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04)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04화(104/273)
신성 제국 가트렌의 영웅.
찬란하고 신실한 자 워스턴 게스레드.
그가 영웅으로 불린지도 어언 10년이 흘렀다.
영웅이 되기 전부터 성기사로서 전장에서 싸워온 그의 군경력은 무려 30년에 달했다.
이 때문에 같은 영웅이라 해도 바이런 하네와 워스턴 게스레드의 무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났다.
더 완숙된 기술.
오랜 시간 축적된 방대한 신성력.
풍부한 경험까지.
모든 면에서 워스턴은 바이런 하네보다 강인한 영웅이었다.
그런데도 워스턴은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바이런 하네처럼 천지를 분간하지 못하는 망나니가 아니었다.
‘일대일로는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다.’
그의 경험이 경고하고 있었다.
일대일 승부는 안 된다.
워스턴이 아무리 뛰어난 영웅이라 해도 말이다.
“기사들은 포획용 마도구를 꺼내라!”
곧바로 준비한 작전을 시작했다.
워스턴의 명령에 병사로 위장하고 있던 기사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만 무려 이백 명.
레이드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준비를 제대로 했군.”
영웅이 무려 둘.
거기에 기사가 이백이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소국에서 동원할 수 있는 총력에 가까웠다.
실패하는 순간 나라의 기둥이 통째로 뽑힐지도 모르는 전력.
신성 제국 가트렌이 아니라면 고작 마족
간부 하나를 잡기 위해 이만한 전력을 파견하는 미친 짓은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마도구. 몇 개인지 세지도 못하겠군.”
레이드런이 주변을 둘러봤다.
그 귀하다는 마도구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마력을 감추는 마도구.
마기를 억제하는 마도구.
신체를 포박하는 마도구.
200명의 기사는 온갖 종류의 마도구를 둘둘 두르고 있었다.
저기에 소모된 예산이 얼마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이건 너무 과한 거 아닌가.”
레이드런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워스턴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원래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네만, 지금은 바뀌었다.”
“…”
“이런 준비로 붉은 악몽을 처리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겠지.”
워스턴이 자신의 애병기인 철퇴를 들어 올렸다.
“모두 쳐라!”
“와아아아-!”
워스턴이 치고 나감과 동시에 사방에서 기사들이 달려든다.
피슉! 피슉!
수십 개의 작살이 날아들었다.
단순한 작살이 아닌, 맞는 순간 마기를 빨아들이는 마도구였다.
순간 레이드런의 머릿속에 생각이 스쳤다.
‘이놈들. 날 사로잡을 생각이군.’
마기를 빼앗고 포박하는 마도구.
이걸 봤을 때 적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온 게 아니다.
포로로 만들어 이용할 것이다.
마족은 포로로 만들지 않고 즉결하는 게 상식이건만.
굳이 이런 짓을 벌였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목표는 헤미스 님인가…’
적의 속셈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마 자신을 사로잡은 뒤 헤미스를 꾀어낼 생각이리라.
‘쓸모없는 짓을 벌이는군.’
헤미스는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자신이 붙잡힌다 해도 그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순순히 잡혀줄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상관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었으니까.
다가오는 기사의 머리통을 부수며 레이드런이 소리쳤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레이드런은 죽음을 각오했다.
***
거친 숨소리가 가득하다.
기사들은 피를 흘리며 질린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지독한 놈!”
“쏴라! 아직도 움직이고 있잖아!”
또다시 작살이 날아들었다.
마기를 빨아들이는 작살이 다시 한번 레이드런에게 꽂힌다.
쿠웅…!
마침내 레이드런이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몸에는 무려 10개가 넘는 작살이 꽂혀 덜렁거리고 있었다.
워스턴이 격앙된 얼굴로 소리쳤다.
“포획해! 죽이지 말고 살려서 데려가야 한다!”
“예!”
힘이 빠진 레이드런에게 육체를 구속하는 마도구가 씌워졌다.
“괴물 같은 놈. 이제 끝이다!”
한 기사가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자신의 손으로 붉은 악몽이라 불리는 레이드런을 포박했다는 사실이 그를 가슴을 뛰게 했다.
그때 레이드런의 근육이 부풀기 시작했다.
우드득…!
“으허어어!?”
기사가 깜짝 놀라며 물러났다.
육체를 구속한 마도구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순수 완력에 마도구가 끊어지려 하는 것이다.
워스턴이 다급히 소리쳤다.
“멍청한 놈들! 계속 마도구를 날려! 하나가 안 되면 두 개. 세 개를 사용하란 말이다!”
“아, 알겠습니다!”
포박용 마도구가 계속해서 덧씌워진다.
마침내 힘이 다한 레이드런이 한숨을 내뱉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죽을 각오로 발악했건만, 죽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자결할까 했으나, 이미 늦었다.
어느새 다가온 워스턴이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레이드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영웅이라면 자신이 자결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리라.
“어처구니가 없군. 고작 하나를 상대로 이만한 피해를 보다니.”
워스턴 게스레드가 한숨을 토해냈다.
예상보다 피해가 너무 심각했다.
이백의 기사 중 3분의 1이 죽었고, 나머지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영웅 바이런 하네는 중상으로, 정신을 잃은 채 쓰러졌다.
워스턴 본인도 중상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상처가 크다.
망가진 마도구 수십 개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리 사살하는 것보다 포획하는 게 힘들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하군.”
레이드런은 정말 미친 것처럼 날뛰었다.
이번 작전에 가트렌은 늘 그렇듯 예상되는 필요 전력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투입했다.
압도적인 힘으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과잉 전력을 썼음에도, 정말 아슬아슬했다.
마도구의 지원이 없었다면 포획은 절대 실패했을 것이고.
사살조차 힘들었을지도 몰랐다.
“어찌 보면 다행인가. 이제라도 붉은 악몽을 잡을 수 있었으니.”
듣기로 붉은 악몽의 나이는 채 200살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으로 치면 20대 초반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 말은 아직 성장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었다.
지금도 이토록 강한 마족이 더 상장하면 어떻게 될까.
‘미래의 군단장은 확정이지.’
마왕군 군단장.
인간에서는 오직 전설만이 맞설 수 있다는 천외천(天外天).
혼자서 일개 국가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규격 외의 전력.
그런 괴물로 성장할지도 모르는 놈의 싹을 밟을 수 있으니 이만한 희생은 오히려 감사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때 레이드런이 고개를 들었다.
“죽여라.”
담백한 어조.
두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다.
마치 그가 전장에서 학살을 자행할 때처럼 무미건조함의 극치였다.
워스턴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지.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해서 너를 사로잡은 건지. 예상하지 않나?”“어차피 헤미스 님께서는 신경 쓰지 않으실 거다.”“그거야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지.”
워스턴이 철퇴를 꽉 쥐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제국의 수도 그라티암일 거다. 거기서 다시 보도록 하지.”
아무리 구속한 상태라고 해도 위험한 놈이다.
기절시켜 이송하는 게 확실했다.
워스턴이 손에 든 철퇴를 더욱 강하게 쥐던 그 순간.
거대한 포효가 들려왔다.
크와아아앙!
공기가 쩌렁쩌렁하기 진동할 정도로 진득한 마기.
고개를 돌리자 코끼리만 한 덩치를 가진 초대형견(?)이 보였다.
“마수!?”
숲에서 뛰쳐나오는 보보를 보고 놀라기도 잠시.
워스턴은 재빨리 철퇴를 들어 올렸다.
정황상 적의 지원이 분명했다.
자칫하면 겨우 사로잡은 레이드런을 놓아줘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손해가 크다. 붉은 악몽을 놓칠 수는 없어!’
놓칠 바에는 이 자리에서 죽인다!
피와 살점이 끈적하게 철퇴가 들어 올려졌다.
그것이 레이드런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기 직전.
콰드득!
“커헉…!?”
무언가가 워스턴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다급히 시선을 돌리자 어깨로 자신을 들이받은 자가 보였다.
워스턴의 눈이 크게 떠졌다.
‘용사…?’
검은 머리칼을 한 거구의 남자.
그 정체가 누구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최현석!’
배신자 용사 최현석이었다.
***
최현석은 마기를 있는 대로 끌어모았다.
‘전투력 18만. 정면승부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겨. 처음 기습으로 승기를 잡는다.’
워스턴 게스레드의 전투력은 무려 18만에 달했다.
15만의 바이런 하네.
16만의 레이드런보다 더 높은 수치.
그렇기에 최현석은 처음 공격에 모든 것을 걸었다.
레이드런식 격투술
제3형 – 맹돌격(猛突擊)
워스턴의 철퇴가 떨어지기 직전.
최현석의 어깨가 워스턴의 허리를 들이받았다.
“이 새끼가 감히 누구한테 손을 대려고!”
워스턴의 허리가 기이하게 꺾임과 동시에 놈이 쏘아지듯 날아간다.
“보보! 입 벌려! 밥 들어간다!”
워스턴이 날아간 곳에는 보보가 기다리고 있었다.
보보는 정면에서 날아오는 워스턴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크앙~”
아가리가 쩌억 벌어지고.
워스턴이 그 안으로 골인한다.
그걸로 끝.
최현석은 곧바로 레이드런에게 시선을 돌렸다.
“레이드런 님. 괜찮으십니까!?”“최현석… 여기는 어떻게…”“기다리십쇼. 바로 풀어드리겠습니다.”
레이드런을 포박한 마도구를 부순다.
그의 몸에서 마기를 빨아들이던 작살도 모조리 끊어냈다.
작살촉은 빼지 않았다.
자칫하면 출혈이 심해져 더 위험할 수도 있었으니.
“크, 크윽…!”
그때 어디선가 신음이 들려왔다.
옆에 쓰러져 있던 바이런 하네가 눈을 뜬 것이다.
“네, 네놈은 뭐냐!?”
바이런 하네는 경악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모르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지금 레이드런이 다시 풀려나고 있다.
어서 움직여야 한다.
바이런이 일어나려던 그때.
최현석의 다리가 벼락처럼 휘둘러졌다.
노빌레이스
제2형 – 존경의 표현
상대의 하단을 공격해 중심을 무너뜨리는 기술.
하지만 바이런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던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최현석의 다리는 바이런의 머리통을 가격했다.
콰앙!
보라색 빛이 터지며 바이런 하네의 고개가 크게 뒤로 꺾였다.
‘이놈은 지금 죽여야 해.’
최현석은 이미 바이런의 전투력도 확인해 두었다.
놈의 전투력은 15만.
마찬가지로 정면승부로는 답이 없는 상대다.
다행이라면 바이런이 중상을 입은 상태라는 것.
아직 놈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지금이 처치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촤악!
최현석의 다리가 180도로 찢어지며 하늘로 향했다.
발끝을 향해 몰려드는 마기.
최현석은 마기를 한계까지 밀어 넣었다.
뒷일을 생각할 정도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레이드런식 격투술
제2형 – 두발이식(頭跋蠫烒)
하늘로 치솟았던 다리가 검은 불꽃과 함께 아래로 떨어진다.
바이런 하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마, 막아야…!’
마지막 순간.
바이런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가까워지는 최현석의 발.
더러워진 신발 밑창에 눌어붙은 진흙이 점점 커졌다.
‘막아야 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이미 늦었다.
콰득!
이마를 직격 당한 바이런 하네의 목이 기이하게 꺾였다.
그대로 절명한 것이다.
신성 제국 가트렌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영웅치고는 허무한 최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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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석은 무시하고 다시 레이드런을 살폈다.
“레이드런 님?”
레이드런은 어느새 일어나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으음, 충분히 움직일만하다.”
전장에서의 레이드런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한 것도 모자라 작살 촉 수십 개를 몸에 꽂고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그가 가볍게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었다.
“감사 인사는 전투가 끝나고 하도록 하지. 최현석. 지금은 적을 마저 처리해야 한다.”“예. 걱정하지 마십쇼. 제일 센 놈들은 전부 처리했습니다.”
바이런 하네는 직접 처리했고.
워스턴 게스레드는 보보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영웅 둘을 제거했으니 남은 것은 일반 병사와 기사들.
기사는 제법 위협적인 존재지만, 보보와 레이드런이 있으니 문제없다.
“아니. 아직 가장 위협적인 적은 살아있다.”
레이드런이 무거운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그를 따라 최현석은 시선을 움직이고.
이내 경악에 휩싸였다.
“저건 뭐 하는 괴물이야!?”
워스턴 게스레드는 죽지 않았다.
“으아아아! 제국을 위해!!!”
늙은 노장은 힘으로 마수의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