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82)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82화(182/273)
시스템 알람.
너무 많아서 일일이 보기 힘들 정도로 알람이 쌓여 있었다.
최현석은 순서대로 하나씩 살펴봤다.
[축하합니다! 마나(mana)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위대한 업적입니다!] [보상으로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보상으로 대량의 용사 포인트를 획득합니다!]‘마나… 그걸 마나라고 하는 건가?’
그동안 보라색 기운 혹은 원마력 등등으로 불렸던 힘.
그것은 마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최현석은 계속해서 알람을 읽어갔다.
[마력과 마기가 마나로 합쳐집니다] [능력 마력 운용술(S), 마기 운용술(A)가 마나 운용술(S)로 합쳐집니다] [신체 밸런스가 조정됩니다] [신체 안정성이 향상됩니다]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마나라는 새로운 힘이 정착됐으니, 기존의 것들이 하나로 모아지는 건 당연했고.
그 과정에서 고질적인 문제였던 신체의 불안정성까지도 다 해결된 것 같았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능력 마폭식(E)가 일시적으로 봉인됩니다] [스킬 레이드런식 격투술 변형이 일시적으로 봉인됩니다]‘이건 조금 뼈아픈데…’
능력과 스킬이 하나씩 날아갔다.
마폭식은 마력과 마기의 다른 성질을 이용해 폭발적인 힘을 내는 기술.
레이드런식 격투술 변형은 그런 마폭식을 기반으로 쓰는 투기다.
‘마력과 마기가 사라졌으니 못 쓰는 게 당연하긴 해.’
두 힘이 마나로 묶였으니 마폭식을 못 쓰는 것도 이해가 된다.
다만, 여기에는 ‘일시적 봉인’이라는 조건이 달려 있다.
최현석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일시적 봉인이니 어쩌면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애초에 마나에서 파생된 힘이 마력과 마기다.
현재는 마나만 남았지만, 원한다면 마력과 마기도 다시 만들어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최현석은 생각을 정리하며 계속 알람을 읽어내려갔다.
[주의! 다른 능력치에 비해 마나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사용자의 안정성을 위해 업적 보상의 일환으로 일부 능력치를 재분배합니다]이건 반길만한 내용이었다.
마나를 얻으며 늘어난 힘을 감당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조율해줬다는 뜻이니까.
이 외에도 신체 변형이 불가능해지면서 ‘펄미니엄 모드’, ‘크레피터스 모드’ 같은 스킬을 못쓰게 되는 등 자잘한 일들이 있었으나, 모두 경험치나 용사 포인트로 보상을 받는 식으로 조정됐다.
결과적으로 최종 정리된 최현석의 상태창은 다음과 같았다.
▫이름 : 최현석
▫칭호 : 정규 용사
▫레벨 : 1096
·근력 : 350
·민첩 : 350
·체력 : 350
·마나 : 500
·카리스마 : 113
·투지 : 102
·보너스 포인트 : 36
▫용사 포인트 : 10,500
▫능력 : 곡괭이질(C), 통솔(C), 요리(D), 마나 운용술(S)▫스킬 : 레이드런식 격투술, 노빌레이스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한 능력치.
여러 가지 보상으로 레벨업을 잔뜩 해서 보너스 포인트가 36이나 됐다.
용사 포인트가 일만을 넘겼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었다.
봉인된 능력이나 스킬은 보이지 않았는데, 설정을 만지자 별도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알단은 보너스 포인트부터 다 써야겠다.’
최현석이 우선 보너스 포인트 36을 분배하려 할 때였다.
“야. 언제 끝나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박현아가 참지 못하고 말을 걸어왔다.
“이제 거의 끝났습니다.”
능력치 분배까지 해서 완전히 정리를 끝낸 최현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 사이에 뭐가 잔뜩 지나가서 정신이 없네요.”“당장 이야기할 필요는 없고 일단 좀 쉬어. 나중에 정신 돌아오면 그때 이야기해도 되니까.”
“예.”
“보아하니 일단 성공하긴 했나 보네?”
박현아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최현석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따로 전투력 측정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찌어찌 됐습니다.”
최현석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지켜보던 라헬이 끼어들었다.
“용사님! 기념으로 전투력 측정해요!”
“좋지.”
“기다려. 내가 봐줄 테니까.
박현아가 품에서 전투력 측정기를 꺼내 착용했다.
[ 전투력 : 325,932 ]전투력을 확인한 박현아가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워어, 시발. 이건 진짜 미쳤네.”“얼마나 나왔습니까?”
“대충 32만이네.”
“예…?”
전투력 32만이라는 말에 최현석이 눈을 끔뻑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전투력이 10만 가까이 뻥튀기된 상황이다.
놀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이 정도면 전설 문턱을 밟을 수준은 되겠어.”“32만이 문턱밖에 안 됩니까? 지난번에 전설이 전투력 30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박현아가 말했던 전설의 전투력을 넘긴 상황이다.
그런데 고작 전설의 문턱을 밟는다고 하니 의아했다.
“전설 전투력이 보통 30만부터 시작이란 거지. 대부분은 30만 중후반 정도야.”
“아.”
“더 중요한 건 전설이란 직함을 달고 다니는 놈들이 기본적으로 나이를 이삼백씩은 처먹었다는 거야.”“이삼백? 200살 300살 말하는 겁니까?”
“그래.”
“인간이 그렇게 오래 살 수 있는 겁니까…?”“인간이 마법을 쓰는 건 가능하고?”
최현석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으로 하늘을 날고 순간이동을 하는 세상에서 나이 이삼백 살 먹는 게 대수인가 싶었던 것이다.
“아무튼, 전설은 다들 노친네답게 얼마나 영악한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전설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높은 전투력 때문만이 아니다.
수백 년간 축적해온 전투 경험과 정점에 이른 기술이야말로 그들이 전설이라 불리는 근간이었다.
“너도 슬슬 그쪽 싸움에 끼려면 너만의 무기가 있어야 할 거야.”
“나만의 무기…”
“지금까지처럼 전투 센스나 재능만 믿고 까불기에는 상대가 만만치 않아. 애초에 전설에 오르려면 난 놈 중에서도 난 놈이어야 한다고.”
전설에 오를 정도면 재능과 실력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까지처럼 전투 실력만 가지고 상대를 찍어누르는 건 힘들다는 뜻이다.
“뭐, 아무리 그래도 일 년 반도 안 되는 시간에 여기까지 올라온 너만 하겠냐만…”“예? 뭐라 하셨습니까?”“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박현아가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아무튼, 지금부터는 더더욱 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해. 빨리 좋은 투기 하나 만들어서 숙련도를 높여야 전설이랑도 붙어볼 만할 거야.”
투기라는 말에 최현석이 손뼉을 쳤다.
“아, 안 그래도 투기랑 관련해서 드릴 말이 있습니다.”
“뭔데?”
“투기 개발.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응…?”
***
“호오~ 이건 정말 진귀한 광경이구나.”
사라 던피가 최현석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관찰했다.
벌써 30분째였다.
최현석은 바위에 걸터앉아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이 보라색 기운의 명칭이 마나라고 했느냐?”
“예.”
“호오… 정식 명칭이 있다는 것은 누군가는 이 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렷다.”
사라 던피는 최현석의 몸 여기저기를 만지며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역시 마나를 담을 수 있는 비밀은 육체에 있었나? 하지만 이건 인간의 육체라 할 수 없구나.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것인가…”
사라 던피가 계속 최현석을 관찰하는 사이.
박현아는 한쪽에서 연신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시발… 내가 어떻게 했는데, 이걸 다시 처음부터…”
박현아는 거의 두 달간 최현석의 투기를 완성하는 데 매달렸다.
기본적인 형(形)을 만드는 건 최현석이 하고, 거기에 맞춰 세부적인 마력을 조정하는 것은 모두 박현아의 몫이다.
그런데 최현석이 마력이나 마기가 아닌 마나를 다루게 되면서 모든 게 어긋났다.
“시발! 완전히 제로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잖아. 이 나이 처먹고 다시 공부를 하라고!?”“조용히 좀 하거라. 연구에 방해가 되지 않느냐.”
사라 던피가 인상을 찌푸리며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박현아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친다.
“닥쳐!”
“쯧쯧. 성질머리하고는.”
사라 던피는 혀를 차고는 다시 최현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호기심으로 가득 채워졌다.
“호오, 보면 볼수록 대단하구나. 육신의 형태가 고정됐음에도 마력 전도율 자체는 그리 떨어지지 않았어. 아니, 마나 전도율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참으로 신묘하구나, 신묘해.”
사라 던피가 턱을 쓰다듬은 채 중얼거리고.
“시발… 저 새끼 안 그래도 몸뚱이가 좆같아서 루트 짜기 힘든데 마나인지 뭔지 개같은 것 때문에 난이도가 몇 배는 뛰었네. 완성하는데 연 단위로 걸리는 거 아냐? 그냥 못하겠다 하고 튈까.”
박현아는 머리를 쥐어 싸매며 소리친다.
“근데 저대로 놔두면 반쪽짜리밖에 안 되는데… 어떡하지? 하아, 대가리 깨지겠네! 진짜.”
자신을 두고 각자의 세계에 빠진 두 여성을 보며 최현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 정신없다.’
아직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전히 정신이 멍했다.
바위에 앉아 있던 최현석은 슬그머니 드러누웠다.
‘알아서들 하겠지…’
숲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고,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은 터라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눈을 감자 참을 수 없는 수마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
신성 제국 가트렌.
수도 그라티암의 중앙 대광장에 수많은 인파가 모였다.
“마족이 모습을 드러낸 지도 어느덧 500년이 흘렀습니다.”
교황 오르반 4세의 목소리가 대광장에 울려 퍼진다.
데우시스 교의 총본산인 데우시스 대신전의 첨탑에 오른 교황이 두 팔을 벌린 채로 소리쳤다.
“무려 500년입니다! 우리는 몇 세기 동안이나 마족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고, 지옥과도 같은 전쟁을 겪어야 했습니다!”
누군가는 두 손을 모은 채로 기도했고.
누군가는 주먹을 쥐며 분노했다.
그러나 누구도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수만에 달하는 인파가 모였음에도 광장에는 고요한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교황이 말을 이었다.
“전쟁으로 우리는 가족을 잃었고, 친우를 잃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의 경계에서는 인류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연설하는 교황의 목소리가 점차 격앙돼간다.
“이러한 위협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파렴치한 마족은 사령술로 언데드를 일으켜 죽은 이를 욕보였고! 산 자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했습니다!”
언데드라는 단어를 들은 사람들의 얼굴에 공포가 어렸다.
현재 언데드는 대륙 최고의 화두이자 골칫거리였다.
진화가 될만하면 새로운 언데드 군단이 일어났고.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덩치를 불리며 강해진다.
몇몇 약소국은 나라가 멸망할 위기에 처한 곳도 있었다.
“다행히도 신의 가호가 함께하는 가트렌에는 사령술이라는 마수가 뻗치지 못했지만…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언젠가는 이곳도 언데드가 들이닥칠 것입니다.”
갑자기 교황의 음성이 무겁게 내리깔렸다.
“해서 우리는 결정했습니다. 더는 이러한 마족의 만행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주먹을 쥔 채로 좌중을 내려다봤다.
잠깐의 정적 이후.
교황이 다시 입을 뗀다.
“성전입니다.”
그 한마디와 함께 그라티암 광장이 함성으로 가득 찼다.
와아아아아-!
무려 100년 만의 성전.
이것은 가트렌의 전쟁이 아니다.
대륙에서 가장 큰 교세를 지닌 데우시스 교가 총력을 쏟아붓는 전쟁이었다.
“목표는 마왕 테그라드. 마족의 수괴인 그에게 신의 철퇴를 내릴 것입니다!”
교황의 말과 함께 대신전에서 병사가 출진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함성과 함께 제국의 병사들을 반겼다.
와아아아아-!
가장 선두에 있는 것은 데우시스 교의 성녀 모리얼.
그 뒤로는 두 남성과 한 여성이 따른다.
그들을 본 시민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저분들은 설마 겔링 경과 아스문드 경이 아니신가?”“그 옆은 킨리 경이네! 문헌에서 본 것과 똑같은 모습이야!”“킨리 경이라면 이백 년 전의 인물 아닌가!?”“어찌 잊혀진 전설들이…”
종적을 감춘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신의 품으로 돌아갔다 여겨졌던 가트렌의 전설들.
그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제국의 십성이다!”
그 뒤로 신성 제국을 수호한다 일컬어지는 열 명의 영웅, 십성(十星).
“신의 은총 기사단이야!”“신이시여 그들에게 축복을…”
십성의 뒤로는 천 명의 기사가 따른다.
모두 고위 성기사로 이뤄진, 신성 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 집단이었다.
그 밖에도 가트렌의 무수히 많은 정예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전이다!”
“마족을 물리쳐라!”
“데우시스를 위해! 가트렌을 위해!”
이것은 수도 그라티암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광활한 영토를 지닌 가트렌 신성 제국 전역에서 이러한 대규모 출진식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교황이 미소 지었다.
‘드디어 이 기나긴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다.’
이제 구시대는 끝나고 새로운 시대를 열릴 것이다.
가트렌의 시대가.
“흐응~”
그리고 어딘가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자.
“상황이 점점 재미있어지는걸?”
매혹적인 붉은 입술을 한 여성이 히죽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