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25)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25화(125/273)
“돈 받으러 왔다!”
최현석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묘하게 신이 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니리라.
실제로 뒤에 있던 라헬은 아주 대놓고 신이 나 있었다.
“부숴! 부숴! 다 때려 부숴버려!”
최현석이 주의를 준 탓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열정적으로 응원에 임하는 라헬이었다.
“저 새끼야?”
“맞습니다…”
골드 등급의 용병, 발렌과 도르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세를 잡는 두 용병을 보며 최현석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 이건 살짝 힘들려나?”
마왕군 기준으로 중대장급이 둘.
소대장급이 다섯.
나머지는 일반 병사 수준으로 서른 명이 조금 넘었다.
모두 합쳐서 마흔.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쓸어버릴 수 있다.
다만, 품에 보보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는 조금 힘들다.
“보보야. 잠시 저기서 자고 있어.”
최현석은 보보를 한쪽 구석에 내려 뒀다.
잠들어 있는 게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자신보다 강한 보보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싶었다.
“읏차!”
일어선 최현석이 어깨를 풀었다.
주위를 둘러싼 조직원들을 보며 그가 씨익 웃었다.
“뭐해? 안 들어오고.”
“조져!”
“우아아아!”
***
뭔가 잘못됐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그래.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께엑!”
“사, 살려…! 끄아아아!”“도망쳐! 도망치라고!”
비명과 함께 피가 난무한다.
물론, 모두 조직원의 것들이다.
믿었던 골드 용병은 사이좋게 주먹 한 방에 쓰러졌다.
여관 주인 레노프는 눈을 감았다.
‘나는 죽었다…’
기사는 자신을 살려준다 했지만, 과연 그럴까?
살인 멸구라는 편한 방법을 두고 굳이 후한을 남겨둘 것 같지 않았다.
자신이 저 기사의 입장이라 해도 그렇게 행동했을 테니까.
‘어떡하지? 도망쳐야 하나…?’
도주를 생각하던 레노프가 고개를 저었다.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 기사의 감각은 귀신같아서 순식간에 알아채고 쫓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귀족
영애를…’
아벨슨을 바라보던 그가 아까보다 배는 빠르게 머리를 흔들었다.
‘내 머리통이 먼저 깨질 거야.’
자살 희망자가 아니라면 저 사이코에게 다가가선 안 된다.
지금도 메이스로 조직원의 뒤통수를 내리찍는 영애는 정상이 아니었다.
‘웃고 있어… 웃고 있다고…!’
광기가 섞인 눈으로 실실 웃는 게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분명했다.
움직임은 또 얼마나 기민한지, 레노프는 맨몸으로 싸운다 해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어떡하지? 생각해라 레노프!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그 순간, 레노프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저거다!’
한쪽 구석에서 잠을 자고 있는 강아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잠만 자는 이상한 강아지였다.
‘기사가 내내 저 개를 끌어안고 있었지.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처음에는 그저 귀족
영애의 애완동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기사가 전투 내내 강아지를 품에 안고 있는 걸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저 강아지에게 무언가 있다!
그게 아니고서야 고작 개새끼 하나를 저토록 애지중지할 수는 없었다.
‘흐흐… 멍청한 놈. 중요한 걸 바닥에 내버려 두다니!’
레노프는 바닥에서 자고 있던 보보를 거칠게 안아 들었다.
개를 인질로 협박해 말을 타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저 기사는 말을 몰 줄 모르니 절대 따라오지 못하리라.
“동작 그만!”
레노프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숨겨뒀던 칼을 꺼내 보보에게 들이밀며 최현석을 노려본다.
그러는 사이에도 최현석은 여전히 조직원들을 때려눕히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개새끼 죽이고 싶지 않으면 멈추란 말이야!”
다시 한번 소리치자, 그제야 최현석이 돌아봤다.
보보를 안고 있는 레노프를 보고는,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작전이 먹혔다고 생각한 레노프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한낱 개새끼를 인질로 잡고 싶지는 않았다고.”“어어? 야. 그거 조심해.”“조심? 조심하라고!? 내가 이 개를 죽일까 봐 겁나나? 크하하하!”
“그게 아니라…”
“원래는 도망치려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이 개를 살리고 싶으면 당장 무릎 꿇어!”“아니, 조심하라고…”“무릎 꿇으란 말이야!”
소리치던 그때.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 꼼지락거리는 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레노프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일어났나?”
언제 잠에서 깼는지 말똥말똥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아지.
“크왕!”
강아지가 크게 입을 벌렸다.
“크와앙~”
입이 계속 벌어진다.
점점 커지던 입은 이내 레노프의 상반신을 넘어갈 정도로 거대해졌다.
“어…?”
거대한 혓바닥과 이빨 사이로 뚝뚝 떨어지는 침이 레노프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콰득!
상반신이 잘려 나간 레노프를 보며 최현석이 입맛을 다셨다.
“그러게 조심하라니까…”
최현석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혀를 찼다.
물론, 범죄자의 죽음이 안타까운 건 아니다.
‘안내원 새로 구해야겠네.’
그저 길잡이를 새로 구하는 게 귀찮았던 것뿐이었다.
***
범죄조직의 두목, 아르켄은 자신의 집무실에 홀로 앉아있었다.
‘이런 순간이 바로 보스의 위엄을 보여줄 때지.’
사실 도망치려면 도망칠 수도 있었다.
본부 내에는 만일을 대비해 지상으로 나가는 비밀 통로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 도망치면 조직은 끝이다.’
아르켄은 무력으로 조직을 접수한 게 아니다.
뛰어난 정치 능력과 카리스마.
부하를 다루는 용병술이 그의 주특기였다.
조직원 대다수가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 아르켄이 도망친다면, 그를 향한 부하들의 충성과 존경이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아르켄이 아무런 대책 없이 버티고 있냐면 그건 아니다.
‘애초에 놈들도 원하는 게 있으니 찾아온 거겠지.’
본부를 습격한 괴한들도 목적이 있을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갑자기 범죄조직에 쳐들어올 이유가 없다.
심지어 영주가 뒤를 봐주는 조직을 말이다.
‘실력이 있는 것 같으니 잘만 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어.’
아르켄은 생각한다.
어쩌면 놈들을 잘 구슬려 새로운 관계의 끈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되는 건 흔하디흔한 일이었으니까.
서로의 이해관계만 들어맞는다면 언제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얻을 수만 있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놈들이 널린 게 이 바닥이다.
그리고 이런 뒷세계에서 교묘한 줄타기로 균형을 유지하는 정치 능력이야말로 아르켄의 최대 장기.
그는 위풍당당한 자세로 괴한들을 맞이하리라 다짐했다.
쿵!
타이밍 좋게 문이 열리고, 기다리던 불청객이 들어섰다.
아르켄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여유로운 태도로 불청객을 응시했다.
기세 싸움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
조직 보스의 위엄을 보여주면서 동등한 위치에서 교섭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예의가 없는 친구군. 노크하는 법은 안 배웠나?”
아르켄이 말했다.
최현석은 한동안 눈을 끔뻑거리며 아르켄을 응시했다.
“뭐?”
“노크는 기본 예의다.”
“아…”
최현석이 문 쪽으로 다가갔다.
“똑똑.”
콰아앙-!
가볍게 두드리자, 문이 그대로 박살 났다.
“됐지?”
“크흠!”
아르켄은 적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놈이라는 걸 깨달았다.
‘흐름이 넘어가면 끝이야. 놈도 분명 원하는 게 있을 터. 그걸 끌어내야 해.’
“네놈. 어디서 보낸 거지?”
“뭐?”
“우리 조직의 뒤에는 영주님께서 계신다. 게다가 용병 길드와도 연결된….”
순간 최현석이 말을 끊어내며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또! 또 같은 말! 쫑알쫑알 쫑알쫑알! 지겨워 죽겠네!”
신경질적으로 주먹을 뻗는다.
콰직-!
아르켄의 머리가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어디 범죄자 양성학교라도 나왔냐? 같은 말을 도대체 몇 명이나 하는 거야? 레퍼토리 좀 돌려가면서 해라. 이렇게 창의력이 없어서야. 쯧!”
범죄조직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에 실망한 최현석이 머리를 흔들며 돌아섰다.
“보스는 어디 있는 거야? 제법 깊숙이 들어온 것 같은데 왜 이런 잔챙이만 계속 나오는 거지?”
그가 길안내를 위해 새로 붙잡은 조직원을 보며 물었다.
“시간 끌 생각하지 말고 빨리 너희 조직 보스한테 안내해. 설마 벌써 튄 건 아니지?”“저, 저기… 그게…”
조직원이 손가락으로 벽에 처박힌 두목을 가리켰다.
“저분이 보스십니다.”“어… 쟤가 보스였어…?”
“예.”
“아…”
최현석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러면 그렇다고 말을 하지…”
처음부터 본인이 두목이라 소개했으면, 몇 마디 정도는 들어줬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부하들보다는 좀 신선하긴 했지.’
뜬금없이 노크하라는 요청은 나름 참신한 개소리였다.
“어휴. 용사님! 무슨 생각으로 일을 벌이신 거예요!?”“아니, 아까랑 레퍼토리가 계속 똑같으니까 당연히 보스는 아닐 거라 생각했지…”
최현석이 조심스럽게 두목의 머리를 벽에서 뽑아냈다.
“으음… 이거 치료가 되려나…”
찌그러지고 구멍이 난 머리에서 피와 건더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치료는 힘들 것 같았지만, 최현석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곳에는 한때 대륙의 차기 성녀였던 아벨슨이 있었으니까.
“가능하겠습니까?”
최현석의 물음에 아벨슨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죽은 사람은 못 살려요.”
“아, 죽었구나…”
다시 보니 숨을 쉬고 있지 않다.
워낙에 질긴 마족과 생활하다 보니, 인간의 생명력이 어느 정도인지 잊어버렸다.
최현석은 한숨을 내쉬며 두목의 머리를 다시 벽에 집어넣었다.
“그럼 이제 어떡한다.”
원래 계획은 보스에게서 정보와 함께 장부를 빼앗는 것이었다.
명색이 최대 범죄 조직인만큼, 이런저런 비리가 적힌 장부가 있을 게 분명했으니까.
그걸로 키톤의 영주가 어느 정도 타락한 인간인지 확인한 후에 다음 행동을 정하려 했건만.
이미 머리가 깨져버린 두목은 말을 할 수 없었다.
“으음… 혹시 장부나 그런 거 어디 있는지 알아?”
조직원에게 묻자, 놈이 고개를 저었다.
“이거 곤란하네…”
아무래도 한참은 더 고생해야 할 것 같았다.
***
페로스 겔리온.
겔리온 가문의 장남이자 키톤 영지의 영주인 그는 오늘도 단잠에 빠져 있었다.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음에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의 곁에는 나체의 여성이 둘이나 달라붙어 있었는데, 그녀들 또한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여, 영주님!”
그때 침실 문이 벌컥 열리며 시종장이 들이닥쳤다.
“영주님! 큰일입니다.”
“으음…”
영주 페로스는 힘겹게 눈을 뜨며 시종장을 바라봤다.
“시종장…?”
“예! 영주님!”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아주 죽고 싶어 환장을 한 거야…”
감히 허락도 없이 영주의 침실에 들어오다니.
오늘에야말로 저 시종장의 목을 베고 말리라.
페로스가 다짐하던 그때, 시종장이 다급히 외쳤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영주님! 정말 중요한 사안입니다!”“어디 지껄여 봐라.”“아르켄 조직이 무너졌습니다!”
“뭐…?”
페로스는 눈을 찌푸렸다.
내가 아직 잠에서 덜 깼나?
아르켄 조직이 무너졌다니.
아르켄은 키톤에서 가장 거대한 범죄조직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조직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무너진단 말인가?
“다시 말해봐. 뭐라고 했지?”“아르켄이 망했습니다! 두목 아르켄은 이미 죽었고, 조직원도 대부분 반병신이 됐단 말입니다!”
“…!”
마침내 페로스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르켄은 단순한 범죄조직이 아니다.
훌륭한 자금줄이었으며, 키톤에 있는 여러 세력을 중재하면서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종의 구심점과 같은 조직이었다.
그런 중요한 조직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다니!
그때 소란을 듣고 영주의 품에 있던 여성들이 깨어났다.
“아응~ 영주님~ 아침부터 왜 소란스럽게….”
“비켜라!”
페로스는 들러붙는 여성을 거칠게 밀쳐내며 일어났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체였으나, 페로스나 시종장이나 이미 익숙한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말해봐라!”
“예. 그것이…”
시종장의 말이 이어질수록 페로스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