오십 문의 열 배다.
순식간에 몸값이 열 배로 뛰었지만 연적하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과거에 며칠 일하고 천 냥이나 받은 기억이 있어서다.
그러자 이번에는 금불위가 나섰다.
“연 소협, 저런 노랭이 말은 한 귀로 흘려버리십시오. 우리 해사방에서는 하루에 은자 두 냥을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사흘간 고용해 봐야 은자 여섯 냥이다.
경비야 얼마가 나가든 일이 끝난 뒤에 금일표국에 청구하면 될 일이었다.
뒤늦게 소지웅은 ‘아차’ 싶었다.
연적하를 잡아 두지 못하면 자신의 목숨이 날아가게 생겼다.
그거야말로 금일표국의 왕인국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내가 정말 멍청해졌구나. 연 소협을 잡지 못하면 수만 냥이 날아갈 판인데, 오백 문이라니.’
그는 이 와중에도 자신의 목숨보다 건원표국의 손해를 생각하고 있었다.
“정정하리다. 연 소협, 일단 지난 일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은자 백 냥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은자 열 냥씩 도합 삼십 냥을 드리지요.”
소지웅은 백삼십 냥이나 제시했다.
통 큰 소지웅의 결단에 금불위는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다.
마음 같아서는 계약금 백 냥에 하루 열닷 냥씩 제시하고 싶다.
하지만 금액을 청구하는 것에도 정도라는 게 있다.
금일표국의 자금 사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백 냥 단위의 거금은 무리였다.
‘쯧! 여기까지인가.’
자기 목숨이 달린 소지웅은 일당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금북위는 씁쓰름한 얼굴로 돌아섰다.
소지웅은 부상자를 추스른 후에 약속 장소로 당당하게 걸음을 떼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