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49)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49화(149/273)
“어라? 죽었네.”
최현석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바닥에 쓰러진 코르칸은 가슴이 뻥 뚫려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호적수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갈 줄은 몰랐다.
“힘을 좀 많이 쓰긴 했는데 한 방에 죽을 정도인가?”“마력으로 안 막고 그냥 맨몸으로 받아낸 것 같아요.”
라헬이 코르칸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용사님의 힘에 압도돼서 막을 생각조차 못 한 거죠!”“흐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내가 좀 대단하긴 했으니까.”
용사와 전담 요정이 헛소리를 하던 그때.
귓가로 알람이 들려왔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최현석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뭐야. 기대 안 했는데, 3레벨이나 올랐네.”“에이 그 정도는 당연한 거죠.”“그래? 제법 강하긴 했는데 3레벨이나 오를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전투력이 비슷하잖아요. 용사님 수준 정도 되면 비슷한 신체 스펙을 가진 적을 찾는 것도 힘들다구요.”
“아, 하긴.”
지금까지 워낙 괴물들과 지내다 보니 잊고 있었다.
평범한 세상에서는 전투력 10만 언저리의 괴물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인간 병기라 불리는 기사의 전투력도 대개 1~2만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크왕!”
그때 보보가 아벨슨의 품에서 내려오더니 코르칸에게 다가갔다.
보보의 입이 크게 벌어지고.
콰직!
그대로 코르칸의 시체를 삼켰다.
자기보다 몇 배는 커다란 코르칸을 어떻게 삼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체가 사라진 건 좋은 일이다.
“좋아! 증거 인멸까지 완벽해.”
최현석이 보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아 들었다.
“슬슬 벗어나죠. 여기 오래 있어서 좋을 건 없으니.”
“네…”
고개를 끄덕이는 아벨슨의 얼굴이 어두워 보인다.
최현석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으나, 모른척해 주었다.
굳이 아픈 부분을 헤집을 필요는 없다.
“그럼 출발합니다!”
“오예!”
최현석이 힘차게 소리치고, 라헬이 호응한다.
용사 파티의 위태한 여행길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
적의 포위망을 벗어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코르칸이 당했다는 걸 눈치챈 적이 극도로 몸을 사렸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집요하게 추적이 따라붙는다는 것.
“용사님! 11시 방향이랑 5시 방향!”“아, 진짜 귀찮아 죽겠네.”
최현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숲을 질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 위에 매복해 있는 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히익…!”
발각되리라 생각지 못했는지, 놈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최현석은 다시는 쫓아오지 못하도록 머리를 날려주었다.
“경험치도 안 되는 놈들이 왜 이렇게 졸졸 쫓아오는 거야.”
그들은 모두 신성 제국 가트렌의 사냥개들이었다.
전투력은 2~3만으로 제법 강하긴 했지만, 지금 최현석에게는 몸풀기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열 명을 넘게 처리해서 겨우 레벨이 하나 올랐을 정도.
“하나 처리할 때마다 숨바꼭질을 해야 하니 영 수지타산이 안 맞아.”“용사님! 지금 그걸 걱정할 때예요? 계속 이렇게 추적이 붙었다간 진짜 강한 놈이 찾아올 거라구요!”
“아! 그러네.”
놈들이 이렇게 집요하게 따라붙는 것은 아벨슨과 최현석의 위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계속 이렇게 위치가 발각된 상태라면, 언젠가는 강자가 찾아올 것이다.
그 전에 추격을 뿌리칠 필요가 있었다.
“코르크인가 뭔가가 당했으니 그놈보다는 훨씬 센 놈으로 보내겠지.”“맞아요. 다음에 오는 적은 그놈처럼 간단하게 처리하기 힘들 거예요. 전설이라도 오면 그대로 껙!”
라헬이 손으로 목을 그으며 죽는 시늉을 했다.
“전설이 그렇게 널려 있어?”“그건 아니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요.”
“흐음…”
확실히 이대로는 안 된다.
라헬의 말대로 위험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하루 종일 따라붙어서 감시하고 틈만 나면 기습을 하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어쩔 수 없지. 그 수를 수는 수밖에.”
최현석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라헬과 아벨슨은 그를 돌아봤다.
“뭔가 방법이 있나요?”“아벨슨 씨. 제 등에 업히시죠.”
“네…?”
최현석이 선택한 방법은 간단했다.
‘압도적인 속도로 못 쫓아오게 달리면 그만이지.’
체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 몇 시간이고 달린다.
아무리 아벨슨과 보보를 안고 뛰는 것이라 해도 신체 능력이 압도적인 상황이었기에 거리낄 게 없었다.
[ 크레피터스 모드 ]최현석의 손과 종아리 뒤에 마치 분화구와 같은 기관이 생겨났다.
“조절이 미숙하니 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꽉 잡으세요.”
“자, 잠깐…!”
“출발합니다!”
순간 마기가 폭발하며 최현석이 하늘로 날았다.
“꺄아악! 용사님! 너무 신나요!”
최현석의 옷자락을 붙잡은 라헬이 깔깔대며 웃었다.
그에 반해, 등에 업힌 아벨슨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너, 너무 빨라요! 조금만 천천히…”“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최현석이 씨익 웃고는 본격적으로 출력을 올렸다.
콰아아아아!
최현석, 아벨슨, 라헬, 보보가 한 덩어리로 뭉쳐져 빛처럼 쏘아진다.
지상에서 그들을 쫓던 사냥개들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저게 뭐야…”
“보고서를 작성해라. 놈의 새로운 능력이다.”“하아, 또 참회실행인가. 이젠 지긋지긋하다.”
사냥개들은 풀이 죽은 채로 복귀를 준비했다.
***
키아란.
사냥개 소속인 그는 최근 교황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기존의 심복 엘론드 추기경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그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졌다.
권력의 최중심부.
신이나 다름없는 교황을 곁에서 보좌하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 최근 들어 그에게 큰 문제가 들이닥쳤다.
중요한 작전이 연달아 실패한 것이다.
특히나 최현석과 아벨슨 마리어트에 관련된 일은 단 한 건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건 정말 큰일이군.’
같은 사냥개 소속인 코르칸이 죽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코르칸은 사냥개 내에서도 유능한 엘리트였기에 이는 중대한 사안이다.
심지어 다 잡았던 최현석과 아벨슨 마리어트도 놓쳤다.
이 사태를 보고하면 어떻게 될까.
교황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참회의 시간을 가지고 이전처럼 사냥개 본래의 임무로 돌아가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것은 좋게 생각했을 경우고.
자칫하면 무능한 자로 낙인찍혀 숙청될지도 몰랐다.
수족이나 다름없던 추기경 엘론드도 내쳤던 교황이다.
키아란 또한 결국 하나의 부속품일 뿐.
교황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대체될 것이다.
어쩌면 이미 다른 부속품을 구했을지도 몰랐다.
‘이러나저러나 보고는 해야겠지.’
키아란이 어두운 얼굴로 교황 전용 예배실의 문을 두드렸다.
“키아란입니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새하얀 의복을 입은 노구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이제는 기도하는 척도 하지 않는군.’
예전의 교황은 항상 무릎을 꿇고 예배를 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교황 오르반이 의자를 돌려 키아란을 바라봤다.
“보고입니까?”
“예.”
“최현석과 아벨슨을 놓쳤다는 이야기를 하러 왔군요.”
순간 키아란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걸 어떻게 알지…?’
이 보고는 방금 막 전달된 사안이다.
총 책임자가 키아란인 만큼, 그가 보고하기 전에는 교황이 모르고 있어야 정상이다.
하나, 교황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더불어 코르칸 경도 죽었다지요.”
“맞습니다…”
“젊고 유능한 인재였는데, 안타깝군요. 제국의 별이 또 하나 졌습니다.”
“예…”
키아란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누구지? 누가 교황에게 먼저 보고를…’
이번 작전에 참여하는 이들은 사냥개 내에서도 키아란의 직속 부하뿐이었다.
그런데도 자신과 동시에, 혹은 자신보다 먼저 교황의 귀에 정보가 흘러 들어갔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설마…’
키아란이 어금니를 꽉 깨물던 그때.
교황이 입을 뗐다.
“저는 키아란 경을 믿었습니다. 머리가 비상하고 눈치가 빠르며 실행력도 뛰어났기 때문이지요. 한 분야의 천재는 아니지만, 모든 방면으로 뛰어난 수재였기에 더욱더 적임자라 생각했습니다.”
“…”
“그런데 최근에는 실망스러운 소식밖에 가져오지 않는군요. 경에 대한 내 판단이 잘못된 것이었습니까?”
“그것은…”
키아란은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교황이 끊어냈다.
“키아란 경.”
“예.”
“살고 싶습니까?”
키아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를 마주하는 교황의 눈은 주름에 파묻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늙은 노구에 불과하나, 그 눈빛은 상대의 심장을 후벼파는 듯한 예기(銳氣)를 머금은 채였다.
키아란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호흡이 가팔라지는 게 느껴졌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교황 오르반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최현석의 성장 속도가 예상 범위를 계속해서 뛰어넘고 있어요. 더는 시간을 줘서는 안 됩니다.”
“예…”
“경에게 추가로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한 달 안에 처리하세요.”
“감사합니다!”
키아란이 환호했다.
앞으로 한 달.
최현석의 목적지는 대략 나온 상황이다.
여기서 추가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반드시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대신 타국에서 진행하는 작전인 만큼 잡음이 없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물론입니다!”
“그럼 가보세요.”
키아란이 고개를 깊이 숙이고 떠나갔다.
예배실의 문이 닫히고.
교황이 한숨을 내쉬었다.
“쯧, 이렇게 인재가 없어서야. 어찌 대업을 마음 놓고 진행하겠습니까.”
“송구합니다.”
예배실에는 교황 혼자뿐이었으나, 허공에서 대답 소리가 들려왔다.
교황은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동 경로상 그들의 행선지가 마리어트 왕국인 것으로 짐작됩니다. 마리어트 왕국에 연락해 조치를 취해 두세요.”
“예.”
“그리고 정보부도 한번 물갈이를 해야겠습니다. 붉은 악몽 작전 때부터 해서 제대로 맞는 일이 없습니다.”“한 번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국 정보부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타국과 마왕군의 전력 분석이다.
특히나 요주의 인물로 손꼽히는 레이드런과 최현석의 전력은 굉장히 중요한 것인데,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아, 마지막으로…”
교황이 무언가 생각하는 듯 잠시 말을 끊었다.
그만큼 다음으로 꺼낼 사안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마기와 사령술에 관한 건은 어떻게 됐습니까?”“수도를 중심으로 제국의 전 영토를 조사 중입니다.”“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타국에 정보가 흘러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처리하세요. 언젠가 그들이 궁지에 몰린다면 우리 제국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명심하겠습니다.”
마왕군에서 준비한 회심의 반격.
교황은 그것을 역으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마왕군은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다. 지금은 놈들이 파놓은 계략을 이용할 때.’
교황은 제국이 대륙을 집어삼킬 그 날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
“후우, 이쯤 되면 추적은 따돌린 것 같네요.”
최현석이 가볍게 호흡을 정돈했다.
마기 소모가 극심한 크레피터스 모드로 오랜 시간 이동한 탓에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마리어트 왕국까지는 얼마나 남았습니까?”“지도가 없어서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일단 왕국의 영토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아요.”
“오, 그렇습니까?”
최현석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드디어 긴 여정의 끝이 다가온 것이다.
“아마 길어도 나흘 내로는 도착할 거예요. 방향만 정확히 잡는다면.”“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좀 쉬도록 하죠.”
최현석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피곤하네.’
뒤늦은 피로가 몰려온다.
사령술로 되살아난 전설 로파르 도저와 싸우고.
부상이 채 회복되기도 전에 이동해 아벨슨을 구출하고 전투를 벌였다.
거기서 추격을 뿌리치느라 또다시 무리하게 움직인 상황.
아무리 최현석이라도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후아…”
“용사님. 많이 힘드세요?”“괜찮아. 한숨 자고 나면 개운해질 거야. 그나저나…”
최현석이 아벨슨을 돌아봤다.
피곤한 와중에도 해야 할 일이 생각난 것이다.
“아벨슨 씨. 혹시 통신구 있습니까?”
“네. 여기.”
레이드런이 건네주었던 통신구.
그것을 받아 든 최현석이 유심히 살펴봤다.
‘연락을 하는 게 맞겠지.’
이번부터 머릿속을 떠돌던 사안이다.
마을에서 사령술을 사용했던 마족, 잘무스를 만났을 때.
제4군단 소속이었던 놈에게 박현아의 수하냐고 묻자 놈이 버럭 소리를 치며 말했다.
“그년은 군단장이 아니야!”“당연히 오닉스 님이지. 진정한 4군단장은 그분뿐이라고!”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후우, 어차피 그 계집은 조만간 죽을 예정이야. 아니, 오닉스 님의 충성스러운 부하가 되겠지.”
이 정도까지 듣고 그냥 넘기기에는 어딘가 께름칙했다.
‘그래도 나름 도와준 인연도 있고 하니… 알려줘야겠지,’
정황상 박현아에게 위기가 들이닥칠 게 분명하다.
더 늦기 전에 연락을 하는 게 좋으리라.
한데, 커다란 문제가 하나 남았다.
“이거 어떻게 사용하지?”
최현석은 통신구의 작동법을 모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라헬이 통신구 위로 올라왔다.
“이건 마기로 작동시키는 거죠!”“그냥 마기를 넣으면 돼?”“그럴 리가! 용사님. 생각이란 걸 해보세요. 이게 무슨 장난감도 아니고 막무가내로 마기를 쑤셔 넣는다고 작동이 되겠어요? 잘못하면 그대로 부서질걸요?”
그냥 안된다고 한마디 하면 될 걸 꼭 길게 주절거린다.
최현석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가 힘을 풀었다.
화를 내기보다는 일단 통신구의 사용 방법을 알아내는 게 먼저다.
“그럼 어떻게 쓰는데?”
라헬이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흐음…”
턱을 쓰다듬으며 인상을 쓰던 그녀가 돌연 빙긋 웃었다.
“저도 몰라요!”
“…”
“마기 사용법 따위 알 게 뭐야!”“그래. 네가 알 바 아니지.”
최현석이 손가락으로 라헬의 멱살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
라헬이 기겁하며 발버둥 친다.
“으악! 폭력 용사다! 용사가 전담 요정을 때린다! 남자가 여자를 때려!? 어어, 살려주세요! 동네 사람들 나 좀 살려… 꺄아앗!”
언제나 매를 자처하는 라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