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 Agent Reincarnated as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99)
599화. 미국행
친구들이랑 모인 뒤로 2주가 지났다.
하반기 채용 시즌이 다가왔고 새별도 어김없이 새로운 직원을 뽑기 위해 움직였다.
초반에는 김주성 대표와 LN 출신 인사들의 인맥에 기대어 경력직 위주로 채용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인력을 충당하기엔 어려움이 큰 게 사실이었다.
‘이제는 우리나라 엔터계에 능력이 있으면서 백그라운드가 깨끗한 인물은 탈탈 털어서 모두 채용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테니까.’
새별의 직원들은 한 명 한 명이 일당백이라고 표현한다면 과장이 너무 심한 것이겠지만, 적어도 새로운 업무에 과감하게 뛰어들 도전정신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채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도 바로 그 도전정신이었다.
‘엔터 산업이라는 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니까.’
당장 새별만 보아도 국내 시장을 넘어서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하고 있지 않던가.
연우는 두 친구에게 새별에 지원해 보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동시에 채용의 결정권자인 윤 이사와 정 대표에게는 오히려 다른 지원자들보다도 더 빡빡한 잣대로 평가해달라고 따로 당부했다.
‘회사 운영진들은 여러 행사에서 오며 가며 준수나 성식이를 만난 적도 있을 테고, 어차피 이력 사항을 보면 나와 관계가 있다는 걸 알 테니까.’
연극 「거울」과 「오늘날」에 출연한 새별극단 소속 연극 배우인데 어찌 모르겠는가.
다만, 그 경력 때문에 오히려 연우는 운영진이 두 사람을 채용할 거라 확신했다.
‘나와의 연결고리를 제외하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명문대를 착실히 다니면서 동시에 대학로 소극장 공연에 무작정 뛰어드는 대학생들을 탈락시킨다면 어느 누가 도전정신을 이야기할 수 있겠어.’
지극히 평범하게 생기긴 했지만 결코 평범한 이력을 가진 친구들은 아니었다.
물론 그리 생각하긴 했지만 연우는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약간의 초조함은 역시나 친구들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지금 이 시각 새별 사옥에서는 친구들을 포함해 인턴 사원들을 채용하기 위한 면접을 보고 있을 테니까.
‘으음, 뽑히겠···지?’
만약 윤미연 이사나 정혁 대표 중 한 명이라도 불합격을 준다면 곧바로 불합격이다.
그리고 연우는 만약 준수나 성식이가 불합격을 받으면 당연히 백 퍼센트 수용할 생각이었다.
‘뭐, 믿을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면 좋긴 하겠지만 그래도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연우는 마치 기업 입사 시험을 치르러 간 아들의 연락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스마트폰 액정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흐음, 그래도 너무 빡세게 평가해달라고 했나···?”
머리를 긁적이는 사이 드디어 연우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 우성식
액정에 뜬 이름을 보고 연우가 전화를 받았다.
“잘 봤냐.”
연우가 짧게 묻자 곧바로 우성식의 씩씩한 목소리가 답으로 들려왔다.
– 하핫! 망한 것 같아!
“······?”
***
우성식과 김준수는 물어보는 질문에 버벅거리며 대답을 한 탓에 떨어질 것 같다며 불안해했지만 면접관의 입장에선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두 사람과 전화를 끊자마자 정혁 대표에게 전화가 왔는데 두 사람을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 음, 제가 보기엔 상당히 괜찮은 분들이던데요? 서류상 스펙도 아주 좋고,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해 봐도 이쪽 일에 대한 이해도도 어느 정도는 있어 보이고요. 아, 무엇보다 열정이 넘쳐서 좋습니다.
정혁 대표의 말에 연우의 입가엔 괜스레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가끔 바보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긴 하지만 애들은 착합니다.”
– 그러면 두 사람을 포함해서 이번 신규 채용은 총 다섯 명 진행하겠습니다. 합격 소식은 배우님이 직접 전달하실 건가요?
그 말에 연우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다른 지원자분들이랑 똑같이 사측에서 전달해 주세요. 지원하기 전부터 낙하산 같은 건 싫다고 강하게 어필했거든요.”
– 하하, 낙하산은 무슨. 이 정도 스펙이면 우리 회사보다 규모가 큰 기업들도 환영할 인재죠. 그리고 어차피 입사하면 빡세게 구를 텐데요. 우리 회사가 업무량이 워낙 많아야 말이죠.
연우는 직원들이 업무량이 많아지는 것의 가장 큰 원인이 사실상 자신이었기에 그저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 아, 공 팀장한테 물어보니 채용 결과는 오후에 문자로 통보될 거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화를 끊은 연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미리 새별극단에 가 있어야 되려나. 오늘 준수랑 성식이 신나서 방방 뛰겠네.”
***
그날 저녁 합격 소식을 듣고 잔뜩 신난 친구들이 2주 만에 다시 새별극단 사무실에 모였다.
“크아아! 나도 이제 새별 직원이다! 연우야!”
우성식은 잔뜩 신이 나서 드래곤에 빙의되어 브레스를 뿜어댔다.
그러자 김준수가 고개를 젓더니 여느 때처럼 우성식을 나무랐다.
“어허, 연우라니. 대새별신교의 교주이신 류 배우님께 불경하게!”
“엇, 죄송합니다. 새별인으로서 그만 실례를 범했습니다.”
“이보게 우 씨! 뭐 하는가. 아직도 머리를 조아리지 않고!”
마치 콩트를 찍듯 만담을 주고받는 둘을 보며 연우가 머리를 짚었다.
나이는 먹었어도 고등학생 때와 하는 짓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 이거 잘 뽑은 거 맞나···. 그래도 뭐 공사는 구분할 줄 아는 놈들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모인 친구들의 면면을 살폈다.
따지고 보니 갓 스무 살이 되어서 운전 면허를 딴 우성식이 펜션에 놀러 가자며 승합차를 끌고 왔던 게 떠올랐다.
진유한은 배우로서 새별에 합류했고, 김주형은 작가로서 새별 크리에이티브의 소속이 되었다.
그건 정수연과 홍유리도 마찬가지.
‘이제 이 녀석들까지 들어왔으니 그때 그 멤버들이 결국엔 모두 새별에서 다시 모인 셈이네.’
지금 생각해 보면 서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모르던 그때가 꽤나 오래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피식 웃었다.
친구들과의 축하 자리를 파하고 난 뒤 연우는 늦은 밤 차를 몰고 새별 사옥으로 향했다.
새별에 볼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5층 사무실에 가기 위함이었다.
뒤쪽의 비밀 통로를 이용해 올라가니 한해운을 제외한 세 사람이 모두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오메가. 이 시간에 어쩐 일입니까?”
김수혁이 반갑게 맞이하며 묻자 연우가 안으로 들어서며 답했다.
“작품 촬영도 끝났고 시간이 남아서 일이나 좀 도와드리려구요.”
그리곤 이규진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알파베타와 상의해서 결정한 전달 사항도 있구요. 이규진 요원님 건으로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이규진이 하던 작업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입에는 1층의 베이커리에서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빵이 마치 햄스터의 볼때기처럼 잔뜩 들어있었다.
우물거리며 이규진이 물었다.
“저 말쓰밈미까?”
그 말에 이규진을 보며 연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별이 미국 지사를 확장시키면서 보안에 대한 강화도 필요해졌다.
현재 김수혁이 운영하는 보안업체 프리드웬의 일부 인력과 현지에서 고용한 보안요원들을 충원하려는 계획인데 그에 따라 요원들 간에도 어느 정도 인사이동을 할 필요가 있었다.
“아시다시피 이제 미국 지사를 통해서 확실히 영향력을 넓히려고 생각 중이고 천혁주에 대한 관리도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 파트를 담당할 요원을 결정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미국 출신이신 이규진 요원님이 적격일 것 같아서요.”
당연히 미국에서 주로 활동할 보안업체의 대표 자리는 아무나 앉힐 수는 없었다.
완벽히 신뢰할 수 있는 요원들 중 맡아야 하는데 사실상 박중현은 연우의 개인 보안을 맡고 있고, 김수혁은 이미 프리드웬의 대표다.
그렇다고 한해운이 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남는 것이 이규진밖에 없는 셈이었다.
하지만, 미국 보안업체의 대표라는 이야기에 이규진의 눈이 대번에 초롱초롱해졌다.
“대, 대표 말씀입니까?!”
“음, 예. 직함은 확실히 대표긴 하죠.”
형식상 대표인 것인데 대표라는 직함에 아주 큰 감흥을 느낀 모양이었다.
“와···. 대표라니. 학연도 혈연도 지연도 아니고 제가 어딘가의 대표 자리를 달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 말에 연우는 어차피 위장 신분이면 대표든 국가대표든 별 상관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약간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본인이 저렇게 기뻐하니 굳이 흥을 깨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연, 혈연, 지연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제 전우이자 가족 같은 인연이잖아요.”
연우가 습관적으로 발동시켜 버린 사교계 모드에 이규진의 눈이 곧바로 그렁그렁해졌다.
“어, 어억! 자, 잠깐만요. 눈에 빵가루라도 들어갔나···!”
그 뒤로 시간이 좀 지나 감동에서 겨우 헤어나온 이규진이 씨익 웃었다.
그 미소를 보고 연우가 볼을 긁적였다.
‘또 무슨 꼴통 짓을 하려고···.’
그리 생각하는 사이 이규진이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는 김수혁에게 다가갔다.
곁눈질로 힐끔 이규진을 바라본 김수혁이 재빠르게 서류를 검토하며 물었다.
“뭐. 왜.”
그러자 이규진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손을 척 내밀었다.
“하하, 김 대표. 앞으로 잘해봅시다. 같은 대표끼리.”
하지만 이규진의 장난질은 곧바로 번개처럼 일어서서 이규진의 귀를 잡고 들어 올리는 김수혁에 의해 파괴되었다.
“아아! 티, 팀장님! 장난입니다! 귀가 떨어질 것 같습니다요!”
그 모습을 보며 연우가 고개를 저었다.
‘하아, 이규진도 바보 같긴 하지만 그래도 애는 괜찮으니까···. 공사 구분도 잘할 테고.’
어쩐지 같은 생각을 얼마 전 인턴 채용 때도 한 차례 했던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
그렇게 미국 지사의 얼개는 어느 정도 꾸려졌고, 연우는 스케줄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행을 준비했다.
이번에 개봉할 미국 진출의 첫 단추인 「악당을 위한 클래식」이 좋은 스타트를 해줘야 미국 지사가 순풍에 돛을 단 듯 순조롭게 바다로 나아갈 테니까.
연우와 다른 배우들이 인천공항의 VIP 라운지에서 출국을 기다리고 있을 때 새별의 직원 중 두 사람이 찾아와 출국 일정을 전달했다.
그리고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이제 막 일을 배우기 시작해 첫 출장이 잡힌 인턴사원이었다.
“안, 안녕하십니까! 미디어팀 인턴 사원 우성식입니다!”
주변의 다른 배우들을 의식한 듯 굉장히 딱딱한 자세로 굳어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는 우성식을 보며 연우가 미소 지었다.
“반갑습니다. 배우 류연우입니다. 이번 일정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연우의 인사에 친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다른 배우들도 인사를 건넸다.
“한별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 반갑습니다. 우성식 씨. 신우진입니다.”
“예, 옙!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만, 그 어색한 모습을 지켜보며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진유한만 뒤에서 소리죽여 몰래 끅끅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연우와 일행들은 본격적으로 「악당을 위한 클래식」을 홍보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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