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66)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66화(166/273)
“죽어라! 인간 죽어야 카드락이 산다!”
카드락이 눈을 까뒤집힌 채로 날뛰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마족이었으나, 생에 대한 집착은 그 어떠한 마족보다 강한 듯했다.
‘시발… 괜히 주둥이년 말했다가 일만 키웠네.’
박현아가 매섭게 몰아치는 몽둥이를 피했다.
얼마나 위력이 강한지, 몽둥이를 피해도 풍압으로 몸이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어느새 마수들도 꼬리를 말고 도망친 상황.
박현아의 미간이 잔뜩 좁혀졌다.
‘근접전으로 승부를 내긴 힘들겠어.’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애초에 박현아의 장기는 근접전이 아닌 마법이다.
뒤에 있는 최현석 일행에게 놈의 시선이 가지 않도록 묶어둬야 했기에 거리를 벌릴 수도 없었다.
“죽어라! 헤미스 무섭다! 죽어라!”
카드락의 피부가 점차 붉게 변하고 있었다.
플로모트 사용의 전조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고 강력해지는 카드락.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했다.
“야!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뒤로 빠져!”
“옙!”
“더 멀리! 그냥 튀어!”
“알겠습니다!”
떨어진 곳에서 구경하던 최현석과 일행이 완전히 사라졌다.
다행히 카드락은 일행에게 관심을 끄고 오직 박현아만을 노렸다.
최현석이 완전히 물러난 것을 확인한 박현아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마법을 사용하려면 놈에게서 거리를 벌릴 필요가 있었다.
“인간! 도망칠 수 없다!”
순간 카드락의 허벅지가 부풀어 오르고, 두 발이 힘껏 지면을 박찬다.
쿠웅!
지면이 갈라지며 카드락이 미사일처럼 솟아올랐다.
“뭔 놈의 돼지가 하늘을 날아!”
박현아가 다급히 마력으로 보호막을 만들었다.
“인간! 죽어라!”
보호막 위로 몽둥이가 떨어지고.
콰앙!
박현아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지상에 내리꽂혔다.
“하아, 진짜 개 같네…”
박현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몸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플로모트 쓰는 새끼들은 싹 다 잡아 족쳐야 해.”
목숨을 걸고 사용하는 투기 플로모트.
어지간한 마족은 사용조차 못 하고,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실력이 있다면 굳이 쓰지는 않는다.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지금도 박현아가 도망치며 시간을 끈다면 결국 카드락은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이미 오크 따위에게 맞았다는 사실에 열이 오를 대로 올랐다.
“후우…”
박현아의 몸에서 마력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사이 지면으로 내려온 카드락이 땅을 박차며 달려왔다.
놈의 피부는 완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고, 몸에서는 김이 올라왔다.
완벽히 플로모트 2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돼지. 주둥이 년이 무서운 건 알겠는데 말이야.”
매섭게 달려오는 붉은 돼지를 보며 손을 뻗는다.
“적당히 까불었어야지. 새꺄.”
“크아아아아!”
카드락의 몽둥이가 내리쳐지기 직전.
박현아의 마법이 완성됐다.
상급 용사 마법
일점 폭발(Point explosion)
박현아의 손끝에서 작은 구체가 쏘아졌다.
코앞에 있던 카드락은 그것을 피하지 못했고, 이내 구체가 카드락의 복부와 닿았다.
펑!
그리 큰 소음은 아니었다.
담겨 있는 마력에 비해 폭발의 규모도 작다.
하지만, 위력은 수준급이었다.
“카아아악!”
카드락이 피를 흩뿌리며 날아간다.
쿠웅! 쿠웅! 쿠웅!
날아가던 경로에 있던 나무를 세 개나 박살 내고 나서야 카드락은 멈춰 설 수 있었다.
“크응! 아프다!”
플로모트를 사용한 와중에도 고통이 느껴질 만큼 커다란 충격이었다.
누가 뜯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카드락의 복부가 뭉텅 잘려나갔다.
“아파도 움직인다! 인간 죽인다!”
하나, 카드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복부의 상처도 전투에 지장이 갈 만큼 치명상은 아니었다.
카드락이 눈알을 굴리며 박현아를 찾았다.
“인간! 어딨냐! 나와라!”
그 순간 위쪽에서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거대한 불덩이가 타오르는 게 보였다.
제법 거리가 있음에도 땀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엄청난 열기.
박현아는 그 불덩이 옆에 서 있었다.
“잘 가라.”
박현아가 손가락을 튕기고.
불덩이가 낙하하기 시작했다.
최상급 용사 마법
태양 폭발(Sunburst)
카드락은 마치 태양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불덩이가 너무 거대해 피하는 건 무리였다.
카드락이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카드락은 죽지 않는다!”
놈의 몽둥이에 진득한 마기가 모여들었다.
“카드락은… 살아남는다!”
이내 몽둥이와 태양이 격돌했다.
구구구구…!
카드락은 필사적으로 몽둥이를 움켜쥐었다.
엄청난 압력에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뜨거운 열기에 피부가 타오른다.
“크아아아아!”
카드락이 괴성을 내지르며 온 힘을 다해 불덩이를 밀었다.
하지만, 지름이 수십 미터는 되는 거대한 마력 덩어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화르륵!
설상가상으로 수백 년을 함께한 몽둥이마저 불타기 시작한다.
“카드락은…!”
카드락이 울부짖고.
태양이 카드락을 삼켰다.
***
최현석과 일행이 입을 쩍 벌리며 하늘을 응시했다.
“워어…”
거대한 구체가 떨어진다.
타오르는 열기는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느껴질 정도로 뜨거웠다.
“저 마법. 그거지? 용사들한테 사용했던.”
과거 마리어트 왕국 수도 스콜본에서 일행은 신성 제국의 함정에 빠져 결계에 갇힌 적이 있었다.
그때도 박현아는 거대한 불덩이를 소환해 사용해 결계를 깨뜨렸다.
“같은 마법은 맞지만, 담고 있는 마력이 훨씬 더 커요.”
“그래?”
“네. 저만한 마법이면 도시는 무리더라도, 어지간한 마을 정도는 단숨에 소멸시킬걸요?”
“그 정도라고!?”
최현석이 깜짝 놀라 라헬을 바라봤다.
고작 마법 한 방에 마을이 통째로 날아가다니.
투기로는 엄두도 못 낼 위력이었다.
‘지금이라도 투기가 아니라 마법을 배워야 하나…’
최현석이 심각하게 투기의 실용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쿠구구구…!
타오르는 구체가 지면과 맞닿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아-!
폭발의 후폭풍으로 인해 돌풍이 몰아쳤다.
커다란 나무가 기울어질 정도로 거센 바람이었다.
아벨슨이 보호막을 만들어 일행을 보호했다.
퉁, 투웅! 콰앙!
보호막 위로 돌멩이나 나무 따위가 날아와 부딪힌다.
잠시 후, 폭발의 바람이 잠잠해지고.
드러난 것은 지름이 일 킬로미터는 넘을 듯한 거대한 크레이터였다.
“허…”
크레이터 안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근방의 나무는 모조리 뽑힌 듯했다.
가공할만한 위력에 일행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기 있었냐.”
저 멀리서 날아오는 박현아를 보며 최현석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누님! 오셨습니까!”
“됐고, 따라와.”
“옙!”
최현석과 일행은 바짝 군기가 든 상태로 박현아를 따랐다.
폭발의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그 여파를 여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 거 한 방 맞았다간 뼈도 못 추리겠네…’
최현석은 절대 박현아에게 반항하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다짐했다.
“저거 보여?”
그사이 폭발의 중심에 도착한 박현아가 크레이터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최현석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거 살아있는 겁니까?”
크레이터 한가운데에 오크 카드락이 있었다.
전신에 화상을 입은 놈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는데, 얼마 안 가 죽을 것 같았다.
“저걸 맞고도 살아있다니. 진짜 괴물은 괴물이구나…”“네가 가서 마무리해.”
“예?”
“막타 치라고.”
막타를 치란 말에 최현석이 눈을 끔뻑였다.
“그래도 됩니까? 막타 경험치가 엄청 큰 걸로 알고 있는데.”“대충 3분의 1이긴 한데, 어차피 내가 먹어봤자 별 차이도 없어. 잘해야 레벨 하나 더 오르려나. 그럴 바엔 네가 먹어서 레벨 잔뜩 올리는 게 낫지.”
예상치 못한 배려에 최현석이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누님…!”
“징그러우니까 그딴 표정 짓지 마라.”
“감사합니다!!!”
“됐고 빨리 가기나 해! 저 돼지 조만간 죽을 것 같으니까.”
“옙!”
최현석이 재빨리 크레이터 안으로 들어가 카드락 앞에 섰다.
가까이서 본 놈의 상태는 멀리서 봤던 것보다 훨씬 처참했다.
“헥, 헤엑… 켁! 헥… 헤엑…”
당장에라도 끊어질 듯 위태로운 호흡.
양팔은 완전히 사라진 채였고 녹아내린 살점이 눌어붙어 그로테스크한 광경을 연출했다.
“카학, 카드락흔… 사, 사할…”“죽어서는 좋아하는 과일 잔뜩 먹어라.”
최현석이 주먹에 마기를 실었다.
마지막 가는 길은 고통 없이 보내줄 생각이었다.
레이드런식 격투술
제7형 – 격괴작파(擊䂷炸波)
묵직한 주먹이 떨어지고.
콰아아!
카드락의 머리가 박살 났다.
단숨에 머리가 날아갔으니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을 것이다.
[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끝없이 들리는 레벨업 알람.
상태창을 확인해보니 무려 23레벨이 올라 있었다.
“허… 진짜 엄청나네.”
도대체 이 돼지 오크의 정체가 뭐길래 이런 경험치를 주는 걸까.
최현석은 카드락의 정체에 대해 고민하며 돌아왔다.
그를 보며 박현아가 씨익 웃었다.
“달달하냐?”
“예. 너무 달아서 이가 썩겠습니다.”
최현석도 마주 웃어주었다.
“그나저나 저놈 정체가 뭡니까? 한 번에 23레벨이나 올랐습니다. 이 정도면 영웅을 잡았을 때보다 몇 배는 경험치를 많이 준 것 같은데…”“마왕군 부군단장.”
“예?”
“정확히는 주둥이가 있던 제3군단의 부군단장이지.”
뜬금없이 나온 헤미스에 일행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왕군 부군단장이 왜 이런 데 틀어박혀 있는 겁니까?”“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주둥이가 괴롭혔나 봐. 그년이 예전부터 멍청한 놈들 싫어하는 걸로 유명하잖아.”
“아…”
최현석은 보지 않아도 상황이 그려졌다.
‘확실히 똑똑해 보이는 놈은 아니었지…’
헤미스는 멍청하고 무능한 지휘관을 싫어한다.
무식하게 힘만 센 오크가 부군단장 자리에 앉아 있었으니,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리라.
“죽기 싫어서 도망친 것 같아. 아마 백 년 이상 여기 틀어박혀 있던 것 같은데, 여전히 주둥이 이름만 들으면 벌벌 떨더라고.”“듣고 나니 좀 불쌍하네요.”
“그러게요…”
일행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곳에 있는 모두 헤미스가 어떤 마족인지 알고 있기에, 카드락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야 인마.”
갑자기 박현아가 험악하게 인상을 구겼다.
“너는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거야?”
“그게…”
“위험하니까 나 없을 때는 조심하라 했지? 엉? 이 새끼가 사람 말을 똥구녕으로 처 듣나!”“사, 사정이 있었습니다!”
최현석은 재빨리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
우연히 노란색 과일이 모여있는 장소를 발견했고.
그 맛에 취해 계속 카드락의 과일을 훔치다가 결국 발목이 잡힌 것까지.
물론, 박현아에게 빼앗길까 봐 그녀가 없는 틈을 노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박현아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아… 그때 미리 주의를 줬어야 하는 건데.”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을 이었다.
“두세바리체. 고대어로 달콤한 탐욕이란 뜻이야.”“그게 그 과일 이름입니까?”
“그래.”
역시나 박현아는 그 노란색 과일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두세바리체에는 마약 성분이 있어. 중독성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섭취에 조심해야 하지.”
“어쩐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과일을 먹을수록 일행이 미쳐가긴 했다.
그때는 단지 과일이 너무 맛있어서 기분이 좋아 그런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신경계에 작용하는 성분이 있었나 보다.
“애초에 워낙 희귀한 놈이라 평생 구경도 못 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네모시트에는 종종 보이더라고.”
“아…”
“아무튼, 앞으로 그거 발견하면 처먹지 말고 나한테 가져라.”
“예…”
“농담 아니다. 그거 먹고 나면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고. 이네모시트에서 헬렐레하고 돌아다니는 건 그냥 죽여주십쇼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알겠습니다.”
최현석이 풀이 죽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나온 과일은 무시하거나 박현아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았다.
“그럼 나는 볼일이 있어서 간다.”
“저. 누님…!”
최현석이 곧바로 떠나려는 박현아를 붙잡았다.
“왜?”
“그게…”
“뭔데. 할 말 있으면 빨리 말해.”
최현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도 마법 좀 알려주시면 안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