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657
657회. 나를 이기는 사람에게 천뢰종을 줄게요.
고묘 제군의 포기로 비무는 종결됐다.
천태종 황백 노조가 연적하 제군의 승리를 선언하고 뒤로 빠졌다.
뒤이어 천태종 종사인 혜문 존자가 나섰다.
“약속대로 우리 천태종은 천뢰종에 대한 모든 권한을 연적하 제군에게 넘기겠소. 광성 존자, 그대가 천뢰종을 대표하여 대답하시오. 천뢰종에 대한 모든 권한이 연적하 제군에게 있음을 인정하겠소?”
천뢰종 종사인 광성 존자가 씁쓰름한 얼굴로 답했다.
“인정하오.”
“천뢰종의 주인이 연적하 제군임을 하늘과 땅에 고하시오.”
혜문 존자의 집요한 요구에 광성 존자는 치를 떨었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포로로 잡힌 천뢰종 고수들의 생사가 갈리는 탓이다.
‘나 하나의 죽음으로 끝내야 한다.’
그래야 죽어서도 역대 종사들을 뵐 낯이 있다.
그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내려놓고, 우렁우렁한 소리로 외쳤다.
“하늘과 땅에 고합니다! 이후로 천뢰종의 주인은 연적하 제군입니다! 천뢰종 제자들은 들어라! 연적하 제군에게 천뢰종의 생사여탈권이 있음을 명심, 또 명심하도록 하라!”
“…….”
천뢰종 고수들은 광성 존자의 말에 고개를 툭 떨구었다.
구주 최고의 종문이 되겠다고 하산했는데 가장 먼저 망하게 됐으니 기가 막혔다.
한편 광성 존자의 선언에 소요종 태을 존자와 세 명의 제군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혜문 존자가 소요종 종사인 태을 존자의 면전에서 연적하 제군에게 천뢰종을 넘긴 건 지나친 행동이었다.
태을 존자와 제군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연적하 제군이 소요종 사람이니 천뢰종도 소요종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그 부분에 대해 연적하 제군과 의견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천뢰종 광성 존자의 유언 같은 외침을 마지막으로 비무 행사는 끝났다.
황백 노조가 폐회를 선언했지만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천태종과 천뢰종 고수들의 눈이 연적하 제군과 태을 존자를 향했다.
연적하는 소요종 진영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소요종의 일원으로 태을 존자와 제군들 보기가 조금은 민망했다.
입장을 바꿔 만약 자신이 저들 중 하나라 해도 몹시 불쾌할 터였다.
‘쩝, 그래도 어쩌겠어. 나도 천문이 필요하다고.’
이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천애불문비도 자신의 사명이 천문을 여는 거라고 하지 않던가.
연적하가 소요종 진영에 이르자 진곤 제군이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연 제군, 승리를 축하드리오. 고금에 보기 드문 검공이었소.”
“감사합니다.”
뒤이어 초요산 제군과 한산월 제군도 한마디씩 했다.
“축하하오.”
“고생했소.”
“감사합니다.”
이윽고 제군들이 약속한 듯 한 걸음 뒤로 빠지고, 태을 존자가 나섰다.
“수고했네. 그건 그렇고 천뢰종에 대한 연 제군의 의견을 듣고 싶군.”
태을 존자는 말을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사방에서 지켜보는 눈이 많아 시간을 질질 끌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의견요?”
“본래 종문의 일은 종사가 처리해야 하네. 그런데 천뢰종의 소유권이 연 제군에게 넘어갔으니 하는 말일세.”
“그러게요. 이게 왜 저에게 넘어왔을까요?”
“해서 말인데 번거롭더라도 연 제군이 종사인 나에게 천뢰종의 권한을 넘겨주었으면 하네만. 연 제군의 생각은 어떤가?”
“천뢰종은 그냥 제가 관리할게요.”
순간 태을 존자는 이를 악물었다.
역시나 연적하 제군은 선선히 천뢰종을 내주려 하지 않았다.
‘이놈들이 말을 맞추어 놓았구나.’
천태종의 혜문 존자와 연적하 제군이 뒤에서 작당을 한 게 틀림없다.
태을 존자가 황망한 얼굴로 연적하를 볼 때 초요산 제군이 끼어들었다.
“연 제군, 천뢰종의 관리는 종사이신 태을 존자께서 맡는 게 순리외다. 어차피 연 제군이 종사가 되면 모든 것을 이어받는데 왜 무리수를 두려 하시오?”
한산월 제군도 거들고 나섰다.
“소요종의 제군에게 천뢰종이 무슨 필요가 있소? 괜히 어깃장이 나서 그러는 모양인데…….”
“필요한데요?”
연적하가 한산월 제군을 빤히 보았다.
그런 그의 답변에 한산월 제군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연 제군에게 천뢰종이 왜 필요하오?”
“나도 ‘삼천의 신’이 돼 보려고요. 왜요? ‘삼천의 신’도 종사만 될 수 있어요?”
“그런 건 아니오만……. 그러기 위해서라도 종문의 힘을 한데 모아야 하지 않겠소?”
“나도 소요종 제자잖아요? 모으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요? 내가 천뢰종의 주인이 되면 소요종 제자가 아닌 게 되는 거예요?”
“…….”
연적하의 막무가내식 주장에 한산월 제군은 입을 꾹 다물었다.
물론 ‘제군이 다른 종문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종문 최고 고수가 종사이니 제군들이 알아서 바쳤다는 게 맞다.
하지만 연적하 제군은 달랐다.
그는 구천검령을 얻고 난 뒤에 더 이상 태을 존자에게 복종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삼궁이나 칠각의 주인이었으면 내분이 일어나고도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태을 존자가 그를 삼관정으로 돌린 것은 굉장히 잘한 일이었다.
소요종에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없으니 내분의 요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처음에는 연적하 제군을 너무 홀대하는 게 아닌가 했는데, 지금은 선견지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적하가 뻔뻔하게 자신의 욕심을 드러내자 소요종 진영은 충격에 빠졌다.
한낱 제군이 종사인 태을 존자 앞에서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의문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왜 태을 존자는 왜 저런 소리를 듣고도 나무라지 않는 것일까?
소요종 진영에 기이한 침묵이 맴돌았다.
점입가경이라더니, 급기야 연적하 제군이 소요종 고수들에게 황당한 말을 했다.
“여러분, 다들 할 말이 많은 얼굴인데 공평하게 기회를 줄게요. 나도 천뢰종을 비무로 얻었잖아요. 그러니까 누구라도 나를 이기는 사람에게 천뢰종을 줄게요.”
그건 녹림의 방식이었다.
그의 기상천외한 발언에 소요종 진영이 한차례 술렁거렸다.
하지만 감히 연적하 제군과 싸워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천리포에서 보여 준 그의 신위를 생각하면 당연했다.
한편 태을 존자는 연적하 제군의 미친 소리에 속에서 열불이 났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지금은 연적하 제군을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혜문 존자, 토끼인 줄 알고 왔더니 여우였구나.’
소요종이 세를 키워 나가는 걸 막기 위해 천뢰종을 연적하에게 넘기다니!
실로 교활하지 않은가.
이렇게 되면 소요종은 싸움에 이기고도 내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쩐다…….’
한참을 고민하던 태을 존자가 연적하에게 물었다.
“연 제군. 천뢰종과 소요종은 거리가 멀다네. 자네는 천뢰종을 어떻게 관리할 생각인가? 설마 삼관정에서 천뢰종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아닐 테고.”
“천뢰종으로 가는 게 낫겠죠?”
태을 존자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연적하 제군을 품고 있으면 그를 추종하는 소요종 제자들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시게. 자네가 천뢰종을 장악하면 천지종도 경거망동하지 못할 걸세.”
태을 존자는 이참에 아예 연적하를 소요종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
자신과 연적하가 상생하려면 그래야 했다.
고개를 주억거리던 연적하가 문득 생각난 듯 태을 존자에게 물었다.
“참, 저하고 한 약속 잊은 건 아니죠?”
“약속?”
“제가 검령을 얻으면 천역(天域, 하늘의 문이 있는 곳)에 자유로이 드나들게 해 주겠다고 했잖아요.”
“아…….”
태을 존자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이 떠올랐다.
그가 천애불문비의 기연을 얻은 직후 그를 불러 따로 만난 적이 있다.
그때 그런 약속을 했는데 하필 이런 상황에 그걸 상기시키니 기분이 묘했다.
‘이놈이 소요종까지 넘보는 건가?’
‘삼천의 신’ 어쩌고 하는 걸 보니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
종문 간의 전쟁도 결국은 천문에 대한 욕심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던가.
“그야 이를 말인가. 어차피 천역은 제군들에게 공개된 장소라네. 다른 종문도 사정은 비슷할 걸세. 그러니 천역에 드나드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게.”
태을 존자는 행여나 그가 자신에게 도전할까 봐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래요? 잘됐네요.”
연적하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태을 존자가 헛소리를 하면 들이박으려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연적하와 태을 존자가 천뢰종의 처리에 대한 합의를 끝내자 긴장됐던 분위기도 풀렸다.
“참, 삼관정은 그대로 두실 거죠?”
“물론이네. 소요종에도 자네의 거처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렇죠.”
연적하는 병휴 방사를 떠올리고 피식 웃었다.
만약 삼관정을 폐쇄하겠다고 하면 그를 천뢰종으로 데려가려 했는데 그러지는 않아도 될 모양이다.
잠시 후 태을 존자는 소요종 고수들과 함께 천리포를 떠났다.
소요종 고수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연적하는 천뢰종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 틈에 다가온 혜문 존자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태을 존자가 욕심이 많은 사람인데, 그래도 잘 해결되어 다행이오.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그가 연 제군을 핍박하면 어쩌나 걱정했었소.”
“천태종과 천뢰종이 보는 앞이라 참았을 거예요.”
그때 혜문존자가 전음으로 말했다.
-여하튼 일이 잘 마무리됐으니 다행이오. 광성 존자의 영기는 언제쯤 취하실 생각이오?
-왜요?
연적하가 혜문 존자를 힐끔 보았다.
‘광성 존자의 영기는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사람이 광성 존자의 영기에 왜 이렇게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
-천뢰종 제자들이 눈치채기 전에 속전속결로 끝내는 게 좋을 게요. 그들도 광성 존자가 죽는다는 건 알겠지만, 자꾸 눈에 뜨여서 좋을 일은 없지 않겠소.
천뢰종 고수들이 알면 좋아하지 않을 테니 빨리 영기를 취하라는 소리다.
연적하는 답하지 않았다.
이미 천뢰종의 처리는 자신의 손으로 넘어왔다.
태을 존자와도 상의하지 않았는데 혜문 존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야 쓰나.
이윽고 연적하는 천뢰종 고수들 앞에 섰다.
혜문 존자는 눈치껏 서너 걸음 뒤로 빠져 연적하가 주인 행세를 하게 했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 없지? 이전까지는 몰랐어도 지난 며칠 귀가 따갑게 들었을 거야. 정식으로 소개하지. 나는 소요종의 연적하 제군이야.”
“…….”
천뢰종 고수들은 어디서 개가 짖느냐는 얼굴로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적하의 말은 이어졌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떻게 벌써 제군이 됐지?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나는 천애 불문비의 기연과 구천검령으로 이 자리까지 올랐어.”
천애불문비와 구천검령 소리에 천뢰종 고수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제는 사라진 종문의 성물과 처음 듣는 검령의 이름이니 그럴 만도 하다.
“내 목표는 하나야. 하늘의 문[天門]을 여는 거지. 나는 구주의 종문들이 지지고 볶고 하는 일에 관심 없어. 천뢰종? 천문만 아니었으면 줘도 안 가져.”
천뢰종 고수들이 눈을 찡그렸다.
천뢰종은 구주를 지배하는 아홉 기둥 중에 하나인데, 줘도 안 갖는다니?
양천 제군이 참다못해 한마디 던졌다.
“그런 분이 왜 광성 존자까지 죽이면서 천뢰종을 손에 넣으려 하시오! 사실은 천문을 핑계로 천뢰종의 종사가 되려는 게 아니오?”
“내가 광성 존자를 언제 죽였다고 그래?”
“결국 그럴 거잖소.”
순간 연적하가 한쪽에 따로 서 있는 광성 존자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광성 존자의 몸이 휘청였다.
이윽고 신형을 바로 한 광성 존자의 눈에서 광망이 쏟아져 나왔다.
금제가 풀린 것이다.
연적하 제군의 돌발 행동에 혜문 존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