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70)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70화(170/273)
“주어진 기간은 일주일.”
일행이 옹기종기 모여 앉고.
박현아의 작전 설명이 시작됐다.
“처음 며칠은 탐색전이다. 천천히 놈들의 살을 갉아먹으면서 전력을 파악하는 거지.”“게릴라식으로 치고 빠지는 겁니까?”
“바로 그거야!”
박현아가 지도를 펼쳐 들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지도 상단에 위치한 거대한 사막지대를 가리켰다.
“현재 언데드 군단은 이곳 아이실리우스 사막에 있다.”“오드리아 연합 근처네요?”“어. 지금은 버려진 땅인데 옛날에 이 사막에 커다란 국가가 있었다 하더라고.”
“호오…”
최현석의 눈에 흥미가 떠올랐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 국가라니.
아주 긴 시간이 흘러 지형이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이번 적이 그 멸망한 국가의 망령. 그런 겁니까?”“맞아. 어떻게 천 년 전에 뒤진 놈들이 기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그건 좀 이상하네요.”
“뭐가?”
“잘은 몰라도 천 년이면 사체의 뼈까지 다 분해되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 흔적이 남아있어야 사령술이 가능할 텐데.”
시체를 일으키는 사령술에는 당연히 시체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뼛조각이라도 남아있어야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뭐, 마족
놈들이 무슨 수를 썼겠지. 아무튼, 중요한 건 이미 시체 떼거리가 일어나서 돌아다니고 있고. 그 수를 불리고 있다는 거야.”
박현아가 지도 위에 두 개의 동그라미를 그려 선으로 이었다.
“현재 놈들은 가장 가까운 도시인 혼켄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언데드는 이동 속도가 느리니 도착하는 데 나흘은 걸릴 거야. 우리는 그동안 놈들의 전력을 줄여놓고, 도시에 도착하기 직전에 처리한다.”
최현석이 팔짱을 낀 채로 인상을 찌푸렸다.
“만약 우리가 실패하면 어떡합니까? 그럼 뒤에 있는 혼켄시는…”“걱정할 거 없어. 이미 오드리아 연합에서 피난 계획을 세웠다 했으니.”“그건 다행이네요.”
최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계속 지도를 살피고 있었다.
“왜? 또 뭐 궁금한 거 있냐?”“게릴라전. 좋긴 한데 어떻게 치고 빠질 겁니까? 숫자가 워낙 많아서 여차하면 포위될 것 같은데.”“방법이야 무궁무진하지. 일단은…”
계획을 설명하는 박현아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
사라 던피.
마법의 어머니라 불리며, 현재 마법 체계의 기초를 닦은 전설적인 인물.
그녀는 오래전 마법 국가로 이름을 떨치던 ‘발링턴 왕국’을 건국한 초대 국왕이기도 했다.
“신을 추앙하라…!”
사라 던피는 무려 400년을 넘게 살았는데, 그런 그녀가 죽고 나서 발링턴 왕국은 거대한 무덤을 만들었다.
사라 던피를 신으로 모시는 일종의 신전이었다.
무덤은 수많은 금은보화와 발링턴 왕국만이 가지고 있던 진귀한 마도구로 가득 채워졌다.
하지만, 발링턴 왕국의 영광은 그리 길지 않았다.
사라 던피가 죽고 난 이후.
발링턴 왕국은 그녀의 제자들이 일으킨 내분으로 빠르게 쇠퇴했다.
결국, 왕국은 무너졌고.
신으로 추앙되던 사라 던피의 무덤 또한 약탈당했다.
“여기가 그 신전인가?”“신전은 무슨! 멍청이들이 만든 무덤이지.”
이후로도 수백 년에 걸쳐 수많은 도굴꾼이 사라 던피의 무덤을 찾았다.
무덤 안을 가득 채우던 귀중품과 마도구.
심지어는 무덤을 만드는 데 들어간 건축 자재까지, 돈이 된다면 모조리 털어갔다.
무덤에 남은 것은 오직 시신뿐.
부패하지 않도록 처리한 사라 던피와 그녀를 따랐던 개국 공신들의 시신만이 쓸쓸하게 무덤을 지켰다.
그렇게 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사라 던피라는 이름과 그녀의 무덤이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잊힌 시대.
마족의 사령술로 사라 던피가 다시 눈을 떴다.
그녀가 죽은 지 정확히 1,121년 만의 일이었다.
“바람이 좋구나.”
사라 던피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언데드임에도 마법으로 젊은 날의 육체를 구현해 살아있던 시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매끈한 구릿빛 피부.
그 위에는 각종 보석이 치렁치렁 매달려 있다.
근처 마을과 도시를 약탈해 가져온 보석이었다.
달그락…! 달그락…!
쿵-! 쿵-!
수만에 달하는 언데드 군단의 호위를 받으며 사라 던피는 오연하게 왕좌에 앉아있었다.
그녀가 올라탄 가마는 옮기는 데만 무려 오백에 달하는 스켈레톤이 동원될 정도로 거대했다.
“이 사막의 햇빛은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해.”
사라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사막의 낮은 뜨겁다.
이곳에는 모래와 암석뿐인 터라 그늘도 없어 뜨거운 뙤약볕을 그대로 맞아야 했다.
“왕이시여. 해가 뜨거우시다면 가리겠습니다.”
발링턴의 개국 공신 중 하나.
가장 용맹했던 전사 리암이 말했다.
“아니. 햇살이 좋구나. 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은 이 햇살이 좋아.”
사라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얼마나 보잘것없는가. 내 왕국. 백성. 모두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이렇게 역사 속에서 바스러졌구나.”“왕이시여. 왕국은 다시 일으키면 됩니다. 발링턴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아니. 우리는 이미 죽었어.”
그녀가 주변을 둘러봤다.
-그워어어어!
-키에에에!
수만에 달하는 언데드.
살점이 썩어 악취가 풍겨오고, 악령이 토해내는 비명이 울려 퍼진다.
“우리는 과거의 망령이야. 남은 것은 끓어오르는 살욕뿐. 그런 우리가 과거의 영광을 좇는다니… 안 될 일이지.”
사라 던피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이 시대에서 우리는 오직 공포만을 남긴다.”달각각각각-!
의자를 장식한 해골들이 동의한다는 듯 연신 두개골을 달그락거렸다.
“음?”
사라 던피가 눈을 떴다.
내리쬐던 햇빛이 사라진 것이다.
고개를 들자 새하얀 무언가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저건… 마력인가?”
마력과 비슷하면서도, 무언가 다른 느낌.
그것의 정체는 신성력이었다.
그녀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신성력이란 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녀로서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가진 이 마기라는 것처럼 새로 태어난 힘인 것 같군.”“왕이시여. 위험합니다!”
“괜찮다.”
사라가 위로 손을 뻗었다.
동시에 하늘에서 강력한 신성력을 머금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아아아아아악!
-캬아아아!
수천, 수만의 언데드가 고통에 몸부림친다.
하나, 사라의 주위는 고요했다.
그녀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정도 되는 공간에는 신성력의 비가 닿지 않았다.
사라 던피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누구인지 몰라도 제법이구나.”“당장 찾아내겠습니다.”
전사 리암이 움직이려던 그때.
신성력의 비가 그치고 하늘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해가 다시 뜬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사막의 뙤약볕이라 해도 이처럼 뜨겁지는 않으니.
사막의 볕보다 훨씬 뜨겁고 강렬한 것.
거대한 불덩이였다.
“호오. 마법사가 둘이었나?”
사라가 떨어지는 불덩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구조가 복잡하지는 않구나. 마력 자체는 강대하나 단순히 부풀리기에 치중한 마법이야. 이렇게 부피를 키우면…”
그녀의 손끝에서 강렬한 마기가 쏘아졌다.
“부서지기 쉽지.”
쏘아진 한 줄기의 마기.
떨어지는 불덩이에 비하면 티끌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기가 불덩이에 닿는 순간.
콰아아아-!
불덩이가 폭발했다.
덕분에 화염의 비가 지상으로 쏟아졌으나, 사라는 신경 쓰지 않았다.
불꽃은 그녀의 주변에 둘러진 보호막을 뚫지 못하고 소멸했다.
-그워어어어!
-끼에에에에에!
물론, 보호받는 것은 그녀의 주변뿐.
이번에도 보호막 밖에 있는 무수히 많은 언데드가 불타올랐다.
“건방진 이놈들이 감히…!”
전사 리암이 칼자루를 움켜쥐고 뛰쳐나가려던 그때.
사라가 만류했다.
“그만. 이미 늦었다.”
그녀가 대략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바위산을 가리켰다.
“순간이동(teleportation)으로 도망쳤어. 저쯤인 것 같군.”
전사 리암이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미리 확인하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아니, 리암 경이 잘못한 건 없어. 적의 마법사가 준비를 잘한 것이니.”
그녀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번에는 제법 재미있겠어.’
며칠 전 찾아온 인간 전사.
그와의 싸움도 제법 재미있었으나, 전사의 싸움이라 자신이 딱히 나설 일이 없었다.
하나, 이번 싸움은 마법사들의 것.
지난번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다음을 기다리자꾸나. 어차피 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
***
“후우… 그년 보통이 아니네.”
마법으로 도망친 박현아가 이마의 땀을 훔쳤다.
옆에 있던 최현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적이 많이 강합니까? 제가 보기엔 저희의 승리 같은데.”
아벨슨과 박현아의 마법으로 제법 많은 피해를 주었다.
박현아의 마법은 도중에 부서지긴 했으나, 그 덕에 넓은 범위를 타격했으니 오히려 이득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단순히 생각할 게 아니야.”
박현아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말을 이었다.
“방금 날린 마법에 얼마나 많은 마력이 들어갔는지 알아?”“어… 잘 모르겠습니다.”“아벨슨이 사용한 건 대략 5만 마량. 내 건 10만 마량이다.”
“많은 겁니까?”
최현석은 ‘마량’이라는 것에 대해 박현아에게서 처음 들었다.
그것이 마력을 세는 단위라는 것 말고는 전혀 아는 게 없었다.
“저번에 돼지 오크 날릴 때 쓴 마법이 8만 정도야. 오늘 쓴 10만은 단순 수치로는 25% 마력이 추가된 거지만, 실제 위력은 1.5배 가까이 강해.”“그렇게 강한 거였습니까!?”
전혀 몰랐다.
돼지 오크 카드락을 죽일 때 사용한 마법만 해도 위력이 어마어마했는데. 그것보다 1.5배는 더 강하다니.
‘구체가 조금 더 커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는데…’
너무 멀리 있어서 이전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중간에 파괴됐기에 그냥저냥 마법을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반면에 그 리치가 쓴 마법은 기껏해야 2~3만 마량, 상급 용사 마법 수준이야. 고작 그런 걸로 내 마법을 부쉈다. 이게 무슨 뜻 같냐?”“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박현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다.”
“예?”
“나도 모르겠다고 시발! 그년 어떻게 한 건데!?”
들어간 마력은 반의반.
위력으로 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칠 마법이다.
그런 마법으로 어떻게 자신의 마법을 부쉈을까.
단순히 상쇄시킨 게 아니다.
안쪽에서부터 마법의 무언가를 끊어내 완전히 부숴버렸다.
“심지어 그 리치는 원래 마력을 쓰던 년이라고!”
마기는 500년 전 마족이 등장하며 나타났고.
신성력은 300년 전 신과 용사가 등장하며 나타났다.
문헌상 마법 국가 발링턴이 멸망했던 건 약 1,000년 전.
발링턴의 시초인 사라 던피는 대략 1,500년 전의 사람이다.
마기와 신성력 따위를 접해 봤을 리가 없다.
“분명 마력을 쓰던 년이 깨어나고 보니 몸에 마기밖에 흐르지 않아. 그러면 어떻게 될 거 같냐?”“아무래도 마법 같은 건 쓰기 힘들겠죠…”
최현석은 이전에 싸웠던 언데드 ‘로파르 도저’를 떠올렸다.
생전에 전설까지 올라섰던 그를 최현석 일행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
그 이유 중 하나는 로파르 도저의 몸에 흐르는 마기 때문이었다.
원래 인간이었던 로파르 도저는 생전에 마력을 사용했다.
당연히 마기를 다루는 데 미숙할 수밖에 없었고.
그 덕에 일행은 적절히 빈틈을 공략할 수 있었다.
“아무리 비슷한 힘이라 해도 마기랑 마력은 엄연히 달라. 그런데 그년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법을 사용했단 말이지.”
수준급 마기 컨트롤에 수많은 전장을 누빈 박현아조차 보지 못한 생경한 마법.
뭔가 근본부터가 다른 느낌이었다.
박현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거 의외로 상성이 안 맞는 건지도 모르겠어.”
솔직히 직접 맞닥뜨리기 전에는 어려울 게 없으리라 생각했다.
소환을 주로 하는 리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법이 장기인 박현아에게 숫자로 밀어붙이는 리치는 손쉬운 먹잇감이었으니, 가서 경험치를 쓸어 담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다.
“시발! 정보가 잘못됐잖아!”
박현아가 신경질적으로 흙을 발로 찼다.
“결국, 그 리치년이 핵심 전력이야. 이런 건 나보다는 근접전 전문가한테 맡기는 게 좋은데…”“그럼 어떡합니까?”
“어떡하긴 뭘 어떡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봐야지.”
도와줄 사람도 없다.
어떻게든 일행의 힘으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박현아가 주먹을 꽉 쥐었다.
“일단은 쪽수를 줄인다. 아주 밤낮으로 퍼부어 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