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35)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35화(135/273)
짜악-!
찰진 따귀 소리와 함께 니콜로의 입에서 피가 튀었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니콜로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대답 다신 돌아오는 것은 반대쪽 따귀였다.
짜악-!
따귀 두 번은 니콜로를 급발진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크악! 이런 호로새끼가!”
대번에 이탈리아 욕설이 튀어나왔다.
최현석은 이탈리아어를 모르지만, 알아서 한국어 욕설로 번역되니 참 편했다.
욕설에 대한 보답으로 다시 귀싸대기를 올려붙여 주었다.
짜악-!
따귀 세 방에 니콜로의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놈도 이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듯 검을 뽑았다.
“이건 정당방위다!”
빠르게 휘둘러지는 검.
속도는 제법이지만, 너무 직선적이다.
최현석은 가볍게 몸을 틀어 피하고는 다시 따귀를 후렸다.
짜악-!
“크하악!”
이번에는 휘두르는 손바닥에 힘이 좀 더 실려 있었다.
니콜로가 피를 토해내며 뒤로 물러났다.
“무슨 짓거리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분명 경고했어.”
니콜로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최현석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그의 얼굴에 튄 냄새나는 피와 살점이 기괴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살려달라 빌어도 소용없다고!”
니콜로의 몸에서 마력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동료들의 혀를 찼다.
“쯧. 시체 치우게 생겼네.”“그러니까 왜 시비를 걸어서.”“아, 안 돼. 최현석 씨…”
유일하게 상민만이 최현석을 걱정했으나, 그마저도 동료들의 눈총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하앗!”
마침내 준비가 끝났는지 니콜로가 기합과 함께 땅을 박찼다.
최현석은 ‘무슨 대단한 기술을 사용하기에 저리 준비 시간이 긴 걸까. 뭔가 엄청난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 라고 구구절절 생각하면서도 적의 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상급 용사 검술
제3형 – 용참살(勇斬殺)
니콜로의 몸이 늘어지는 것처럼 착시가 일어나고, 순식간에 여섯 번의 연격이 이어졌다.
“나왔다! 용참살!”
“봤어? 방금 여섯 번 공격한 것 같은데!?”“지난번보다 더 늘었잖아!”
용참살은 3연격을 기본으로 하는 투기.
차후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그 횟수가 늘어난다.
니콜로는 용참살을 배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6연격에 도달했다는 것은 그의 재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지간한 적들은 이 공격을 막지 못하고 피를 뿌리며 쓰러졌으리라.
하나, 불행히도 이번 상대는 그런 어지간한 적이 아니었다.
후웅, 휘익-! 휙!
여섯 번의 검격이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고.
찰진 따귀 소리가 뒤를 이었다.
짜악-!
따귀를 맞은 니콜로는 아픔조차 잊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무슨…?”
“그게 최선이야?”
최현석의 얼굴에는 대놓고 실망이 드러나 있었다.
‘저딴 기술을 쓴다고 그렇게 시간을 질질 끌었어?’
최현석은 투기 ‘용참살’을 처음 겪는 게 아니었다.
과거 마수의 땅 이네모시트에서 싸웠던 용사 테일러 앤드류.
그도 용참살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둘의 수준 차이가 너무 극명하다.
당시 테일러는 아무런 발동 준비 없이 기술을 사용했고.
속도도 훨씬 빨랐으며 12 연격이었다.
심지어 눈앞의 니콜로처럼 직접 다가와 검을 휘두르는 게 아닌, 멀리서 검기를 날리는 방식이었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같은 기술이라 부르기 미안한 수준이긴 하네.’
당시 최현석은 정말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 겨우겨우 그의 공격을 피했었다.
그에 비해, 지금 니콜로가 사용하는 투기는 너무나 쉽게 회피가 가능했다.
심지어 마력이나 마기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 육체 능력으로 말이다.
“더 보여줄 거 없냐고 묻잖아.”“무, 무슨 장난질이냐! 마력은 느끼지 못했는데… 어떻게 투기를 피했지!?”“하아, 집어치우자.”
최현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니콜로의 뺨을 후리기 시작했다.
“보여줄 게 없으면 맞아야지.”짜악! 짜악! 짜악-!
연달아 들리는 따귀 소리.
니콜로의 얼굴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됐다.
연신 비틀거리는 게 제대로 서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니, 니콜로!”
“엘리스! 멈춰!”
“제길! 죽여버리겠어!”
니콜로는 파티의 리더.
일행 중 가장 강하다.
그런 니콜로가 개 맞듯 맞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나서 봐야 상대가 될 리가 없다.
그나마 이성이 있는 동료들이 만류했으나, 엘리스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죽어버려!”
엘리스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지팡이 끝에 제법 많은 마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최현석은 흥미로운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호오? 저쪽은 마법사인가.’
5초 후.
준비가 끝났는지 엘리스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중급 용사 마법
번개 사슬(Lightning chain)
푸른 빛줄기가 날아든다.
최현석은 집중해서 마법을 살펴봤다.
‘속도는 제법인데? 아까 칼잡이가 휘두른 검보다 더 빨라.’
파티의 리더인 니콜로가 휘두른 검보다 엘리스가 사용한 마법의 사출 속도가 더 빨랐다.
그만큼 준비 시간이 길긴 하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위력은… 한번 겪어봐야겠네.’
원한다면 아슬하게 피할 수도 있었지만, 최현석은 일부러 마법에 맞아보기로 했다.
마기를 사용하는 마법이 아닌, 마력을 베이스로 한 마법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파지지직-!
푸른 번개가 최현석의 몸을 휘감고 번쩍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공격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엘리스가 환호했다.
“죽어! 그대로 죽어버리라고!”
침까지 튀겨가며 소리쳤으나, 아쉽게도 그녀의 바람이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짜릿하긴 한데, 실망이네.’
위력이 약한 건 아니다.
불시에 맞는다면 최현석도 제법 충격을 받았을 만한 수준.
하지만, 이렇게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마력으로 상쇄시킬 만한 수준이었다.
‘확실히 위력만 놓고 보면 오히려 마기를 쓰는 쪽보다 떨어져.’
최현석은 팔에 마력을 두르며 힘을 주었다.
우드득, 파앗-!
그를 감싸고 있던 번개 사슬이 끊어지며, 그대로 소멸했다.
엘리스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거기 용사님들. 다른 건 더 없나?”“이게 왜…? 이럴 리가…”
“다른 거 없냐고.”
“이럴 리가 없는데…”
최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없으면 맞아야지.”
최현석이 다시 따귀를 날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니콜로와 엘리스가 함께 맞았다.
짜아악-! 짜아악-!
“제, 제발… 살려줘…”
이제 니콜로는 얼굴의 살가죽이 뜯겨나갈 지경이었다.
잘생긴 미남형 얼굴은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최현석은 그런 니콜로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걱정하지 마. 이 정도로는 안 죽으니까.”
그러면서 마지막에 작은 목소리로 ‘아마도?’라고 중얼거렸다.
불행히도 그 말을 들은 니콜로는 더욱 절망에 빠졌다.
최현석은 신경 쓰지 않고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뭐, 죽으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이제 와서 죄책감 따위, 있을 리가 없다.
이미 자신의 손에 죽은 용사와 인류의 영웅만 해도 한 트럭이다.
벌써 운행 준비를 마치고 출발한 트럭 짐칸에 몇 명 더 태운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최현석이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은 그저 인간성이 사라지는 것.
마기를 품은 자신이 정말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가슴 한편에 일말의 양심 같은 것을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뿐이었다.
‘일단 지금은 당장에 집중하자!’
최현석이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이러나저러나 지금은 정의구현을 해야 할 때니까.
“자, 대화를 계속해보자고.”
히죽 웃는 최현석의 미소는 어쩐지 헤미스를 닮아 있었다.
***
“니콜로… 괜찮아?”
“닥쳐!!!”
니콜로가 발작하듯 소리쳤다.
퉁퉁 부은 얼굴에 파묻힌 그의 눈이 기이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파티에서 치료를 담당하는 엘리스가 기절한 탓에 아직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 개자식…”
니콜로가 이를 꽉 깨문 채로 중얼거렸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최현석과 벌였던 전투(?)가 계속해서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거지?’
살면서 그토록 무력감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무슨 짓을 해도 최현석을 털끝조차 건드릴 수 없었다.
‘심지어 놈은 그리 빠르게 움직이지도 않았어.’
최현석은 압도적인 스펙 차이로 찍어 누른 게 아니다.
오히려 몇몇 순간들을 제외하면 마력조차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순수한 육체 능력으로 싸움에 임했고, 그마저도 온 힘을 다한 게 아닌 설렁설렁하는 느낌.
그런데도 니콜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최현석은 공격이 닿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피해버렸기 때문이다.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스킬이 있나? 아니면 미래를 보는 능력이라든가.’
니콜로는 생각한다.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고서야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도대체 무슨 능력인 거냐…!’
물론, 모든 것은 니콜로의 착각이다.
최현석에게 미래를 보거나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능력은 없다.
그가 최현석에게 닿지 못한 이유는 단지 실력이 부족해서일 뿐.
그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다.
안전하게 파티로 움직이면서 적당한 마수를 잡아 성장한 니콜로.
극한의 상황에서 수많은 강자와 맞서 싸우며 성장한 최현석.
둘의 전투 능력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설사 최현석과 니콜로의 전투력이 같았다 하더라도.
심지어 최현석의 전투력이 더 낮았다 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니콜로는 이러한 사실을 끝까지 깨닫지 못했다.
“니콜로… 이제 어떡하지?”
야쿠부가 물었다.
“어떡하긴. 퀘스트를 깨야지.”“지금 상황에서도 계속 퀘스트를 진행하자고?”“그럼 개새끼처럼 꼬리 말고 도망치기라도 할까!?”
니콜로의 언성이 높아졌다.
야쿠부는 입술을 깨물며 한발 물러났다.
“어차피 놈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 솔직히… 이번 일도 우리가 먼저 시비를 건 게 맞으니까.”
니콜로는 그렇게 멍청한 인간이 아니었다.
적어도 인과를 따질 줄 알고, 주제 파악 정도는 할 줄 안다.
“깔끔하게 사과한 다음에 퀘스트에 전념할 거야. 엘리스가 일어나면 상처는 금방 치료할 수 있을 테니까.”“그 챔프가 우리를 가만히 둘까?”
야쿠부의 물음에 답한 건 상민이었다.
“최현석 씨라면 분명 사과를 받아주실 거야!”
“그래?”
“예전부터 성격이 호탕하기로 유명했으니까. 우리가 먼저 잘못을 인정하면 적어도 해코지는 하지 않을 게 분명해!”“그렇다면 좋겠는데…”
상민의 말에도 야쿠부의 굳은 얼굴은 펴질 줄 몰랐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고…’
뺨을 후리면서 실실 웃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 사람이 정말 자신들을 용서해 줄까?
적어도 야쿠부는 일이 그리 쉽게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
“아, 또 뭔데?”
그날 밤.
1층 홀에서 즐겁게 식사하던 최현석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자신 앞에 모여든 다섯 용사 때문이었다.
“사과를 드리러 왔습니다.”
“사과?”
“예.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았는지 니콜로가 불편한 몸짓으로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뒤쪽에 있던 파티원들도 다 같이 허리를 깊이 숙인다.
아마 한국인인 상민에게 배운 방식인 듯했다.
“앞으로는 최현석 씨의 일에 방해가 되지 않게끔 주의하겠습니다.”
“호오?”
순간 최현석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내 이름 제대로 발음할 수 있었네? 계속 썩! 썩! 이라 부르더니 말이야.”
“그, 그게…”
“이름이 피콜로라 했나?”
“니콜로입니다.”
“그래. 피콜로. 내가 이 땅에 와서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배운 게 뭔지 알아?”
“…”
“기어오르는 놈은 아주 철저히 밟아야 된다는 거야. 아니면 그냥 죽이든가.”
최현석과 눈을 마주친 니콜로가 잘게 떨었다.
‘저건 진심이다…’
최현석의 눈이 기이한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저건 정상인의 눈이 아니다.
그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여긴 법 따위가 지켜주는 세상이 아니다.’
이 세계에 3년 동안 지내며 니콜로가 깨달은 것이다.
이곳에는 21세기 지구처럼 인간의 존엄을 외치는 자가 없다.
인간이 인간을 노예로 부리고.
전쟁과 살인이 밥 먹듯이 일어난다.
하물며 용사는 이곳 주민이 아니고, 몇몇 국가는 대놓고 용사를 배척하기까지 한다.
불청객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나마 어딘가에 소속되거나 충성을 맹세하면 상황이 나아지긴 하지만, 니콜로 파티는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이들이 죽는다고 해도 신경 쓸 이는 아무도 없다.
결국, 니콜로가 기댈 수 있는 건 최현석의 자비뿐이었다.
“내가 너를 살려줘야 할 이유가 있을까?”“사, 사람을 죽이는 건 옳지 않습니다…”“하! 이 새끼가 내로남불 봐라.”
최현석이 헛웃음을 뱉었다.
“너도 아까 진심으로 나를 죽이려 했잖아? 그건 뭐 정당한 정의구현이었나? 내가 무슨 마족
새끼야?”
“그건…”
“자자, 그러니까. 나한테 너의 쓸모를 어필해 봐.”
“…”
니콜로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닫았다.
그런 그에게 최현석이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내가 너를 죽이지 말아야 할 이유를 대 보라고. 응?”
용사 최현석은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