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73)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73화(173/273)
플로모트를 쓰는 도중에는 다른 투기를 사용할 수 없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었다.
하지만, 최현석은 그 상식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과거, 한 번이지만 플로모트 도중 투기를 사용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죽다 살아나긴 했지만.
그 후로 최현석은 생각했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다른 마족은 플로모트 도중에 다른 투기를 쓸 수 없을까.
어째서 자신만이 가능했을까.
이걸 더 안정적으로 사용할 방법은 없는 걸까?
되기만 한다면 엄청난 위력을 낼 수 있을 텐데.
이러한 고민은 한동안 이어졌지만, 이내 다른 일과에 치여 어느새 잊어버리고 말았다.
최현석도 자연스레 플로모트 도중에는 다른 투기를 쓰지 않게 됐다.
의식의 저편으로 사라진 기억.
그것이 어째서인지 위기에 몰린 순간에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하나의 마법에 사용할 수 있는 마력에는 한계가 있어.”“너도 투기를 쓰니 알 거 아냐? 투기 하나에 너무 많은 마력을 쏟아 넣으면 반동이 오잖아.”
과거의 기억과 박현아가 해주었던 설명이 겹쳐지며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마력은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면 플로모트 사용 도중 마법이나 투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건 당연해.’
플로모트는 마기를 이용해 신체를 극도로 활성화한다.
이 때문에 플로모트를 유지하는 데만 해도 엄청난 양의 마기를 가공하고 사용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더 마기를 활성화해 투기를 사용한다?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나는 다르지.’
최현석은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이나 마기의 한계치가 압도적으로 높다.
‘어쩌면… 플로모트 사용 도중에도 투기를 쓸 수 있을지도 몰라.’
□ 플로모트
‧ 숙련도 : 52%
무려 50%가 넘어가는 플로모트 숙련도.
거기에 더해 많은 양의 마력과 마기를 견디는 육체.
마지막으로, 최현석의 장기 중 하나인 뛰어난 마력 컨트롤.
이것들이 있다면 플로모트 도중에도 다른 투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최현석의 예상은 적중했다.
“성공했어…”
최현석은 자신의 손에 들린 척추와 머리통을 내려다봤다.
전사장 이반은 죽으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로서는 황당했을 것이다.
아무리 기습이었다 해도, 자신의 절반밖에 미치지 못하는 최현석에게 당했으니.
이건 다 큰 어른이 어린 소년과 싸워서 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기와 마력을 완벽에 가깝게 운용했습니다!] [마력 운용술의 등급이 A → S로 상승합니다] [마기 운용술의 등급이 B → A로 상승합니다]기분 좋은 알람을 들으며 최현석은 이반의 머리통을 짓밟아 마무리 지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레벨업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끊임없이 들려오는 레벨업 알람.
‘미친! 38레벨이나 올랐어.’
852레벨에서 단숨에 890레벨이 됐다.
전사장 이반을 죽인 경험치를 거의 온전히 가져온 덕인 것 같았다.
최현석은 재빨리 능력치를 분배했다.
포인트 하나하나가 아쉬운 마당에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때 평원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함성이 들려왔다.
“이바아아안-!”
최고 전사 리암이었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잔뜩 서 있었다.
“이노오옴!”
평생을 함께한 동료, 전사장 이반.
그가 척추가 뽑힌 채로 죽었다.
리암은 당장 눈앞의 모든 것을 찢어발길 기세로 달려왔다.
‘빠르다…!’
최현석은 긴장하며 자세를 잡았다.
리암은 플로모트 1단계를 사용 중인 자신보다 더 움직임이 빨랐다.
“죽여주마!”
흥분한 리암의 칼이 최현석에게 떨어지기 직전.
채앵-!
어디선가 검이 튀어나와 리암의 칼을 튕겨냈다.
“그쪽은 나랑 놀지?”
박현아의 이죽거리며 말하고.
곧이어…
“우아아아-!”
뒤따라오던 영웅급 언데드, 제일 전사대가 일행을 덮쳐왔다.
***
최현석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어디로 눈을 돌리든 적이 있었다.
하나하나가 방심할 수 없는 영웅급 언데드.
그들의 실력 또한 범상치 않다.
‘총 여섯 방향.’
최현석을 중심으로 여섯이 한 번에 검을 휘둘러 왔다.
사각을 최소화하며 동시에 퇴로까지 차단하는 완벽한 공격 루트.
한두 번 합을 맞춰본 솜씨가 아니었다.
“스흡!”
최현석은 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젖혔다.
날아오는 검이 아슬하게 눈앞을 스쳐 간다.
곧바로 적의 손목을 잡아채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적과 위치를 바꿨다.
푸슉, 슉-!
뒤이어 날아오는 공격은 위치가 뒤바뀐 놈의 가슴과 배를 꿰뚫었다.
놈들은 자신의 동료에게 검을 내지르면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최현석을 죽일 수 있다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잘 가라.’
최현석은 대신 검을 맞아준 놈의 목을 부러뜨려 마무리 지었다.
[레벨업!][레벨업!]들려오는 레벨업 알람.
쉴 틈도 없이 계속해서 검이 휘둘러져 온다.
순간마다 적어도 세 방향 이상에서 검이 날아오는 것 같았다.
잠시라도 움직임을 멈추면.
실수로 몸이 꼬이기라도 하면, 그 순간 무수히 많은 검이 최현석의 몸을 꿰뚫을 것이다.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빠르면서 부드럽게 이어간다.’
최현석은 1초를 잘게 쪼개 매 순간 최선의 판단을 내려 움직였다.
다행이라면 플로모트 1단계를 사용한 그가 다른 영웅급 언데드보다는 속도가 앞선다는 것.
최현석은 그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적의 숫자를 하나하나 줄여갔다.
‘시간이 많지 않아. 빨리 저 두 놈을 처리해야 한다.’
착실하게 적을 줄이고는 있으나, 최현석의 마음은 갈수록 조급해졌다.
플로모트 1단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아무리 숙련도가 올라서 오래 유지할 수 있더라도, 결국 마기가 떨어지면 플로모트는 해제될 것이다.
그전에 준전설급 언데드, 최고 전사 리암과 전사장 모한을 처리해야 한다.
화아아아!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빛이 전방을 덮쳤다.
빛에 닿은 언데드의 피부가 빠르게 타들어 간다.
놈들은 화들짝 놀라며 빛으로부터 멀어졌다.
‘지금이다.’
아벨슨의 지원 덕분에 아주 잠깐이지만 시간이 생겼다.
최현석은 재빨리 리암과 모한에게 접근했다.
“이노옴!”
최현석을 알아본 리암이 핏발 선 눈으로 검을 휘둘렀다.
완벽히 피했다고 생각했으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최현석은 따끔한 통증을 느끼며 주먹을 뻗었다.
“소용없다!”
리암은 코웃음 치며 고개를 틀었다.
‘페이크다 새꺄.’
최현석은 뻗었던 주먹을 회수하며 동시에 다리를 내질렀다.
노빌레이스
제2형 – 존경의 표현
리암의 다리에 로우킥이 작렬한다.
터져 나오는 보랏빛 섬광.
예상보다 큰 충격에 리암이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럼 이만!”
목적을 달성한 최현석은 재빨리 물러났다.
동시에 그가 있던 자리에 무수히 많은 검이 날아와 내리꽂힌다.
‘생각보다 할 만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계속 이어짐에도 최현석의 마음은 어째서인지 편안해졌다.
점차 적들의 움직임이 눈에 익어가기 시작했다.
‘영웅급이라 해도 역시 제 실력을 못 내고 있다.’
이들은 분명 뛰어난 전사다.
오랜 시간 함께해온 것인지 연계 또한 완벽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데서 최현석에게 밀렸다.
이들이 바로 언데드란 것.
생전에 마력을 다뤘던 이들은 언데드로 바뀌며 강제로 마기를 쓰게 됐다.
거기서 오는 괴리를 놈들은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설급도 쉽게 못 극복하는 건데 영웅급이 어림도 없지.’
결과적으로 이들은 본 실력의 절반 정도밖에 내지 못하고 있었다.
투기를 사용하지 못했고, 마기를 다루는 것에 미숙한 모습들이 계속해서 보였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이건 기회였다.
영웅급 강자들을 쓸어 담을 수 있는 기회!
대량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기회!
[레벨업!][레벨업!]들려오는 레벨업 알람과 함께 최현석은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
박현아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는 현재 최고 전사 리암과 전사장 모한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다.
‘이 새끼들. 보통이 아니야.’
다른 언데드와 달리 이 둘은 제법 마기에 적응을 한 상태였다.
처음 최현석이 한 놈을 처리하지 않았다면 정말 위험했을 것이다.
채앵, 챙! 콰아아-!
박현아는 검과 마법을 적절히 섞어가며 대응했다.
중간중간 다른 영웅급 언데드가 들러붙었으나, 예상외로 그들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걱-!
제 힘도 똑바로 못 내는 반쪽짜리 영웅 따위.
순수 육체 능력만으로도 손쉽게 요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박현아의 상황이 여유롭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슬슬 마력이 바닥나기 직전이야. 얼른 한 놈이라도 더 보내야 하는데.’
마력이 정말 다 떨어지기 직전이다.
더 늦기 전에 최고 전사 리암.
하다못해 전사장 모한이라도 없애야 한다.
그래야 이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
‘그나저나 최현석. 저놈은 진짜 괴물인가…’
박현아가 흘깃 최현석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한눈을 팔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시선이 갔다.
그만큼 최현석이 보이는 무용은 엄청났다.
‘공간 전체를 인식하고 있어. 뒤통수에 눈이 달리기라도 한 건가…’
혼자서 수십의 영웅급 언데드를 유린하는 최현석.
자신이 저 안에 있더라도 저런 무용을 보일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최현석의 신체 스펙으로는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현석은 단순히 힘과 스피드로 적을 농락하는 게 아니었다.
압도적인 전투 센스.
전장을 한눈에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움직임.
매 순간 최고의 선택을 내리는 판단력.
모든 것이 완벽했다.
‘저게 재능이란 건가…’
박현아는 ‘SSS급의 잠재력’의 진짜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저놈은 훨씬 더 높은 곳까지 갈 수 있어.’
사실 박현아는 거의 성장이 끝났다.
앞으로도 레벨은 오르겠지만, 지금까지처럼 강해지지 못할 것이다.
근력 423
민첩 401
체력 418
이게 박현아의 한계다.
자신의 육체를 온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한계.
여기서 더 능력치를 올리면 분명 강해지겠지만, 그 힘은 점차 그녀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이게 S급 잠재력의 한계였다.
마력 580
그나마 마력에 대한 잠재력이 뛰어난 덕에 이쪽 방면으로 성장하고 있긴 했으나, 이것도 끝이 보였다.
이 속도면 600 언저리를 넘어가는 순간 마력도 한계에 달할 것이다.
그때부터는 레벨업을 해도 박현아는 더 강해지기 힘들다.
능력치가 오르는 만큼 전투력은 올라가겠으나, 그것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너는 달라. 훨씬 더 높은 곳까지 갈 수 있어.’
오늘에서야 박현아는 확신했다.
최현석은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
능력치가 400이 넘더라도.
500, 600. 어쩌면 700에 이르더라도 최현석은 그 힘을 온전히 제어할 것이다.
“뭐하십니까! 집중하십쇼!”
순간 최현석의 외침에 박현아가 정신을 차렸다.
“지금 한 놈 끝냅니다!”
언제 다가온 것인지 전사장 모한과 치고받는 최현석.
박현아는 기다리던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
‘간다 새꺄!’
그녀가 땅을 박차며 마력을 활성화했다.
상급 용사 마법
일점 폭발(Point explosion)
빠르게 쏘아지는 작은 구.
전사장 모한은 바로 등 뒤에서 날아오는 마법을 피할 수 없었다.
쾅!
폭발과 함께 날아가는 모한.
최현석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날아가는 모한의 목을 잡아채 한 바퀴 돌며 원심력을 이용해 땅에 처박는다.
그리고 두개골을 향해 주먹을 내리찍었다.
레이드런식 격투술
제7형 – 격괴작파(擊䂷炸波)
주먹에 맞은 머리가 굉음과 함께 박살 난다.
옷에 질척이는 살점과 내장이 묻었으나, 최현석은 웃었다.
“레벨업이다…”
박현아의 말이 옳았다.
언데드 사냥은 최고의 경험치 이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