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12)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12화(112/273)
[축하합니다! 목표 전투력 92,880에 도달했습니다!] [용사 퀘스트를 완수합니다] [보상으로 칭호가 ‘예비 용사’에서 ‘정규 용사’로 변경됩니다]시스템 알람이 들려온다.
예상한 대로 전투력 10을 올리는 건 허무하리만큼 쉬웠다.
평소처럼 훈련을 하던 도중 체력 능력치가 1 올랐는데, 그러자마자 전투력도 함께 올라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자세히 확인해보니 정확히 69가 올라 92,936이 되어 있었다.
“드디어 나도 정규직이 된 건가.”“갑자기 무슨 헛소리예요?”“어감이 그렇잖아. 꼭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기분이랄까.”
최현석이 어깨를 으쓱였다.
왜 하필 칭호가 ‘정규 용사’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정규직으로 전환된 기분이라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나저나 칭호가 업그레이드되면 뭐가 좋은 거야?”“여러 가지가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레벨업이 빨라지죠.”“뭐? 레벨업이 빨라져?”
최현석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단숨에 라헬의 목덜미를 쥐고 들어 올린다.
“야 이년아! 그걸 왜 이제야 말해!?”“아, 아니 저도 까먹고 있었죠!”“까먹을 게 따로 있지!”“애초에 칭호는 시스템에서 퀘스트로 승급시켜주는 거라구요! 제가 나설 게 아니에요!”
라헬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가 칭호에 대해 미리 말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라헬 또한 시스템에 속한 부품일 뿐이었으니까.
시스템 자체를 조율한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아, 결국은 저 위에 어떤 돌대가리가 깜빡한 탓에 내가 엄청 손해를 봤다 이거잖아.”“그러네요. 정규 용사가 되면 아마 경험치를 기존보다 25퍼센트는 더 받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25퍼센트…?”
최현석이 얼굴이 와락 구겨진다.
그가 배를 부여잡고 아픈 표정을 지었다.
“진작 달았으면 레벨이 못해도 사오십은 더 올랐겠다!”
최현석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그쪽에서 실수한 거면 보상을 해! 경험치든 용사 포인트든 뭐라도 좀 달란 말이야!”“어휴~ 용사님. 그런다고 시스템에서 뭘 주겠어요?”
라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 순간.
띠링!
시스템 알람이 울렸다.
[미정산 보상이 지급됩니다!] [용사 포인트 500이 지급됩니다] [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알람을 본 최현석이 눈을 끔뻑였다.
겉으로는 미정산 보상이라고 했지만, 누가 봐도 과실로 인한 보상이다.
“진짜 들어왔는데?”
시스템을 공유하지 못하는 라헬은 고개를 갸웃했다.
“들어오긴 뭐가 들어와요?”“보상. 포인트 500이랑 레벨 10이 추가로 올랐어.”“네? 진짜로 그 땡깡을 들어줬다구요!? 용사 시스템이!?”“땡깡은 무슨 땡깡이야! 그리고 생떼가 맞는 표현이다.”“아무튼! 떼 좀 썼다고 시스템이 들어준다는 게 말이 돼요!?”
라헬이 펄쩍펄쩍 뛰며 소리쳤다.
시스템이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보상을 바꾸다니.
그녀의 상식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진짜 용사님이랑 있으면서 이런저런 꼴을 많이 보긴 했는데, 매번 참 새롭네요.”“말 좀 곱게 해라!”
최현석이 손가락 딱콩을 먹였다.
“칫… 자기도 입에 욕을 달고 살면서.”
라헬은 입이 삐죽 내민 채로 구시렁댔다.
물론, 최현석은 가볍게 무시했다.
“후. 보상이 딱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
“당연하죠!”
“그런데, 정규 용사가 되면서 얻는 다른 건 없어?”“으음… 정규 용사가 되면 용사 퀘스트가 더 많이 나와요!”
“그게 이득이야?”
“용사 포인트를 많이 모을 수 있죠!”
최현석이 어딘가 찝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지금 와서는 딱히 필요 없는 것 같은데. 솔직히 용사 상점 들여다보지도 않잖아.”“그거야 용사님이 구두쇠처럼 포인트를 아낄 생각만 하니까 그렇죠. 잘 찾아보면 전투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할 게 얼마나 무궁무진한데요.”“으음… 하긴. 지금은 포인트를 모으는 중이니까.”
최현석은 수긍했다.
지금은 인벤토리를 사기 위해서 용사 포인트를 모으는 중이라 쓰고 있지 않았지만.
여유가 있다면 사고 싶은 물품이 제법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혜택은 또 없어?”
라헬은 이외에도 정규 용사가 되면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더 늘어놓았다.
하지만, 최현석의 입장에서 크게 와닿는 것은 없었다.
시스템 동화율이 오르니 어쩌니 떠들어도 실제 그가 느끼는 체감은 비슷했으니까.
“됐다. 사실 습득 경험치 25퍼센트 증가만 해도 충분하니까.”
어쨌거나 습득 경험치가 늘어났으니 이것만 해도 엄청난 이득이다.
“자, 그럼 정규 용사로서 활동을 시작해볼까?”
“좋아요!”
신이 난 최현석과 라헬이 힘차게 주먹을 들어 올리던 그때.
“마왕군 안에서 용사 활동을 하겠다니 배짱도 좋군.”
심연의 밑바닥을 긁는 듯한 탁한 음성이 들려왔다.
돌아보자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마족
1순위에 랭크된 이가 있었다.
“아하하…! 모템님 아니십니까?”
검은 갑옷에 대검을 맨 기사.
모템이었다.
***
최현석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격한 안면 운동 덕에 그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어째 조용하다 싶었다.’
아무리 군단장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바쁘다고 해도, 모템이 너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슬슬 얼굴을 비출 때가 됐다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타이밍이 좋지 않다.
“용사 활동이라. 듣자 하니 용사라는 건 마족을 죽이는 신의 사도라지?”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모템은 여러모로 이 시대의 상식이 부족한 편이었다.
그가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는 이러한 상식을 배우기 위함도 있었다.
“제가 용사인 건 맞는데… 마족을 죽인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저는 누가 뭐래도 헤미스님의 충견! 제3군단 직할 연대장 최현석 아닙니까! 하하하하…!”“맞아요! 우리 용사님은 인간을 베는 쓰레기라구요!”
스스로 마왕군 간부의 개가 되기를 자처하는 정규 용사와 전담 요정이었다.
모템은 시큰둥한 태도로 손을 휘저었다.
“농담이었다. 너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헤미스 님께서 언질 주셨으니 걱정하지 마라.”
“감사합니다!”
“그래. 네 말대로 너는 마왕군 소속의 간부. 연대장이지.”“아무렴, 그렇고 말고요!”“그런데 네가 하는 일이 뭐지?”
“예…?”
그렇지 않아도 낮은 모템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게 깔렸다.
“명색이 연대장인데 하는 거라곤 연병장에 박혀서 훈련하는 게 전부군. 훈련이 나쁜 것은 아니다만, 지휘관의 역할은 훈련뿐만이 아니지 않나?”
“어… 음…”
당황하던 최현석이 말을 이었다.
“모템 님. 죄송하지만 그 지휘관 역할을 하고 싶어도 부대원이 없습니다.”
현재 최현석은 이름뿐인 연대장이었다.
부대원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만간 대규모 병사 충원이 있으며 그때 부대를 개편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자세한 일정까지는 전달받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부대원을 충원해줄 생각이다.”
“오오…”
최현석의 얼굴에 약간의 기대가 떠올랐다.
무려 연대장이다.
연대장 밑에는 대대가 5개가 있고 직할 중대도 몇 거느린다.
즉, 연대장이 거느린 부하만 대략 삼천에 달하는 것이다.
삼천.
일견 적어 보이나, 막상 그만한 수가 모인 것을 보면 상상 이상으로 많은 수라는 걸 알 수 있다.
‘드디어 나도 제대로 된 지휘관이 되는 건가.’
무수히 많은 병사를 거느린 지휘관!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위치다.
비록 마왕군에 병사가 마족이긴 하지만 어떤가?
이제 그런 사소한 일 따위는 웃으며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최현석의 멘탈은 단단해졌다.
“내가 면접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으니 그리로 가도록 하지.”“예? 면접 말입니까?”“… 두 번 말해야 하나.”“아닙니다! 하하! 면접으로 병사를 뽑는다니. 오히려 좋습니다!”
최현석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으나, 속내는 달랐다.
‘면접이라니 무슨 짓거리지?’
병사를 면접으로 뽑는다니.
무려 삼천이다.
그만한 숫자를 면접 보고 뽑으려면 적어도 몇 개월은 걸릴 것이다.
‘아니면 대대장 면접을 보는 건가?’
최현석은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모템의 뒤를 따랐다.
***
면접장은 가드락 성안에서 가장 넓은 대연병장이었다.
그곳에는 수백의 마족이 모여 있었는데, 최현석과 모템이 나타나자 단번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 기세가 자못 위협적이었던지라 최현석의 등에 한줄기 식은땀을 흘러내렸다.
“저기 모여 있는 게 면접을 보러 온 친구들입니까?”
“그래.”
“제 착각이 아니라면, 다들 수준이 제법 되는 것 같습니다.”
“보는 눈은 있군.”
“혹시 여기서 대대장을 뽑는 겁니까?”“아니. 부대원을 뽑는 자리다.”
“예…?”
도대체 어떤 마왕군 부대가 저런 무지막지한 놈들로 이뤄져 있단 말인가.
최현석이 의아해하던 그 순간.
모템이 과장되게 손뼉을 쳤다.
그 모습이 항상 무게 있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 어색하게 느껴졌다.
“아, 내가 전달하는 걸 깜빡했군.”
그가 최현석을 돌아보며 말했다.
“공식적으로 연대장이긴 하지만, 네 부대는 조금 특별하게 구성될 거다.”“특별하게라면…?”
“일종의 특수부대라고 할 수 있겠지. 규모는 중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시험적으로 운용해보고 별로면 폐기할 예정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아, 그것 참 좋은 생각입니다! 하하하…!”
좋은 생각은 개뿔.
벌써부터 느낌이 싸하다.
좋지 않은 곳에서 굴려질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런 훌륭한 계획은 도대체 누가 생각하셨습니까?”“나다. 너를 어떻게 굴릴, 아니. 너의 힘을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나온 계획이지.”
“그렇군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참았다.
최현석은 언젠가 모템보다 강해지면 꼭 뒤통수를 후리고 말리라 다짐했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슬슬 시작하도록 하지.”
모템이 단상 위로 올라갔다.
“모두 주목. 지금부터 제3군단 직할 특수 임무 대원을 뽑기 위한 면접을 시작하겠다.”
그에게서 위협적인 마기가 흘러나온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모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이 시대의 마족과는 질적으로 다른 정제된 마기.
닿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마기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목 아래에 드리운 기분이었다.
“여기 인간은 부대장을 맡을 최현석이다. 최현석 앞으로 나와라.”
모템의 말에 최현석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에… 이번에 부대장을 맡게 된 최현석이다.”
입이 떨어지자마자 사방에서 거친 마기가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기세로 마기를 뿜어내는 지원자들.
꼭 전투가 임박한 것처럼 느껴졌다.
“굉장히 호전적인 친구들이네요. 하하…”
최현석이 모템을 돌아보며 말했다.
“근방을 뒤져서 힘 좀 쓴다는 마족은 모조리 데려왔다. 거칠긴 하지만, 무력은 확실하지.”
“그렇군요.”
“마족은 힘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세계. 네가 강하다는 걸 인지시키면 너를 따를 거다.”
“예?”
갑자기 이어진 흐름이 이상하다.
강하다는 걸 인지시켜 따르게 하라니.
부하가 되기 위해 면접으로 온 놈들이 지휘관을 따르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준비해라. 바로 면접을 시작한다. 면접이 끝나면 네가 원하는 놈만 부대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하지.”“모템 님. 면접이라는 게 설마?”“당연히 대련이다. 그 몰랐다는 듯한 태도는 뭐지?”“예… 어…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냥 확인차 여쭤본 거였습니다. 하하!”“시간이 아까우니 한 번에 다섯씩 하도록 하지. 대충 육칠십 번 정도만 하면 되겠군.”
“…”
“나를 상대로 그렇게 여유만만하던 너라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말을 하는 모템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 있다.
최현석은 잠시 눈을 감았다.
‘좀생이 새끼…’
고작 엿 한 번 날렸다고 이렇게 괴롭히다니.
언젠가 꼭 갚아 주리라.
자신이 모템보다 강해지는 그 날 뒤통수를 사정없이 때려줄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던 순간.
‘잠깐만…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겠는데…?’
최현석의 머리가 번뜩였다.
그가 눈을 뜨고 모템을 돌아봤다.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해라.”
“도중에 다치거나 죽는 인원은 어떻게 됩니까?”
최현석의 물음에 모템이 콧방귀를 꼈다.
“이곳은 마왕군이다. 다치는 건 신경 쓰지 마라. 죽지만 않으면 되니. 설사 죽는다고 해도 고의가 아니라면 책임을 묻지 않으마.”“아하… 알겠습니다.”
최현석이 다시 고개를 돌려 지원자들을 바라봤다.
모템이 보이지 않는 방향.
그의 얼굴에는 여느 때보다도 짙은 미소가 걸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