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91)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91화(191/273)
추기경 빈센조는 곧장 왕궁으로 향했다.
‘놈들의 목적은 아마도 왕위를 탈환하는 것. 어떤 수를 쓰든 반드시 왕궁에 올 수밖에 없다.’
처형식에 나타나 맥스윈 고든 공작을 구출한 남성.
정황상 그의 정체는 최현석이 확실했다.
나타난 이는 남성뿐이었지만, 분명 아벨슨 마리어트도 함께이리라.
종적을 감췄던 그들이 어째서 마리어트 왕국으로 돌아왔을까.
생각할 것도 없이 왕위 탈환이다.
“음…?”
어느새 왕궁 입구를 지나 국왕의 침소 근처에 도착한 빈센조.
그가 주름진 미간을 더욱 좁혔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침소 근처의 경비들이 죄다 쓰러져 있다.
심지어 왕실 기사도 몇몇 섞여 있는 모습.
하나같이 기절을 한 것을 보면 압도적인 실력 차가 난 게 분명하다.
‘현재 최현석은 용사들에게 쫓기고 있다. 하지만, 아벨슨 마리어트는 이 정도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지 않을 텐데…’
스콜본에는 용사 육성 프로젝트 출신의 용사 200명이 대기 중이었다.
그들은 모두 마기의 흔적을 쫓아 출동한 상황.
용사들에게 쫓기기 바쁜 최현석이 이곳에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누구지? 드라센 제국? 아니면 내가 모르는 전설이 움직였나?’
홀로 왕실 기사와 경비를 조용히 제압할 만한 실력자는 흔치 않다.
대륙 전체를 뒤져도 그 수가 세 자릿수를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어찌 됐건 빨리 움직여야겠군.’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일단은 국왕 라브룬 마리어트를 확보해야 한다.
나머지는 그 이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서둘러라!”
“예!”
추기경 빈센조와 정예 성기사들이 빠르게 본관으로 들어섰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오르고.
국왕의 침소가 있는 2층에 도착한 이들.
“꺄르르! 폐하! 그렇게 간질이시면 아니 되옵니다.”“하하하하! 술! 술을 더 가져와라!”
침소 문을 열기도 전에 내부가 어떤 상황인지 눈에 그려졌다.
추기경 빈센조는 이를 까득 깨물며 문을 열어젖혔다.
“라브룬 마리어트!”
“비, 빈센조 추기경!? 갑자기 어쩐 일이오!?”
갑자기 들이닥친 빈센조를 보고 라브룬 마리어트는 화들짝 놀랐다.
“꺄아아-!”
그와 함께 헐벗은 채로 있던 여성들이 비명을 내지른다.
“모두 처리해라.”
“예.”
성기사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여성들을 베기 시작했다.
“커, 커헉!”
“꺄아아아-!”
“폐하! 살려주세요! 폐하…!”
네 명의 여성들이 순식간에 싸늘한 주검이 됐다.
딸꾹-!
갑작스레 벌어진 살육전에 놀랐는지 딸꾹질을 하는 라브룬 마리어트.
빈센조는 그런 그의 머리칼을 잡고는 거칠게 패대기쳤다.
“한심한 놈! 지금이 어떤 상황인 줄 알고 이딴 짓을 벌이고 있나!”“자,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쇼! 추기경!”
라브룬 마리어트는 발가벗은 채로 무릎 꿇고 빌었다.
일국의 왕이라기엔 너무나도 비참한 모습이었다.
“정신 차리고 말해라! 여기에 찾아온 놈이 없었나?”“무슨 말씀이신지…?”“최현석! 아벨슨 마리어트! 누구라도 좋다. 낯선 이가 찾아오지 않았냐는 말이다!”
라브룬 마리어트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저 말씀하신 대로 술을 마시고 계집들과 놀아났을 뿐입니다! 믿어주십시오!”“이런 병신 같은 새끼!”
추기경 빈센조가 라브룬의 복부를 걷어찼다.
노구답지 않게 날렵한 움직임이다.
충격이 상당했는지 라브룬은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토를 했다.
“신께서도 네놈의 한심함에 노하셨음이 분명하다!”“죄, 죄송… 커헉…! 합니다… 헉!”
라브룬이 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채로 숨을 몰아쉬던 그때.
콰아앙-!
“꺄아아아아-!”
소음과 함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누구냐! 밖에 누가 있지!?”“에, 에비… 안 돼! 에비!”
라브룬이 다급히 일어나려 했으나, 빈센조가 날린 발길질에 다시 바닥에 처박힌다.
“커헉…!”
“너는 여기 이 쓰레기가 어디 가지 못하도록 감시해라.”
“예.”
“나머지는 나를 따라 이동한다!”
추기경 빈센조가 성기사들과 함께 침소 밖으로 달려 나왔다.
비명이 들린 곳은 계단 아래.
1층으로 내려가자 곧장 소란의 근원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네놈들은…”
거구의 남자와 함께 있는 여성.
둘 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으나, 빈센조는 확신했다.
저 둘은 최현석과 아벨슨 마리어트였다.
“드디어 만났군.”
빈센조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
“저 라헬은 포기했어요.”
라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용사님의 변태력이 어디까지인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네요. 측정기가 부서져 버렸달까.”“이건 사고였어. 사고였다고!”
“네. 그러시겠죠.”
화장실 문이 닫혀 있어 강제로 열었더니, 나체의 여성이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벨슨 씨. 혹시 저 여성분 왕족이십니까?”
“아니에요.”
“그럼 왜…?”
“이럴 시간이 없어요! 소란이 일어났으니 경비가 몰려들 거예요. 얼른 입구를 열죠.”
아벨슨은 화장실에 있던 에비를 무시하고 거울로 다가갔다.
그 순간.
“드디어 만났군.”
복도에서 성기사로 짐작되는 이들과 한 노인이 나타났다.
최현석은 다급히 허리를 숙이며 손을 비볐다.
“아이고! 사제님들이 계셨군요. 죄송합니다!”
“…”
“소인은 그… 화장실을 고치러 온 직공입니만, 실수로 문이 부서졌네요. 하하하…! 얼른 수리하겠습니다!”
추기경 빈센조가 눈을 가늘게 떴다.
“최현석. 정신이 나가버린 건가?”“시발… 어떻게 알았지?”
얼굴을 바꾼 터라 발뺌을 해봤는데 통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상하군. 어째서 네놈이 여기 있는 거냐? 분명 용사들에게 쫓기고 있을 터인데.”
“그건…”
최현석이 땅을 박찼다.
“저승사자한테 물어봐!”
빠르게 복도를 가로지른다.
정체를 들킨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상대는 데우시스 교의 사제와 성기사.
이전처럼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고 단번에 처리할 생각이었다.
“흡!”
기합과 함께 주먹을 뻗는다.
동시에 주먹 끝에서 강대한 마나가 흘러나왔다.
노빌레이스
제4형 – 권위적인 죽음
‘레이드런식 격투술’의 ‘제1형 – 초전박살’을 최현석의 육체와 마나의 성질에 맞게 재해석한 투기.
위력이 향상됨은 물론이고, 안정성과 효율이 한층 더 높아졌다.
콰과가가가가!
왕궁 복도가 으스러지며 엄청난 충격파가 뻗어나간다.
왕궁은 건물 전체가 마법으로 보호돼 어지간한 충격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런 여파가 발생하는 것은 그만큼 투기의 위력이 강하다는 방증이었다.
“추기경을 보호해라!”
성기사 다섯이 동시에 앞으로 나섰다.
미리 짜 맞춘 듯 정확하게 방패를 내밀며 그들의 신성력이 한데 뭉친다.
쿠웅-!
묵직한 충격음이 울려 퍼지고.
성기사들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추기경. 어서 자리를 피하셔야겠습니다.”
신성력의 장점 중 하나는 뛰어난 방어력이다.
이들 다섯이 펼친 방어막은 어지간한 영웅이 와도 충격을 줄 수 없을 만큼 견고한 것.
그런데 지금은 자칫 팔이 부러질 정도로 충격이 강렬했다.
적의 힘이 영웅급을 아득히 뛰어넘는다는 증거였다.
“예사 놈이 아니다. 주의해라.”“그건 이쪽이 하고 싶은 말인데.”
최현석도 그 나름대로 당황하는 중이었다.
‘왜 저렇게 쉽게 막아?’
방금 공격은 전원을 몰살시킬 생각으로 날린 것이었다.
그런데 인상 찌푸린 정도로 끝내다니.
전심전력을 다한 게 아니라곤 해도 이건 상정 밖의 일이었다.
“뭐, 상관없나?”
최현석이 가볍게 몸을 풀었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두 번으로 안 되면 세 번.
적이 쓰러질 때까지 때리면 될 일이다.
“간다!”
완전히 근접한 최현석이 직접 성기사들의 방패를 가격했다.
쿠웅! 쿵! 콰앙-!
굉음과 함께 복도가 부르르 떨린다.
성기사들은 필사적으로 방패를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추기경! 자리를 피하십시오!”“얼마 버티지 못합니다!”
“안 돼!”
누군가의 단말마와 함께.
채애앵-!
방어막이 완전히 깨지고.
성기사들이 동시에 뒤로 날아갔다.
“더럽게 단단하네.”
“제법이구나. 고위 성기사 다섯을 상대로 이런 힘이라니. 언제 이렇게 성장했지?”
추기경 빈센조가 물었다.
최현석은 어깨를 돌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지금 그게 중요해?”
그의 얼굴에 사나운 미소가 걸린다.
“어떻게 살아나갈지 걱정할 때인 것 같은데.”“안 된다… 추기경에게는…!”
아직 정신을 잃지 않은 성기사가 달려들었으나, 가볍게 피하고는 후두부를 내리쳤다.
콰직!
투구가 찌그러지며 성기사가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아마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고 절명했을 것이다.
“잘은 몰라도 추기경이면 교황 바로 다음이지?”“신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그래그래. 그 평등한 놈들 중에서는 대장급이라는 거잖아.”
최현석은 이 상황을 기회라 여겼다.
‘잘만 하면 정보를 캘 수 있겠어.’
추기경을 사로잡는다면 신성 제국 가트렌의 내부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 노구는 마리어트 왕국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자인 만큼, 왕위를 탈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게 확실하다.
“나랑 같이 좀 가줘야겠는데?”
“…”
“좋은 말로 할 때 따라와. 나도 어지간하면 노인 공경을 하고 싶거든.”
“…”
“왜 말을 안 해? 저기요? 할아버지?”
최현석이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빈센조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네놈…”
그때 빈센조가 입을 뗐다.
“마기는 어디 있지? 그리고 그 신묘한 기운은 무엇이냐.”“하, 진짜 답답하네.”
최현석이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착각하나 본데, 확실히 말하지.”
장난스럽던 최현석의 시선이 날카롭게 돌변했다.
“질문은 내가 한다. 너는 그냥 묻는 말에만 대답하면 되는 거야.”
추기경 빈센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를 하려면 이 상태로는 힘들겠군.”
“뭐?”
순간 빈센조에게서 막대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최현석은 다급히 팔을 뻗었으나.
턱-
도리어 빈센조에게 잡히고 말았다.
“어라…?”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팔목을 잡은 빈센조의 손이 살을 파고들어 왔다.
‘무슨 악력이…!’
무시무시한 거력에 당황하던 그때.
“네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주지.”
빈센조가 입을 열었다.
“질문은 나 빈센조가 한다. 최현석. 너는 묻는 말에만 대답해라.”
***
수도 스콜본의 상공.
사라 던피는 200명의 괴한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두꺼운 갑옷으로 전신을 감싼 이들.
사라 던피는 저들이 입고 있는 갑옷 하나하나가 마도구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호오, 이건 제법 신선하구나.”
그뿐만이 아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마도 공학인가?”
저들의 육체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인간과 마도구가 섞인 형태.
서적으로 봤던 마도 공학의 결실이 분명했다.
“서적으로 봤을 때는 그리 수준이 높지 않다고 생각했거늘. 실제 완성도는 상상 이상이구나.”
그녀를 둘러싼 괴한, 200명의 용사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척-!
대신 그들은 검을 치켜들었다.
마치 한 몸처럼 200명이 일시에 검을 들어 올리는 모습은 제법 장관이었다.
“호오, 이건?”
사라 던피가 미소 지음과 동시에 그들의 검에서 마력이 쏘아진다.
200개의 마력 줄기가 한데 모이고.
허공에서 합쳐진 마력은 이내 거대한 구체를 형성했다.
“9서클 수준인가. 마법진도 없이 이런 연계 마법이라니. 지독히도 훈련했나 보구나.”
마력으로 만들어진 구체가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흥이 없는 친구들이군. 대답하기 싫다는 게냐? 아니면 정신이 온전치 않은 건가?”
턱을 쓰다듬던 사라 던피가 씨익 웃었다.
“뭐가 됐든 상관없겠지.”위이이잉-!
맹렬히 회전하던 구체가 마력 다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날아드는 수백 개의 마력 다발을 보며 사라 던피가 웃었다.
“그대들을 연구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뛰는구나.”
이미 죽어버린 그녀의 심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