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 Agent Reincarnated as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18)
318화. 반가운 만남
연우가 식사를 하며 건너편에 앉아 있는 존 맥캘런을 바라봤다.
한해운과 함께 좀 더 상세히 조사를 해보니 존 맥캘런이 미국의 방송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해가 지날수록 커지고 있었고, 최근엔 아시아권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정황들이 많이 포착됐다.
‘아마도 나와 글로벌 매치를 그 교두보로 삼을 생각이겠지.’
존 맥캘런의 블루웨일 게이트(BWG)는 이번 쇼를 런칭하면서 넷플렉스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의 다른 방송사들과도 공급계약의 물꼬를 틀 계기로 삼으려 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국내에도 커다란 파이가 떨어질 텐데, 그걸 소화하는 게 새별이 된다면 가장 좋을 텐데···.’
식사 자리에선 버나드 펜톤과 존 맥캘런이 연우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연우가 찍었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연기와 스토리에 대한 감탄을 제작자의 시선에서 공유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업가 이전에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는 것 자체가 두 사람 모두 어느 정도 컨텐츠 덕후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에 비즈니스를 떠나 진심으로 재밌어하며 이야기하는 듯했다.
‘흐음···.’
그 모습을 보며 연우가 턱을 쓰다듬었다.
어찌 됐든 연우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으니 좋은 부분이긴 하지만 그 포커스가 ‘배우 류연우’에 맞춰져 있었다.
지금 존 맥캘런은 연우를 ‘제이’이자 ‘정도진’이고 동시에 ‘서바이벌 아일랜드의 챔피언’인 배우 류연우로 보고 있었지만, 연우는 동시에 새별의 실질적인 경영자이기도 했다.
‘나에 대해 배우 외적인 부분에도 흥미를 이끌어내야 할 것 같은데.’
그때 마침 존 맥캘런이 연우와 버나드 펜톤에게 각각 서류를 건네줬다.
연우가 서류를 받아 들어 살펴보니 「서바이벌 아일랜드 – 글로벌 매치」에 대한 기획서였다.
“우선 정해진 사항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기획서에 있는 내용도 언제든지 변경될 여지가 있습니다. 일단 장소는 쿠바와 플로리다 사이의 한 섬으로 결정했습니다. 직접 가봤는데 아주 재밌는 게임이 될 장소 같더군요.”
맥캘런의 말을 듣고 연우가 반문했다.
“플로리다와 쿠바 사이라면 바하마 제도 말인가요?”
연우의 말에 존 맥캘런이 의외라는 듯 눈썹을 꿈틀했다.
“아시아에서 오신 분이 중남미의 지리에 대해 이리 밝을 줄은 몰랐군요. 솔직히 나는 아시아 지도를 가져다주면 어디가 어딘지 구분도 잘 못 할 텐데 말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바하마 제도보다는 북쪽입니다.”
맥캘런의 말에 연우가 조용히 끄덕였다.
그쪽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산호초가 가득한 풍경을 떠올리며 연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곳이지.’
쿠바와 북한 간의 무기 거래를 저지하기 위해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만 없었다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지상낙원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바하마 제도보다 북쪽이라···. 나소(Nassau)는 그런 경기장을 건설할 만한 공간이 안 되고 최근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촬영 허가가 떨어졌을 것 같지도 않군요. 그리고 북쪽이라기보단 동쪽에 가깝죠. 그렇다면 비행기가 내릴 만한 위치가 몇 군데 없는데···.”
그러자 맥캘런의 눈썹이 다시 한번 꿈틀했다.
맥캘런이 내뱉은 ‘바하마 제도보다 북쪽’이라는 이야기를 토대로 시작한 짧은 추리였지만 단순한 배우가 아니라는 인상은 성공적으로 심어줬다.
연우가 잠시 동안 생각을 하다 결론을 내고 주르륵 훑어보며 검토한 자료를 맥캘런에게 다시 넘기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베리 아일랜드(Berry Islands)나 아바코(Abaco) 방향인가 보군요. 그쪽이라면 촬영하는 동안 열대기후에 시달리면서 땀을 꽤나 흘릴 텐데. 하하, 이거 추가보수라도 더 얹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자 눈이 커진 맥캘런이 넘겨받은 자료를 급히 살펴봤다.
“아니, 혹시 우리 직원이 방금 드린 자료에 장소에 대한 정보가 쓰여 있었습니까?”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장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흐음, 분명 장소는 안 쓰여 있는데 어떻게 안 겁니까? 겨우 내가 말한 방향만 가지고 그 정도로 빠르게 추측을 한 겁니까?”
맥캘런의 반응에 연우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대충 얼버무렸다.
“뭐, 어릴 때 부루마블(Blue marble) 게임을 좀 했습니다.”
“···푸른구슬(Blue marble)?”
“아, 부루마블이 국산 게임이었나···. 미국의 모노폴리(Monopoly)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자 맥캘런과 버나드가 동시에 놀랐다.
“오, 역시 한국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조기교육을 받는군요. 우리 미국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주(State) 정도만 관심을 가지고 있고 세계지리에 대해선 문외한입니다. 누구는 그걸 지리맹이라고 부르더군요.”
아마 이 자리에 다른 한국인이 있었다면 좌우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을 것이다.
부루마블은 절대 그런 게임이 아니며, 중남미에 있는 작은 제도까지 외우는 이는 없다고.
사실 연우가 말한 게임은 부루마블이 아니라 다른 게임이었다.
연우가 전생에 해외파트의 교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블랙요원 훈련생들을 위해 직접 고안한 훈련법이 있었다.
지금은 소수의 민간인들도 지오게서(Geo guesser)라는 이름으로 즐기는 게임인데, 몇 장의 사진만 가지고 그 지역이 지구의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인지 추리한 뒤에 세계지도 위에 위치를 찍어 사진 속의 실제 장소와 최대한 가까운 이가 이기는 방식의 훈련법이다.
도로의 차선 방향, 표지판과 국도번호, 사진 속에 인물이 있다면 인종적인 특징까지.
만약 상가건물이 있다면 간판에 쓰여 있는 글자와 전화번호체계 그리고 해가 떠 있는 방향과 강 또는 바다의 위치 등을 분석해서 어느 나라의 어느 지역인지 맞히는 훈련이고 창시자인 연우는 당연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의 소유자였다.
아직도 국정원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훈련하지만, 연우가 12년 전에 세운 기록이 깨지지 않을 정도.
잠시 동안의 이야기로 맥캘런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연우는 자연스레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번에 제가 운영하는 제작사가 경제지 타입(Type)에서 선정한 국내 기업의 순위에서 겨우 21위를 받았더군요. 국내 사업에 집중하다 보니 글로벌과 관련한 항목의 평가가 박해 순위가 낮은가 봅니다.”
연우가 미끼를 달아서 휙 하고 던졌다.
한해운과 함께 조사했던 BWG의 정보를 살펴보니 비록 규모는 천지 차이여도 새별과의 공통점이 하나 존재했다.
그걸 토대로 던진 낚싯바늘을 맥캘런이 덥석 물었다.
“으음, 그거라면 우리도 마찬가집니다. 솔직히 자화자찬 같아서 좀 말하기 그렇지만 북미권이나 유럽에서의 우리 영향력이라면 탑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시아나 남미에선 아직 서비스를 안 하다 보니 평가가 4위로 밀렸더군요.”
그때 자연스레 옆에 있던 버나드 펜톤이 연우의 말에 녹아 있는 뉘양스를 눈치채고 미끼를 문 대어를 건져 올리는 걸 돕기 위해 뜰채를 들고 나왔다.
“존. 그거 아십니까? 미스터 류의 아시아 영향력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의외로 남미에서 인지도가 제법 큽니다. 이번에 SL전자에서 새로 출시했던 스마트폰이 미스터 류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브라질의 점유율 1위를 달성했죠.”
그러자 존 맥캘런의 눈이 빛났다.
그를 혹하게 할 만한 키워드는 모두 담겨 있었다.
아시아, 남미, 점유율.
“···호오, 그렇습니까?”
***
존 맥캘런과의 점심식사를 하며 건설적인 대화를 마친 연우는 귀국하기 전 LA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움직였다.
“민수 형. 관광 잘하셨어요?”
“아주 신나서 돌아다녔죠. 든든한 보안팀장님이 배우님을 딱 지키고 있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네요.”
늘 해외 스케줄마다 연우를 보호(?)하기 위해 찰싹 붙어있어야만 했던 김민수가 이번엔 진짜 휴가를 즐기듯 할리우드를 마음껏 관광했다.
‘박중현이 없을 때도 마음껏 관광했어도 됐을 텐데.’
사실 해외 스케줄에서 김민수 매니저가 운전을 해야 할 일도 없거니와 언어라면 연우가 훨씬 더 잘하니 통역이 필요하지도 않고 경호라면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만약 연우에게 해를 가하려면 적어도 전문 스나이퍼가 몰래 저격이라도 해야 할 텐데, 매니저인 김민수가 무슨 수로 막겠는가.
“그나저나 크리시의 집에는 꽤 오랜만에 찾아가죠?”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는 미국의 토크쇼에 나오기 위해서였으니 그때가 무려 「화이트 블러드」가 런칭했을 때쯤이었다.
연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김민수가 지난번에 크리시 먼로의 집을 찾았을 때를 떠올렸다.
“그 꼬마는 잘 지내나 모르겠습니다. 이름이 아마 릴리였죠?”
“크리시의 딸 말이군요. 흐음, 이제 중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되었겠네요.”
한편, 크리시 먼로의 딸인 릴리는 학교를 마치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회의 중이었다.
“소피. 저번 주에 시킨 구두 도착했어?”
릴리가 묻자 소피라고 불린 소피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이제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어. 파티가 있기 전까지 도착 안 하면 어떡하지?”
“에이, 설마. 빨리 배송 오는 옵션 선택하느라 추가금도 줬다고 했잖아.”
릴리와 친구들은 프롬파티 때문에 요즘 학교만 끝나면 한곳에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원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열리는 행사를 프롬파티라 부르지만, 몇 년 전부터 8학년에서 9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 즉 중학교를 졸업하는 프로모션(Middle School promotion) 때도 댄스파티를 여는 게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릴리는 지금 눈앞에서 드레스코드는 어떻게 할 건지 조잘조잘 떠드는 친구들과 가장 친했는데, 지난해에 이 친구들과의 우정에 금이 갈 뻔했다.
무려 「화이트 블러드」의 주인공들이 집에 방문했는데, 친구들에게 아무리 전화와 메시지를 보내도 받질 않고 다들 돌아가고 나서야 콜백이 왔었다.
그제서야 집에 누가 왔었는지 겪었던 일들을 말해주니 허언증이 심하다며 믿질 않는 것이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지.’
지금은 그리 생각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눈물이 차오를 만큼 억울하고 친구들에게 섭섭했다.
결국 동하의 공식 택톡 계정으로 극 중 엘라와 아케나톤 그리고 릴리가 함께 췄던 댄스 챌린지가 업로드되고 나서야 릴리의 말을 믿게 됐고, 그 섭섭한 마음의 앙금을 해소하는 데 며칠은 걸렸었다.
“그럼 오늘은 어제 이야기했던 대로 릴리네 집에 가서 우리 드레스코드랑 컨셉을 좀 맞춰보자.”
“오케이.”
친구들과 함께 릴리가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도 대화 주제는 오로지 댄스파티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가 누구랑 사귀기 시작했다는 둥, 또 누가 머리를 염색했는데 자기도 그 컬러로 염색을 하고 싶지만 지금 하면 따라 하는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다는 둥.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하며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음? 오늘은 처음 보는 차들이 주차되어 있네.”
한적한 교외의 동네라 외부인이 오는 일도 별로 없기에 늘 세워져 있는 차들만 보다가 처음 보는 차들이 있으니 눈에 띄었다.
그때 별안간 릴리의 머릿속에 작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서, 설마···?”
릴리가 급하게 집으로 뛰어갔다.
그러자 함께 가던 친구들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덩달아 뛰었다.
“릴리! 갑자기 왜 뛰어?”
“빠, 빨리 와봐!”
그리고 릴리가 힘차게 현관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