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90)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90화(190/273)
스콜본 내에 위치한 데우시스 교의 대신전.
화려하게 치장된 예배당을 한 사제가 바쁜 걸음으로 가로질렀다.
“빈센조 추기경님!”
예배당 앞쪽에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는 추기경 빈센조가 있었다.
“지금은 예배 시간입니다. 사제님.”
빈센조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평소 예배 도중 방해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이다.
사제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워낙 다급한 사안이라…”“후우, 무슨 일이지요?”“말씀하신 대로 수도 내에서 마기 반응이 일어났습니다.”
‘마기 반응’이라는 말에 추기경 빈센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서는 그의 얼굴은 기괴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빈센조는 다급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제 또한 그 뒤를 따랐다.
“최현석! 그자가 온 겁니다!”
“최현석…?”
“마족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날 리는 없으니 그자일 수밖에 없지요!”
사제는 처음 듣는 낯선 이름이었다.
빈센조는 사제의 의문을 해결해 줄 생각이 없는 듯 혼잣말을 이어갔다.
“사사건건 귀찮게 구는 벌레를 물에 던졌더니 대어가 튀어나왔습니다. 이 모든 게 교황님의 뜻이자, 신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가 희번덕한 눈을 한 채 속사포로 말을 쏟아냈다.
사제는 최대한 겁에 질린 표정을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지금은 저 정신 나간 추기경의 말을 따라야 한다.
“어차피 놈들의 목적은 뻔합니다. 전투를 준비하십시오.”“전투 준비라 하심은…?”“자세한 건 그에게 말하세요. 알아서 처리할 겁니다.”
“예!”
고개를 끄덕이는 사제를 뒤로하고, 빈센조는 의복을 챙겼다.
“저는 국왕 폐하를 알현하러 가야겠습니다.”
***
스콜본의 뒷골목.
중년 남성과 두 딸은 말을 이끌고 사람이 없는 음습한 장소로 이동했다.
“미행이 붙었어요.”
“신경 쓸 것 없다. 한낱 건달패에 불과하니.”
근 몇 달 사이, 스콜본의 치안은 최악으로 치달은 상태였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며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동시에 무분별하게 외지인을 받아들인 탓이다.
덕분에 조금만 외진 곳으로 가면 이런 건달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봐. 거기 아가씨들.”
원하는 장소에 도착한 것일까.
미숙하게 미행하던 이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부름에 세 부녀 또한 멈춰 섰다.
“그래. 이쯤이면 되겠구나.”
기사 토디를 유혹했던 장발의 여성이 말했다.
그녀의 영문 모를 소리를 무시하며 건달패가 서서히 접근했다.
“시골 촌뜨기들.”
말을 하며 품에서 단검을 꺼내 든다.
“지금 당장, 가진 걸 전부 내놔.”“말을 잘 들으면 목숨은 살려줄 수 있다고? 키킥!”
삼류 악당 대사를 내뱉으며 위협하는 건달패.
여성은 그런 이들을 무시하고는 말에서 내렸다.
“고생했구나. 이제 돌아가라.”
그녀가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자, 타고 온 말이 풀썩 쓰러졌다.
동시에 말의 배가 갈라지며, 그 안에서 거구의 남성이 기어 나왔다.
“우엑! 냄새!”
말의 배 속에서 기어 나온 남성, 최현석이 연신 헛구역질을 했다.
“다신 이런 짓 안 합니다. 차라리 정면에서 박살 내고 말지.”
그 반응이 재미있었던 걸까.
장발의 여성으로 변신한 사라 던피가 빙긋 웃었다.
“덕분에 편하게 수도 안으로 들어왔지 않느냐?”
수도로 입성하는 일행의 계획은 단순했다.
우선 수도 밖에서 말을 구매한다.
강화된 검문 탓에 도시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가 많았기에 어렵지 않았다.
그 후, 말을 죽이고 배를 갈라 최현석을 넣고 밀봉.
사라 던피가 사령술로 말을 일으켜 수도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런 건 언제 배우셨습니까?”“필요에 의해서 배워둔 것이지. 아직은 이런 잔재주밖에 부리지 못하지만, 다행히 쓸데가 있었구나.”
“으흠…”
이전에 사라 던피는 언데드의 부작용을 거의 해결했다 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령술도 어느 정도 익힌 듯했다.
“그나저나 쟤들은 뭡니까?”
최현석은 한쪽에서 눈을 끔뻑이고 있는 건달패를 바라봤다.
“글쎄. 가진 걸 내놓으라 하던데.”“아주 나쁜 놈들이에요! 우리를 죽이고 돈을 빼앗겠다고 했어요!”
그동안 아벨슨의 품에 숨어 있던 라헬이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왔다.
다가오던 그녀가 돌연 코를 잡고는 죽을상을 했다.
“우엑! 용사님 냄새 때문에 토할 것 같아요.”
“닥쳐!”
여기서 가장 악취를 견디느라 고생한 건 최현석 본인이었다.
“아무튼, 나쁜 놈들이란 거네?”“저…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듯합니다…”
건달패 수장으로 보이는 이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갑자기 말이 죽고 그 안에서 거구의 남자가 기어 나오다니.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는 몰라도, 타깃을 잘못 잡았다는 것 정도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약속해. 앞으로는 착하게 살겠다고.”
최현석이 다가가며 말했다.
건달패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
최현석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리고는 재빠르게 로우킥을 연타한다.
퍼걱-! 팍! 파각!
눈 깜짝할 새에 건달패의 다리가 부러졌다.
무릎뼈가 조각났기에 사제의 치료를 받지 않는 이상 평생 앉은뱅이 신세로 살아야 할 것이다.
“끄아아아아아-!”
“아, 아아…!”
“착하게 산다 해서 봐줬다.”
최현석은 고통에 신음을 내뱉는 이들의 머리를 후려 기절시킨 후 돌아섰다.
“라헬. 뭐래도 해봐. 냄새 때문에 진짜 죽겠어.”“으으… 잠시만요.”
라헬은 한쪽 손으로 코를 막은 채로 마법을 사용했다.
쏴아아아-!
최현석의 주위로 물이 회전하며 몸과 옷에 들러붙은 오물을 닦아냈다.
“하아, 이제 좀 살겠네.”
마법으로도 완전히 냄새가 가시진 않았지만, 적어도 구역질이 올라오는 신세는 면했다.
어두운 골목에서 나오며 사라 던피가 최현석에게 붙었다.
“그대는 보기보다 매정한 면이 있구나.”
“예?”
“아까 그 왈패들 있지 않는가.”
앉은뱅이로 만들어버린 건달패를 말하는 것이었다.
“뭐, 살려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애초에 우리가 약했다면 무슨 꼴을 당했을 줄 알고요.”“물론, 옳은 말이다. 그 치들은 죽어도 할 말이 없지.”
사라 던피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하나, 왕은 공포만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넓은 아량, 관용을 베풀고 카리스마로 사람을 휘어잡을 줄 알아야 하지.”“으음…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만, 저는 왕에 관심이 없는데요?”
최현석의 말에 사라 던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저기 있는 아벨슨과 결혼해서 이 나라를 이끌러 온 줄 알았다만. 아니었나?”“겨, 결혼이라니 아닙니다!”“으흠, 내가 오해했군.”“뭐, 사실 아벨슨 씨만 동의한다면 저는 언제든 준비가 돼 있긴….”
“용사님!”
갑자기 라헬이 주먹을 휘둘러 눈을 후려쳤다.
최현석은 눈을 질끈 감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시발! 무슨 짓이야!?”“정신 차리세요! 용사님은 마왕을 처치하고 세상을 구해야죠!”“그런데 눈을 때리고 지랄이야!”“그 방정맞은 입을 꿰맬 수는 없으니까요!”
“이게 진짜!”
최현석이 라헬을 힘껏 틀어쥐던 그때.
“쉿! 모두 조용.”
사라 던피가 둘의 입을 막았다.
“추적자가 붙었다.”
“또 깡패들입니까?”
최현석이 슬며시 눈을 뜨며 말했다.
“아니. 이건… 신성력이다.”
신성력이라는 말에 일행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내 실수군. 미약하게 마기가 새어 나온 모양이야.”
사라 던피는 완벽하게 마기를 제어했기에 발각됐을 리가 없다.
문제는 언데드가 된 말.
최대한 억제했지만, 미약하게 마기가 새어 적에게 발각된 것 같았다.
“워낙 혼잡하고 사람이 많은 도시라 발각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만, 잊고 말았군. 마기와 신성력의 관계를.”
사라 던피가 마력을 썼다면 이런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력과 더불어 마기, 신성력이 공존하는 세계.
신성력과 마기는 특히나 서로에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간의 도시에서 마기를 흘린다면, 아주 극소량 일지라도 신성력을 지닌 자에게 발각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죠. 빠르게 처리하고 왕궁으로 달리겠습니다.”“아니, 왕궁은 그대들끼리 가거라.”
“예…?”
사라 던피가 재빨리 일행에게서 멀어졌다.
“내가 마기를 흘려 적을 유인 하마. 그 사이 그대들은 왕궁에서 필요한 것을 챙겨 빠져나와라. 우리가 출발했던 숲에서 다시 만나도록 하지.”
“하지만…”
“언쟁할 시간이 없다. 어서 움직여라!”
끝으로 사라 던피는 중년 남성으로 변한 맥스윈 고든에게 말했다.
“내가 살아있는 한 그 마법은 해제되지 않을 것이다. 그게 그대에게도 편하겠지. 이번 일이 끝나고 모든 게 정상화되면 다시 되돌려주마.”“아, 알겠습니다…”
일국의 공작임에도 사라 던피의 분위기에 압도된 맥스윈 고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잠시 후에 보자꾸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사라 던피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
스콜본 내에 위치한 왕궁.
한 여성이 국왕의 침실 앞 복도를 걷고 있었다.
“흐으응~ 이번에는 얼마나 받으려나?”
여성의 이름은 에비.
그녀 또한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수도로 상경한 케이스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꿈을 이뤘다.
벌써 국왕 라브룬 마리어트의 간택을 네 번이나 받은 것이다.
‘왕이든 뭐든, 결국 사내라는 족속들은 다 같은 법이지.’
그녀의 고향은 수도에서 제법 떨어진 돌라라는 한적한 영지다.
그곳에서 에비는 수많은 남성의 밤잠을 설치게 한 이력이 있을 정도로 남자를 다루는 데 능숙했다.
“에비라고 합니다… 폐하…”
그런 그녀도 처음 국왕을 만났을 때는 너무 긴장돼 말조차 제대로 못 꺼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에비. 너는 정말 묘한 매력을 지녔구나!”
단 네 번의 만남으로 국왕은 완전히 자신에게 빠졌다.
‘이러다가 왕비까지 올라가는 거 아냐?’
현재 국왕은 처가 없다.
자신은 평민이니 본처는 무리더라도 첩의 자리 정도는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망상을 하며 에비는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으으, 아까 너무 기름지게 먹었나…”
파리한 안색에 배를 부여잡고 서둘러 계단을 내려간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화장실은 1층에 위치한 왕족
전용 화장실.
원래는 손님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지만, 상관없다.
이미 국왕의 마음을 얻은 상황.
어디든 마음대로 다녀도 된다고 말했기에 누구도 그녀를 제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왕족
전용 화장실이 가장 화려해서 마음에 든단 말이지.’
어차피 자신도 곧 왕족이 될 터.
조금 미리 사용한다 해서 안 될 건 없었다.
그렇게 화장실에 도착해서 재빨리 변기에 앉은 에비.
“후우…”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조금만 쉬었다 갈까…”
오늘은 유독 술을 많이 마신 탓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무슨 일인지 국왕이 평소보다 더 미친 듯이 술을 마셔 어쩔 수 없었다.
“스읍~ 하아…”
에비는 취기를 날리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쉬기를 반복했다.
그 순간.
덜컹덜컹!
누군가 화장실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훗. 이렇게 안달이 났을 줄이야.’
이곳은 왕족
전용 화장실.
이곳에 올 이는 국왕인 라브룬 마리어트밖에 없다.
그가 자신을 기다리지 못하고 직접 찾아온 게 분명했다.
에비는 씨익 웃으며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폐하. 조금만 기다리시지요. 금방 가겠….”콰아앙-!
문이 박살 나며 거구의 괴한이 들이닥쳤다.
“어…?”
“응…?”
에비와 최현석이 눈을 맞추며 약 3초가 흐르고.
“꺄아아아아!”
“으아아아아!”
두 남녀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