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872
872회. 아기를 쳐다만 봐도 죽는다
구름이 지상으로 내려오자 무산낭랑 이매화는 고개를 갸웃했다.
상서로운 구름이 ‘하늘에 떠 있는 것’과 ‘무산소축으로 내려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뭐지? 설마 자연현상이 아니라는 건가?’
문득 ‘연적하가 구름을 타고 다닌다’는 세간의 소문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황당한 이야기로 치부했건만 막상 땅으로 내려오는 구름을 보니 찜찜했다.
“사람의 짓인지도 모른다. 경계해라.”
이매화의 말에 총관 혈귀 완사석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는 구름은 자연현상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는 즉시 흩어져 있던 십두마병들을 불러모아 신당 주변에 배치했다.
구름이 오 장(15 미터)여 거리 이르자 사람의 형체가 드러났다.
‘헉! 사람이다. 정말 술법이었구나.’
정오의 태양에 눈이 부셔 얼굴은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분명 사람이었다.
완사석은 급히 이매화에게 고개를 돌렸다.
백두마군인 그녀의 공력이라면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매화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사신(死神)이라도 본 듯 창백했다.
“당주님?”
완사석의 부름에 이매화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연적하와 남궁연이구나.”
“…….”
순간 완사석의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상념이 스치고 지나갔다.
넋을 잃고 서 있는 그의 귓가로 낭랑한 음성이 들려왔다.
“석경장의 주인인 연적하와 남궁연이 알립니다. 오늘부로 무산소축은 강호에서 사라집니다. 이매화와 십두마병을 제외하고 모두 꺼지세요!”
이윽고 구름에서 나온 거대한 용권풍이 신당(神堂)을 휘감았다.
콰드드득- 콰르릉-!
눈 깜짝할 사이에 신당이 폭삭 주저앉았다.
그러고도 용권풍은 기세를 잃지 않고 신당 주변을 한 바퀴 맴돌았다.
콰콰콰콰-.
신묘한 구름에게 소원을 빌던 참배객들이 메뚜기 떼처럼 사방으로 튀어 달아났다.
“사람 살려!”
“연적하가 나타났다!”
참배객들의 비명으로 고요하던 무산소축은 아비규환의 장소로 바뀌었다.
참배객들과 일반 유명교도들이 사라지자 용권풍은 거짓말처럼 스르륵 사라졌다.
신당 주변이 다시 고요해졌다.
그제야 구름이 지면 위에 내려앉았다.
이매화가 용권풍을 피하느라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지며 앞으로 나섰다.
“두 분이 혼인했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혼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건 아닐 테고. 아기까지 데리고 와서 무슨 짓이죠?”
이매화는 의도적으로 아기를 거론했다.
그것은 싸움이 벌어지면 아기가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경고였다.
그러자 연적하가 말했다.
“미리 말해 두는데 지금부터 아기를 쳐다만 봐도 죽는다. 경고했지? 죽어라.”
말과 함께 연적하가 허공에서 검을 뽑아 한쪽으로 던졌다.
츠츠츠츠-.
무심코 아기를 보던 십두마병은 검이 날아오자 흠칫 놀라 허공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검이 그를 반쪽으로 갈라 버렸다.
촤아아-.
곧이어 사타구니에서 머리까지 이 등분된 그의 육체가 지면에 떨어졌다.
뿌드드득- 뿌득-!
뼈가 맞부닥치는 소리와 함께 시체에서 십 척(약 3미터) 장신의 초열마인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검붉은 몸체에서 흘러나온 열기에 주변 공기가 달궈졌다.
이매화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연적하와 초열마인을 번갈아 보았다.
그녀는 그가 마인과 맞붙어 싸울 때 아기를 손에 넣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깨지고 말았다.
하늘에서 오 장(약 15미터)여 크기로 늘어난 천둔검이 초열마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콰지지직-!
손쓸 틈도 없이 두 조각난 초열마인의 몸은 이내 재로 변해 흩날렸다.
그 가공할 검공에 십두마병들과 이매화의 입이 쩍 벌어졌다.
잠시 후 정신을 수습한 이매화가 물었다.
“연적하. 당신이 바라는 건 뭔가요?”
“그야 당연히 남궁세가의 복수지. 몰라서 물어?”
“설마 두 사람이 우리 모두를 모두 죽이겠다는 건가요?”
“아니. 오늘 힘쓰는 건 나 하나면 돼. 아기를 보면서 칼까지 휘두르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당신의 무위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그녀는 ‘혼자서 백두마군과 십두마병 아홉은 무리다’라고 말하려 했다.
그때 연적하가 장난치듯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순간 허공에 떠 있던 천둔검이 아홉 개로 분열했다.
이매화는 아무리 연적하라도 단숨에 십두마병들을 죽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마인 아홉 명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 전에 일검에 아홉 명의 십두마병을 참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십두마병 개개인이 초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주님이라면 모를까.’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이번에도 빗나갔다.
츠츠츠츳-.
아홉 개의 검이 아홉 명의 십두마병들에게 날아갔다.
그러자 아홉 자루 검을 주시하고 있던 십두마병들이 쾌속하게 자리를 이탈했다.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아났다.
일직선으로 떨어져 내리던 검이 아홉 가닥으로 흩어졌다.
이매화는 저 검들에 십두마병들이 결국 죽게 되리란 걸 직감했다.
십두마병이 죽으면 마인이 된다.
‘연적하가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이라면 틈을 보이겠지.’
아홉 마인들과 싸우다 보면 남궁연에게 신경 쓰지 못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아기를 빼앗는다.’
“크아악!”
“악!”
역시나! 아홉 방향으로 달아나던 십두마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지금이다!’
이매화는 지체 없이 머릿속의 계획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녀의 신형이 제자리에서 ‘퍽!’ 하고 사라졌다.
“우어어어!”
“크라라라라-!”
아홉 마인들이 일어나 괴성을 내지를 때 이매화는 남궁연의 뒤에 나타났다.
그녀는 남궁연의 뒷덜미로 갈고리 같은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매화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거기까지였다.
언제 왔는지 연적하가 이매화의 긴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잡아챈 것이다.
“악!”
짧은 비명과 함께 이매화의 상체가 뒤로 젖혀졌다.
억세고 강한 힘에 그녀의 두 다리까지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하지만 백두마군인 이매화 역시 그냥 당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즉시 허공에서 상체를 틀며 손톱으로 연적하의 팔을 찔러 갔다.
그러자 연적하는 이매화를 뒤쪽으로 거칠게 내팽개쳤다.
겨우 그의 손에서 벗어난 이매화는 고양이처럼 허리를 튕겨 부드럽게 지면에 착지했다.
그리고 마인들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괴성을 내지르던 아홉 마인들이 연적하를 노려보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오호호홋! 연적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하더니 네 놈도 멍청한 짓을 하는구나. 이제 저 마인들은 어쩔 생각이냐?”
그녀는 연적하가 자만심에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마인이 십두마병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마인들에게 당하지는 않겠지만, 마인들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피부가 돌처럼 딱딱함은 물론, 일각마인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것도 있다.
그런데 연적하는 여전히 태연했다.
“어쩌긴? 죽이면 되지.”
하지만 말과 달리 연적하의 검결지가 가리킨 사람은 이매화였다.
츠츠츠츠-.
천둔검이 벼락처럼 이매화를 향해 날아갔다.
당연히 마인들 다음이라 생각해 방심하고 있던 이매화로서는 허를 찔린 셈이다.
“미, 미친놈!”
이매화는 어기충소의 신법으로 날아올랐다.
허공에서 시간을 끌다가 마인들이 연적하에게 덤벼들면 달아날 생각이었다.
지금쯤이면 됐겠다 싶어 아래를 내려다보던 이매화의 눈이 부릅떠졌다.
마인들은 어쩌고 검이 여전히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뒤늦게 ‘검이 분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다면 시간을 끄는 것의 의미가 없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몸을 회전시킨 후, 구절장을 힘껏 휘둘렀다.
“상조금궐 하부곤륜(上朝金闕 下覆崑崙)!”
주문과 함께 하늘에서 태산 형상의 암경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콰-.
곧이어 태산과 검이 허공에서 맞부닥쳤다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귀를 찢을 듯한 우렛소리가 울려 퍼졌다.
꽈르르릉-! 꽈광-!
산산조각이 난 태산 사이로 반짝이는 뭔가가 솟구쳤다.
천둔검이었다.
“안 돼에!”
이매화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천둔검은 그녀를 세로로 갈라 버렸다.
이매화의 최후를 확인한 연적하는 다시 마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빗살처럼 날아간 아홉 개의 검이 마인들의 몸통에 구멍을 뚫었다.
마인들은 지면에 ‘털썩’ 무릎을 꿇더니 차례로 재가 되어 흩날렸다.
마인들의 시체가 모두 사라진 직후,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금부처[金佛]가 내려왔다.
곧이어 천지사방에서 웅장한 독경 소리가 들려왔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 반야바라밀다 시 조견 오온개공 도 일체고액 사리자…….”
연적하가 심드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부처냐?”
심통은 과거 반야장의 장주 패도 일위천이 죽었을 때 천수보살이 나타났다고 했다.
저승에 천수보살과 금부처가 있을 리 없고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독경 소리가 잦아들더니 이내 닫혀 있던 금부처의 눈이 천천히 열렸다.
자애로운 미소와 달리 붉은 눈에서 섬뜩한 살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오온개공!”
웅혼한 외침과 함께 금부처가 왼쪽 손바닥으로 지면을 내리쳤다.
‘쿠쿠쿵!’ 하는 폭발음과 함께 지면이 들썩거렸다.
곧이어 사방팔방에서 용권풍이 일어나 연적하와 남궁연을 향해 몰려 갔다.
콰콰콰콰- 콰콰쾅-!
용권풍이 지나간 자리마다 마치 도끼질이라도 당한 듯 쩍쩍 갈라져 나갔다.
“흥! 너만 용권풍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연적하가 천둔검으로 구천세법 삼 식 운룡풍호(雲龍風虎)를 펼쳤다.
천둔검에서 일어난 용권풍이 밖으로 몰아쳐 갔다.
콰콰콰콰-.
곧이어 각기 다른 두 종류의 용권풍들이 허공 어느 한 지점에서 마주쳤다.
콰콰콰쾅! 콰쾅-!
귀청을 찢는 폭발음과 함께 땅거죽이 뒤집혔다.
강력한 폭발의 여파에 무산소축의 전각들이 와르르 허물어졌다.
대로한 듯 금부처의 두 눈에서 섬뜩한 혈광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이번에는 금부처가 합장하듯 쌍장을 모았다가 연적하와 남궁연에게 힘껏 펼쳤다.
“일체고액!”
고오오오-.
땅 밑에서 피어오른 흑무(黑霧)가 연적하와 남궁연을 서서히 옥죄어 갔다.
남궁연의 품에 안겨 있던 아기가 버둥거리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응애-.”
아기가 울자 다급해진 연적하는 다시 운룡풍호를 펼쳤다.
운룡풍호가 만들어 낸 용권풍으로 흑무를 밀어내려는 것이다.
콰콰콰콰-.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흑무는 용권풍에 밀려나지 않았다.
용권풍이 흑무를 관통하는 것을 본 남궁연이 서둘러 말했다.
“적하야! 흑무에는 물리적인 힘이 통하지 않아! 다른 방법을 찾든지, 금부처를 직접 공격해!”
순간 연적하는 ‘아차!’ 싶었다.
그래도 백두마군과 연결된 마물인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즉시 금부처에게 천둔검을 날려 보냈다.
빛살처럼 날아간 천둔검이 금부처의 이마에 박혔다.
텅-!
그러나 놀랍게도 천둔검은 금부처의 이마를 관통하지 못하고 튕겨 났다.
그러는 동안 흑무가 연적하와 남궁연의 코앞까지 꾸역꾸역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