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 Agent Reincarnated as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604)
국정원 요원 천재배우로 환생 604화(604/605)
604화. 출격 준비 완료
영화인의 밤에 참석한 뒤로 몇 주가 지났고 이런저런 인터뷰를 포함한 홍보 일정을 마친 배우들은 한국으로 귀국했다.
우성식은 처음 와본 LA의 생활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미국 지사의 일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는 연우의 제안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LA에 남았다.
연우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이런저런 비즈니스를 해야 하기에 이너 서클 모임을 포함해 여러 사교 자리에 나가며 시간을 보냈고 리케 감독과 그의 사단은 후반 작업에 몰두해 영화를 마무리했다.
영화 한 편을 개봉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촬영과 편집이다.
‘후우, 영화가 완성됐으니까 그다음으로 중요한 걸 꼽자면 홍보를 포함한 배급이겠지.’
아무리 재밌고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었다 한들 소비자에게 닿지 않으면 결국 흥행할 수 없다.
일단 대형 극장의 수많은 스크린에 걸려 있다는 기본 조건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흥행을 점칠 수 있는 것.
‘그게 드라마, 연극, OTT 시리즈나 예능과 같은 컨텐츠들과는 다르게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니까.’
드라마나 예능 그리고 OTT 시리즈는 각자 TV나 PC 또는 모바일로 시청하기 때문에 상영관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물론 방송 시간대나 메인 페이지 노출을 통한 프로모션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재밌으면 시청자가 어떻게든 컨텐츠를 찾아서 본다.
‘연극은 직접 찾아가서 봐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긴 하지만, 어차피 배우의 몸은 한 개뿐이니까 동시에 수많은 극장이 필요하진 않지.’
연극은 수많은 극장 중에 단 한 공간만 점유해도 흥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정해진 시간에 수많은 이들이 영화관이라는 특정한 장소를 찾아와서 굳이 한 군데에 모여 스크린에 상영해 주는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
‘그것도 전 세계의 수천, 수만 개에 달하는 상영관에서 말이지.’
그 업무를 담당해 주는 것이 바로 배급사.
국내 배급사는 지난번 영화 「달」을 배급하며 인연을 맺었던 에이픽쳐스로 선택했다.
에이픽쳐스는 그동안 탁정아 전무의 뛰어난 수완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의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노비쉬 마운트 코리아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렇다면 이번엔 아예 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무기를 쥐여줘야겠지.’
보통은 ‘투자배급사’로서 제작사의 영화 기획을 보고 투자 단계에서부터 함께하지만 새별은 외부 투자를 일절 받지 않고 처음부터 자체 제작을 한다.
배급사의 입장에서는 새별의 작품을 다룰 때 투자를 한 것이 없으니 그만큼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적을 수밖에 없다.
물론 반대로 작품이 성공했을 때의 리턴도 마찬가지로 적어지긴 하지만 지금까지 늘 성공 가도를 달려왔던 새별의 영화를 거부할 배급사는 없었다.
영화 「달」에 이어 이번 「악당을 위한 클래식」의 국내 배급까지 에이픽쳐스에 몰아주면 다른 제작사들도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에이픽쳐스에 뭐가 있나? 왜 새별에서 굳이 업계 최고 배급사들을 제치고 에이픽쳐스를 고집하는 거지?
여러 제작사들로 하여금 그러한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의 사업 수완을 미루어 봤을 때 에이픽쳐스의 탁정아 전무는 최고의 실적을 뽑아낼 것이다.
“흐아암. 물론 전부 다 이번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야만 성립하는 말이겠지만 말이야.”
연우는 LA 사택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곤 외출 준비를 했다.
국내 배급은 그렇게 처리하기로 이미 합의를 마쳤고, 중요한 건 미국 본토의 배급을 담당할 회사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
한편,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어젯밤 늦게 다시 미국에 입국한 윤미연 이사는 스트레스 탓에 잠도 제대로 청하지 못하고 다크서클이 퀭해진 눈으로 LA 사택의 별관에서 몸을 일으켰다.
LN미디어 시절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모두 훑어봐도 이렇게 본격적으로 미국에 지사까지 만들며 진출하는 것은 윤미연 이사도 처음이었다.
물론 LN 시절에도 해외로 수출된 영화가 몇몇 있기는 했지만 직접 계약을 맺는 형식이 아니라 중계 업체에서 대리로 처리하는 방식이었기에 미국 배급사와 직접 상대할 일은 없었다.
또 「화이트 블러드」나 「테세우스」 같은 경우는 글로벌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영화가 아니라 넷플렉스 오리지널 시리즈였다.
‘후우, 류 배우는 어떻게 늘 저렇게 자신만만하신 건지.’
이 업계에 나름 오래 몸담았지만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대형 미국 배급사들을 접했던 건 순수하게 영화 관람객으로서뿐이었다.
극장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상영하기 전 인트로에서 황금빛 갈기의 사자가 크왕하고 울부짖는다거나,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제단 위에서 빛나는 횃불을 들고 있다거나, 강렬한 트럼펫 팡파르 소리와 함께 20세기를 상징하는 동상이 짜잔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오르던 윤미연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아 정말, 이런 큰 계약을 앞두고 걱정도 안 되시는 건가.’
어젯밤 늦게 윤미연이 사택에 도착했을 때도 류 배우는 무슨 술자리 모임이 있다며 초저녁부터 나갔다고 들었다.
사실 배급과 관련된 일이 애초에 주연 배우가 고민해야 할 일은 아니긴 하지만, 류연우는 단순히 배우가 아니라 최대 투자자 겸 제작사의 실질적인 경영자이기에 하는 생각이었다.
윤미연 이사가 외출 준비를 마치고 사택 본관으로 들어서자 연우가 다른 직원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 준비 끝나셨군요. 그런데 윤 이사님.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되셔서 그런지 엄청 피곤해 보이시네요?”
굉장히 숙면을 취했는지 뽀송뽀송하고 광택이 나는 피부의 연우를 보며 윤미연이 한숨을 푹 쉬었다.
“긴장되니까 한숨도 못 잤죠.”
“그렇다기엔 왼쪽 볼에 선명한 베개 자국이···?”
연우의 말에 윤 이사가 손바닥으로 볼을 문지르며 화제를 돌렸다.
“오늘 블루라인 픽쳐스와 미팅이었죠?”
“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요. 어제 어느 정도 이야기를 끝내놓았으니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가시면 돼요.”
그 말에 윤미연 이사의 눈이 커졌다.
“네? 어제요? 그러면 술 약속이 있다던 게 설마···!”
그 말에 연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전역의 여러 극장 체인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배급사 블루라인 픽쳐스의 최고경영자는 바로 맥스웰 해리슨이다.
이때를 위해서 그동안 할리우드 이너 서클의 멤버로 들어가 친분을 쌓아오지 않았던가.
한편, 그 사실을 모르는 윤 이사는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려 했다.
“류 배우가···. 새별을 위해서 술상무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블루라인 쪽의 담당자 비위를 맞춰가면서까지 영업을 뛰신 건가요···.”
“···예?”
한국의 영업직도 아니고 무슨 술상무인가.
아무래도 뭔가 단단히 오해한 듯했다.
‘아니, 어제 해리슨 회장님을 만나면서 버나드와 함께 위스키를 마시긴 했으니 일종의 술상무가 맞는 건가···?’
***
연우는 윤미연 이사와 미디어팀 직원들과 함께 로스앤젤레스 중심부에 위치한 블루라인 픽쳐스의 본사로 향했다.
차량이 들어서는 입구부터 기업의 본사라기엔 마치 테마파크나 커다란 미국식 아울렛처럼 지어진 건물들에 눈길이 갔다.
“와···.”
우성식이 입을 벌리고 창밖을 두리번거렸다.
물론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기에 흉을 볼 사람은 없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에 대기업의 본사라고 생각하면 마천루라고 표현되는 높은 빌딩만 생각하기 마련인데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대부분의 대형 배급사들은 자사가 가진 IP로 만든 테마파크의 투어가 있을 만큼 넓은 부지에 버라이어티한 구성으로 본사를 꾸며놓았다.
차량은 계속 안쪽으로 들어가서 일반 관광객은 출입할 수 없는 본사의 심처로 향했다.
차량이 멈추자 안내를 위한 블루라인의 직원이 비즈니스 라운지의 문을 열고 걸어 나왔다.
“저기 오네요. 우리도 내리죠.”
연우의 말에 창밖으로 주변을 구경하던 미디어팀 직원들과 조수석에 있던 보안 책임자 이규진이 함께 내렸다.
그러자 다가온 블루라인의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바쁘실 텐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직접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케이시 앤드류스(Casey Andrews) 입니다.”
“별말씀을요. 들어오면서 구경할 거리가 많아서 와보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입구에서부터 여기까지 이르면서 본 거대한 규모에서 오는 압박감에 경직되었던 새별 미디어팀 직원들은 예상보다 서글서글하고 친절한 인사에 긴장이 살짝 풀리는 듯했다.
왠지 모르게 자신을 케이시라고 소개한 직원은 연우에게 잘 보이려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윤미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음? 미국 배급사들이 꽤나 거만하고 고압적이라고 들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네?’
그리 생각하는 사이 케이시가 건물 입구를 가리키며 공손하게 안내했다.
“그럼 이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 말에 연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블루라인의 직원을 따라 걸음을 옮겼고, 그 뒤로 마치 어미를 따르는 아기 오리들처럼 새별의 직원들이 연우를 쪼르르 따라갔다.
비즈니스 라운지는 대부분 단층을 사용하는 블루라인의 본사 부지 내의 건물 중 거의 유일하게 고층이라고 할 수 있는 5층 규모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5층 건물은 저층으로 분류될 테지만 건물 하나하나가 마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처럼 넓어서 작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와···. 역시 땅이 넓어서···.”
뒤를 따라오며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우성식의 목소리를 듣고 연우가 피식 웃었다.
그리곤 앞을 바라보며 물었다.
“케이시. 혹시 오늘 그분도 직접 미팅에 나오시나요?”
연우의 물음에 케이시가 뒤를 돌아보며 싱긋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오랜만에 오전부터 출근하셔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곤 케이시가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연우와 일행들이 엘리베이터에 타자 케이시가 5층 버튼을 눌렀다.
그 모습을 본 윤 이사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했다.
‘음, 5층은 아무런 설명이 안 쓰여 있네?’
엘리베이터 버튼 옆에 쓰여 있는 설명으론 미팅룸이 있는 건 2층이었지만 케이시는 최상층인 5층을 눌렀다.
어차피 남의 회사이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했다.
띵─.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꽤나 고급스러운 그림들이 마치 갤러리처럼 걸려 있고 푹신한 카펫이 깔린 로비가 나왔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케이시가 양손으로 공손히 안쪽을 가리켰다.
연우가 걸음을 옮기자 윤미연과 우성식 그리고 다른 새별 직원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 고급스러운 입구는 평범한 미팅룸으로 향하는 곳이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고 먼저 들어선 연우가 반갑게 미소 지으며 작게 양팔을 벌렸다.
“미스터 해리슨. 어제 그렇게 달리시고도 저보다 더 쌩쌩하신데요?”
그러자 안에 있던 이도 양팔을 벌려 맞이했다.
“오, 연우 왔는가. 자네의 첫 할리우드 진출이나 다름없는데 가능하면 내가 직접 사인을 해야지.”
분명 겨우 몇 시간 전까지 함께 술을 마셨으면서도 마치 몇 년 만에 만난 손자와 할아버지처럼 반가워하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물론 뒤에 있던 윤미연 이사의 눈은 피곤한 눈꺼풀의 무게를 이겨내고 한껏 커졌다.
“매, 맥스웰 해리슨···?!”
그렇게 개봉을 앞둔 「악당을 위한 클래식」을 위해 그동안 연우가 준비해 놓은 마지막 퍼즐 조각이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