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200)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200화(200/273)
최상급 용사 마법
떨어지는 불꽃(Falling Flame)
쿠안 오브리엘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기둥 모양의 화염이 회전하며 지면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막아라!’
사냥개 단원이 움직이는 마력의 칼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현석의 투기에 절반 이상이 파괴됐지만, 여전히 많은 수가 남았다.
회전하는 칼날이 빠르게 움직여 불기둥을 막았다.
화르르르-!
화염의 압도적인 화력에 칼날이 녹아내린다.
힘을 잃은 칼날로 박현아의 마법을 막는 건 무리였다.
이대로라면 칼날이 모두 잿더미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
“흩어져라!”
쿠안 오브리엘이 소리쳤다.
마법이 취소되며 불꽃을 막던 칼날이 사라지고.
동시에 사냥개 단원들이 다급히 자리를 이탈했다.
콰아아-!
화염의 기둥이 순식간에 지면에 도달했다.
미처 못을 피하지 못한 사냥개 단원 몇이 불꽃에 휩싸이며 단숨에 잿더미로 변한다.
그 사이, 박현아는 최현석을 살폈다.
“괜찮냐?”
“예.”
“싸울 수는 있고?”
“문제없습니다.”
무리하게 출력을 올린 탓에 날뛰는 마나를 최대한 진정시켰다.
다행히도 박현아가 만들어 준 시간 덕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상황.
완전히 컨디션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지금부터 난전을 유도한다. 연계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예.”
박현아의 말에 최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수가 위협이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연계 마법이다.
많은 수에서 나오는 방대한 마력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폭력이었다.
다만, 연계 마법은 강한 위력만큼 사용이 굉장히 까다롭다.
사냥개 단원들은 오랜 시간 반복된 훈련을 거쳤고, 사전에 이곳에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
‘이러나저러나 안에서부터 흔들면 연계 마법은 쓸 수 없어.’
박현아가 땅을 박찼다.
적들 사이로 파고들어 진형을 흩뜨릴 생각이었다.
사실 박현아는 근접 전투 능력 또한 매우 준수하다.
그저 마법과 비교해 수준이 떨어지는 것일 뿐.
근접 전투 능력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전설에 들어갈 만한 강자였다.
에쿠트 격투술
제6형 – 칼바람
박현아의 몸이 빠르게 회전하고, 돌려차기가 작렬한다.
움직인 발의 궤적을 따라 마력이 날카롭게 쏘아졌다.
파아앗-!
사냥개 단원들의 몸에 붉은 선이 생기며 사방으로 피가 튄다.
단숨에 수십의 적에게 출혈을 냈으나, 아쉽게도 치명상을 입은 이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박현아는 웃었다.
어차피 진짜는 지금부터였기에.
“나이스 견제!”
적이 박현아의 투기를 막는 사이 최현석은 어느새 놈들에게 완전히 접근해 있었다.
다가오는 최현석을 보며 사냥개 단원 하나가 검을 찔러온다.
최현석은 도리어 놈의 손목을 낚아채 잡아당겼다.
그리고 이어지는 박치기.
쾅-!
머리끼리 부딪쳤다고는 믿기 힘은 소음이 일었다.
사냥개 단원은 두개골이 깨진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압도적인 신체는 마나 없이도 이미 초인의 반열에 들어서 있었다.
“조져버려!”
“예!”
최현석과 박현아가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적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쓰러졌다.
애초에 수준 차이가 극심했던 터라 어쩔 수 없다.
빠르게 줄어가는 사냥개의 숫자.
단장 쿠안 오브리엘은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최현석만이라도 죽여야 한다.’
원래부터 목표는 최현석이었다.
박현아가 같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함께 처리하려 했으나, 상황이 꼬여버렸다.
이렇게 되면 애초 목표였던 최현석이라도 처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 돌아간다 해도 그는 죽은 목숨이다.
쿠안 오브리엘이 어금니를 깨물며 앞으로 달려 나가려던 순간.
뒤에서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이럴 줄 알았습니다.”
쿠안은 깜짝 놀라며 뒤돌았다.
“너는…!?”
***
용사 육성 프로젝트.
이세계 용사를 가트렌의 비밀 병기로 탈바꿈하는 이 거대 프로젝트는 제법 역사가 깊다.
반백 년 가까이 진행된 연구와 실험.
본격적인 육성에 들인 시간만 해도 30년이 넘는다.
프로젝트는 비밀 엄수를 위해 철저하게 점조직 형태로 진행됐다.
교황이 모든 것을 총괄하고 그 아래 여러 책임자가 각자의 영역을 맡는 형태.
‘마틴 루스카’ 역시 그런 프로젝트의 책임자 중 하나였다.
그의 휘하에서 움직이는 용사만 해도 무려 2,000명.
개개인의 전투력도 8만에 이른다.
“오브리엘 경.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제 사냥개는 필요 없다고요.”
책임자 마틴 루스카가 이천 명의 용사를 이끌고 눈앞에 나타났다.
쿠안 오브리엘은 주먹을 꽉 쥐었다.
“애초에 근본은 제국의 구정물이나 치우던 들개 주제에… 당신은 너무 과분한 권력을 받았습니다.”
“네놈…!”
“이빨 드러내지 마시죠. 모조리 뽑아버리는 수가 있으니.”
미소와 함께 나오는 나긋한 목소리에 비해 그 내용은 살벌하기 짝이 없다.
“이제 어울리지도 않는 늑대 행세는 끝났습니다. 당신에게 걸맞는 구정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마틴 루스카가 어깨를 밀치며 지나갔다.
쿠안 오브리엘은 분노로 몸이 덜덜 떨렸으나,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저 간교한 놈이 독단으로 이런 일을 벌였을 리가 없다.’
마틴 루스카는 영악한 남자다.
항상 이해득실을 철저하게 따지며, 절대 손해 볼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런 마틴 루스카가 경쟁자나 다름없는 사냥개의 일을 돕기 위해 나타났다는 것.
‘교황의 명령이 있었던 거겠지.’
교황은 처음부터 자신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분하지만, 마틴 루스카가 한 말이 옳다.
사냥개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처음 뵙겠습니다. 최현석. 박현아.”
최현석과 박현아는 갑자기 나타난 용사들을 보며 잔뜩 몸을 긴장시켰다.
사냥개보다 훨씬 더 강해 보이는 무력.
그런데 숫자는 무려 20배에 달할 정도로 많다.
최현석이 슬쩍 박현아의 눈치를 살폈다.
‘이거 가능합니까?’
‘절대 무리.’
둘이 눈빛으로 의견을 교환하던 그때.
“저는 마틴 루스카라 합니다. 약소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이 용사를 이끌고 있는 지휘관이죠.”
마틴 루스카의 태도는 한없이 여유로웠다.
그가 산책하듯 주변을 걸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들도 아시겠지만, 발악해 봤자 소용없습니다.”
“…”
“얌전히 따라오신다면 목숨은 살려드리죠. 제 말이 거짓이 아님을 신께 맹세하겠습니다.”
마틴 루스카가 성호를 긋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임을 증명하기 위해 기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박현아와 최현석이 동시에 뒤돌았다.
“튀어!”
“옙!”
싸워서 이길 수 없다면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
적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개개인의 무력을 비교하면 이쪽이 압도적이다.
즉, 추격전에서 절대로 따라 잡힐 리가 없다는 뜻이다.
“소용없습니다.”
하지만, 가트렌 제국은 바보가 아니다.
마틴 루스카는 당연히 둘이 도망치는 경우도 생각했고.
이미 모든 대비를 끝마쳤다.
“결계.”
마틴 루스카의 말에 오백 명의 용사가 손을 모았다.
그들의 몸에서 빠져나간 마력이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낸다.
최상위 연계 마법
전장 선포(Proclaim Battlefield)
마력이 하늘로 쏘아진다.
계속해서 솟아오르던 마력은 이내 펑- 하는 소음과 함께 폭발하고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시발! 결계다!”
일대를 뒤덮는 반투명한 돔 형태의 결계.
박현아는 최대한 결계 범위를 벗어나려 했으나, 마법이 완성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앞을 가로막은 마력의 벽을 보며 박현아가 인상을 구겼다.
“너 마나 움직이냐?”“10퍼센트 정도는 쓸 수 있습니다.”“시발… 그걸로는 부족한데.”
시간만 충분하다면 박현아 혼자서도 충분히 부술 수 있겠지만, 적의 추격이 따라붙고 있다.
빠르게 결계에 구멍을 내기 위해서는 결국 최현석과 박현아가 힘을 합쳐야 한다.
하지만, 최현석은 아직 내상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
뒤를 돌아보자 무시무시한 속도로 쫓아오고 있는 용사들이 보였다.
“부수자.”
“부족하다 하지 않았습니까?”“저 새끼들이랑 싸워 봤자 답 없어. 가능성이 희박해도 이 결계를 부수는 쪽이 더 현실적이야.”
박현아가 검을 뽑아 결계를 찌르려 하던 그때.
최현석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4분. 앞으로 4분만 버티면 됩니다.”
“뭐…?”
“아까 저놈들이 나타나자마자 지원군을 불렀습니다.”
“무슨 소리야?”
지원군이라는 말에 박현아가 당황했다.
누가 이곳에 찾아온단 말인가.
“자세히 설명할 시간 없습니다! 어떻게든 4분만 버티십쇼!”
적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시발! 여기서 뒤지면 귀신 되고 나서 평생 너 괴롭힌다!”“알겠으니까 갑시다!”
싸우기로 했으면 거리를 좁혀야 한다.
대규모 연계 마법을 맞을 바엔 난투극을 벌여 시간을 끄는 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때 적의 일부가 앞으로 치고 나오더니 마법을 사용했다.
중위 마법
움직이는 환영(Moving Illusion)
수백 명의 용사가 동시에 환영 마법을 사용하자 단숨에 수천으로 늘었다.
다수의 환영은 곧바로 둘을 향해 달려들었다.
“돌파해! 이건 더미야!”
다른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시간 벌기다.
어차피 마법의 수준이 낮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적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
‘뚫을 수가 없어!’
천이 넘는 환영 사이에 섞인 진짜 용사.
놈들은 절묘하게 틈을 파고들어 공격을 가해왔다.
사방에서 환영이 몸을 던져오는 탓에 정신이 없다.
수비만 해도 버거운 상황.
길을 여는 건 절대 무리였다.
콰아앙!
들려오는 폭음에 최현석의 고개가 돌아간다.
박현아의 상황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마법을 이용해서 환영을 일소했으나, 놈들은 금세 또 다른 환영을 만들어 덮쳐왔다.
“온다! 대비해!”
박현아가 소리쳤다.
최현석 또한 허공에서 모이는 막대한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적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주고 말았다.
‘온다…!’
입술을 깨무는 것과 동시에, 사방에서 마법이 날아들었다.
최상위 연계 마법
얼음 폭풍(Ice Storm)
최상위 연계 마법
잔혹한 소용돌이(Brutal Swirl)
상위 연계 마법
칼날비(Blade Rain)
…
공간 전체가 마법으로 뒤덮였다.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가 싶더니 한순간에 얼음의 폭풍이 덮쳐오고.
뒤이어 나타난 소용돌이가 폭풍과 합쳐지며 위력을 더했다.
이후로도 자잘한 마법들이 얹어지며 계속해서 마법이 강해졌다.
‘단순히 마법을 갈기는 게 아니야. 하나하나 계산 후 만들어진, 진짜 연계 마법이다.’
그저 여러 명이 모여 사용하는 대규모 마법에 그치지 않고.
마법 간의 상성을 고려해 위력을 더하도록 설계된 초대규모 마법이었다.
“최현석!”
박현아가 다급히 최현석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다.
아무리 둘러봐도 온갖 마법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시발! 죽는 건 아니겠지?’
박현아 또한 남을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이만한 마법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최현석은 내상을 입은 상황.
마나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그런 그가 이런 마법을 버틸 수 있을까?
‘이딴 데서 죽으면 진짜 내 손에 죽는다…!’
박현아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최대 출력으로 실드를 전개한 탓인지.
아니면 최현석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안 돼…!’
박현아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적의 마법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계속 마법을 덧씌우는 것이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이대로라면 결국 박현아도 마법을 막아내지 못하고 죽고 말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보너스 포인트 : 128
박현아는 남은 보너스 포인트를 모조리 마력에 쏟아 넣었다.
마력 양이 미친 듯이 증가하고, 동시에 몸 안에서 역류하기 시작했다.
“씨바아알!”
원래 박현아의 마력 스텟은 580.
여기서 128이 추가로 올라가며 708이 됐다.
단순 능력치로만 보면 22퍼센트 정도 상승한 것이지만.
실제 박현아의 마량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운용할 수 있는 한계에 가깝게 마력을 운용하고 있던 박현아.
그녀는 늘어난 마력을 제어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제어를 포기하고 폭주를 부추겼다.
콰과과과과과-!
전설의 수준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양의 마력이 모든 것을 휩쓸기 시작했다.