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48)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48화(148/273)
코르칸은 귀를 의심했다.
지금 저 배교자들이 무어라 지껄였지?
쓰레기? 범죄자?
분노보다는 황당함이 밀려왔다.
“데우시스 교와 신성 제국 가트렌을 배반한 것도 모자라 인류에게서까지 등을 진 최악의 폐기물들이 지금 누구에게 그딴 말을 지껄이는 거냐.”“폐기물이라니 말이 심하네. 저 친구는 갱생하는 게 쉽지 않겠어.”
최현석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능청을 떠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증스러웠다.
하나, 코르칸은 화를 내는 대신 웃었다.
“크하하하!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주제도 모르고 나불거리는 네놈을 보아하니. 앞으로가 기대돼!”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란 말인가.
코르칸은 비록 혼자였지만, 절대로 질 수가 없었다.
‘이미 제국의 정보부에서 최현석의 전력은 모두 파악했다.’
얼마 전, 신성 제국의 두 영웅이 죽었다.
바이런 하네와 워스턴 게스레드.
붉은 악몽 레이드런을 사로잡기 위한 작전에서 전사한 영웅들이다.
신성 제국 가트렌은 그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사후 분석을 진행했다.
‘그때 전투는 붉은 악몽 레이드런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패착이었지.’
제국은 충분한 전력을 파견했다.
문제는 레이드런의 실력이 예상보다 너무 뛰어났다는 것.
뒤이어 나타난 최현석도 분명한 실패 요인이긴 하지만, 애초에 그런 만일의 상황까지 감안해서 파견한 전력이다.
레이드런의 전력 분석만 제대로 됐다면 절대 실패할 리가 없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 전투에서 최현석의 전력 또한 완벽히 분석이 끝났다는 것이다.
‘파악된 최현석의 전력은 중견 영지의 기사단장 급. 아직 한 달이 채 흐르지 않았으니 비상식적인 성장 속도를 감안하더라도 내가 패배할 가능성은 없다.’
중견 영지의 기사단장이 약한 것은 아니다.
어디를 가든 대접받고 호의호식할 수 있는 실력자임은 확실하다.
하나, 코르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코르칸은 준영웅으로 불릴 만한 무력을 지니고 있다.
몇 년 안으로 영웅이 될지도 모르는 강자.
일개 기사단장 수준에서 어떻게 해볼 위치가 아닌 것이다.
‘당시 전투에는 거대 마수도 있었다만, 지금은 보이지 않고. 아벨슨은 애초에 전력 외니 변수도 없군.’
완벽하다.
이 정도면 그리 어렵지 않게 저 배교자들을 제압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던 때에 최현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전투력 구만칠천이라. 딱히 어렵지는 않겠네.”
최현석도 나름대로 전력 분석을 하고 있었는 듯했다.
전투력이란 단어를 들은 코르칸이 아는 체를 했다.
“전투력? 용사 놈들이 보는 수치를 말하는 건가?”“오, 알고 있었어?”
최현석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용사가 아니면서 전투력 수치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코르칸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구만칠천이라는 수치는 얼마나 높은 거지?”
코르칸이 물었다.
그도 전투력이란 것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기에,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했다.
내심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저놈이 무슨 반응을 보일까.
그런데 들려오는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었다.
“좆밥이지.”
“뭐라…?”
“내 기준, 전투력 십오만 밑으로는 어깨에 힘주고 다니면 안 돼. 그런데 십만도 안 되는 새끼가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어?”
최현석이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는 모른다.
다만,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빨리 친구든 부하든 잔뜩 불러. 너 하나 잡아서는 경험치도 별로 안 줄 것 같으니까.”“헛소리하지 마라!”
코르칸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도저히 못 들어주겠군. 당장 네 산만한 입을 꿰매주지!”
코르칸이 땅을 박차고 달려갔다.
‘건방진 놈. 격의 차이가 뭔지 보여주마.’
코르칸은 사냥개다.
신성 제국의 사냥개는 마족이 아닌 같은 인간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
때문에 일반적인 기사와는 전혀 다른 훈련을 받는다.
인간을 상대로 하는 대인전이 훈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훈련 과정에는 기사라면 상상할 수 없는, 치졸하고 잔혹한 수까지 포함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 집단 안에서도 엘리트로 여겨졌던 코르칸은 강할 수밖에 없다.
조건과 상황만 갖춰진다면 어지간한 영웅도 이길 수 있을 만큼.
‘시작은 가볍게 가지.’
코르칸의 마력이 활성화됐다.
가트렌 신성 검술
제1형 – 신격
순간 코르칸의 신형이 늘어진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가속됐다.
동시에 그의 검이 사선으로 강하게 내리쳐졌다.
‘호오, 피했어?’
검은 최현석의 육체를 가르지 못했다.
그저 옷자락을 스쳐 갔을 뿐.
정면에서 들어간 정직한 공격이라 해도, 이만한 속도를 피했다는 것은 제법 놀라웠다.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는지 보….”
그때 코르칸의 안면에 주먹이 날아들었다.
콰직-!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날아든 주먹이라 미처 피하지 못했다.
고개를 틀어 충격을 흘려냈음에도 머리가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퉤!”
침을 뱉자 붉은 피가 섞여 나온다.
코르칸이 사납게 웃었다.
“제법이군.”
“너도. 근래 만난 인간 중에서는 제일 낫네.”“고작 한 대 때렸다고 너무 기고만장하지 마라. 방심했을 뿐이니.”“그래그래. 주둥이로 그만 싸우고 덤비기나 해.”
최현석이 손을 까딱였다.
뻔한 도발이었다.
이전이라면 넘어가 줬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 번의 격돌로 최현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상황.
코르칸의 머리는 한없이 차가웠다.
“흐읍!”
기합과 함께 검이 날아든다.
아슬하게 허공을 가르는 검.
그 틈을 타 주먹이 날아들었다.
한쪽 팔을 들어 주먹을 막고, 동시에 발길질을 날린다.
코르칸의 발을 막은 최현석의 눈에 이채가 띤다.
검을 든 상대가 검 이외의 것으로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웅!
재차 검이 날아든다.
최현석은 마력을 두른 손으로 검을 붙잡았다.
코르칸은 검을 회수하지 않고 놓아버렸다.
그 상태로 상체를 숙였다.
사이렌드 격투술
제5형 – 집요한 죽음
사이렌드 격투술은 오래전 신성 제국의 적이었던 사이렌드 일족에서 사용하던 투기다.
당시 이 투기의 위험성을 느낀 신성 제국은 철저히 짓밟고 투기의 맥을 끊었다고 전해진다.
하나, 그것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일 뿐.
진실은 달랐다.
투기의 효용성을 파악한 제국이 사냥개 내에서도 비밀리에 전해지도록 교육하고 있었던 것이다.
투두두두두두두!
코르칸의 엄청난 속도로 주먹을 연타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막기 힘든 경로.
오직 급소만 노리도록 설계된 치명적인 공격이다.
최현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러나려 했으나, 코르칸의 팔을 붙잡았다.
“도망은 안 되지!”
코르칸의 마력이 다시 한번 들끓는다.
사이렌드 격투술
제3형 – 죽음의 반전
최현석의 팔과 몸을 붙잡고 다리를 걸어 그대로 메어쳤다.
투기를 이용한 강한 움직임이었기에 최현석은 저항하지 못하고 바닥에 내리꽂혔다.
콰앙!
바닥에 거칠게 충돌하며 최현석이 쥐고 있던 검이 허공으로 날았다.
코르칸은 바닥의 모래를 발로 차 얼굴에 뿌림과 동시에 검을 집어 들었다.
가트렌 신성 검술
제5형 – 신성심판
역수로 쥔 검이 수직으로 내리꽂힌다.
최현석은 모래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몸을 틀어 피했다.
콰직, 콰아아아!
검이 꽂힌 땅이 십자가 모양으로 폭발했다.
그 여파까지는 피하지 못한 최현석이 멀리 날아갔다.
“푸하! 이놈 살벌하네.”“아직도 여유로운 척을 하는 건가!”
코르칸은 재빨리 거리를 좁혔다.
회복할 시간을 줘선 안 된다.
이대로 몰아붙여 끝낼 생각이었다.
가트렌 신성 검술
제6형 – 광신의 징벌
가트렌 신성 검술에서 가장 빠르며 화려한 투기.
상대를 몰아붙이는 이 기술은 숙련도에 따라 최소 다섯 번에서 길게는 수십 번까지 검격을 이어간다.
연달아 몇 번이나 검을 휘두를 수 있느냐가 ‘가트렌 신성 검술’ 전체 숙련도의 척도로 여겨질 만큼 대표적인 투기였다.
콰아아!
코르칸의 몸에서 마력이 솟구치고, 검의 폭격이 시작됐다.
초당 5회가 넘는 검격.
눈으로 좇을 수 없을 만큼 빠른 검격이 집요하게 최현석을 쫓았다.
휘익! 탁! 채앵!
최현석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검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살핀다.
피하고, 막고, 다시 피하고.
일련의 과정들이 엄청난 속도로 반복됐다.
둘 사이에 잔상이 생겨날 정도로 속도가 올라갔다.
‘이놈…’
코르칸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의 눈동자가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전부 피하고 있어…?’
반격조차 하지 않는다.
최현석은 오직 수비에 전념한 채 검을 피하고 막을 뿐이다.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을 것 같나!’
코르칸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라진다.
쏴아아아아아!
휘둘러지는 검으로 인해 바람이 소용돌이쳤다.
31격. 32격. 33격.
불과 몇 초 사이에 서른 번이 넘는 검격이 이어졌다.
최현석은 그 자리에서 모든 공격을 회피했다.
처음에는 검이 최현석을 스쳤으나, 이제는 그의 옷깃조차 베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어!’
눈동자의 흔들림이 심해진다.
그에 맞춰 검 끝도 함께 흔들렸다.
하지만, 공격을 멈추지는 않았다.
47격. 48격. 49격.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코르칸이 최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은 55격이 마지막.
원래 여기까지 오기 전에 최현석은 죽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턱.
최현석이 코르칸의 공격을 차단했다.
검이 휘둘러지기 전에 손목을 낚아챈 것이다.
코르칸의 눈이 크게 떠지고, 최현석은 씨익 웃었다.
“혹시 이게 끝이야? 그럼 실망인데.”“우,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코르칸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무려 50번이 넘는 검격이다.
불과 몇 초 만에 날아간, 무시무시한 속도의 검격.
마구잡이로 휘두른 것도 아니다.
제국의 오랜 역사 동안 수정, 보완돼 만들어진 최적의 경로를 따라 휘둘러졌다.
가장 범용성이 좋고 완성도 높은 투기 중 하나라 평가받은 가트렌 신성 검술이니만큼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스치지조차 못하다니.
이건 뭔가 잘못됐다.
“이제 보니 이거 완전 잡기술 파네.”
“자, 잡기술…!?”
코르칸이 어금니를 으득 깨물었다.
“까불지 마라! 이제 시작이다!”
코르칸의 마력이 다시 끓어오른다.
가트렌 신성 검술
제4형 – 거룩한 발걸음
그의 몸이 하얗게 빛나며 사방으로 잔상이 뻗어나갔다.
수많은 잔상이 최현석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시야를 어지럽힌다.
가트렌 신성 검술
제3형 – 빛의 파도
잔상들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옆으로 크게 베어지는 횡 베기.
사방을 공격하는 범위계 투기였다.
“어디로 날아오든 수평이면 페이크 의미가 없는데?”
최현석은 마치 묘기를 하는 것처럼 몸을 거꾸로 뒤집어 피해냈다.
코르칸은 멈추지 않았다.
가트렌 신성 검술
제2형 – 신성한 승천
어느새 다가온 그가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검을 쳐올렸다.
경로를 따라 강한 마력이 쏘아진다.
최현석은 몸을 뒤집은 상태에서 빙글 돌며 피해냈다.
가트렌 신성 검술
제1형 – 신격
처음에 사용했던 투기 신격.
순간적으로 돌진하며 적을 내리치는 투기다.
이번에는 이전처럼 정면이 아닌, 최현석의 뒤쪽에서 공격이 이뤄졌다.
“죽어라!”
최현석은 재빨리 몸을 비틀어 피했다.
검이 피부를 스치기는 했으나, 말 그대로 스쳤을 뿐.
치명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역시 잡기술이야.”
“네, 네놈이 끝까지…!”
코르칸이 최현석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마음 같아선 당장 찢어발기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다.
‘마, 마력이…’
잠깐 사이에 얼마나 많은 투기를 사용한 걸까.
어느새 마력이 절반도 남지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힘을 쏟아내 무력감이 밀려들었다.
어떻게 해도 최현석에게 공격이 닿지 않는 탓에 멘탈도 이미 흔들린다.
“야.”
그때 최현석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것저것 잘 구경했으니까. 보답으로 좋은 걸 보여줄게.”
“뭐…?”
“진짜한테 배운 진짜 투기.”
최현석이 씨익 웃으며 자세를 잡았다.
코르칸의 미간이 잔뜩 좁혀진다.
‘저건… 마기!’
최현석은 마기 사용자다.
전투 내내 마기는커녕 마력조차 제대로 쓰지 않아서 잊고 있었다.
“잘 들어.”
“…”
“진짜는 강하다.”
최현석의 몸에서 들끓던 마기가 한순간에 폭사됐다.
한계까지 당겨진 용수철이 풀리는 것처럼.
최현석의 주먹이 빛처럼 쏘아졌다.
레이드런식 격투술
제1형 – 초전박살(初戰搏殺)
마기의 폭풍이 날아간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코르칸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무슨 수를 쓰든 저 거대한 폭풍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까.
‘이건 마치… 악몽 같군…’
너무나도 지독한 악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