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666
666회. 저게 마천의 군단장 몰록입니다.
천지종 고수들의 시선이 현원 제군을 따라 하늘로 향했다.
뒤늦게 연적하 제군을 발견한 천지종 고수들은 당황한 눈으로 추회 존자를 보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천지종 종사인 추회 존자는 대답 대신 지면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천뢰종 연합의 제군들이 합류하기 전에 끝장을 내기 위해서다.
현원 제군과 대륜 제군, 일성 제군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협곡 밖에 남아 있던 태상종과 무극종의 고수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상대가 연적하 제군 하나이니 천지종만으로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추회 존자는 바로 검령을 불러냈다.
몇 달 전 연적하와의 대결을 통해 평범한 검공으로 그를 상대하기 어렵다는 걸 알아서다.
추회 존자의 천무검령이 오지산에 현신했다.
티끌 하나 없이 새하얗게 빛나는 검령을 본 제군들도 각각 자신의 검령을 소환했다.
현원 제군의 태백검령, 대륜 제군의 호천검령, 일성제군의 남두검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수천 년에서 수백 년 간격으로 등장한다는 희귀한 검령들이다.
종문에서도 보기 드문 검령들의 출현에 천지종 연합에서 ‘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천무검령을 필두로 네 개의 검령이 연적하를 향해 솟구쳐 올랐다.
천지종 연합은 연적하 제군의 몸이 갈기갈기 찢길 거라고 생각했다.
인간과 달리 검령은 정직하다.
검령 간의 승부에서는 허초니 실초니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검령은 철저하게 강자존 약자멸이다.
단순 무식하게 보일 정도로 강한 검령이 약한 검령을 부숴 버린다.
그러니 연적하 제군이 어떤 검령을 가졌더라도 버티지 못할 게 자명했다.
네 개의 검령을 본 연적하는 기경팔맥에 자리 잡은 검령 중에서 세 개를 더 불러냈다.
고오오오-.
그의 앞으로 푸르고, 누르고, 하얀 검령이 나타났다.
하나하나가 검신의 폭은 일 장(약 3미터), 길이도 무려 십 장(약 30미터)에 달했다.
협곡 위 하늘을 뒤덮는 위용이다.
이윽고 쌍방 간 여덟 개의 검령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꽈르르릉-!
눈부신 섬광에 추회 존자와 세 명의 제군들은 한순간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뜬 그들의 얼굴이 충격과 공포로 물들었다.
더 이상 자신들의 검령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단 한 번의 접전으로 천 년 이상 수련해 온 검령이 깨져 버리다니?
사고가 정지된 그들에게 연적하의 검령이 떨어져 내렸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추회 존자였다.
그녀는 즉시 애지중지하던 법기인 금은화(金銀花)를 연적하의 검령에 던졌다.
금은처럼 반짝이는 꽃 하나가 붉은 검에 달라붙었다.
금은화는 종문 고수들의 영기를 갈취하여 만든 것으로 혼백조차 미혹하는 영능을 가졌다.
힘에서 밀리니 미혹이라는 잔재주를 쓴 셈이다.
과연!
금은화가 빛을 발하자 기세등등하게 날아오던 붉은 검이 멈칫했다.
그걸 본 추회 존자는 과욕을 부렸다.
‘가만! 연적하가 검령을 얻은 게 지난 구월이니…….’
검령과 혼연일체가 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자신만 해도 천무검령과 하나가 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리지 않았던가.
추회 존자는 금은화를 믿고 연적하에게 검을 날렸다.
금은화가 검령을 묶어 두고 있는 동안 연적하를 상대하려 한 것이다.
순간 붉은 검에 붙어 있던 금은화가 구천검령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했다.
파아앗-.
깜짝 놀란 추회 존자는 검을 내팽개치고, 신형을 돌려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전광석화처럼 날아온 붉은 검이 추회 존자의 등 한복판에 꽂혔다.
크기의 차이 때문인지 검이 날아가는 파리를 콕 찍은 것처럼 보였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추회 존자의 몸은 금은화처럼 터진 후에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한편 세 명의 제군들도 추회 존자에게 하사받은 법기를 사용했다.
검령이 소멸한 지금 법기가 그들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최후도 추회 존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두 명의 제군이 가루가 됐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자는 대륜 제군이다.
그는 법기를 던지자마자 달아났고, 덕분에 남들보다 조금 더 연명할 수 있었다.
단지 조금 더 연명했을 뿐이다.
그가 아무리 빨라도 시공을 초월한 구천검령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는 오지산을 거의 벗어나기 직전, 푸른 검에 꿰뚫려 가루가 되었다.
추회존자와 세 명의 제군을 죽인 연적하가 서서히 오지산 중지봉으로 내려왔다.
이윽고 땅 위에 내려선 연적하가 천지종을 향해 말했다.
“다들 알겠지만, 추회 존자는 내 처에게 못된 짓을 했어. 당신들에게도 기회를 줄게. 추회 존자의 뒤를 따라갈래? 아니면 나를 따라올래?”
그러자 살아남은 열다섯 명의 노조가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저희는 대종사님을 따르겠습니다!”
사실 노조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추회 존자와 제군들의 최후를 본 그들은 감히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때마침 천뢰종 연합의 생존자들이 평지가 된 협곡을 천천히 가로질러 왔다.
그들이 지척에 이르자 천지종 생존자들은 천뢰종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천뢰종 연합에 천지종이 합류하자 양쪽 진영의 숫자는 거의 비슷해졌다.
천지종의 정리가 끝나자 연적하는 태상종과 무극종 고수들 앞으로 나섰다.
태상종 종사 진표 존자와 무극종 종사 구산 존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두 사람 모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눈앞의 저 연적하 제군은 무려 네 개 종문을 병탄한 상태였다.
비록 자신들의 눈앞에서 적에게 투항한 천지종에 존자와 제군은 남아 있지 않지만, 천뢰종 연합의 존자와 제군을 생각하면 누가 봐도 자신들의 열세였다.
진표 존자가 구산 존자에게 전음을 날렸다.
-어쩌면 좋겠소?
-투항하십시다. 솔직히 나는 그의 검령을 당해 낼 자신이 없소.
진표 존자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없기는 자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종사가 현인에게 머리 숙이는 것은 상당히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이미 정해진 답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연적하가 말했다.
“당신들도 마찬가지야. 어떻게 할 거야? 계속 싸울 거야? 내 밑으로 들어올 거야?”
구산 존자가 막 대답하려고 입술을 움찔거릴 때다.
태상종과 무극종 뒤쪽 엄지봉의 하늘에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청명한 오지산의 하늘을 생각하면 기괴한 현상이다.
위치상 그걸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들은 천뢰종 연합의 고수들이다.
천뢰종 연합의 고수들이 엄지봉을 가리키며 술렁거렸다.
뒤늦게 뒤를 돌아본 태상종과 무극종 고수들도 눈을 치켜떴다.
엄지봉 위에서 시커먼 먹구름이 소용돌이치는 모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마치 구주의 종말을 알리는 것 같았다.
여섯 종문의 고수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엄지봉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때 기이한 폭발음과 함께 묵직한 기파가 오지산을 휩쓸고 지나갔다.
쿠우우웅-!
뒤이어 천붕지환(天崩之患)의 법진 때처럼 땅이 한차례 출렁거렸다.
꿀렁-.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천지종 고수들은 품 안에 있는 복후지지(福厚之地)의 부적을 더듬기까지 했다.
순간 수천 년을 살아온 다섯 종문 종사들이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마천(魔天)!”
“마기(魔氣)!”
오지산 엄지봉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분명히 마천의 마기였다.
연적하도 갑자기 엄지봉에서 전해지는 마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진표 존자가 급히 말했다.
“연 제군, 여기서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소. 오지산에 왜 마천의 마물들이 나타났는지 그것부터 조사해 보십시다.”
종문 간 전쟁보다 중한 게 마천을 상대하는 일이다.
평소 아홉 종문은 견원지간처럼 싸웠지만, 마천 앞에서만큼은 힘을 모았다.
연적하 역시 진표 존자의 뜻에 동감했다.
여기서 두 종문과 싸워 봐야 제 살 깎기에 불과함을 알아서다.
물론 싸우면 천뢰종 연합이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들의 힘이 약화되면, 당장 마물을 퇴치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니 아쉽더라도 전쟁은 잠시 멈춰야 한다.
이윽고 여섯 종문의 고수들은 언제 싸웠냐는 듯 함께 엄지봉으로 이동했다.
선두에서 달려가던 연적하가 인상을 찌푸렸다.
문득 오백 년 전에 일어났던 천지종과 소요종 사이의 일이 떠올랐다.
천지종이 소요종을 함락한 직후, 한산주에 마물이 출몰해 천지종이 다시 돌아갔다던가.
‘공교롭군. 공교로워.’
하필 여섯 종문을 통합하기 직전에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
그러고 보니 오지산은 천뢰종의 영역인 영천주에도 걸쳐 있었다.
오백 년 전 한산주처럼, 영천주에도 마물이 출현한 셈이다.
이번에도 누군가 마천의 마물을 끌어들인 것일까?
‘가 보면 알겠지.’
다행히 이번에는 오지산에 무려 여섯 종문의 고수들이 모여있다.
과거 천지종의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조사가 이루어질 터였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다니, 누군지 잡히기만 해 봐라.’
이를 빡빡 갈던 연적하는 뒤쪽을 힐끔 보았다.
다섯 종문의 존자와 제군들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따라오고 있었다.
마천과 연결된 통로를 만드는 데 영석이 필요하다니 분명 저들 중에 하나일 게다.
하지만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들이라, 누구일지 당최 감도 오지 않았다.
***
오지산 엄지봉.
산 정상은 벌써 천여 마리의 마물들로 바글거렸다.
마물 중에 작은 것도 성인 남자보다 컸고, 대부분의 마물이 코끼리만 했다.
그런 거구의 마물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존재가 하나 있었다.
개처럼 툭 튀어나온 주둥이와 머리에 소의 뿔이 달린 마천의 군단장 몰록이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거록(巨鹿)을 들고 게걸스럽게 뜯어 먹던 몰록이 멈칫했다.
갑자기 감칠맛 나는 인간들의 기운이 느껴져서다.
몰록은 들고 있던 거록을 내팽개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코를 킁킁거렸다.
굶주린 개처럼 주변을 돌아다니던 마물들이 몰록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라카드(가라)!”
귀를 쫑끗 세우고 있던 마물들이 몰록의 명령에 산 아래로 내달렸다.
쿠르르르-!
천여 마리의 마물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나무가 바스라지고, 땅이 뒤집혔다.
가장 먼저 마물들 속에서 몰록을 알아본 것은 천뢰종의 종사 광성 존자였다.
오백 년 전 마물의 침략 때 몰록을 본 적이 있던 그는 급히 연적하에게 다가갔다.
“대종사님! 저 머리에 소뿔을 달고 있는 놈이 마천의 군단장인 몰록입니다! 마물이 천여 마리인 것으로 보아 아직은 일부분만 넘어 온 것 같습니다.”
연적하는 일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물이 엄지봉을 새까맣게 덮고 있는데 일부분만 넘어 온 것 같단다.
그럼 제대로 오면 그 수가 얼마나 많다는 걸까?
“몰록의 부하가 그렇게 많아요?”
“오백 년 전에는 대처가 늦어서 이만의 군세가 한산주를 덮쳤습니다. 그 뒤로 몰록에게 군단장이라는 별칭이 붙었지요. 초반에 격멸하지 않으면 그때처럼 최소한 이만의 마물이 넘어올 겁니다.”
“저것도 많은데 이만이나 넘어온다고요?”
“그것도 많은 건 아닙니다. 마물이 십만 단위를 넘어갈 때도 있으니까요. 그 정도가 되면 종문으로 감당하지 못하니 신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신요?”
“신격을 얻은 아홉 군주를 말하는 겁니다. 전부는 아니고 인간에게 우호적인 군주들이 있습니다. 우샤스 킨샤사나 마조, 북두신군 같은.”
“허…….”
연적하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엄지봉을 뒤덮은 마물만 봐도 기가 질리는데 이만, 십만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