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74)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74화(174/273)
“모하아안!”
발링턴의 최고 전사 리암이 절규했다.
전사장 이반과 모한.
둘은 평생을 함께한 소중한 동료였다.
주군 사라 던피를 따르며 발링턴 왕국을 세우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들.
그중 하나는 척추와 함께 머리가 뽑혀 죽었고.
다른 하나는 머리가 폭발하듯 터져서 죽었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콰직, 쾅!
서걱-!
이 순간에도 가증스러운 저 둘, 최현석과 박현아는 자신의 부하들을 죽이고 있다.
“크왕!”
“조금만 더 힘내세요!”
계속해서 주변을 휘젓는 마수와 그 위에 올라탄 여자도 거슬리기는 마찬가지다.
‘남은 건 전사 육십인가.’
왕국 최고의 전사가 모인 ‘제일 전사대’.
그들도 스물이 넘게 죽어 이제 육십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패배한다.’
리암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이제 전황은 유리하지 않았다.
여기서 전사가 더 줄면 균형의 추가 상대편으로 기울 것이다.
그 전에 적을 처리해야 했다.
‘이 마기라는 힘… 더는 억누르지 않겠다.’
모든 것을 해방한다.
지금껏 마기를 억누르고 통제하기 위해 애썼으나, 더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리암은 끓어오르는 분노와 마기에 모든 것을 맡겼다.
***
“이제 너만 처리하면 되네?”
박현아가 씨익 웃었다.
이제 마력도 정말 바닥났다.
정말 쥐어짜 봐야 앞으로 상급 마법을 한 번 정도 더 쓸 수 있을까.
그런데도 그녀는 여유로웠다.
‘내가 저 근돼를 없애면 나머지는 최현석과 아벨슨이 처리할 수 있어.’
사실 리암과 박현아의 신체 능력은 비슷하다.
리암의 전투력은 32만.
박현아의 전투력은 45만.
둘 사이에는 거의 13만에 달하는 차이가 있었으나, 이는 마력의 차이였기 때문이다.
박현아의 마력 수치가 압도적으로 높아서 나오는 수치일 뿐.
근력, 민첩, 체력만 놓고 보면 박현아나 리암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니 마력이 없는 상황에서 리암과 싸우는 박현아는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빨리 하자고.”
하지만 박현아는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쪽팔리게 스펙 좀 밀린다고 찡찡댈 수는 없지.’
최현석이 저렇게 분발하는데, 자신이 먼저 무너지는 꼴은 죽어도 못 보여준다.
“뭐하냐. 이러다 네 쫄다구 다 뒤진다.”
박현아가 용사급 언데드 하나의 목을 부러뜨리며 말했다.
하지만, 리암은 어째서인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뭐, 나야 좋지. 계속 그렇게 있어라.”
박현아는 이 틈에 다른 언데드의 수를 더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쿠구구구…!
리암에게서 무지막지한 마기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그의 피부가 붉게 물든다.
“어…? 이 새끼 설마!”
박현아가 재빨리 달려 나갔다.
저건 플로모트 사용의 전조다.
언데드가.
심지어 인간이었던 놈이 어떻게 플로모트를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둬선 안 된다.
“뒤져!”
박현아의 검이 리암의 살가죽을 가르고 들어갔다.
‘이대로 목을 잘라낸다!’
그녀의 검이 리암의 목을 완전히 끊어내기 직전.
파앗!
리암이 몸을 비틀어 박현아의 검을 피했다.
뒤로 물러나는 그의 육체는 어느새 완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검은 아쉽게도 피부를 베었을 뿐, 중요한 뼈에 닿지는 못했다.
‘시발… 거의 다 됐는데.’
박현아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물러나며 리암을 경계했다.
“마기는 이런 힘이었나…”
리암이 주먹을 쥐었다 펴는 것을 반복하더니 돌연 땅을 박찼다.
투웅!
이전보다 훨씬 빨라진 움직임.
박현아보다도 더 빠른 속도였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온 그가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검에 닿은 땅이 폭발하듯 터져나간다.
박현아는 몸을 피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시발… 데자뷔인가? 얼마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돼지 오크 카드락과 싸웠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오크 카드락에 비해 리암은 훨씬 더 똑똑한 인간이라는 것이고.
게다가 박현아의 마력이 바닥난 상황이란 것이다.
즉, 여러모로 최악이었다.
“크윽!”
리암의 검을 막은 박현아가 신음을 내뱉으며 물러났다.
‘이건 못 이겨. 어떻게든 시간을 끈다!’
리암은 플로모트 사용이 처음이다.
아마 제대로 통제되지 않을 것이고, 지속시간 또한 짧을 확률이 높았다.
애초에 목적은 단기전이었으나, 이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리암의 체력이 떨어질 때까지 버티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야! 이 새끼 건들지 말고 쫄다구부터 조져!”
박현아가 소리치며 용사급 언데드가 모여있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리암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리암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모조리! 짓이겨주마!”
자신의 부하가 있든 말든.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콰과과과과!
그의 공격에 박현아는 물론이고, 다른 언데드까지 휩쓸려 나갔다.
최현석이 나타난 건 그때였다.
“내 경험치 건들지 마라!”
***
위기는 곧 기회다.
이세계에 온 이후 강약약강 다음으로 최현석이 좋아하게 된 말이었다.
최현석은 무수히 많은 위기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최악의 위기 속에서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름 : 최현석
▫칭호 : 정규 용사
▫레벨 : 943
·근력 : 290
·민첩 : 286
·체력 : 300
·마력 : 320
·마기 : 320
무려 943레벨.
직전에 852레벨이었으니, 이번 전투에서만 91레벨이 오른 것이다.
“크하하하하!”
최현석이 미친 듯이 웃었다.
더 이상 위기 따위는 없다.
플로모트와 더불어 무지막지하게 상승한 능력치가 엄청난 힘을 선사했다.
그도 그럴 게 현재 그의 전투력은 17만을 훌쩍 넘긴 상태였다.
여기서 플로모트까지 사용했으니, 반쪽짜리 언데드 영웅들이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레벨업!][레벨업!]레벨업 알람이 쉬지 않고 들려온다.
여전히 영웅급 언데드 하나를 처치할 때마다 1~2레벨이 올랐다.
아직 놈들이 쉰은 넘게 남았으니 50레벨은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천 레벨 찍는다!”
정말 빠르면 반년 안에 천 레벨이 될 수도 있다 했던가.
‘반년은 무슨! 두 달 안에 끝낸다!’
최현석이 신나서 날뛰던 그때.
콰과과과과!
굉음과 함께 리암이 등장했다.
붉은 피부에 흉포한 기세를 뿜어내는 리암.
최현석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다만, 그가 놀란 건 리암의 흉포한 기세 때문이 아니다.
‘내 경험치!’
방금 일격에 언데드 둘이 쓸려갔다.
최소 2레벨이 날아간 것이다.
“내 경험치 건들지 마라!”
최현석이 리암을 향해 뛰쳐나가려던 그때.
“야이 미친 새끼야! 정신 차려!”
다급히 달려온 박현아가 몸으로 최현석을 밀쳤다.
동시에 그들이 있던 자리에 리암의 검이 떨어진다.
콰아앙!
최현석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리암의 움직임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위력은 자신보다 몇 배는 더 강한 것 같았다.
“야! 귓구녕 막혔어!? 이 새끼 건들지 말고 쫄다구부터 조지라 했지!?”
“죄송합니다!”
그제야 약에 취한 듯한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레벨업에 취해 너무 신나 버렸다.
양 떼 사이에서 날뛰다 보니 상대가 곰인 줄도 모르고 들이받을 뻔한 것이다.
“이 근돼는 내가 마크할 테니 너는 계속 레벨이나 올려! 아벨슨! 너도 이쪽으로 와서 도와!”
박현아가 소리치며 리암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최현석에게 가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것이다.
최현석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누님 상태가 안 좋아.’
박현아는 피를 잔뜩 흘리는 게 한눈에 봐도 지쳐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대한 빨리 다른 놈들을 쓸어버리고 도와야 해.’
최현석은 남은 마력과 마기를 체크했다.
‘마력은 대충 절반. 마기는 3분의 1 정도 남았나.’
플로모트 1단계를 계속 유지하는 건 어찌어찌 가능할 듯했다.
문제는 남은 마기의 잔량.
이대로 마기가 다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플로모트가 해제되고 반동이 찾아올 것이다.
그 전에 상황을 끝내야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제 보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니야…’
어느새 최현석의 몸은 둔해져 있었다.
전신이 상처투성이였고, 플로모트를 장기간 지속한 탓에 내부도 엉망이었다.
게다가 플로모트 사용 도중 다른 투기까지 사용했으니, 육체가 멀쩡하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징징거릴 때가 아니야! 가자!’
최현석이 주먹을 꽉 쥐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적을 처리해야 해야 한다.
“라헬!”
“넵! 용사님!”
최현석이 소리치자 라헬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나한테 버프 걸어!”
“알겠습니다!”
육체에 힘이 돋는 것을 느끼며 최현석이 다음 지시를 내렸다.
“전투 도중 치료 마법 가능하지?”“?? 가능하긴 한데 효율이 안 좋아요. 마력이 많이 낭비될 텐데…”“지금 마력이 중요한 게 아니야. 마기 다 떨어지기 전에 전부 처리해야 해!”
최현석의 말에 라헬이 고개를 끄덕였다.
“넵! 맡겨주십쇼!”
라헬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원거리에서 치료 마법을 사용했다.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식이었으나, 최현석은 이렇게라도 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했다.
“좋았어! 간다!”
내가 쓰러지기 전에 먼저 적을 쓰러뜨린다.
그 단순한 이치를 실행할 생각이었다.
***
리암이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허억, 허억…”
그의 주변은 완전히 초토화가 된 상태였다.
땅은 모조리 뒤집혀 있고, 곳곳에 있던 나무나 바위 따위가 모두 박살 났다.
폭주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방으로 발산한 결과였다.
아무리 리암이 발링턴 최고 전사였다 해도, 익숙하지 않은 힘을 무리하게 사용한 대가는 컸다.
‘마기가 역류하고 있다…’
마기가 완전히 통제를 벗어난 채로 날뛰고 있었다.
이럴 때는 언데드인 게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다.
만약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면 지금쯤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을 테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다오…!’
리암이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눈앞에 적도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박현아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헐떡이고 있었고, 보보는 그보다 더 상태가 안 좋았다.
중간에 박현아가 물러나며 거의 혼자 리암을 마크했던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다곤 하나 보보의 수준에서 리암을 막는 것은 무리였다.
유일하게 아벨슨의 상태가 좋았으나, 애초에 아벨슨은 리암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나머지 적만 처리하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살아있었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모두의 시선이 움직였다.
최현석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정리 끝났냐.”
“예. 많이 빡셌습니다.”“얼마나 버틸 수 있어?”“아직 여유입니다.”
“새끼. 허세는.”
박현아가 피식 웃었다.
한눈에 봐도 다 죽어가는 최현석이 당당한 표정으로 저리 말하니 웃음이 나왔다.
“시발. 이건 뭐 패잔병 모임 같네.”
박현아가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말했다.
리암, 박현아, 최현석.
모두 만신창이다.
하지만 누구에게 전력이 우세한지는 분명했다.
리암이 주먹을 꽉 쥐었다.
‘시간…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리암은 이 마기라는 힘이 원망스러웠다.
이 낯선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덕에 자신은 물론이고, 부하들까지 전멸했다.
생전의 제일 전사대였다면 결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라 던피와 함께 대륙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발링턴 왕국의 제일 전사대.
이들이 고작 넷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근돼. 포기해. 넌 이미 끝났어.”
리암의 상태를 알아본 박현아가 말했다.
“플로모트 반동으로 서 있는 것도 고작이잖아.”“나는 아직 지지 않았다!”“하여간 사내새끼들 고집은…”
박현아가 혀를 차고는 최현석을 돌아봤다.
“야. 지금 레벨 몇이냐?”
“987레벨입니다.”
“저놈 막타 먹으면 거의 천 찍겠네?”“그럴 것 같습니다.”
박현아와 최현석의 얼굴에 동시에 미소가 떠올랐다.
“가자. 마무리 지으러.”
“예.”
박현아와 최현석이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구릿빛 피부에 화려한 보석을 두른 여성, 사라 던피가 내려왔다.
“많이 힘들어 보이는구나. 리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