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76)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76화(176/273)
오드리아 도시 국가 연합의 델로스.
일행은 황금의 탑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어… 저희 이래도 됩니까?”
최현석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리치랑 그 전사 리암이었나. 가장 핵심인 둘이 살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돈을 다 받는 건 좀…”
박현아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너 호구냐? 애초에 정보가 잘못됐잖아, 정보가! 그런데도 이만큼 했으면 됐지. 결과적으로 오드리아 연합도 무사하고. 그럼 된 거 아냐?”“으음, 그렇긴 합니다만…”
최현석은 여전히 무언가 개운치 않은 얼굴이었다.
“아하! 아무리 그래도 우리 고귀하신 용사님 양심에 찔리신다?”
박현아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이 돈은 다시 넣어 둬야겠네.”
박현아가 손에 든 묵직한 돈주머니를 품에 갈무리하려 하자 최현석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왜 이래? 우리 용사님은 이런 더러운 돈 못 받잖아?”“누님. 돈에는 죄가 없습니다.”“진작 그럴 것이지.”
박현아가 피식 웃으며 돈주머니를 내밀었다.
주머니를 받아 든 최현석은 예상보다 가벼운 무게에 당황했다.
“이거 뭡니까? 가짜입니까!?”“새끼가 사람을 뭘로 보고! 공간 확장이랑 무게 감소 달려있는 마법 주머니야. 서비스니까 잘 챙겨둬.”“아… 그런데 이거. 안에 얼마나 들었습니까?”
“삼천 골드.”
“사, 삼천 골드!?”
“혼자 쓰지 말고 일행이랑 나눠라.”
“옙! 감사합니다!”
최현석이 경례 자세를 취하고는 실실 웃었다.
삼천 골드라니.
주머니를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그런데 누님. 삼천 골드면 얼마나 큰돈입니까?”
“무슨 의미야?”
“제가 아직 이쪽 세계 경제 관념이 잘 안 잡혀 있어서…”
삼천 골드가 정말 많은 돈이라는 건 알고 있다.
골드. 그러니까 금화 한 개가 얼마나 귀중한지는 이미 겪었으니까.
하지만, 이 삼천 골드로 정확히 뭘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저택! 저택도 살 수 있습니까?”“저택은 무슨. 삼천 골드면 작은 성 하나를 지을 수도 있어.”
“서, 성이요!?”
“그래. 굳이 저택을 고집한다면…”
잠시 이곳 물가를 생각하던 박현아가 말을 이었다.
“어지간한 대도시에서 저택을 산다 쳐도 오백 골드면 충분할 거야.”“삼천 골드… 저택을 사도 이천 오백이 남는다…”
돌연 최현석이 고개를 푹 숙였다.
“대저택… 노후는 걱정 없고… 아내는 꼭 하나만 있어야 할까? 원래 이런 중세 갑부는 부인이… 아니야… 그래도 남자의 지조가 있지…”
한동안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최현석이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누님. 우리 다 때려치우죠.”“갑자기 뭔 개소리야.”“그냥 어디 관광 도시 같은데 처박혀서 여생을 보내면 안 됩니까?”
최현석의 눈깔이 희번덕이고 있었다.
“저도 이제 인생을 즐길 때가 된 거 같아서 말입니다. 일 년 개같이 구르면서 용사로서 일도 충분히 한 거 같고! 그냥 편하게 놉시다!”
순간 옆에서 듣고 있던 라헬이 마력을 담아 최현석의 뺨을 후려갈겼다.
찰싹-!
그제야 최현석의 눈에 초점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 고맙다.”
“괜찮아요. 용사님이 이러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박현아는 질색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이 새끼들. 기분 나빠…’
뭔가 묘하게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용사와 전담 요정이었다.
“흠흠! 아무튼, 굉장히 많은 돈이라는 건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헛짓하지 말고 당장 인벤토리에 넣어. 그거 잘못해서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네가 무슨 또라이 같은 짓을 할지 내가 다 무섭다.”
인벤토리에 넣으라는 말에 최현석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저 아직 인벤토리가 없습니다.”“인벤토리가 아직도 없어? 너 지금 용사 포인트 얼마나 있는데?”“아마 오천오백일 건데…”
최현석은 상태창을 열어 용사 포인트를 확인했다.
▫이름 : 최현석
▫칭호 : 정규 용사
▫레벨 : 998
·근력 : 300
·민첩 : 296
·체력 : 309
·마력 : 330
·마기 : 329
·카리스마 : 107
·투지 : 89
·보너스 포인트 : 10
▫용사 포인트 : 7500
최현석이 눈을 끔뻑였다.
“왜 이렇게 많아…?”
용사 포인트가 무려 7,500포인트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레벨도 올랐다.
마지막 언데드를 처치하며 확인한 레벨이 988이었는데, 그보다 10이나 더 오른 것이다.
보너스 포인트가 10인 것을 보면 확실했다.
“설마…”
최현석은 추가로 상태창을 조작해 기록을 열람했다.
‘역시. 용사 퀘스트가 있었구나.’
그러고 보니 전투 도중 무언가 알람이 뜨기는 했다.
너무 다급해서 읽지도 않고 넘겼는데, 그중에 용사 퀘스트가 있었나 보다.
최현석은 ‘완수’라 표시된 용사 퀘스트를 눌렀다.
★☆★☆ 용사 퀘스트! ★☆★☆
이런! 오래전 멸망한 발링턴 왕국의 망령이 깨어났습니다!
그들을 내버려 둔다면 인류는 큰 피해를 입을 겁니다.
정규 용사로서 두고 볼 수 없겠죠!?
죽음에서 돌아온 자들을 무찌르고 불쌍한 망자들을 구원하세요!
· 목표 : 언데드 군단의 패퇴· 추가 목표 : 사라 던피 제거· 추가 목표 : 리암 제거· 추가 목표 : 제일 전사단 섬멸· 보상 : 대량의 경험치 및 용사 포인트 1,000
뭔가 내용이 엄청 엄청 긴데, 결국 언데드 군단을 무찌르라던 내용이었다.
최현석은 메시지 기록을 확인했다.
[언데드 군단이 패퇴했습니다!] [용사 퀘스트를 완수했습니다] [용사 포인트 1,000을 획득합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추가 목표 ‘제일 기사단 섬멸’을 완수했습니다!] [용사 포인트 1,000을 추가로 획득합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용사 퀘스트를 받고 완수한 것도 몰랐다니. 어지간히 정신이 없었구나.’
새삼 그때의 전투가 격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멍하니 있어? 포인트 얼마 있냐고?”
박현아의 물음에 최현석이 정신을 차리고는 답했다.
“지금 7,500포인트 있습니다.”“너 상급 용사 상점이지?”“아직 중급입니다.”
“그래? 그럼 상급으로 올리고 인벤토리도 사. 7,500포인트면 부족하진 않겠네.”
최현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상점 업그레이드를 확인했다.
‘이, 이천포인트…’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고작 상점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2,000포인트라니.
이런 식으로 회수할 거면 왜 용사 퀘스트로 포인트를 주나 싶다.
최현석은 떨리는 손으로 업그레이드 버튼을 눌렀다.
빵빠라방~!
익숙한 팡파르와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중급 용사 상점이 고급 용사 상점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최현석은 업그레이드된 상점을 확인했다.
[고급 용사 상점]– 능력
– 아이템
딱히 달라진 점은 없었다.
여전히 성의라곤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인터페이스다.
“업그레이드했냐?”
“예.”
“그러면 능력란에 들어간 다음 세부 항목에 능력 구매를 눌러. 거기에 인벤토리가 있을 거야.”
최현석은 박현아의 말대로 능력 세부 항목을 확인했다.
– 능력 구매
– 스킬 구매
– 투기 생성
– 마법 생성
가장 앞에 있는 능력 구매 버튼을 눌러 인벤토리를 찾았다.
‘여기 있네.’
– 인벤토리(F) : 100x100x100 공간의 인벤토리를 가진다.
조촐한 설명이다.
100이라는 숫자의 단위는 센티미터.
그러니 결국,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m인 작은 공간이란 뜻이다.
크기에 비해 5,000포인트는 너무 비싼 게 아닌가 싶었으나, 그 효용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능력이었다.
[인벤토리(F)를 구매하시겠습니까?]“그래.”
인벤토리를 구매하고 남은 용사 포인트를 확인하니 500뿐이었다.
최현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뭔가 허탈하네요. 그렇게 열심히 모았는데…”“어차피 몇 가지 말고는 쓸데도 없어. 나중에는 포인트가 남아돈다니까.”
“그렇습니까?”
“나만 해도 포인트가 몇만은 쌓여있는데 뭐. 인벤토리도 A등급까지 다 업그레이드해서 더 쓸데도 없다.”
박현아의 말에 그나마 위로가 됐다.
“그나저나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겁니까?”“인벤토리를 열고 싶다 생각하면 허공에 상자 같은 게 보일 거야. 그 안에 넣고 싶은 걸 집어넣으면 돼. 꺼낼 때는 반대로 하면 되고.”
최현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벤토리를 생각했다.
그러자 허공에 반투명한 형태의 상자가 나타났다.
‘여기에 그냥 넣으면 되는 건가.’
주머니를 상자 안에 넣고 인벤토리를 닫았다.
“오? 없어졌네요?”
“보관된 거지.”
“별거 아닌데 신기하네.”“무게도 안 느껴지고, 들어간 상태 그대로 보관되기 때문에 음식이나 시체 같은 걸 넣어도 안 썩어. 아주 편리하지.”“시체는 왜 넣습니까…”“용사 짓 하다 보면 너도 필요할 때가 올 거다.”
박현아가 씨익 웃으며 설명을 이었다.
“예를 들어 개같은 귀족
놈이 있으면 멱을 딴 다음 인벤토리에 넣는 거지. 그럼 증거 인멸! 얼마나 편리하냐?”“아무리 봐도 용사가 아니라 악당이 할 행동인데요.”“새꺄. 원래 히어로나 빌런이나 한 끗 차이야.”
박현아가 최현석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아무튼, 다 끝났으면 슬슬 이동하자.”“또 어디를 갑니까?”“사건 해결했으니 보고하러 가야지.”
***
일행은 델로스 안에 있는 공간 이동 게이트를 이용해 울티문 페스 마을로 돌아왔다.
박현아는 임무를 내렸던 설리번을 찾아갔다.
“그렇게 됐군요…”
사라 던피와 리암이 도망쳤다는 말에 설리번이 어두운 표정이 어두워졌다.
“미안해요. 이쪽에서도 좀 더 제대로 정보를 모았어야 했는데… 당신한테 무리한 일을 부탁하고 말았네요.”“뭐, 결과적으로 살아남았으니 된 거지.”“그 사라 던피라는 리치는 저희 쪽에서도 계속 추적할게요. 정보가 나오면 그때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죠.”
“그래.”
“그럼 바로 이네모시트로 돌아가실 건가요?”
설리번의 물음에 박현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에는 내가 부탁하고 싶은데 하나 있어.”
“뭐죠?”
설리번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박현아가 무언가를 부탁하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얘 좀 살펴봐 줘.”
박현아가 최현석을 떠밀었다.
“어어? 무슨 일입니까?”“네 몸. 제대로 조사해보기로 했잖아. 저기 설리번이 그쪽으로는 전문이니까 맡겨봐.”
최현석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어… 두 번째 인사네요. 최현석입니다.”“설리번이에요. 이번에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설리번이 빙긋 웃었다.
“그래서 어떤 걸 살펴보면 되죠? 이번 전투에서 상처를 입었나요?”“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야.”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던 박현아가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적였다.
“됐고! 그냥 최현석 신체를 자세히 살펴봐. 그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야.”
“으음? 그러죠.”
설리번이 최현석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서서히 마력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저항하지 마세요. 살펴보는 것뿐이에요.”
“옙.”
마력으로 최현석의 구석구석을 살핀 설리번의 표정이 점점 뒤틀렸다.
“이게 뭐죠…?”
“이상하지?”
“네… 이건 마치…”
설리번이 입을 열었다.
“사람이 아니라 광물 같아요.”
“예?”
***
같은 시각.
사라 던피는 이름 모를 숲을 거닐고 있었다.
아직 상처가 회복되지 않은 리암이 절뚝이며 뒤를 따르며 따랐다.
“참 재미있는 시대가 아니더냐.”“…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라가 환하게 웃었다.
“나는 내가 모든 걸 안다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보면 얼마나 오만했던 건지.”
사라 던피는 마력이 전부이던 시대에서 정점에 올라섰다.
대륙에서 그녀보다 마법을 더 잘 아는 이는 없었다.
그 시절의 사라는 생각했다.
자신은 마법의 끝자락에 도달했다고.
이 앞에 남은 것은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으나, 그건 오만한 착각이었다.
“신성력과 마기. 이건 분명 마력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힘이지.”
마기와 신성력이라는 낯선 힘.
심지어 사령술이라는 생경한 마법으로 자신은 죽음에서 되돌아왔다.
“이 시대에는 내가 알지 못한 미지의 것들이 존재한다.”
사라 던피는 깨달았다.
자신은 아직 멀었다.
아직 배우고 나아가야 할 길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우선은 이 사령술이라는 것부터 완전히 제어해야겠어. 감히 내 정신에 간섭하다니… 마음에 들지 않아.”
사령술로 일어난 언데드는 산 자에 대해 무조건적인 증오심을 품는다.
이것을 제어하느라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실제로 전투에도 많은 방해가 됐고.
우선은 이것부터 완벽히 통제할 생각이었다.
“그럼 어디… 어떤 원리로 이뤄졌는지 볼까?”
사령술을 파헤치는 사라 던피의 얼굴에는 진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나는 더 배우고 더 강해질 수 있다.’
다시 주어진 삶.
이번 삶에서는 마법의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
언데드라 심장이 뛰지 않음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