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 Agent Reincarnated as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3)
53화. 마스터 플랜 – 석양
박찬홍 감독이 배의 1차 촬영을 접고 컨테이너에 도착해서 살펴보는 중이다.
“음,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기술팀 준비됐나?”
“예, 준비됐습니다.”
“그러면 거래 씬부터 촬영 시작하지.”
박찬홍 감독의 말에 다들 자기 자리로 위치를 잡는 스탭과 단역들.
“준비됐습니까?”
“네. 감독님.”
정하균과 류연우의 대답에 손을 올리는 박찬홍 감독.
“레디 액션.”
박강우는 어떻게든 회사를 담보로 잡고 사채까지 써가며 돈을 긁어모았다.
죽을뻔한 경험 한 번 했다고 해서, 이름도 모르는 남자의 말을 믿고 덥석 미끼를 문 건 아니다.
평소 자신이 이용하는 정보통을 통해서 회의장에 참석한 이탈리아 마피아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고 확신하게 된 박강우.
하지만, 그 정보라는 건 물론 경로를 미리 파악하고 유심칩으로 중간에 신호를 하이재킹해서 알려준 거짓 정보.
이미 피에르 최가 짜놓은 판에 꼭두각시처럼 놀아나는 박강우다.
다리를 꼬고 상석에 앉아 있는 피에르 최.
“시칠리아의 지배자를 다시 뵙게 되어 가문의 영광입니다.”
피에르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여 최대한 공손하게 예를 표하는 박강우.
안내를 따라 도착한 항구에서 본 배의 위용에 이미 압도된 상태다.
박강우의 말에 피식 웃는 피에르 최.
“어디서 주워들은 말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시칠리아의 지배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턱을 쓰다듬으며 박강우를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입을 여는 피에르 최.
“시칠리아의 보호자이지요. 약자를 괴롭혀서야 되겠습니까?”
나무상자에서 꺼내져 무릎을 꿇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박강우에게 존대를 써주는 피에르 최.
약자를 운운하며 쳐다보는 피에르 최의 무저갱 같은 눈동자에 겁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존대를 해주니 거래상대로 인정받는 느낌에 박강우는 기분이 좋아졌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앉으시지요.”
자신의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손짓하는 피에르 최.
박강우와 송금을 담당한 부하가 노트북을 놓으며 앉았다.
피에르 최가 뒤를 보고 손을 까딱이자 뒤에 소총을 메고 있는 백인 남성이 스위스 은행의 계좌가 적혀있는 쪽지를 건넸다.
“거기에 입금하면 됩니다. 물론··· 구했겠지요?”
먹이를 노리는 뱀과 같은 피에르 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입을 여는 박강우.
“무, 물론입니다. 그런데, 물건을 한번 볼 수 있을지요.”
“하하하.”
박강우의 말에 피에르 최가 웃었다.
“그렇지요? 아직 우리 사이에···”
불안하게 불규칙적인 박자로 테이블을 계속 두드리는 피에르의 손가락.
“신뢰가 없으니까 말이에요.”
말을 마친 피에르가 턱짓하자 뒤에 시립해 있는 부하가 저벅저벅 걸어가 함실 구석에 있는 방수포를 들추어냈다.
잔뜩 쌓여있는 새하얀 가루포대를 보고 홀린 듯이 다가가는 박강우.
포대 하나를 들자 아래엔 대전차 로켓이 담겨있는 상자가 뚜껑도 없이 놓여있다.
총기 소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RPG-7 같은 대전차 화기를 본 적이 있을 리 만무한 박강우.
깜짝 놀라서 흰 가루가 든 포대로 다시 덮어놓고 피에르의 눈치를 본다.
“내가 거래하는 게 당신만 있는 건 아니라서 말이지. 국제적으로 공사다망하단 말이야.”
어느새 다시 존대가 사라진 피에르의 말.
박강우가 다시 서둘러 자리에 앉으며 옆에 앉은 부하를 재촉했다.
“얼른 입금해드려.”
“예, 형님.”
그러자 박강우가 부하에게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죽이고 속삭였다.
“인마, 형님이 아니고.”
“아, 예. 대표님.”
노트북을 두드리는 박강우의 부하.
“다 됐습니다. 대표님.”
“아하하. 확인해보시지요.”
부하의 말에 손을 비비며 피에르 최에게 이야기하는 박강우.
피에르가 뒤에 서 있는 백인 남성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위성 전화의 안테나를 뽑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부하.
이내 확인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Ne è sicura? (확실해?)”
부하는 피에르의 질문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끼익―.
의자를 뒤로 밀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피에르.
“하하. 앞으로 잘 해보자구요. 시칠리아의 형제들은 신뢰 관계를 한 번 맺으면 먼저 배신하는 일은 없습니다.”
“물론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벌떡 일어나서 고개를 숙이며 양손으로 피에르의 손을 맞잡는 박강우.
“오케이. 컷!”
박찬홍 감독의 오케이 소리에 배우들과 스턴트들이 몸을 풀었다.
“이제 대망의 그 장면이네.”
박 감독의 말에 다소 긴장이 감도는 촬영장 내부.
“다들 알다시피 세트장이 협소한데 이번 씬 특성상 끊어서 여러 컷으로 나누기가 어렵습니다.”
스탭과 배우, 스턴트들을 보며 말을 잇는 박찬홍 감독.
“카메라들은 전부 곳곳에 세팅되어 있으니까, 동선에 따라서 프레임 유의하고 원테이크로 한 번에 갑시다.”
“화이팅합시다!”
오오오!
박강우 역의 정하균이 선창해서 파이팅을 외치자 사기를 끌어 올리는 배우들과 스턴트들.
전방위로 촬영해야 하는 마지막 장면인 탓에 배우들을 제외하고 모든 스탭이 밖으로 나갔다.
컨테이너 바깥에 설치된 필드모니터를 보면서 무전기로 지시를 하는 박찬홍 감독.
– 자, 준비하고 씬 넘버 90번 레디 액션!
두 손으로 피에르의 손을 맞잡고 공손하게 인사하고 있는 박강우.
피에르가 어깨를 두드리자 박강우가 허리를 폈다.
그때 백인 부하의 무전기로 다급하게 들리는 무전.
삐빅―.
– 도망쳐라. 발각됐다!
무전기 너머로 다급하게 들리는 외국어에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는 박강우.
피에르 최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양복의 허리춤에서 꺼내 든 권총을 박강우에게 겨눈다.
“뭐야! 너야?”
“예, 예? 무슨 말씀이신지.”
눈썹을 찌푸린 피에르 최가 뒤쪽에 무전을 받고 있는 백인 남성에게 총구를 겨눴다.
“그럼 너야?!”
그때 함실의 문이 열리며 들이닥치는 검은 방호복을 입고 있는 특수요원들.
“인터폴이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다. 당신의 모든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수요원들이 총을 겨누자 뒤에 있던 백인들도 총을 겨눈다.
급작스런 상황에 놀란 박강우와 부하는 어찌할 줄 모르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나, 나는 아무 관계없습니다.”
양손을 번쩍 들고 뒤로 물러서는 박강우.
“Stop! Don’t move! (멈춰! 움직이지 마!)”
지금까지 뭐라고 떠드는지 ‘인터폴’이라는 단어 빼곤 전혀 이해가 안 가던 박강우도 이 말은 알아들었다.
잔뜩 얼어붙은 얼굴로 그 자리에 멈춰 서는 박강우와 부하.
그때 함실과 이어진 안쪽 통로에서 들려오는 외침.
“Dai ragazzi! Muoviti! Forza! (다들 움직여! 어서!)”
그리고선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총을 들고 들어왔다.
완전히 포위된 피에르 최가 사방을 향해 권총을 번갈아 겨누며 소리쳤다.
“뭐야! 도대체 어떤 자식이야!”
그때 검은 양복의 사내 중 유난히 덩치가 큰 한 명이 마스크를 벗으며 피에르 최에게 총을 겨눴다.
“나다. 이 새끼야.”
마스크를 벗자 드러나는 곽지철의 얼굴.
피에르 최가 얼굴을 확인하고 미친 듯이 몸을 젖히며 웃어 재꼈다.
크하하핫.
“이거 너무 재밌네. 인생이 이렇게 재밌다니까?”
언제 웃었냐는 듯 싸늘한 표정으로 돌변해 곽지철을 쳐다보는 피에르 최.
인생에 아무 미련이 없는 무저갱 같은 검은 눈동자로 물끄러미 바라보다 곽지철에게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탕―.
곽지철의 가슴에서 붉은 피가 튀기는 게 신호탄이었다.
인터폴도, 검은 양복의 사내들도, 피에르의 백인 부하들도 사방으로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머리를 감싸고 미친 듯이 함실의 입구로 뛰어가는 박강우와 부하.
덜덜 떨리는 다리로 배를 미친 듯이 뛰어나온다.
함실 내부의 남자들은 도망가는 박강우를 쳐다도 보지 않고 서로에게 총을 쐈다.
그러자, 함실 내부가 난장판으로 변했다.
스파크가 튀며 부서지는 기계장치들과 천장의 조명.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쏘곤 모두 쓰러져 적막해진 함실 내엔 시체만 가득했다.
시끄럽던 총성으로 가득 찼던 공간이 몇 초 만에 언제 그랬냐는 듯 적막만이 흐르는 상황으로 변했고 그게 너무 대조적이라 기이한 느낌마저 들 정도.
그렇게 십여 초 이상이 지나가고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형광등만 처량하게 깜빡일 때 피에르가 갑자기 상체를 일으켜서 앉았다.
“크흡. 역시 너무 재밌잖아.”
입을 틀어막고 소리죽여 웃는 피에르 최.
그러자 피 흘리며 쓰러졌던 함실 내의 남자들이 모두 주섬주섬 일어난다.
하하하.
곧 함실 내에 남자들이 소리죽여 웃기 시작했다.
“어이, 곽지철이. 뭐? ‘나다. 이 새끼야?’ 뭔가 감정이 실린 것 같았는데? 리허설 땐 욕 없었잖아.”
가짜 총을 내려놓으며 타이밍 맞춰 부서지도록 설계된 기계장치들 사이에서 몸을 일으키는 곽지철.
“크흠. 어이구 참 리얼하네, ‘고물상’ 아저씨 대단하시구만. 다들 후딱 일어납시다.”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돌리는 곽지철.
옆에서 아직 안 일어난 남자의 등을 괜히 흔들었다.
그때 들려온 박찬홍 감독의 무전.
– 오케이 컷! 여러분이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들입니다.
와아아아!
이 영화의 화룡점정인 가장 중요한 장면의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배우들.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탭들도 서로에게 축하와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격려를 하며 얼싸안았다.
배우들과 스탭들이 컨테이너 세트장 밖으로 나오자 아름답게 바다 위로 노을이 지고 있다.
“이야,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딱 맞네.”
연우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다가온 마석도.
“정말 방금 촬영 씬 너무 멋있었어요. 진짜 화면 잘 나올 것 같아요.”
필드모니터로 감독 옆에서 내내 지켜보던 한소현도 다가왔다.
배우들이 노을을 구경하며 방금 촬영한 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정하균은 그의 마지막 씬을 촬영 중이다.
배에서 허겁지겁 뛰어나오는 박강우는 연신 뒤를 돌아보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때 조감독이 사인에 맞춰 외친다.
“쾅!”
CG로 폭발이 들어갈 자리에서 조감독이 음성으로 사인을 주자 동시에 주저앉는 박강우와 부하.
“으으으.”
겁에 질린 표정으로 금세 일어나 도망쳤다.
박강우는 졸지에 이탈리아 마피아와 마약 거래를 하다 인터폴과 마피아, 그리고 노 회장의 운전기사로 알고 있는 덩치 큰 사내의 무리 간에 벌어진 총격전 현장에 있던 꼴이 되었다.
총알이 마약 아래 있던 대전차포의 탄두에라도 맞았는지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함교에 모두 죽었으리라 생각하는 박강우.
이제 경찰, 지하세계, 양지와 음지 그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졌다.
피에르 최가 설계한 판에서 신나게 놀아난 그의 앞으론 300억의 빚만 남았을 뿐이다.
“오케이!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