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03)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03화(103/273)
두 다리가 힘차게 움직인다.
붉은 피부 아래의 근육은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당장 교보재로 사용해도 문제없을 만큼 훌륭한 근육이었다.
‘저곳이군.’
레이드런의 눈에 목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트렌의 영웅 바이런 하네.’
신성 제국에서 새로 등장한 영웅으로, 아직 25살밖에 되지 않은 애송이였다.
어린 나이의 영웅이란 것은 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는 방증이기도 했으나, 레이드런은 오히려 좋았다.
‘새싹은 미리 밟아두는 좋은 법.’
바이런 하네는 오만하다.
적지 한복판에서 불과 천인대만 이끌고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바이런 하네만 처치하면 나머지 병사야 그리 어려울 게 없다.’
일반 병사가 아무리 많이 모였다 한들, 레이드런을 막을 수 없다.
지휘관이나 기사들이 섞여 있다면 조금 귀찮을 테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지금 8사단은 위기에 처한 상황.
안전한 길만 골라서 걸어갈 수는 없었다.
“적이다!”
“붉은 악몽이 나타났다!”
인간 측에서도 레이드런을 발견했는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이드런은 한층 더 속력을 높였다.
자고로 최고의 기습이란, 대응하지 못하는 순간에 들어가는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막아…!”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소리친다.
무시하고 레이드런은 마기를 끌어올렸다.
우웅!!!
붉은 주먹 위로 새카만 마기가 진득하게 몰려들었다.
레이드런식 격투술
제7형 – 격괴작파(擊䂷炸波)
호흡을 들이켠 후.
전력으로 후려친다.
콰아아아아-!
땅이 뒤집혔다.
***
땅이 갈라지고 사방으로 파편이 튄다.
피어오르는 흙먼지는 시야를 가렸다.
짜증스럽게 손을 휘저으며 제국의 영웅 바이런 하네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무식하게 힘만 센 멍청이군.”
이번 작전에서 바이런 하네의 역할은 미끼다.
그가 레이드런을 붙잡아 두고.
틈을 노려 지휘관으로 위장한 영웅 워스턴 게스레드가 참전한다.
마지막으로 병사로 위장한 기사들이 가져온 마도구로 레이드런을 포획한다.
승리는 이미 확정이다.
레이드런 혼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바이런은 불만이었다.
‘무식한 소 한 마리 잡는 데는 과분한 전력이야. 나 혼자서도 충분하단 말이지.’
고작 마왕군 일개 간부 하나를 상대로 이만한 전력을 투입하다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바이런은 다른 이가 나서기 전에 혼자서 레이드런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나는 가트렌의 영웅 바이런 하네다!”
바이런이 검을 휘둘렀다.
후웅!
주위에 바람이 일며 흙먼지가 날아가고, 처참한 광경이 드러났다.
푸른 초원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뒤집혀 있다.
레이드런 근처의 병사들은 전신이 터져나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한 번의 공격에 즉사한 이가 쉰은 넘는 것 같았다.
그 참상 한가운데 오롯이 서 있는 거구의 붉은 마족.
레이드런이 자신을 바라봤다.
“죽어라.”
짧은 한마디.
동시에 레이드런이 달려온다.
“죽는 건 너다!”
바이런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검을 들고 마주 달려간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두 남자가 서로의 무기를 휘둘렀다.
파아앙!
검과 주먹이 맞닿으며 굉음이 일었다.
‘무식한 소와 힘 싸움을 하는 건 미련한 짓이지.’
바이런은 직전에 레이드런의 엄청난 완력을 본 상황에서 힘 싸움을 벌일 만큼 멍청이가 아니었다.
애초에 그의 장기는 힘이 아닌 기술.
타앗!
반발력을 이용해 한발 물러난 바이런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가트렌 신성 검술
제2형 – 신성한 승천
몸을 한 바퀴 돌리며 아래에서 위로 검을 그어 올린다.
물 흐르듯 이어진 깔끔한 동작.
그 검로를 따라 마력이 빛처럼 쏘아졌다.
‘죽어라!’
초근거리에서 시야의 사각을 이용한 교묘한 기술.
바이런은 적의 가슴에서 피가 튀어 오를 것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레이드런은 주먹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검면을 쳤어…?’
검이 휘둘러지는 찰나와도 같은 순간.
레이드런은 정확하게 검면을 때려 경로를 틀었다.
바이런의 한쪽 입꼬리가 비틀렸다.
‘단순히 힘만 센 바보는 아니라는 건가.’
괴물 같은 반사신경.
마족답게 감각이 뛰어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공격이 실패했으나, 흐름을 줄 생각은 없다.
바이런은 계속해서 투기를 사용했다.
다소 과하게 마력을 소모하더라도 확실하게 초반 승기를 가져올 생각이었다.
가트렌 신성 검술
제6형 – 광신의 징벌
광신의 징벌.
가트렌 신성 검술에서 가장 빠르며 화려한 투기.
상대를 몰아붙이는 이 기술은 시전자의 숙련도에 따라 5번에서 길게는 수십 번까지 검격을 이어간다.
바이런의 최대 연격 횟수는 무려 67회.
제국 내에서 한 손에 꼽는 수준이다.
제국은 전설은 100회 이상의 연격을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콰아아아!
바이런의 몸에서 마력이 솟구치고.
이내 폭격이 시작됐다.
쏴아아아아!
초당 5회가 넘는 검격.
눈으로 좇을 수 없을 만큼 빠른 검격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휘익! 탁! 채앵!
레이드런은 물러서지 않았다.
피하고, 막고, 다시 피한다.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감히…’
바이런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식하게 힘만 센 마족
따위가 감히 자신의 기술에 반응하다니.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는지 보지!’
바이런은 더욱 속도를 높였다.
더는 빨라질 수 없을 것 같았던 검이 한층 더 빨라진다.
쏴아아아아아아!
휘둘러지는 검으로 인해 바람이 소용돌이쳤다.
34격. 35격. 36격.
레이드런은 한발 물러나긴 했으나, 침착하게 공격을 막아냈다.
곳곳에 상처를 입어 피가 흐르긴 했으나, 얕다.
치명상은 아니었다.
49격. 50격. 51격.
레이드런은 이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서서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더는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는 일도 없었다.
62격. 63격. 64격.
레이드런이 웃었다.
검의 흐름이 완전히 눈에 들어온다.
순간 그가 손을 뻗었다.
탁.
검이 휘둘러지기 전에.
바이런의 손목을 낚아챘다.
놈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든다.
“이게 끝이라면 실망이군.”
“무, 무슨…”
바이런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무려 60번이 넘는 검격.
그것이 휘둘러지는 데 채 10초가 걸리지 않았다.
단순히 빨리 휘두르기만 한 게 아니다.
수많은 훈련과 실전 경험이 녹아든 검로.
적이 대응할 수 없는 치명적인 길을 따라 휘둘러진 검이다.
눈앞의 마족은 그것을 모조리 피한 것으로도 모자라, 심지어 마지막에는 허점을 파고들어 대응하기까지 했다.
그 짧은 순간에 바이런의 투기를 완벽하게 파악한 것이다.
“잔기술은 아무리 뛰어나도 잔기술에 불과하다.”“자, 잔기술이라고!?”
바이런의 어금니가 빠득 갈려 나갔다.
자신의 노력과 재능.
신성 제국의 역사가 집약된 검술을 고작 잔기술이라 칭하다니!
“까불지 마라! 하찮은 마족!”
바이런의 검이 다시 휘둘러졌다.
가트렌 신성 검술
제7형 – 거룩한 후광
넓은 범위를 한 번에 타격하는 투기.
마력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십자가가 날아간다.
“…!”
레이드런은 비어있는 사각으로 몸을 틀어 피했다.
거구의 근육질에는 어울리지 않는 유연함이었다.
“이럴 수는 없어! 도대체 뭐냔 말이다!”
바이런은 미칠 것 같았다.
상대는 마족이다.
힘만 강한, 무식한 마족에 불과하단 말이다.
그에 비해 자신은 어떤가?
‘나는 검의 천재다. 불과 25살에 제국의 영웅이 된 바이런 하네란 말이다!’
바이런은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영웅이 되기까지 매일 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며 수행했다.
그런 자신이 고작 마족
하나 처치하지 못하다니.
“있을 수 없어…”
바이런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린다.
레이드런이 성큼 걸어왔다.
그 걸음에 맞춰 바이런은 뒤로 물러난다.
“내가 진짜를 알려주지.”
“이럴 수는…!”
“진짜는 고요하고 담백하다. 요란하게 자신을 치장할 필요가 없지.”
주먹을 들어 올린다.
진득한 마기가 탄탄한 근육을 타고 흘러 주먹에 몰렸다.
“그리고…”
주먹이 뒤로 당겨진다.
단순한 행위임에도 전신의 모든 근육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진짜는 강하다.”
한계까지 당겨진 용수철을 풀듯.
레이드런의 주먹이 쏘아졌다.
레이드런식 격투술
제1형 – 초전박살(初戰搏殺)
마기의 폭풍이 날아간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바이런 하네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무슨 수를 쓰든 저 거대한 폭풍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까.
‘악몽… 인가?’
지독한 악몽을 꾸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
악몽에서 깨어나는 방법은 죽음뿐이다.
그 순간.
파앙!
바이런의 몸이 날아갔다.
동시에 그가 있던 자리에 마기의 폭풍이 지나갔다.
콰과과과과과-!
***
바이런을 날린 것은 제국의 다른 영웅인 워스턴 게스레드였다.
그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바이런 하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 지켜보려 했건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군.”“단순히 지휘관인 줄 알았더니. 영웅이었나.”
레이드런이 돌아봤다.
지금껏 놀란 눈으로 쳐다보기만 하던 늙은이가 영웅이었을 줄이야.
“왜 같이 덤벼들지 않았지?”“솔직히 말하면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밀릴 줄 몰랐소.”
워스턴은 사실 그대로를 말했다.
실제로 그는 바이런 하네와 레이드런의 승부를 박빙으로 점쳤다.
‘저 괴물이 사단장의 평균에 못 미친다고? 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뜨린 거냐!’
바이런은 당장 제국의 정보부를 갈아엎고 싶은 심정이었다.
심지어 정보부에서는 이런 말까지 했다.
“그것도 안전을 생각해 높게 친 겁니다. 정보부 내부에서는 붉은 악몽을 사단장 최하위. 끝자락에 걸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딴 말을 했던 장교를 당장 레이드런에게 집어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레이드런은 사단장 중에서도 상급. 아니, 최상급이다.’
단순히 지닌 마기의 총량만 본다면 사단장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워스턴은 오랫동안 영웅으로 활동한 만큼, 마왕군의 사단장과 부딪쳐본 경험도 제법 많았으니.
그중에서 레이드런보다 마기가 적은 사단장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저 정도로 싸움에 조예가 깊은 마족은 단언컨대 한 번도 없었어.’
일반적으로 마족의 싸움이란 무식 그 자체다.
압도적인 마기와 신체 능력.
이것으로 밀어붙이기만 해도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레이드런은 달랐다.
경험은 미천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완숙에 이르렀다 평가받는 바이런 하네를 오직 기술만으로 압도했다.
‘저런 놈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붉은 악몽.
단순히 잔인한 손속을 가진 마족인 줄로만 알았건만.
이는 가벼이 여길 사안이 아니었다.
만약 저런 마족이 많아진다면 인간은 멸망한다.
전장의 균형이 유지되는 것은 마족이 멍청하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지?”
레이드런이 말을 걸어왔다.
싸울 것처럼 나선 워스턴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자 의아했던 것이다.
“네놈. 정체가 뭐냐.”“웃기는군. 내 정체도 모르면서 함정을 판 건가?”“그걸 묻는 게 아니다.”
워스턴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어디서 전투 기술을 배운 거지? 괴식가는 박투술을 쓰지 않는데. 너희 일족의 수장인 군단장 오스게스에게 배운 건가?”“생각보다 정보를 많이 알고 있군.”“묻는 말에 답해라. 어디서 전투 기술을 배운 거냐!”
레이드런이 씨익 웃었다.
굳이 적의 물음에 답해줄 필요는 없지만, 알려주기로 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고행의 대가로 이 정도 여흥은 괜찮을 터.
“너는 배움으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무슨 말이냐.”
“누군가 닦아놓은 길을 걷는다. 그건 편한 일이지. 하지만 편안함은 곧 나태와 불성실을 불러온다.”
레이드런은 카우든 일족이다.
군단장 오즈게스가 수장으로 있는 일족.
카우든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일족
고유의 투기가 존재했다.
그러나 레이드런은 일족의 투기를 배우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일족의 투기를 끊임없이 개량하고 변형시켜 결국은 자신의 이름을 딴 고유의 투기를 만들었다.
심지어 그렇게 만들어낸 투기는 엉망이었다.
수백, 수천 년의 역사가 쌓인 일족의 투기와 비교하면 당연히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레이드런. 미련한 짓은 그만둬라.”“지금이라도 일족의 투기를 배워. 너라면 충분히 일족
최고의 전사가 될 수 있어.”
일족의 다른 이들은 쓸데없는 짓을 멈추고, 다시 일족의 투기를 배우라 했다.
레이드런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투기를 완성하기 위해 매일 고심하고 훈련을 거듭하는.
남들이 보기에 멍청한 짓을 멈추지 않았다.
“어떤 시대든 그 시대의 최고는 정해져 있다. 그게 누군지 아나?”
“…”
고심하는 워스턴은 대답하지 않았다.
레이드런은 굳이 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다.”
레이드런은 널리고 널린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되고 싶었다.
그도 처음에는 머나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최고라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자신이 달려온 진흙탕 길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최고가 되겠다.”
자신은 최고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