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45)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45화(145/273)
로파르 도저의 두개골이 부서지며 갈라진 틈 사이로 검은 마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자신의 두개골을 붙잡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아이아아아아아!
처절한 비명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두개골을 이어 붙이려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눌렀으나, 틈은 더욱 벌어질 뿐이었다.
콰아아아아-!
두개골이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동시에 막대한 양의 마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아…”
아벨슨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검은 구름이 걷히자 푸른 하늘과 구름이 드러났다.
드높게 뜬 해는 이미 머리 위를 지나고 있었다.
전날 해가 질 무렵 시작된 전투가 거의 하루 동안이나 이어진 것이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야!”
아벨슨이 재빨리 달려갔다.
지금은 태평하게 구름이나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녀는 다급히 최현석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미약하지만 숨을 쉬고 있어.’
다행히 최현석은 아직 살아있었다.
이대로 두면 얼마 안 가 죽을 게 분명하지만, 당장 살아있다는 게 중요하다.
아벨슨은 곧바로 신성력을 운용했다.
‘이상하게 컨디션이 좋아.’
조금 전까지는 죽을 것 같았는데, 어쩐지 피로가 가신 느낌이다.
바닥을 드러냈던 신성력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아벨슨은 신성력이 회복되는 족족
최현석에게 들이부었다.
“살아만 있다면… 어떻게든 살릴 수 있어.”
최현석을 치료하는 건 극상의 난도를 요구했으나 아벨슨은 자신 있었다.
이미 몇 차례 그의 생명을 구한 적이 있었기에, 시간만 충분하다면 반드시 완치시킬 수 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벨슨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라 눈조차 깜빡이지 않았다.
“그르르르…”
돌연 보보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아벨슨은 당황하며 보보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죠?”
“크왕!”
보보가 짖기 시작하고.
이내 아벨슨 또한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건…’
지평선 너머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군대가 분명했다.
‘하필 지금 타이밍에…’
촌장이 지원 요청을 한 것이 지금에서야 도착한 것 같았다.
심각성을 느낀 건지 나름 빠르게 준비해서 온 것 같았으나, 이미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다.
“보보! 어서 모습을 숨겨요!”
아벨슨의 말을 알아들은 보보가 순식간에 크기를 줄였다.
품에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진 보보.
아벨슨은 그 위에 최현석을 얹었다.
워낙 크기가 작아 팔과 다리가 바닥에 닿았으나 어쩔 수 없다.
‘급한 조치는 끝냈어. 이제부터는 자연 치유로도 어떻게 될 거야.’
더 치료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다.
생명력이 질긴 최현석이니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이겨낼 것이다.
아벨슨이 보보를 바라봤다.
“이대로 최현석 씨를 데리고 도망치세요.”
“크왕!”
보보가 크게 짖었다.
마치 너도 같이 가자고 말하는 듯했다.
아벨슨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어요.”
“크왕! 크왕!”
“이럴 시간 없어요! 어서 출발하세요. 더 가까워지기 전에!”
아벨슨이 다급히 소리쳤다.
보보는 하는 수 없이 움직였다.
빠르게 멀어지는 둘을 보며 아벨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선을 끌어야 해.’
아직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이곳에 있었던 최현석과 보보의 흔적을 지우고, 시선을 끌어야 한다.
그녀가 신성력을 일으켜 사방으로 쏘아냈다.
최현석과 보보가 있었던 마기의 흔적은 물론이고, 그들이 이동하느라 생긴 바닥의 자국까지 말끔히 사라진다.
그렇게 얼마나 신성력을 뿜어냈을까.
마침내 군대가 아벨슨이 있는 곳에 당도했다.
“귀하는 누구십니까?”
가장 앞에서 귀족으로 보이는 남자가 물어왔다.
“저는…”
아벨슨이 대답하려던 그때.
안쪽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서, 성녀님!”
***
할짝-!
혀가 얼굴을 간질였다.
최현석은 인상을 찌푸린 채로 중얼거렸다.
“그만… 그만해…”
할짝, 할짝!
작아진 보보가 연신 얼굴을 핥고 있었다.
“그마안!”
마침내 최현석이 눈을 뜨자 보보의 꼬리가 세차가 흔들렸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했던가.
차마 꼬리를 흔드는 보보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던지라 최현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오… 머리 깨지겠네.”
천천히 허리를 일으킨다.
보이는 것은 숲과 나무.
그리고 라헬과 보보다.
“용사님!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라헬이 눈물을 글썽이며 안겨들었다.
최현석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다. 전투 내내 코빼기도 안 비췄던 것 같은데.”“그, 그건 어쩔 수가 없었어요!”
라헬도 최현석을 돕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라헬은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미약하게 최현석의 마력을 소모한다.
장기전으로 가야 하는 전투에서 라헬까지 합세하는 건 지극히 비효율적이었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최현석이 한계까지 마력을 쥐어짜는 상황이었기에 더더욱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
실제로 그녀는 최현석이 이 숲에 도착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후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래. 그렇다 치자. 네가 도움 안 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제가 쓰러진 용사님을 얼마나 열심히 치료했는데요!”“아, 너도 치료 마법 쓸 수 있었지?”“당연하죠! 제가 아니었으면 아마 한나절은 더 드러누워 있었을 거라구요!”
라헬은 나름 이런저런 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
아벨슨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치료 마법도 제법 준수한 편이다.
최현석은 오랜만에 그 사실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나저나 그 해골은 어떻게 된 거야? 이겼어?”“네. 그 여자가 마무리했어요.”
“아벨슨 씨가…”
최현석이 상태창을 확인했다.
‘용사 퀘스트는 클리어했고. 레벨도 엄청 올랐네.’
퀘스트 보상으로 용사 포인트가 올라 있었다.
레벨도 무려 20이나 오른 상태였다.
‘막타는 못 쳤지만, 기여도에 따라서 경험치가 지급된 건가.’
막타로 가져갈 수 있는 경험치는 대략 3분의 1이라 들었다.
비록 마무리하지는 못했으나, 로파르 도저를 처치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건 최현석이 명백했다.
분명 많은 경험치를 받았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용사 퀘스트를 완료하며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해 많은 레벨이 오른 듯했다.
“좋네.”
이 외에도 레벨업과 별도로 제법 많은 능력치가 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정말 한계까지 내몰려 싸운 만큼 큰 보상이 주어진 것 같았다.
▫이름 : 최현석
▫칭호 : 정규 용사
▫레벨 : 733
·근력 : 240
·민첩 : 240
·체력 : 241
·마력 : 290
·마기 : 278
·카리스마 : 98
·투지 : 41
·보너스 포인트 : –
▫용사 포인트 : 6200
능력치 분배를 끝낸 최현석은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아으으… 죽겠네.”
겉으로는 몸이 회복된 것 같았으나, 안에서는 여전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최현석은 가볍게 몸을 풀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나저나 아벨슨 씨는 어디 있어? 어디 먹을 거라도 찾으러 갔나.”
“아, 그게…”
라헬은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그제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낀 최현석이 얼굴을 굳혔다.
“뭐야? 무슨 일인데?”
“사실은….”
라헬이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 그래서 우리만 이렇게 도망친 거예요.”“시발! 그걸 왜 이제 말해!?”“저, 저도 바로 말하려 했는데…”“어디야? 어디 갔어? 아니, 그보다 내가 쓰러진 지 얼마나 지났어!?”
최현석이 다급히 물었다.
“용사님이 기절한 지 거의 하루 정도 지났어요.”
“하루!?”
최현석이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한 시간도 아니고 하루라니…!’
이 넓은 대륙에서 아벨슨이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최현석은 추적술 따위를 배운 적도 없었다.
순간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그래! 용사 상점에서 추적술 능력을 찾는 거야. 그걸 산 다음 전투 장소로 돌아가서…”
최현석이 횡설수설하던 그때.
라헬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잠깐 스톱!”
“우브읍! 웁! 뭐야!?”“이럴 줄 알고 제가 추적 마법을 걸어뒀어요.”
“뭐?”
“용사님 마력이 간당간당하긴 했는데, 간단한 추적 마법 정도는 걸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라헬…!”
최현석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쓸모없는 줄 알았더니, 이런 기특한 짓을 했을 줄이야.
최현석은 재빨리 보보와 라헬을 이끌었다.
“당장 가자! 지금 당장!”
동료이자 소중한 금발의 미녀인 아벨슨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
어두운 심문실.
아벨슨은 노구의 남성과 마주 앉아있었다.
“작은 성녀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남성의 이름은 트라니오.
데우시스 교의 주교 중 하나로 아벨슨과는 예전부터 안면이 있었다.
과거 아벨슨이 대륙을 돌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던 시절 맺은 인연이었다.
“작은 성녀님께서 반역을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을 때. 저는 믿지 않았습니다. 불경한 생각인 걸 알지만… 무언가 오해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트라니오 주교의 주름진 얼굴은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제가 말씀드린 그대로예요.”
아벨슨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을 상세히 설명했다.
마족의 계략.
사령술로 만들어진 대규모 언데드 군단.
그것을 처치하고 살아남은 아벨슨.
물론, 최현석에 대한 이야기는 숨겼으나 그렇다고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니었다.
“저는 배신자가 아니에요. 주교님 말씀처럼 오해로 인해 도망자 신세가 됐고. 그러던 차에 마을의 위험을 알게 된 것뿐.”“그렇다면 이건 무엇입니까.”
트라니오 주교가 통신구 하나를 내밀었다.
아벨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게 아직도 안 깨지고 있었다니…’
레이드런이 건네준 통신구였다.
그 치열한 전투 와중에 어떻게 저게 부서지지 않았는지 의문이었다.
트라니오 주교가 말을 이었다.
“조사해 보니 마기를 사용하는 사특한 물건입니다. 게다가 아주 상등품일 것으로 추정된다는군요.”
“그래서요?”
“이게 어째서 작은 성녀님과 함께 발견된 겁니까…”“저는 모르는 일이에요. 어쩌면 그곳에 있었던 마족이 지니고 있던 물품일지도 모르죠.”
이번만은 아벨슨도 거짓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저는 도망자 신세고… 이렇게 붙잡혔네요.”
아벨슨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트라니오 주교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이제 저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포박해서 수도로 보낼 건가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묻는 것이었다.
트라니오 주교는 대답하지 않고 입을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
“…”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그가 마침내 입을 뗐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믿지 않았습니다. 작은 성녀님께서 마족의 편에 서다니.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작은 성녀님께서 이곳을 떠나실 수 있도록.”
아벨슨은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이야기였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제 모습을 봤어요.”
“알고 있습니다.”
“저를 놓쳤다고 하면 위에서 징계가 내려올 거예요. 어쩌면 트라니오 주교님도….”
반역자로 몰려 죽을지도 모른다.
아벨슨은 뒷말을 삼켰다.
트라니오 주교가 그녀의 손을 붙잡은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이렇게라도 작은 성녀님이 무사하신 걸 보니 마음이 놓일 따름입니다.
“…”
“저는 어차피 늙은 노구일 뿐입니다. 매일 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날만을 기다리는 제가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주교님…”
아벨슨은 갈등했다.
거절해야 한다.
자신이 살겠다고 트라니오 주교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으면 자신은 죽는다.
어쩌면 최현석에 대한 정보까지 들킬 가능성이 컸다.
교황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원하는 것을 알아낼 테니까.
‘어떻게 해야…’
그녀가 주먹을 꽉 쥐던 그때.
심문실 문이 덜컥 열렸다.
트라니오 주교가 짐짓 노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입니까? 아무도 들이지 말라 했을 텐데요.”
들어선 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었다.
그가 트라니오 주교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까딱였다.
“나가주시오.”
“당신이 누구길래….”“교황 성하의 명이요.”
그가 품에서 무언가를 내밀었다.
트라니오 주교는 유심히 그것을 들여다봤다.
‘이건 교황 성하의…’
교황의 직인 찍힌 명패와 명령서다.
이 남자는 교황의 명을 수행 중인 것이다.
남자가 물건들을 품에 다시 넣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반역자 아벨슨 마리어트의 신병을 인계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