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67)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67화(167/273)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예.”
박현아의 미간이 좁혀졌다.
“갑자기 마법은 왜?”“누님이 싸우시는 걸 보니까 투기보다는 마법이 더 강한 것 같아서…”“이건 마법이 강한 게 아니라 내가 센 거야 인마. 네가 지금 마법을 배운다고 이렇게 될 것 같아?”“그건 아닙니다만…”“됐고, 너는 그냥 투기나 익혀. 그게 더 잘 어울려.”
박현아가 냉랭하게 말했다.
최현석은 포기하지 않고 좀 더 어필했다.
“제가 육체파처럼 보이지만, 이래 봬도 마력 컨트롤은 자신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배우기만 하면 분명….”
박현아가 최현석의 말을 끊었다.
“그만그만. 너 잘난 건 나도 안다.”
“…”
“그래. 배울 수 있겠지. 조금만 노력하면 중급 용사 마법 정도는 사용할 거야. 아니, 네 말대로 너는 재능충이니까. 중급이 아니라 상급 용사 마법도 금방 사용할 수 있겠어.”“그런데 왜 안 된다는 겁니까?”“효율이 안 나와 효율이.”
“효율?”
최현석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박현아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 이걸 다 설명하려면 너무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박현아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쉬고. 내일 제대로 설명해줄게.”“옙… 알겠습니다.”
최현석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박현아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
다음 날.
박현아는 약속대로 마법 교육을 시작했다.
교육생은 최현석과 아벨슨.
둘이 바닥에 앉아 똘망똘망한 눈으로 박현아를 바라봤다.
“투기랑 마법의 차이가 뭔지 아냐?”
최현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원거리랑 근거리 아닙니까?”“원거리라고 다 마법이면, 투기 중에 마력 날리는 기술은 뭔데? 그거 전부 마법이냐?”
“음…”
최현석이 입을 닫았다.
생각해보니 레이드런식 격투술, 초전박살만 해도 원거리 타격이 가능했다.
“아벨슨. 알고 있어?”“마력의 가공을 어디서 하냐의 차이입니다.”
“정답.”
박현아가 만족한 듯 미소 지었다.
“투기든 마법이든 근본은 같다. 둘 다 마력이나 마기, 신성력 따위를 사용하지. 그러면 어디에서 차이가 오느냐? 바로 마력의 가공 장소다.”
박현아가 마력을 방출해 허공에 띄웠다.
물, 불꽃, 빛, 어둠.
마력은 시시각각 변했다.
형태뿐만 아니라 크기가 커지기도 했고, 작아지기도 했다.
“보다시피 마법은 신체 외부에서 마력을 가공한다. 자신의 마력을 내보낸 다음 이렇게 외부에서 가공해 형태를 갖추는 거지.”
박현아가 마법을 멀리 날려버렸다.
그리고는 주먹을 들었다.
“그렇다면 투기는 어떤가.”
그녀가 주먹을 뻗자 강한 마력이 쏘아졌다.
쿠웅!
날아간 마력은 근처에 있던 나무를 부러뜨리고는 소멸했다.
“투기는 신체 내부에서 가공을 끝내고 방출하는 형태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마력처럼 보이지만, 더 강한 위력을 내도록 변환된 상태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최현석도 알고 있었다.
지금껏 수많은 투기를 사용하며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범용성으로 따지자면 마법이 훨씬 좋아. 장거리 저격이나 범위 타격, 속성 공격 등등 활용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하거든.”“그러면 그냥 투기보다 마법이 더 좋은 거 아닙니까?”
“아니.”
박현아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순수 마력의 활용성만 놓고 보면 투기가 압도적이야.”
“활용성?”
“신체 외부에서 마력을 가공하는 형태로는 절대 신체 내부에서 가공하는 것만큼 효율을 낼 수 없어.”
최현석의 표정이 여전히 아리송해 보이자, 박현아가 추가적인 설명을 이었다.
“쉽게 말하면 마법이 겉으로 요란해 보여도 실속으로 따지자면 투기가 압승이다. 뭐, 이런 말이지.”“아… 이해는 했습니다.”
최현석이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못 받아들이겠다는 얼굴인데, 눈으로 보여줄게.”
박현아가 다시 마력을 방출했다.
허공에 떠 있던 마력이 뭉치더니 작은 구체의 형체가 됐다.
“이건 정확히 1,000마량으로 만든 마탄이다.”
“마량이 뭡니까?”
“그냥 마력 세는 단위라 생각해.”
“옙.”
“이 1,000마량으로 마탄을 쏘면…”
구체가 빠르게 날아가더니 근처에 있던 바위에 부딪혔다.
쾅!
마탄이 닿은 부분이 움푹 파이며 바위 전체에 실금이 갔다.
“자, 이번에는 똑같이 1,000마량으로 사용하는 투기다.”
박현아가 바위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대로 후려쳤다.
콰앙-!
바위가 폭발하듯 터지며 산산이 조각났다.
“차이가 보이냐?”
“어… 그건 그냥 누님이 강한 거 아닙니까?”
예시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저건 마력 차이가 아니라 그냥 신체 능력의 문제였다.
박현아가 투기 없이 주먹을 휘둘러도 저 정도의 위력은 충분히 나올 것 같았으니까.
“맞아. 내가 강해서 그런 거야.”
의외로 박현아는 순순히 수긍했다.
“1,000마량에 더해 내 근력, 민첩, 체력 수치가 시너지를 일으켜 훨씬 더 강한 위력을 낸다. 여기서 벌써 답 나온 거 아냐?”“듣고 보니 그렇긴 합니다만…”“그리고 애초에 투기의 효율 자체가 높아서 위력이 강할 수밖에 없어. 굳이 내가 아니라 다섯 살짜리 아가를 놓고 했어도 결과는 똑같이 ‘투기 승’이었을 거야.”
이쯤 되면 최현석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파워만 놓고 보면 무조건 투기가 압도적이다. 이겁니까?”
“그렇지.”
박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은 근접 전투에 재능 있는 놈이 굳이 마법을 배워서 마력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나중에 하늘을 난다거나 하는 보조 마법 정도만 배워도 충분하지.”“음… 그래도 원거리나 범위 공격을 하는 마법 정도는 배우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그것도 다 투기로 할 수 있는 영역이야.”“물론 투기로도 가능하긴 합니다만 마법이랑 비교하면…”“아! 됐고 보기나 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 게 낫다 싶었는지 박현아가 자세를 잡았다.
“흡!”
짧은 기합과 함께 돌려차기가 작렬한다.
에쿠트 격투술
제6형 – 칼바람
전방을 향해 날카로운 마력이 쏘아졌다.
“…”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뭘 한 거지?’
최현석이 의아한 표정을 짓던 그 순간.
쿠구구구구-!
굉음과 함께 나무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박현아의 앞으로 무려 백여 미터에 달하는 곳까지, 모든 나무가 반 토막 나며 쓰러졌다.
“같은 양의 마력으로 투기를 쓰더라도 좁은 범위를 타격하냐, 넓은 범위에 타격하냐에 따라 활용성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박현아가 돌아서며 마력을 갈무리했다.
“이게 어려워서 그렇지. 제대로 하면 마법보다 강하고 효율도 좋아.”“아하… 이해했습니다.”“이해했으면 가서 레벨이나 올려 새꺄. 비실비실하게 기본도 안 된 놈이 자꾸 딴 길로 새려고 해.”“하하… 저 누님.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도 되겠습니까?”
“뭔데?”
최현석이 어색하게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투기가 그렇게 좋은데 왜 누님은 마법을 주력으로 하십니까?”
“그건…”
박현아가 돌연 한숨을 내쉬었다.
“용사의 성장에는 한계가 없지만, 개개인이 받아들이고 사용할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예?”
“그냥 그렇게만 알아둬.”
무슨 말인지 잘 이해되지 않았으나, 그녀의 표정이 너무 어두웠기에 최현석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자꾸 헛짓하지 말고 레벨이나 착실하게 올려라. 알겠냐?”
“알겠습니다!”
“명심해. 뭐든 기본이 중요하다.”
“…”
“자꾸 지름길 찾다가 잘못하면 지옥길로 가는 수가 있어.”
박현아가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며 협박인지 조언인지 모를 말을 했다.
“박현아 님.”
그때 숲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박현아도 고개를 까닥이며 아는 체를 했다.
“여, 끝났나 보네.”
“예. 공간 이동 게이트 설치 끝났습니다.”“고생했어. 게이트 안정성은?”
“99%입니다.”
“역시 전문가들이야.”
박현아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최현석이 물었다.
“공간 이동 게이트를 설치한 겁니까?”“어. 너도 조만간 이동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어디로 가는 겁니까?”“때가 되면 다~ 알게 된다.”
박현아가 사람들과 함께 떠나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뺑이쳐라. 나는 확인할 게 있어서 간다.”“예. 다녀오십쇼…”
“하핫! 조심히 다녀오세요!”
어디 숨어있다 나온 건지, 라헬이 날아오르며 힘차게 소리쳤다.
최현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라헬을 바라봤다.
“너는 뭐 하다 이제 나왔냐?”“엣헴! 숨어서 강의를 듣고 있었죠!”“왜 숨어서 듣는데?”
“무서우니까요!”
라헬이 가슴을 활짝 펴며 말했다.
“쓸데없이 당당하지 마!”“악! 왜 때리고 그래요!?”
라헬이 이마를 문지르며 도끼눈을 떴다.
“그나저나 저 박현아란 사람. 대단하긴 하네요.”“그렇지? 대충대충 하는 것 같은데 무슨 위력이….”
“그거 말고요.”
“응?”
최현석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라헬이 검지를 흔들었다.
“츳츳츳! 저 사람이 대단한 건 단순히 마법의 위력만이 아니에요.”
“그럼 뭔데?”
“마력 컨트롤!”
라헬이 허공에 마력을 방출했다.
“저도 나름 마법에 일가견이 있는데 말이죠. 정확히 1,000마량을 뽑아내서 그걸로 이런저런 변화를 유도하는 건 불가능해요. 아니 가능한 게 이상한 거죠. 기계가 아닌 이상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거야?”
“당연하죠! 저건 아무리 마력 능력치가 높아도 안 되는 거예요. 그냥 본인의 컨트롤 실력이 뛰어난 거죠. 즉,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달까?”
“오호…”
라헬의 말을 듣는 순간 박현아가 떠나기 전에 한 말이 생각났다.
“명심해. 뭐든 기본이 중요하다.”“자꾸 지름길 찾다가 잘못하면 지옥길로 가는 수가 있어.”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었나 보다.
“하긴, 뭐든 기본기가 중요하긴 해.”
“네?”
“아무것도 아니야.”
최현석이 기지개를 켰다.
“끄으! 지루한 수업도 끝났겠다. 슬슬 몸 풀러 가볼까?”
박현아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갑갑한 안개가 걷힌 기분이었다.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제대로 된 길인지.
알게 모르게 지니고 있던 수많은 불안감이 깔끔하게 가셨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는 교육이었다.
“좋아. 1,000레벨. 한번 찍어보자!”
이제 남은 건 가장 기본이 되는 레벨을 올리는 것뿐이다.
***
며칠 후.
마법 교육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던 박현아가 불쑥 찾아왔다.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던 최현석이 벌떡 일어났다.
“여, 레벨은 많이 올렸냐?”
“예!”
“몇인데?”
박현아의 물음에 최현석이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 최현석
▫칭호 : 정규 용사
▫레벨 : 852
·근력 : 267
·민첩 : 268
·체력 : 273
·마력 : 310
·마기 : 307
·카리스마 : 102
·투지 : 76
“지금 852레벨입니다.”“오, 생각보다 훨씬 빠르네. 진짜 반년 안에 1,000레벨 찍는 거 아니야?”“요즘은 성장 속도가 영 시원치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그러면 더 빡세게 굴러야지 새꺄.”
“예…”
최현석의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내가 얼마나 빡세게 구르는데!’
최현석은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
매일 한계까지 몰아붙인 덕에 투지 능력치가 쑥쑥 오를 정도였다.
“뭐, 전투력이 거의 15만인 거 보니까 많이 오르긴 했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영웅은 다 찜쪄먹겠어.”
“오, 그렇습니까?”
영웅을 이길 수 있다는 말에 최현석이 반색했다.
“보통 영웅 전투력이 15만 정도거든. 가끔 20만이 넘는 놈도 있지만, 드물지.”
“아하.”
“너는 비슷한 전투력 대보다 더 강한 편이니까, 웬만해선 일대일로 영웅한테 지는 일은 없을 거야.”
영웅.
멀게만 느껴지던 아득한 강자다.
그런 놈들과 정면으로 붙어서 이길 수 있다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멍청한 표정 그만 짓고. 따라와.”
“어디 갑니까?”
“맨날 여기서 마수만 족치면 감각이 이상해진다고. 한 번씩 제대로 된 실전도 겪어야지.”
박현아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어디로…”
“따라오면 알아. 인마.”
그녀를 따라 이동한 곳에는 공간 이동 게이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야, 똥개.”
박현아가 부르자 보보가 세차게 꼬리를 흔들었다.
“너 작아질 수 있지? 사이즈 좀 줄여봐.”
“크왕!”
보보의 크기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이내 품에 안길 정도로 아담해진 보보를 박현아가 안아 들었다.
‘엄청 얌전하네…’
순한 시골 강아지처럼 얌전히 있는 보보의 모습이 참 낯설다.
“얘랑 먼저 들어갈 테니까 바로 따라 들어와라.”
“옙.”
박현아가 먼저 게이트로 들어가고.
최현석과 아벨슨이 뒤따라 들어갔다.
‘오… 이건 엄청 깔끔하네?’
원래 게이트로 이동하면 속이 울렁거리는데, 이건 그런 느낌이 거의 없었다.
밖으로 나온 최현석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는…”
겉으로는 한적한 마을처럼 보인다.
하나, 보통의 마을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무슨 괴물 집합소야…?’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 모두가 수준급 강자다.
심지어 길거리에서 산책하는 노인조차도 어지간한 영웅급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누님. 여기 뭐 하는 곳입니까…?”
최현석의 물음에 박현아가 씨익 웃었다.
“일종의 인류 수호대? 뭐, 그런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