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199)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199화(199/273)
마왕성을 나서는 길.
최현석은 박현아와 시스템 알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 내가 메시지 못 본다고 개구라치는 거지?”
박현아가 눈빛에 불신이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게 최현석이 말한 메시지 내용이 너무 장난스러웠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하는 건 기계적으로 퀘스트를 내고 보상을 주는 것뿐이야. 너처럼 말장난한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어.”“글쎄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니까요? 저는 처음부터 계속 장난식으로 용사 퀘스트가 나왔습니다.”
박현아가 최현석 앞에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여전히 불신이 가득하다.
“으음, 이 새끼 눈이 거짓말하는 거 같진 않은데…”
“진짜라고요!”
최현석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아니, 누님. 생각해 보십쇼. 이딴 거짓말을 해서 저한테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재미?”
“재미없습니다.”
“알았어 새꺄. 정색하기는.”
박현아가 피식 웃고는 앞장서 걸어갔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하아, 진짜라니까 그러네.”
최현석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으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나저나 누님.”
“왜.”
“그 성전 있지 않습니까?”
성전이라는 단어에 박현아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최현석 또한 웃음기를 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성전의 목적이 마왕을 죽이는 거지 않습니까?”
“그렇지.”
교황 오르반 4세가 선포한 성전.
그 최종 목적은 마왕의 목을 치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현석의 손에 마왕이 죽어버린 상황.
“이미 목적을 달성했으니, 성전도 자연스럽게 끝나는 거 아닙니까?”
“글쎄…”
박현아가 미간을 잔뜩 좁힌 채 턱을 쓰다듬었다.
“사실 마왕 모가지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해. 진짜 목표는 당연히 대륙 제패지.”“하지만, 그 대륙 제패가 성전을 이어갈 명분이 되지는 않지 않습니까.”
가트렌만큼 명분을 중시하는 국가도 없다.
성전의 최종 목적인 마왕을 죽이는 데 성공했으니 당연히 성전은 끝나야 정상이다.
“그렇다고 성전이 끝난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 아직 성전의 목적은 달성되지 않았으니까.”“예? 무슨 목적이요?”“생각해봐. 성전을 일으켜서 마왕 목을 치려 한 이유가 뭐겠냐?”
최현석은 잠깐의 고민 후 답했다.
“이제 마왕군이 필요 없어졌으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그렇지. 마왕군은 쓸모가 다했고, 이젠 대륙을 제패하는 데 걸림돌밖에 되지 않으니 완전히 치워버리는 게 놈들의 진짜 목적이야.”
성전의 목적은 마왕의 목을 치는 것과 더불어 마왕군 전체에 궤멸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마왕군은 후퇴해서 땅을 빼앗기기만 했을 뿐. 전력은 거의 온전하게 보전됐지. 사실상 마왕 멱을 딴 거 말고는 별다른 피해를 못 준 거야.”
“그러네요.”
“그러니까 교황도 골치가 아프겠지. 명목상 목표는 달성했으니 성전을 끝내야 하는데, 아직 마왕군은 건재하고. 이대로라면 대륙을 삼키려는 계획도 지장이 갈 테니까.”
지금까지 나타난 정황으로 교황의 계획을 단계별로 나누자면 이러하다.
1단계 – 타 인간 세력의 약화.
2단계 – 마왕군의 척결.
3단계 – 군소 왕국 통합4단계 – 대륙 통일 전쟁.
1단계는 마왕군의 사령술에 의해 달성됐다.
다음은 성전을 통해 2단계 마왕군 척결과 3단계 군소 왕국 통합을 한 번에 이뤄내려 했으나.
“마왕군이 건재하다. 이러면 군소 왕국을 통합하더라도 힘에 부칠 수밖에 없어. 인간 세력 전체와 더불어 마왕군까지 상대해야 하니까.”
이야기를 하면서 박현아는 마왕 테그라드가 떠올랐다.
어쩌면 이 또한 그가 의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뭔가 상황이 복잡하네요.”
최현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이런 잔머리 굴리는 걸로 먹고사는 놈들이니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마왕성 입구에 도착했다.
“일단은 돌아가서 다 같이 회의를….”
울티문 페스로 돌아가자고 말하던 그때.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군.”
그들의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태연하게 걸어오더니 최현석과 박현아 앞에서 멈춰 섰다.
“마왕이 죽었다니. 그게 정말인가?”“예의가 없네. 질문하기 전에 자기소개 먼저 해야지.”
최현석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정황상 적일 확률이 높았으나, 일단 정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가트렌의 사냥개… 라고 말하면 알겠나?”
남자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복면을 쓴 괴한들이 나타나 사방을 둘러쌌다.
“사냥개?”
최현석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었다.
“누님. 사냥개가 뭐 하는 놈들입니까?”“너는 지긋지긋하게 싸워놓고 아직도 모르냐.”
사실 최현석이 사냥개를 모르는 건 당연했다.
지금껏 어떤 적도 자신이 사냥개라 밝힌 적이 없었으니까.
“쉽게 말하면 지저분한 일을 전담하는 놈들이야. 지금까지 너랑 부딪힌 가트렌 놈들도 아마 대부분 사냥개였겠지.”
“아하.”
최현석이 고개를 돌려 다시 남자를 바라봤다.
“그래서. 그쪽이 사냥개다?”“단장 쿠안 오브리엘이라 한다.”“호오, 그냥 개도 아니고 대장 개였구나.”
최현석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지 정체를 알았으니…”
그가 가볍게 몸을 풀더니 그대로 땅을 박찼다.
“이제 죽어라.”
그의 몸에서 마나가 용솟음치고.
노빌레이스
제4형 – 권위적인 죽음
뻗어나가는 주먹과 함께 보랏빛 죽음이 쏘아졌다.
***
달려오는 최현석을 보며 쿠안 오브리엘은 비웃음을 삼켰다.
‘명을 재촉하는군.’
최현석과 박현아의 전력은 이미 파악이 끝난 상황.
내부 첩자를 통해 둘이 마왕성에 나타난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그는 사냥개 대원 전원을 이끌고 전투 준비를 끝마쳤다.
‘네놈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승산은 없다.’
최현석이 주먹을 뻗음과 동시에 보라색 마나가 쏘아졌다.
“이까짓 투기!”
쿠안은 피하는 대신 공격을 맞받아쳤다.
그 또한 전설에 이른 실력자.
이제 막 전설 초입에 들어온 최현석의 투기 따위에 밀려날 일은 없다.
“가트렌 신성 검술.”
가트렌 신성 검술.
가트렌 제국 출신들이 많이 사용했던 터라 이제는 익숙해진 투기다.
하지만, 같은 투기라 하더라도 전설에 이른 이가 쓰는 것은 전혀 달랐다.
가트렌 신성 검술
제2형 – 신성한 승천
몸을 한 바퀴 돌며 아래에서 위로 검을 쳐올린다.
그리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속도.
동작은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다.
후웅-!
검이 하늘을 향하고.
동시에 지면에서 거대한 용의 형상을 한 마력이 솟아났다.
마력으로 이뤄진 용은 최현석이 쏘아낸 마나를 삼킬 기세로 달려나갔다.
콰과과과과-!
두 개의 투기가 맞부딪히며 돌풍이 일어났다.
그리고…
‘밀렸어!?’
용의 형상을 한 마력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보랏빛 죽음은 단숨에 용을 찢어발긴 것으로도 모자라 그를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쿠안 오브리엘은 다급히 검을 들어 올렸다.
콰아앙! 치이익…!
마나와 부딪히며 그의 신형이 밀려나고.
바닥에서 거친 마찰음이 일어났다.
“쿨럭!”
쿠안 오브리엘의 입에서 한줄기 선혈이 흘러나왔다.
‘이 무슨 위력이란 말이냐…!?’
단 일 합이지만, 힘의 차이는 극명했다.
오브리엘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했다.
‘전설 초입 따위가 아니야. 이건…’
완연하게 전설의 경지에 들어섰다.
단순 파괴력만 놓고 보면 전설 중에서도 충분히 상위권에 들어갈 만했다.
“어떻게 된 거냐.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추기경에 빌빌대던 놈이…!”
쿠안 오브리엘은 이해할 수 없었다.
최현석과 빈센조 추기경의 전투는 제국 기록관에 의해 모두 보고됐고.
그은 직접 해당 전투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당시 최현석의 무력은 절대 이 정도가 아니었다.
그의 물음에 최현석의 반응은 어깨를 으쓱이는 것이었다
“스펙업 좀 했지.”
그가 어깨를 풀더니 손을 까딱였다.
“준비운동은 여기까지만 하고 본게임으로 들어갈까?”
“우쭐대지 마라!”
쿠안 오브리엘이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모여있던 사냥개 단원들이 대규모 술식을 시전했다.
고유 마법
비참한 칼날(Wretched Blade)
그들은 이미 모든 준비를 끝마친 상황.
마법은 막을 새도 없이 순식간에 발동됐다.
우웅…!
이윽고 나타내는 무수히 많은 칼날.
수천 개는 될 법한 칼날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
“시발… 좋지 않은데.”
박현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술식의 형태와 들어간 마력으로 봐서 범상치 않은 마법이란 걸 눈치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조집시다!”
최현석은 마법을 무시한 채 앞으로 내달렸다.
어찌 됐건 적의 대장인 쿠안 오브리엘을 죽이면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 본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지나치게 안일한 생각이었다.
위이이잉-!
허공을 가득 메운 칼날이 맹렬히 회전하며 앞을 가로막았다.
“이까짓 거!”
최현석은 마나를 이용해 칼날을 쳐냈으나, 수가 너무 많다.
파앗! 팟-!
하나를 쳐내면 두 개가 날아오고.
두 개를 막아내면 등 뒤에서 다섯 개의 칼날이 날아든다.
담겨있는 마력이 워낙 강해서 마나로 몸을 보호해도 상처가 남았다.
이대로는 적에게 닿기 전에 칼날에 베여 죽고 말 것이다.
“누님! 어떡합니까!?”
“어떻게든 뚫어!”
“예!?”
“뚫어서! 시전자 대가리를 깰 수밖에 없어!”
현재 쿠안 오브리엘과 사냥개 단원들은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아마 대규모 마법을 유지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시전자 몇 놈만 족쳐도! 마법이 약화될 거야! 그럼,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어!”
박현아가 칼날을 피하며 힘겹게 소리쳤다.
최현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나를 활성화했다.
‘전력으로, 한 번에 뚫어야 해.’
칼날이 계속해서 앞을 막았기에 어지간한 힘으로 때려 봤자 이쪽의 힘만 빠질 뿐이다.
단번에 모든 칼날을 분쇄하고 적에게 도달할 만한 위력이 필요하다.
‘전력으로 투기를 운용하는 거야.’
마나를 얻은 이후.
최현석은 한 번도 전력으로 투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
마나가 다른 능력치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해진 탓에 육체가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면 가능해.’
하지만, 마왕을 죽이며 전반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한 상황.
▫이름 : 최현석
▫칭호 : 전설적인 용사
▫레벨 : 1176
·근력 : 410
·민첩 : 407
·체력 : 410
·마나 : 520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긴 했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줄어들었다.
‘모든 걸 때려넣는다!’
최현석이 한계까지 출력을 올렸다.
‘노빌레이스 제4형으로…!’
‘노빌레이스 제4형 – 권위적인 죽음’은 ‘레이드런식 격투술’을 모티브로 만든 투기.
레이드런식 격투술의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인 출력이다.
즉, 지금처럼 무식하게 마나를 때려넣기 최적화된 투기라는 뜻이다.
쿠구구구구…!
최현석을 중심으로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파앗, 팟-!
칼날은 여전히 최현석의 몸을 베었다.
계속해서 선혈이 튀는 상황.
최현석은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정확히 전방을 응시했다.
‘간다.’
마침내 모든 마나가 모였다.
최현석의 주먹이 움직이고.
콰직-!
지면이 움푹 패인다.
노빌레이스
제4형 – 권위적인 죽음
거대한 마나의 폭풍이 쏘아졌다.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은 폭풍은 거세게 쿠안 오브리엘을 향해 날아간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칼날이 나타나 그 앞을 막아섰다.
콰아아아아!
칼날이 폭풍에 부딪히며 무참히 깨진다.
단숨에 수백 개의 칼날이 부서졌다.
하나, 그 뒤에는 그보다 배는 많은 칼날이 폭풍을 기다리고 있었다.
채앵! 챙! 콰앙!
결국, 보랏빛 폭풍은 칼날을 뚫지 못했다.
4분의 3가량이 파괴됐으나, 여전히 수백 개에 달하는 칼날이 남아 있었다.
“이런… 썅…”
최현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무릎을 꿇었다.
너무 과도한 출력을 사용한 대가로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 그의 등을 두드렸다.
“나이스 샷.”
최현석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누님…?”
씨익 웃고 있는 박현아가 보였다.
“마법사한테 시간을 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야지.”
박현아가 손가락을 까딱이고.
화르르륵-!
불꽃의 기둥이 지면에 내리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