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 Agent Reincarnated as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36)
536화. 차기작
일촉즉발의 순간에 등장하는 이는 언제나 모든 시선을 가져간다.
그것이 영웅의 등장이고, 주인공의 등장이다.
마치 영화처럼 정확한 순간에 등장한 전신(戰神)의 모습에 커뮤니티가 들끓었다.
– 등장 타이밍 지렸다ㅋㅋㅋㅋ
– 이 정도면 류연우 본인도 방송 보면서 자아도취에 빠질 듯?
– 캬아아아 영화냐고 ㄷㄷㄷ 연출 뭔데
└ 거의 토르 등장급
– 와우 슈퍼히어로랜딩 짝짝짝
– 냉정히 생각해서 류연우가 추가되어도 뭐 다를 게 있으려나?
└ 지금까지 눈감고 보셨어요?
– 킷타ㅏㅏㅏ 여누쨔응 믿고 있었다구wwww
└ ??? 류연우는 그쪽 세계에서도 인기가 많은 거임?
└ 모찌롱다
– 개멋있어ㅜㅠㅜㅠㅠ
–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임? 안에서 만든 카드로 류연우랑 카말이 통과하나?
└ 그렇게 되는 거면 보디가드가 카말의 목표를 잡으면 되겠네
하지만 화면 속의 77번 플레이어가 선택한 방법은 모두의 예상을 깼다.
“77번 플레이어는 82번 플레이어에게 라의 카드를 양도합니다.”
그리고 연우의 지시를 들은 82번 플레이어는 카말과 함께 양도받은 라의 카드를 사용했다.
“어, 어? 이게 뭐야? 나 그냥 이 사람들 따라가면 돼?”
굳은 표정의 박중현 그리고 벙찐 얼굴의 카말이 진행요원에 의해 퇴장하자 홀로 남은 연우가 정면으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검은 계열의 특수전투복이 물에 젖어 바짝 달라붙으며 더욱더 검어졌다.
칠흑 같은 복장과 매서운 눈.
그 모습은 마치 전신(戰神)이자 동시에 사신(死神)과 같아서 쇼를 시청하던 이들마저 순간 움찔했다.
화면 속의 77번 플레이어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고 있던 카메라는 우르르 몰려든 이들 중 한 플레이어의 전투복에 달린 액션캠이었으니까.
그리고 연우가 그 액션캠의 주인을 불렀다.
“애덤 와일더.”
***
그 말과 동시에 화면이 애덤 와일더의 액션캠에서 빠져나와 마치 유체 이탈하듯 떠오르며 인공폭포 세트장의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옮겨갔다.
단순히 시점이 변한 것이 아니라 전작인 「글로벌 매치Ⅰ」에서도 여러 번 사용되었던 기법으로 마치 카메라가 현장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CG가 사용된 장면이었다.
시점이 위로 옮겨가자 류연우 한 사람이 대치하고 있는 인물들의 수가 부각되며 일 대 다수의 구도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뒤에 서서 사태를 관망하던 애덤 와일더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몸을 움찔했다.
“예, 예?”
그 응답에 77번 플레이어가 애덤 와일더를 향해 걸어가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당신과 나 사이에 꼬리가 총 몇 개인지 궁금한데, 한번 지금부터 부지런히 알아보려고 하거든요.”
“···그게 무슨?”
갑작스런 상황에 대치하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주춤거릴 뿐 적극적으로 움직이진 못했다.
애초에 담합해서 순번을 결정한 플레이어들이니만큼 이곳에서 류연우를 타깃으로 고른 플레이어는 당연히 없었다.
근접 전투로 류연우를 아웃시킬 자신도 없었지만, 만약 그럴 계획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익을 위해 잠시간 뭉친 얄팍한 동맹 속에서 총대를 멜 만한 인물은 없었으니까.
그리곤 애덤 와일더에게 가까워진 연우는 참아왔던 미소를 한껏 풀어내듯 환하게 웃었다.
“Good luck.”
그 말과 함께 77번 플레이어 류연우는 어두운 통로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 와 애덤이 한 선동질 다 눈치채고 류연우 진심 빡친 듯 ㄷㄷ
– 굿러어어어억
– 나왔다 살인 예고
└ 굿럭이 왜 살인 예고인가요?
└ 에레라한테 굿럭이라고 하고 보내버림
– 굿럭 다음은?
└ 서렌더ㅓㅓ
└ 설엔더???!
– 연우 : 난 직진이야 너를 아웃시킬 때까지 쭉
└ 애덤 : 큿, 네 녀석 드디어 각성했구나 난 괜찮아 악역은 익숙하니까…
└ 아니 ㅁㅊ놈들아 댓글로 이상한 소설 쓰지 말라고!!
한편, 커뮤니티가 불타는 사이 런던의 호텔.
TV에 집중하며 시청하던 서태광 회장은 카드를 양도하는 연우의 모습을 보고 눈을 빛냈다.
“호오, 자네가 한 사람을 선택해서 다음 라운드로 직접 올라갈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어찌하여 혼자 남는 선택을 했나?”
“음···.”
그 질문에 연우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번 생각을 해봤다.
그런 선택을 했던 이유라···.
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원래 그런 성격입니다.”
“원래 그러하다?”
서태광 회장이 되묻자 연우가 고개를 끄덕이곤 한마디 덧붙였다.
“예. 그리고 자신도 있었거든요. 저들이 다 달려들어도 이길 자신이요. 이한테크의 모델이지 않습니까.”
그 발언에 광고주는 매우 흡족해할 수밖에 없었다.
“크하하. 역시나 물건. 아니, 물건이라는 말도 식상하구만. 장군감이야 장군감! 암, 그렇지. 세계를 선도하는 이한의 모델인데 저런 잔챙이들이야 직접 처리하는 게 속 시원하지!”
마치 어디선가 《호감도가 [5] 상승하였다.》라는 메시지가 출력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
「글로벌 매치Ⅱ」의 열네 번째 에피소드는 오롯이 류연우를 위한 회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흑화한 류연우의 모습으로 시작해서 그가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 과거부터 차근차근 보여줬다.
그리곤 애덤 와일더를 포함한 ‘연합’이라는 대적자들을 보여준 뒤 다시 류연우의 시점으로 돌아왔다.
14화를 감상하던 너튜버 ‘씨네튜브’의 머릿속을 팟 하고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오···? 잠깐만, 이거 완전 판박이잖아?”
이번 「글로벌 매치Ⅱ」는 무력적인 요소도 있지만 메인이 되는 요소는 어디까지나 지략(智略)적인 요소들이다.
이번 꼬리잡기 라운드도 지금까지 획득한 찬스들을 잘 활용한다면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플레이어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
실제로 가장 무력이 강한 류연우와 그의 보디가드를 곤란하게 만들었으니까.
“애초에 제작진이 그렇게 설계했을 테니, 원래라면 콜린과 트레버 같은 플레이어들이 찬스 카드를 적절히 활용한 건 훌륭한 플레이로 평가받아야 해. 하지만, 편집 방향은 완전히 류연우의 서사에 집중하고 있어.”
씨네튜브는 제작과 편집 방향에 대해 분석하며 이러한 상황을 지난번에도 느낀 적이 있었다.
‘체스 말에 불과한 플레이어가 판의 흐름을 바꾸다 못해 체스판의 모양마저 바꿔버리는 현상.’
바로 국내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이자 사실상 이 프로그램의 전신인 「서바이벌 아일랜드」였다.
물론 그 프로그램과 내용이 판박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용으로 보자면 총기를 사용한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점에서 전작인 「글로벌 매치Ⅰ」과 더욱 연관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 세계 굴지의 컨텐츠 제작사 BWGS의 편집 방식이 국내 프로그램인 「서바이벌 아일랜드」가 사용했던 구성을 따르고 있었다.
‘다수 연합과 류연우 개인의 전투 그리고 분노한 류연우의 각개격파. 이거 완전 그때 그 모습인데?’
– 후욱, 후우─.
절제된 호흡법으로 페이스를 유지하며 빠르게 시설물들 사이를 주파하는 류연우의 모습은 약칭 ‘생존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스마트워치를 확인하며 타깃과 방향이 가까워졌는지 구분하는 류연우.
‘아아, 이거 반드시 류연우가 우승하는구나.’
영화나 드라마를 분석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씨네튜브이기에 편집 방식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류연우의 우승을 점치지만, 그럴 거라 예측하는 것과 확신하는 건 다른 문제다.
뒤로 에피소드가 두 개나 더 남았지만 씨네튜브의 눈에는 류연우의 우승이 확실해 보였다.
“우승은 어차피 류연우. 그렇다면 제작진은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건가. 결과를 알고 보는 서바이벌도 재밌게 만든다라.”
도대체 류연우가 무슨 플레이를 벌인 건지 짐작도 가질 않았다.
하지만, 그걸 짐작할 필요는 없었다.
씨네튜브의 입장에선 조회 수만 나오면 장땡이니까.
‘후후, 영상 세 개는 뽑을 수 있겠는데? 류연우 아니었으면 나 대체 뭐 먹고 살았냐. 진심 이 정도면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지.’
너튜브에서 류연우 관련 컨텐츠는 가히 치트키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조회 수를 보장하는 소재다.
씨네튜브는 이번 회차가 끝나자마자 「서바이벌 아일랜드」와 비교 분석하는 내용을 업로드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화면에 집중했다.
***
한편, 그 시각 연우는 이제 슬슬 방산전시회에 참석할 준비도 해야 하기에 서태광 회장의 방에서 나와 본인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한그룹이 연우를 위해 런던까지 대동한 헤어 메이크업 팀에게 단장을 맡길 때가 되었다.
‘흐음, 방산업계와 군 관계자들이 「글로벌 매치」 시리즈를 의외로 좋아한다고 했지.’
사실 의외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수많은 장비들은 플레이어가 다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군사 장비라는 것이 상대를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아군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프로그램에 사용된 방호 장비들을 보면 사실상 각 방산 회사들의 하이 테크놀로지 차력쇼나 마찬가지지.’
실제로 「글로벌 매치Ⅰ」에서 사용되었던 미국 회사의 연습용 총기류는 거의 모든 서유럽에서 채용하여 훈련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마일스 크로거가 속한 전직 캐나다 특수부대의 훈련에서 사용했던 장비도 프로그램에서 썼던 것과 동일한 기술이 적용된 모델이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장비들과 비교해서 훨씬 실전에 가까워진 장비에 군 관계자들이 돈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지난 시리즈가 그랬다면 이번 시즌2에서는 백병전이 있었으니 방호 장비가 돋보였지.’
스페인의 SRTS에서 루이스 에레라를 출전시킨 것도 그 이유고, 서태광 회장이 연우에게 그를 꺾을 것을 신신당부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한테크가 SRTS와 경쟁하며 세계시장의 점유율을 제법 많이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방호 장비니까.
‘그게 나를 직접 런던에 데려온 이유이기도 할 테고.’
모든 걸 사업적으로 계산하는 서태광 회장이 단순히 스페인 SRTS의 회장을 괴롭히기 위해 데려온 것은 아닐 터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객실로 향하는데 연우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지잉─.
“음?”
발신자는 연우의 할아버지 중 한 명이었다.
당연히 런던에 함께 온 할아버지는 아니었고, 전화를 건 이는 바로 꼭두새벽부터 셀카를 찍게 만들었던 미국인 할아버지.
“예, 감독님.”
– 류! 드디어 스토리가 떠올랐다네! 「테세우스」에 이어서 우리가 찍을 차기작 말일세! 물론 더 다듬긴 해야겠지만 말이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서 회장에게 부탁해 새벽부터 사진을 찍어서 전송한 보람이 있는 듯했다.
“오, 드디어 신작이군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혹시 장르는 어떤···?”
– 장르? 흐음, 뭐라고 해야 할까. 굳이 따지자면 청춘물(Teen movies)일세. 그렇다고 뚜렷하게 로맨스적인 요소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 말에 연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하이틴 로맨스의 분위기에서 로맨스는 뺀다라···.
– 아, 그래. 굳이 따지자면 옆에 있는 박 감독의 「스케치」와도 비슷하겠구만.
그 설명에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제이와 나리의 관계가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영화의 메인 테마는 아니었으니까.
“좋네요. 최근에는 드라마에서도 예능에서도 검만 휘둘러서 그런 건 피하고 싶었거든요.”
– 이미 제목도 지었다네.
“제목이 벌써 나왔어요?”
연우의 되물음에 수화기 너머에서 리케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번 신작의 제목은 「악당을 위한 클래식(Classical music for villains)」일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