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2)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2화(2/273)
“네가 용사라고? 앙!?”
“어… 그게…”
무섭다.
정말 진심으로 무서웠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라는 타이틀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오줌을 지렸을지도 몰랐다.
최현석이 우물쭈물하자 소머리 괴물의 얼굴이 더욱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멍청한 놈! 용사라면서 말 한마디 똑바로 못하나!?”
순간 최현석이 번쩍 눈을 떴다.
마치 머릿속에 쿠르릉! 하며 벼락이 내리치는 것 같은 기분.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래! 나는 용사야!’
용사란 어떤 존재인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마왕을 물리치는 이야기의 주인공.
세계관 최강자!
절대 무적!
그게 바로 용사다.
‘그러니까 이건 연습게임. 튜토리얼 같은 거지.’
지금 눈앞의 소대가리는 자신을 시험하기 위한 과제 같은 것.
사실 이놈은 겉모습만 요란하지 실상은 속 빈 강정 같은 놈일 게 분명했다.
여기서 이 괴물을 시원하게 물리치면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리라.
‘최현석! 자신감을 가져라!’
최현석이 눈에 힘을 빡 줬다.
세계 격투기 헤비급 챔피언.
지구 최강의 남자.
거기에 이제는 이세계 용사라는 타이틀까지 가졌다.
고작 튜토리얼에서 만난 괴물에게 겁먹어서야, 어찌 거친 이세계에서 모험을 펼쳐나가겠는가!
“까불지 마라.”
“뭐…?”
소대가리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놈이 귓가에 손을 올리고는 천천히 최현석에게 내밀었다.
“다시 한번 말해봐. 뭐라고? 응?”“까불지 말라 했다. 이 개자식아!”
최현석의 벼락같은 헤드킥이 놈에게 작렬했다.
지금껏 링에서 만난 수많은 강자들.
그 누구도 이 헤드킥을 맞고 버틴 자는 없었다.
‘제대로 들어갔어.’
놈이 멍청하게 머리를 내민 덕에 완벽하게 킥이 들어갔다.
그 타격감에 최현석이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였다.
“지금 뭘 하는 거지?”
소대가리가 부릅뜬 눈깔로 최현석을 내려다봤다.
놈의 통나무 같은 목과 얼굴에는 굵은 힘줄이 잔뜩 튀어나와 꿈틀거리고 있었다.
최현석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
“웃기지도 않는군.”
소머리 괴물이 최현석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엄청난 압력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발목이 분쇄되는 고통에 절로 몸이 비비 꼬였다.
“끄아으아으!”
“분명 용사라고 하지 않았나.”“아… 자, 잠깐만…”“용사라면 이 정도는 우습겠지.”
“끄어으어억!”
이건 정말 위험했다.
발목이 통째로 부서질 것만 같다.
“용사… 용사라. 우리 요새도 참 복 받았군. 어디서 이런 미친 용사님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은 심정이야.”
“으윽…!”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최현석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여기서 포지션을 변경해서 트라이앵글 초크로 넘어가기만 하면…
“한숨 자고 나면 정신이 들 거다. 자칭 용사여.”
크고 붉은 주먹이 가까워진다.
‘아… 엿 됐네.’
최현석의 의식이 끊어졌다.
***
붉은 악몽 레이드런.
그는 마왕군의 간부였다.
마왕군 제3군단 예하, 제2노예부대의 부대장(部隊將).
수천 명의 인간 노예를 다스리는 그가 붉은 악몽이라 불린 이유는 간단하다.
몸 전체가 피처럼 붉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지금은 ‘전쟁터에서 레이드런이 지나간 자리에 피의 강이 흘렀다!’라고까지 발전해 있었다.
“히, 히익…! 레이드런 님!”“고생하셨습니다!”
제2노예부대는 병사, 노예 할 것 없이 모두가 레이드런을 두려워했다.
이것은 비단 피의 강이라는 무시무시한 소문 때문만은 아니다.
“수고했다.”
“가, 감사합니다!”
레이드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
고위 마족
특유의 마기와 분위기로 인해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어지간한 인간은 레이드런의 앞에 서는 것만으로 바지를 적시며 무릎을 꿇을 정도였다.
그로 인해 레이드런은 딱히 해코지를 하지 않아도 부대의 모든 존재가 그를 두려워하며 따랐다.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은 최상위 포식자.
그런 붉은 악몽 레이드런이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요즘 들어 그를 피곤하게 하는 사건 때문이었다.
“하아… 어디서 이렇게 미친놈들이 굴러들어 오는지 모르겠군.”
사건이라 해도 사실 큰일은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요새에 정신 나간 인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뿐이다.
“도대체 어디서 들어오는 거지?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하나같이 이상한 복장을 하고 있는 인간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어딘가 나사가 풀려 있었다.
“나는 용사다!”
용사는 기본 옵션에.
“덤벼라 마왕!”
자신을 마왕으로 착각하는 멍청이.
“당장 금은보화와 여자를 내놓지 않으면 정의의 철퇴를 내려쳐 주마!”
용사가 뭔지 모르는 듯한 미친놈까지.
분명 자신을 보며 두려워하는데도 이상하게 할 말은 꼭 하는 정신 나간 놈들이었다.
“아무리 이 대륙에 스스로를 용사라 부르는 놈들이 흔하다지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레이드런은 용사 따위를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이 대륙에 자신을 용사라 칭하는 멍청이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실제로 그의 손에 죽어나간 ‘자칭’ 용사만 해도 수십은 될 것이다.
레이드런이 걱정하는 것은 하나.
요새의 방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요새 보수를 빨리 끝내야겠군.”
현재 제2노예부대는 헤모른이라는 부서진 요새를 중축하는 중이었다.
이곳은 전장과 가까운 곳.
충분히 인간 세력의 첩자가 드나들 만한 거리였다.
“후… 모르겠군.”
레이드런은 고개를 저어 복잡한 생각을 떨쳐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어서 요새 중축을 완료하는 것뿐이었다.
‘그나저나 아까 그놈…’
레이드런 머릿속에 용사 최현석이 떠올랐다.
‘다른 머저리들이랑은 달랐다.’
인간치고는 굉장히 큰 체구에 잘 단련된 육체.
움직임도 재빨라서 날아온 발길질을 그대로 허용하고 말았다.
레이드런조차 잠깐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힘이 실린 일격이었다.
비록 놈 앞에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잘 구슬려서 노예장으로 써먹어도 괜찮겠군.’
잘만 이용한다면 꽤나 쓸만할 것 같았다.
비록 미친놈이긴 했지만 말이다.
***
그날 밤.
감옥에 갇혀 있던 최현석이 연신 쇠창살을 흔들었다.
“야아아아아!”
덜컹! 덜컹! 덜컹!
“이거 열어! 열라고 새끼들아!”
그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분명 자신은 커다란 덩치의 악마와 결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신을 잃은 것이다.
그리고 눈을 떠 보니 웬 냄새나는 딱딱한 돌바닥에 누워있었다.
“내가 이렇게 물러날 줄 알아!? 그 소대가리 데려와! 다시 한판 붙자고!”
최현석은 레이드런에게 맞아 정신을 잃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무래도 머리를 맞을 때 무언가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어떤 놈이 시끄럽게 지랄이야!?”
그때였다.
땅딸막한 괴물 하나가 최현석을 향해 걸어왔다.
대충 150cm 정도 돼 보이는 키.
마른 체구에 빈약한 근육이 안쓰럽게 달려 있었다.
“인간. 죽고 싶나? 아앙!?”
마치 어린아이가 위협하는 듯한 모양새라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최현석은 웃을 수 없었다.
놈의 손에는 1m는 될 법한 날카로운 검이 들려 있었으니까.
놈이 검으로 연신 쇠창살을 두드렸다.
“죽고 싶냔 말이다!”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날붙이.
거기에는 피와 살점이 끈적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한 번만 더 소리치면 그때는 네 허벅지로 수육을 해 먹겠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인간!?”
최현석이 입을 꾹 닫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터벅, 터벅…
잠시 후, 놈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최현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도대체 이게 뭐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신은 분명 죽었고, 라헬이라는 예쁜 천사가 용사로 만들어준다 했다.
부! 명예! 미녀까지!
물론 처음부터 순박한 마을 촌장과 청순한 그의 딸을 만나길 기대한 것은 아니다.
아니, 솔직히 기대하긴 했지만 꼭 이뤄지지 않아도 좋았다.
‘멋진 모험을 할 줄 알았는데…’
그가 원했던 것은 그저 모험.
이전 생과 달리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고 싶었다.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낯선 세계.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것이다.
‘용사는 개뿔… 하다못해 보검이라도 하나 쥐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최현석은 완전히 맨몸으로 왔다.
지구에서는 강인한 육체만 있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이세계는 다르다.
신장이 2.5m가 넘는 근육질 괴물과 거대한 날붙이 앞에서 자신의 육체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괜히 자신을 용사로 만들어준다고 했던 ‘라헬’이라는 천사가 미워지는 밤이었다.
그때 옆방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이봐 자네. 신참인가?”
“누, 누구…?”
“나는 박태수라고 하네.”
“한국인입니까!?”
“그렇지.”
놀랍게도 최현석의 옆방에 있는 것은 그와 같은 한국인이었다.
이세계에 떨어진 이후로 저도 모르게 알 수 없는 언어를 사용했던 최현석은 하루 만에 듣는 한국어가 퍽 신기하고 반가웠다.
하나, 지금은 반가움의 젖어있을 때가 아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설명 좀 해주십쇼!”
최현석이 옆방에 찰싹 붙어서 말했다.
“저는 분명 죽었고, 용사로 만들어준다 해서 이세계에 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끌끌끌끌…”
최현석의 말을 듣던 박태수가 재미있다는 듯이 킥킥거렸다.
“용사… 용사라… 재미있군. 나도 용사라네.”
그 장난스러운 반응에 최현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재미없습니다.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니 제대로 말씀해 주시죠.”“농담 같나? 내가 지금은 이렇게 비루한 노인네지만, 왕년에는 제법 잘 나갔다네. 명동에서 왕 주먹 박태수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
박태수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최현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르신이 용사라는 겁니까?”“그렇고말고! 내가 올해 오십이 넘었지만, 아직 정정해!”
물론,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사망했다는 것은 비밀이다.
“그러니까 장난 그만하시고…!”
최현석이 화를 내려던 그 순간.
“나도 용사야!”
“저도 용사예요!”
“나도 용사인데?”
감옥 곳곳에서 자신을 용사라 하는 자들이 튀어나왔다.
“크크큭. 나도 용사야. 당신만 용사인 줄 알았어?”
“하하하하!”
“히히히!”
사방을 가득 메우는 웃음소리.
최현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자네가 보는 그대로지.”
박태수가 초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요새에 있는 ‘자칭’ 용사만 백은 된다네.”
“그게 무슨…”
최현석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당황하는 그를 보며 박태수가 씨익 웃었다.
“자, 신참. 아직도 자네가 용사 같나?”
***
박태수는 이곳에 가장 먼저 떨어진 용사라고 한다.
덕분에 최현석은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인간 노예를 이용해 요새를 중축하고 있다는 것.
최현석이 만난 붉은 소대가리는 ‘레이드런’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의 대장이라는 것.
아까 본 간수는 쟈크라는 이름의 고블린인데, 워낙 악질이라 조심해야 한다는 것까지.
이 모든 것들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충격적인 이야기였으나, 가장 충격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이게 다 그 라헬 XX같은 XXX 때문이네.”
“예?”
갑자기 튀어나온 육두문자에 최현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박태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욕설을 이어갔다.
“그 빌어 처먹을 XX이 우리를 여기에 잘못 보냈다 이거야!”“라헬! 라헤에엘!!!”
“다음에 만나면 XX을 XX고 XXX한 다음 XXX 아주 그냥 죽여버릴 거라고!”
“라헬 XXXX XXXX XXX!”
라헬이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사방에 있던 자칭 용사들이 경기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게거품을 물며 내장을 튀겨먹니 뇌를 곤죽으로 만드니 하는 자칭 용사들.
그들이 정녕 용사가 맞는지 의심이 되는 모습이었다.
최현석이 주먹을 꽉 쥐었다.
“태수 어르신… 확실한 겁니까?”
“무슨 말인가?”
“그 라헬이 우리를 잘못 보냈다는 거 말입니다…”“거의 확실하네. 다른 곳에서 잡혀 온 용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거든.”
박태수의 말에 최현석이 눈을 번쩍 떴다.
“다른 곳이라면…!”
“그래. 정상적으로 용사 생활을 한 사람이지.”“그 사람은 어떻습니까?”“듣기로는 용사들이 시작하는 구역이 존재한다고 하네. 대부분은 번화한 도시에서 시작하지만 간혹 조용한 시골 마을이 시작점이기도 하지.”
“…”
“사실 용사라기엔 너무 힘이 없어 평범한 삶을 사는 게 대다수긴 하지만, 그 누구도 마왕군 한가운데서 용사 생활을 시작한 이는 없었다더군.”
최현석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자신은 왜 이 지옥에 떨어졌다는 말인가?
그의 주먹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려왔다.
“어째서… 어째서…!”“낸들 이유를 알겠는가. 내가 아는 것은 하나뿐이야.”
박태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는 이제 다 좆됐단 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