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93)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93화(193/273)
루카 휴즈.
그는 마리어트 왕국 왕실 기사단의 기사단장이었다.
원래 그의 직위는 부단장이었으나, 전 단장인 카르디널 발다가 죽으며 자연스레 단장이 됐다.
“왕실 기사단. 뭘 하고 있죠? 휴즈 경 어서 저 반역자를 죽이세요.”
아벨슨 마리어트가 말한다.
“무슨 소리냐! 반역자는 저기 있는 아벨슨 마리어트다!”
추기경 빈센조 또한 소리쳤다.
조금 전, 라브룬 마리어트가 겪은 것과 같은 상황.
“단장님. 어떡해야 합니까…?”“단장님… 명령을…”
왕실 기사단이 모두 루카 휴즈만을 바라봤다.
“후우…”
루카 휴즈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처음부터 석연치 않았다.
마리어트 왕가와 기사단장 카르디널 발다의 죽음.
단순히 마족이 벌였다기엔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저기 있는 추기경 빈센조.
마치 왕 위에 서 있는 듯한 그의 행태는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마리어트 왕가에 충성한 몸.’
이곳에서 유일한 왕족은 아벨슨 마리어트뿐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국왕을 죽인 것 또한 그녀다.
복잡한 상황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루카 휴즈! 내 말이 들리지 않나? 저기 있는 반역자 아벨슨을 죽이란 말이다!”
빈센조가 참지 못하고 재차 다그쳤다.
“빈센조 추기경. 그대는 사제이지 왕가의 사람이 아니오. 내게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소.”“멍청한 자식! 네놈이 충성하는 그 왕가 위에 서 있는 자가 누구냐? 바로 나 빈센조다!”
그 외침에 루카 휴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해졌군.”
정리가 끝난 듯한 그의 말에 기사단이 굳은 얼굴로 검을 들었다.
“추기경 빈센조. 명심해라.”
루카 휴즈의 몸에서 거친 마력이 요동쳤다.
“세상 그 누구도 왕가 위에 설 수는 없다.”
“뭣이라…?”
그가 땅을 박차며 검을 치켜든다.
“왕실 기사단! 저 추악한 늙은이의 목을 베어 왕실의 권위를 세워라!”
2차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한편, 사라 던피는 수도 스콜본을 벗어나 도시 밖으로 나온 상태였다.
전투가 격해지며 그 여파가 아래에 있는 도시에까지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나 마법을 사용하는 그녀로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대들은 정말 감정이 없었군.”
용사들은 사람들의 비명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마치 아래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은 무차별적으로 마법을 날려댔다.
“일종의 세뇌 마법 같긴 한데, 점점 더 궁금해지는구나.”
사라 던피가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앞에 거대한 마기가 운집하기 시작한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야.”
운집한 마기는 이내 수백 개의 검은 창으로 변했다.
8클래스 마법 변형
살육의 창(Spear of Slaughter)
허공을 가득 메운 창이 200명의 용사를 향해 쏘아진다.
용사들은 이번에도 검을 들어 올리며 대규모 연계 마법을 준비했다.
우우웅-!
200개의 블록으로 이뤄진 반투명한 벽.
각각의 용사가 마력을 쏟아 만든 거대한 방어막이었다.
그 위로 창이 꽂히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
창은 벽을 뚫을 수 없었다.
계속해서 벽에 틀어박히기만 할 뿐.
끝끝내 벽을 부수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라 던피의 얼굴에는 여유가 흘러넘쳤다.
“신성력, 마력, 마기. 이 세 가지 힘은 서로 상성 관계에 있더구나. 그 뿌리가 같다는 걸 생각하면 아주 흥미로운 일이지.”
그녀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올렸다.
8클래스 마법 변형
살육의 창(Spear of Slaughter)
같은 마법이지만, 이번에는 아까보다 창의 수가 더 늘어나 있었다.
“알고 있느냐? 마기는 마력을 삼킨다는 것을.”
또다시 검은 창이 쏘아진다.
콰와아앙!
이미 한 차례 공격을 막아낸 벽은 약해진 상황.
두 번째 공격은 손쉽게 벽을 박살 냈다.
벽의 부서진 틈으로 무수히 많은 창이 지나갔다.
용사들은 재빨리 몸을 피했으나, 모든 창을 피하는 건 무리였다.
콰직! 콱! 푸욱!
몇몇 용사가 가슴에 창이 틀어박힌 채로 낙하했다.
“호오, 마법사인 줄 알았거늘. 움직임 또한 제법이구나. 마전사였나?”
최소 절반은 죽을 것이라 예상했건만.
정작 쓰러진 용사는 십여 명에 불과했다.
사라 던피는 예상보다 전투가 길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그건 곤란한데…”
혼자서도 승리에는 문제없지만, 굳이 시간을 들여 고생할 필요는 없다.
그녀가 마기를 끌어올렸다.
“와라. 나의 전사여.”휘이이이잉!
그녀의 앞에 마기가 소용돌이친다.
허공을 맴돌던 마기는 이내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주군을 뵙습니다.”
나타난 이는 리암.
발링턴 왕국의 최고 전사였다.
“리암.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라 던피는 언데드 군단의 지배 개체다.
즉, 애초부터 리암은 그녀에게 종속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그녀는 사령술을 재해석해 완전히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적을 처리해라.”
“명을 받듭니다.”
완벽한 종속.
사라 던피의 소환물로 새롭게 태어난 리암은 기존보다 한층 더 강해져 있었다.
시간이 흘러 마기에 완전히 적응했음은 물론이고, 생전보다 더 방대해진 마기 덕에 위력도 상승했다.
쿠웅!
리암이 땅을 박차며 빛처럼 쏘아진다.
용사들 앞에 도달한 그가 허리를 크게 젖혔다.
마치 활의 시위를 당기듯 한계까지 젖혀졌던 몸이 풀어지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검이 휘둘러진다.
후웅!
무려 십여 미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검기.
용사들은 다급히 연계 방어막을 펼쳤다.
콰아앙!
굉음이 일고, 방어막과 검기가 함께 소멸했다.
공격이 허무하게 막혀버렸으나, 리암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방금 것은 적의 전력을 가늠하기 위한 일종의 탐색전.
애초에 이런 큰 공격은 자신보다 사라 던피의 마법이 훨씬 더 강하다.
그럼에도 그녀가 리암을 불러낸 이유.
‘적의 진형을 부순다.’
리암의 장기는 난전에 있었다.
그는 곧장 용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얼핏 보면 자살 행위가 아닌가 싶으나, 그의 전투 능력은 전설급.
전투력 10만 정도에 불과한 용사들은 그들 사이로 파고든 리암을 감당할 수 없었다.
휘익! 스걱-!
잘려 나간 용사의 팔과 다리, 머리가 사방으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흐음, 너무 늦기 전에 나서야겠구나.”
사라 던피가 마기를 활성화했다.
적은 완벽한 마법 연계를 보였던 것과 달리, 근접 전투에서 그리 큰 힘을 내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리암이 모두를 처리하는 것도 시간문제.
그 전에 연구에 사용할 적을 사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리암. 가능하면 온전한 상태로 처리하거라.”
“예!”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였으나, 리암은 곧바로 반응했다.
적을 마구잡이로 썰던 그의 검이 깔끔하게 허리나 목을 가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럼 나는 생포를 시작해 볼까.”
그녀가 양손을 뻗었다.
손끝이 향하는 방향으로 마기가 장막처럼 펼쳐진다.
촤아아아!
넓이만 해도 수백 제곱미터는 될 정도로 거대한 장막이었다.
사라 던피가 정신을 집중하며 합장했다.
8클래스 마법 변형
삼키는 장막(Swallowing Veil)
검은 장막이 일시에 용사를 집어삼켰다.
리암의 방해 덕에 연계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던 용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크으으…!”
사로잡힌 용사만 무려 백여 명.
그들은 마법에 저항하듯 몸부림쳤으나.
삼키는 장막(Swallowing Veil)삼키는 장막(Swallowing Veil)
두 개의 장막이 연달아 그들을 덮쳤다.
“이런, 너무 많이 잡아버렸나?”
사라 던피가 머리를 긁적였다.
실험체로는 몇 정도면 충분한데 과하게 손을 써버렸다.
제대로 된 컨디션으로는 처음 벌이는 전투라 저도 모르게 힘이 많이 들어갔다.
“주군. 나머지는 모두 처리했습니다.”
그사이 살아남은 용사를 모두 처리한 리암이 다가왔다.
“저들은 어떻게 할까요?”
“흐음~”
가볍게 턱을 쓸어낸 그녀가 손을 펼쳤다.
“다섯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구나.”
“알겠습니다.”
“깔끔하게 심장을 찌르거라.”
“예.”
그때부터는 수확의 시간이었다.
리암은 장막에서 허우적거리는 용사의 심장을 차례로 찔렀다.
그중에서 가장 강해 보이는 다섯을 남겨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훌륭해. 그럼…”
사로잡은 용사들을 뒤로하고 사라 던피가 양 팔을 뻗었다.
“새로운 전사를 들여 볼까.”우우우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대한 마기가 뻗어나간다.
9클래스 마법을 사용하고도 남을 만한 양의 마기.
그것이 죽은 용사에게로 스며들었다.
그어어어어-!
죽은 용사들이 기이한 음성을 토해내며 몸을 일으킨다.
그들은 팔을 허우적거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사라 던피 앞으로 모였다.
“아직은 이 정도 수준이 한계인가.”
그렇게 모인 용사는 약 백 명.
대부분은 수준이 낮은 하급 언데드였다.
사라 던피가 혀를 찼다.
“모두 데스나이트가 될 것이라 생각했건만…”
생전의 수준이 높았고, 막대한 양의 마기를 썼기에 기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쓸만한 데스나이트는 고작 열 기가 전부였다.
“뭐,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겠지.”
사라 던피가 리암에게 데스나이트의 지휘권을 넘겼다.
“그대에게 맡기마. 교육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부탁한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만약 데스나이트에게 이지(理智)가 있고 배움이 가능하다면 제법 쓸만한 전사가 될 것이다.
“자, 그럼 이쪽은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는데…”
사라 던피가 저 멀리 수도 안의 왕궁을 바라봤다.
“그쪽도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는 모양이구나.”
거대한 왕성이 작은 장난감처럼 느껴질 정도로 먼 거리임에도 전투의 여파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 전부터 그 힘이 줄어드는 게 저들의 전투 또한 막바지에 이른 듯했다.
“어디 구경이나 가 보도록 할까?”
사라 던피가 하늘을 날고.
그 뒤로 다섯 명의 용사를 둘러업은 리암과 데스나이트들이 뒤따랐다.
***
사방이 거친 숨소리로 가득하다.
왕실 기사들은 질린 눈으로 전방을 응시했다.
“저게 정녕 인간인가…”“놈은 추기경이 아니라 괴물이다.”
추기경 빈센조.
그는 최현석과 아벨슨. 그리고 왕실 기사 전원을 상대로 싸움을 벌였다.
압도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왕실 기사 스물을 쓰러뜨렸고.
최현석에게도 제법 큰 상처를 남겼다.
그 대가로 빈센조 본인은 피투성이가 된 상태였으나, 아직 두 눈만은 형형하게 빛났다.
“노인네. 슬슬 포기해.”
최현석이 말했다.
추기경 빈센조는 이미 한계에 달했다.
필사적으로 태연함을 가장했으나, 전신이 잘게 떨린다.
그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이미 졌어. 더 싸워봤자 의미 없다는 거 알잖아.”
“그 입 닥쳐라!”
빈센조가 지면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최현석을 향해 날아드는 묵직한 주먹.
하나, 이런 정직한 공격을 맞아줄 정도로 최현석은 어리숙하지 않다.
휘익!
가볍게 고개를 트는 것으로 공격을 피한 그가 주먹을 휘둘렀다.
빈센조의 것과 달리 최현석의 주먹은 정확히 안면에 틀어박힌다.
콰와앙!
굉음과 함께 빈센조가 바닥에 엎어졌다.
“진짜 더럽게 딱딱하네.”
분명 공격을 한 건 이쪽인데, 주먹이 아려오는 게 오히려 한 대 맞은 느낌이다.
그만큼 빈센조의 육체는 단단했다.
“뭐, 그래도 확실히 끝난 건가.”
빈센조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바닥에 대(大)자로 드러누운 채로 숨을 헐떡였다.
“자, 이제 승자의 권리를 누려 볼까.”
“…”
“설마 이제 와서 발뺌할 생각은 아니겠지?”
승자가 패자에게 질문한다.
그게 이 싸움의 시작이었다.
“끌끌…”
빈센조가 힘없이 웃었다.
“좋다. 원하는 것을 말해라. 신께 맹세코 한 가지 질문에 답해주도록 하지.”
순간 최현석의 미간이 좁혀졌다.
“한 가지? 그런 제한은 없었던 것 같은데.”“그 이상은 시간이 부족할 거다.”
빈센조의 육체가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테니.”“이런 약은 노인네가…!”
빈센조는 정말 죽어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신성력으로 겨우 붕괴하는 육체를 붙들고 있었던 듯했다.
분하지만 최현석은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무엇을 물어야 할까.’
궁금한 건 많다.
신성 제국 가트렌의 숨겨진 힘.
용사 육성 프로젝트 대상자의 세부 전력.
다른 왕국이나 혹은 마왕과의 관계.
성전 이후의 계획.
질문거리가 끝도 없이 밀려왔다.
하지만, 최현석은 이 모든 의문을 밀어냈다.
“교황.”
그의 입에서 나온 교황이라는 말에 빈센조의 눈이 번뜩인다.
“교황은 얼마나 강하지?”
최현석이 이 물음을 던진 이유는 간단했다.
‘추기경이 전혀 예상치 못한 힘을 숨기고 있었어. 교황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지.’
이건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보였다.
교황의 전력을 확실히 알아놓지 않으면 중요한 순간에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늙은이라면 다행이고. 이 추기경처럼 강하다면 그것대로 준비해야겠지.’
그때 빈센조가 입을 열었다.
“… 그분은 신이시다.”
“신?”
최현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알아듣게 설명해. 그러니까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빈센조의 육체는 이제 반도 남지 않았다.
조만간 완전히 재로 변해 흩어질 것 같았다.
“신은…”
마지막 순간, 머리와 가슴만 남은 빈센조가 읊조렸다.
“신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 말을 끝으로 빈센조의 육체가 완전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